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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48화 (48/241)

Chapter 48 - 48화 - 현대(5)

48화 - 현대(5)

검이 조각나는 것을 보고 스피드맨이 멍청히 중얼거렸다.

‘검기?’

B등급 헌터의 능력인 검기라면 이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검엔 아무것도 맺혀 있지 않았다.

‘시발, 이딴 검을 주고 나보고 이기라고.’

스피드맨이 들고 있는 검은 손잡이만 남기고 조각나버렸다.

경악한 스피드맨이 당장에라도 항복하려 했지만 입이 열리기도 전에 별이 보였다.

짜악!

검 면으로 싸대기를 맞았다. 무언가 후두둑 거리며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별이 보이는 느낌이 뭔지 느낄 수 있었다.

“억..! 자, 잠까한!

“놀고 있네 새끼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팬다며?

퍼억!

명치를 얻어맞으니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올라오는 기분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웨엑..! 끕!”

스피드맨은 턱이 쪼개지는 고통과 함께 강제로 입이 다물어졌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멀쩡한 치아를 찾기 힘들 지경이 되자 스피드맨은 흐려져 가는 세상 속에서 후회했다.

‘시발, 5억 낼걸.’

짝! 짝!

막 기절하려던 스피드맨이 정신이 번쩍들었다. 어딜 어떻게 맞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흐려지던 정신이 맑아졌다.

덕분에 고통도 또렷하게 느껴졌다.

“아악! 항..ㅂ 꺼억!”

시우는 항복하려는 놈의 입을 후려쳤다.

어중간하게 끝냈다간 나중에 보복하려 할지 몰랐다. 때문에 아랫배에 발을 내질러 단전을 박살 내버렸다.

“끄어억..”

스피드맨이 복부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아 꺽꺽 대기 시작했다.

깨진 단전을 수습할 능력이 없다면 조만간 비 각성자로 되돌아갈 것이다.

능력을 잃은 이놈이 그동안 쌓은 수많은 원한을 뒤로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이 녀석이 망신주고 팬 각성자만 한둘이 아니니까.

빠악!

시우가 마지막으로 놈의 턱을 후려쳐 기절시켜 버렸다.

대련장은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해설자를 포함한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음..”

시우는 이 정적이 마음에 들었다.

뒤늦게 정신 차린 해설자가 무어라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모두가 멍한 눈으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

막 C등급을 달성한 어떤 헌터가 향긋한 커피를 집어 들고 셀카를 찍었다.

언뜻 보이는 외제 차와 깔끔한 최신 장비가 보이도록.

특히 얼마 전에 산 드래곤 헤드 소드. 일부 무식한 놈들은 용두검이라고 하지만 정식 명칭은 드래곤 헤드 소드다.

‘크으..! 너무 멋진 거 아니냐.’

햇빛에 의해 번쩍이는 용머리를 강조하며 사진을 한 방 더 찍었다.

“키야! 잘 찍혔다. 올려볼까?”

-[사진]

-균열 들어가기 전에 커피 한 잔은 괜찮잖아?

새로 고침을 계속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오늘따라 호응이 없었다.

‘에이..’

아쉬움을 삼킨 그가 파티원들에게 다가 갔다.

함께 C등급 균열에 들어가기로 한 파티원들.

그가 어깨를 딱 피고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 갔다. 은근슬쩍 허리춤에 메인 검을 툭툭 건들었다.

“어, 왔냐?”

“혜지는 아직 안 왔어?”

파티원 중 한 명이 하품하며 말했다.

“어. 맨날 존나 늦어 짜증 나게.. 시발. 또 화장하느라 늦는 거 아냐?”

“그러겠지. 그래도 예쁘지 않냐? 균열에서 꼴려서 힘들다니까.“

“그니까 시발. 저번에 그년 엉덩이 보다가 뒤질 뻔했다니까. 걔가 은근히 흘리는 그게 있어.”

“크크큭..”

남자는 대화하면서 은근슬쩍 검을 쓰다듬는 등 허리춤에 시선을 돌렸지만 눈치 없는 상대가 호응을 안 해줬다.

결국 그가 입을 열었다.

“이거 보이냐?”

그가 허리춤에 메인 검을 툭 쳤다.

“어..? 검 바꿨냐? 용두검?”

“어허! 드래곤 헤드 소드. 어때, 때깔 쥑이지 않냐?”

평소라면 부러운 눈으로 봤을 파티원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상대가 애매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 보니 남자는 기분이 조금 안 좋아졌다.

‘새끼.. 질투하긴.’

“왜? 뭐 문제있냐?”

“그게..”

“뭔데 말해 봐. 하.. 씨! 너니까 내가 말해 준다. 원래 절대 안 되는데 내 소개 받고 가면 너도 30퍼 할인은..”

“아니, 그게 아니고..”

뭔가 웃음을 참는 것 같기도하고 안타까워하는 것 같기도 한 상대의 표정에 답답해졌다.

“답답하게! 빨리 말해.”

결국 상대가 입을 열었다.

“너 이거 안 봤냐?”

남자는 그가 건네준 동영상을 훑어 봤다. 도대체 뭐길래···

“시발?”

그가 산 드래곤 헤드 소드가 SH스미스의 검에 조각나는 1분짜리 영상이었다.

“시, 시발 상대가 센 거 아니야? 시발. 딱 봐도 존나 잘싸우네. 이 새끼 B급 아냐?”

