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5 - 55화 - 아카데미(6)
55화 - 아카데미(6)
결국 소란과 함께 수업이 끝났다.
남들과 다르게 시우는 오늘 남은 수업이 없었다. 성실한 아카데미 생활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는 필수 수업만 선택했다.
기숙사로 향하던 시우가 씨익 웃었다. 강수호를 엿먹인 것도 고소했지만 아멜리아를 꼬실 각이 나왔다.
아멜리아의 손바닥에 침투시킬 혼원기 속성을 떠올렸다.
‘다음엔 티 안 나게 쾌감을 흘려 넣는 연습을..’
마력에 대한 재능이 거의 없는 육체 때문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손에 닿는 것은 기분 좋다.’에서부터 시작해 스킨십의 강도를 올려갈 생각이었다.
‘혼원기 박으면 꼼짝 못 하지.’
어떤 철벽녀라도 제대로 된 쾌감을 느끼면 자동문이 돼 버린다.
시우가 기분 좋게 기숙사로 향하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뭐야 앞뒤 다른년이잖아.’
식당에서 그를 경멸 어린 눈으로 쳐다봤던 강현아였다. 이중적인 성격이지만 얼굴 하나는 봐줄 만 했던 여자.
정장과 교복을 합친 듯한 제복이 잘 어울렸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반스타킹과 치마 사이의 새하얀 허벅지살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가슴이 조금 아쉽네.’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E컵이면 그의 눈을 충족시키긴 조금 모자랐다. 자고로 가슴이라면 얼굴보다 커야했다.
어느새 앞에 도착한 그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너니? 우리 수호 얼굴 그렇게 만든 게?”
“응?”
수호라면 그가 한참 엿먹이는 상대. 타격감이 아주 좋았다.
“무슨 일이세요?”
“하.. 나 수호 누나야.”
“아아..”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럽게 잘생긴 강수호는 아무래도 유전인 듯했다.
그의 누나도 여배우 상이었는데 깨끗한 피부와 대비되는 붉은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게다가 뒤에 추종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까지 강수호와 판박이였다.
“아아..? 할 말이 그거밖에 없니?”
“그럼요?”
일단 선배로 보이니 존댓말은 해줬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 못 한 그녀는 눈초리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네가 우리 잘생긴 수호 얼굴에 상처냈다며?”
“그런데요?”
“하..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이리 당당해?”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를 하나요?”
조곤조존 말하던 강현아의 어투가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뭐어?! 수호가 가만히 있는데 니가 밀어서 넘어뜨렸다며!”
“하.. 그 새끼가 그래요?”
“그 새..끼? 너 안 되겠어. 따라와.”
그녀가 시우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쪽이면.. 수련장인가?’
공개된 대련실이 아니라 개인 훈련실로 가는 것을 보니 밀폐된 곳에서 때려줄 생각인가 본데···
시우가 입맛을 다셨다.
‘저 싸가지없는 년이 수호 누나라고? 흐음···’
유전자의 힘은 대단했다. 저년도 싸가지는 없고 얼굴은 예뻤다.
‘수호 엄마도 보고 싶네.’
언젠가 혼내주려 결심했던 여자가 강수호 누나라니.. 이러면 따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수련실로 들어가더니 뒤따라오는 추종자들에게 말했다.
“모두 밖에서 기다려 줘. 그래도 저 녀석이 혼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역시! 현아님은 마음이 너무 고우세요!”
“후훗..! 그럼 모두 기다려 줘. 금방 혼내주고 나올 테니까!”
가관이었다.
시우가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강현아는 시우가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갔다.
이제 이곳은 완벽한 밀실로 변했다. 문을 막아선 그녀가 마치 탈출할 곳은 없다는 듯 매섭게 노려봤다.
“아직도 사과할 생각 없어?”
“그런데요?”
강현아의 표정에 경멸이 서렸다. 주변의 시선이 없으니 내숭도 없어졌다.
“하.. 쓰레기 같은 놈이.. 감히 우리 수호를 건드려?”
“큭큭..”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빌면 봐줄게. 그리고 수호한테 가서 사과해.”
“싫다면?”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역시 못 배워 먹은 놈은 어쩔 수 없네. 도대체 부모한테 뭘 배운 거야?”
“음.. 그럼 너희 엄마한테 배워도 돼? 너네 엄마도 너처럼 예쁘냐?”
“무, 뭐엇?! 이 쓰레기가!”
그녀의 예쁜 얼굴이 분노에 물들기 시작했다. 죽일 듯이 시우를 노려보던 그녀가 앙증맞은 주먹을 꽉 쥐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주먹이지만 마력이 맺혀 있었다. 전혀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평범한 1성 생도가 저 주먹에 맞았다간 최소한 몇 군데 부러질 것이다.
자세만 봐도 근접전투를 하는 기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주먹으로 패줄 생각인듯했다.
‘그래도 마력 탄은 안 쓰네. 하긴 직접 패는 게 손맛이 좋긴 하지.’
시우가 손바닥을 까닥이자 강현아가 어이없어했다.
“1성 따위가 건방지게!”
파악!
그녀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쉬쉬식
강현아가 잽을 날리듯 주먹을 빠르게 휘둘렀다. 육체적 타격보단 마력을 이용한 공격이 주였다.
시우가 쓱쓱 고개만 틀어 피하자 그녀가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짜증 나게.. 하앗!”
콰직!
땅바닥을 밟은 그녀가 급가속했다. 온몸에 마력을 넘실거리며 어깨를 부딪쳐왔다. 평범한 생도라면 피하기 힘든 일격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평범한 생도가 아니었다.
-콰당
“꺄아아악!!”
한걸음 옆으로 피하며 발을 건 것만으로 그녀는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힘만 장사인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무게중심이 엉망이었다. 그녀는 애초에 근접격투가 주특기도 아니었다.
“이..!”
단정하던 머리가 산발이 된 그녀가 매섭게 노려봤다.
“누나는 몇성이야? 3성? 4성? 별거 없는데?”
자존심이 상한 그녀가 마탄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제대로 싸울 마음이 든 것이다.
입술을 깨물며 눈을 치켜뜨는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미모가 사라지지 않았다.
‘예쁘긴 한데··· 뭐 이리 빈틈이 많아.’
시우가 그녀에게 다가 갔다. 삼류 악당도 아니고 마력을 모으는 것을 보고만 있을 이유가 없었다.
-뻐어억!
강력해진 육체를 온전히 사용한 옆차기. 마력이라곤 일절 사용하지 않았지만 땅을 밟으며 일어난 경력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꺄아악! 흐으윽..”
오만하던 강현아는 아랫배 한 방에 침몰했다. 그녀가 배를 부여잡고 침을 흘렸다.
파르르 떠는 게 태어나서 이런 고통은 처음 느껴보는 듯했다. 눈가에 작은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시우보다 한학년 선배니 21살? 그러니 제대로 된 싸움을 겪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딱 봐도 곱게 자랐으니까.
흐트러진 