하지만 영상에서 검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냐 상대도 같은 C등급. 그것도 각성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음.. 그래도 잘 싸우긴 해. 스피드맨도 제법 잘나가는데 이번에 나락갔어. 방송도 접고 병원에서 안 나온다더라. 큭큭 존나 쌤통이다.”

평소에 밉상 짓을 주로하던 놈이라 고소하긴 했지만 그는 검이 더 중요했다. 힘들게 모은 돈으로 할부까지 껴서 산 검이다.

영상은 하나뿐이 아니었다. 결투 전 밉상으로 어그로를 끄는 스피드맨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1억만 주면 살살해 줄게

그따위로 말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영상이 이어지니 조회수가 폭등했다.

그것을 본 스피드맨 팬들은 최선을 다해 용두검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있었다.

-검이 병신 같은 거다. 우리 스피드맨은 잘 싸웠다.

거기에 자극 받은 수 많은 사람이 실험 영상을 올렸다.

같은 등급의 검을 들고 서로 부딪치는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었다.

“시바알?”

“2억짜리 용두검은 2천짜리 국밥검이랑 동급이더라. 뭐 새로 출시한 백련검? 그거랑은 비교할 것도 없고.”

“뭐, 뭐 시발 얼마?”

그가 30퍼 할인받고 1억 4천만원주고 산 검이 뭐라고? 이천짜리랑 동급?

영상 댓글은 가관이었다.

- 원래 강진철강 무기가 뽑기 운이 심함. 내껀 쓸 만하던데?

- 뽑기 이지랄. ㅋㅋㅋ 같은 재료로 만드는데 뽑기 운이 왜 나와?

- ㄴㄴ 이 새끼들 재료 바꿔치기 오지게함. 내껀 멀쩡한데 파티원 검에서 갈기늑대 뼈조각 나옴. 분석의뢰까지 한 다음에야 환불해주더라. 근데 그 새끼 입막음비 달달하게 받아먹었더라 부럽게.

- ㅅㅂ ㅋㅋ 그런데 여기서 말해도됨?

-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뭐 어때 ㅋㅋ

그가 이를 악물고 차를 향해 달려갔다.

“야 시발 어디가? 균열은?!”

귀로 들리는 소리는 무시하고 엑셀을 밟았다. 당장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지금 균열에 들어가 이 검을 사용했다간 절대 안 된다.

부우웅-

온갖 신호를 무시하며 다급하게 달려갔다. 헌터마켓으로.

끼익!

“시발. 뭐 이리 사람이 많아.”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더럽게 많았다. 하나 같이 장비와 검을 찬 헌터들.

“비켜! 비키라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겨우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여긴 더 가관이었다.

그가 검을 산 강진철강 공식 판매점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시발. 환불해 달라고!!”

“고, 고객님. 죄송하지만 특가 제품은 환불이..!”

“아, 시발! 한 번도 안 썼는데 환불이 안 된다고? 그게 말이 돼!”

“죄송합니다. 구매 약관을 보시면..”

“아 모르겠고! 환불해 달라고!”

이름 모를 헌터가 허탈하게 검을 내려놨다.

“시발..”

***

장예화가 기쁜듯 미소 지었다. 시우를 보는 눈동자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덕분에 생각보다 성과가 좋았어요.”

이번에 강진철강이 시장에 차지하던 지분을 공격적으로 빼앗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회사의 성장이 눈에 보였다.

“게다가 강진철강은 제대로 망했어요.”

특히 이번에 그녀의 회사에 시비를 걸었던 강진 철강이 제대로 타격을 받았다.

낮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려 알게 모르게 무리하던 그들이었기에 제대로 까발려진 성능이 치명적이었다.

계열사인 강진철강을 넘어 강진 그룹 전체 주식이 쭉쭉 떨어지는 중이었다.

장예화는 그들이 무너지며 생긴 시장 공백을 제대로 주워 먹는 중이었다.

조각내기 챌린지. 영상 플랫폼에서 화제가 된 덕분에 하위 장비들의 서열이 제대로 메겨지고 있었다.

일부 회사들이 온갖 고소를 하며 막아 내던 실전 테스트까지.

“뭐, 저희야 자신 있으니까요. 저희도 은근히 뒤에서 부추기고 있으니 이 기회에 제대로 자리 잡아야겠어요.”

그녀의 목적은 C~B등급 헌터들의 시장을 먹는 것. 지금 분위기로 봐선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튼 보답을 하고 싶은데요.”

무언가 기대하는 장예화의 말에 시우가 대답했다.

“음.. 10억에 앞으로 저희 클랜원들 장비 협찬으로 하죠? 기간은.. 서로 이야기해보고.”

그 말에 장예화가 묘하게 서운해 하는 게 보였다.

‘아니, 이것도 안 주려고?’

그런데 뭔가 표정이 삐진 당화린을 보는 것 같았다. 입술을 삐죽 내미는 장예화를 보던 시우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장예화 쪽 소파로 넘어가 앉으며 물었다.

“왜요. 이것도 주기 싫습니까?”

“아.. 그, 그게 아니라 그 정돈 드려야죠. 오히려 부족하네요. 흐읍..!”

한참 횡설수설하던 장예화는 시우가 허벅지를 쓰다듬자 등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럼 이것도 보상으로 됩니까?”

“여, 여기선 안 돼요.”

허둥지둥 도망가려는 장예화를 붙잡았다. 또 도망가게 할 수는 없지.

츄릅!

“읍..!”

시우가 그녀의 입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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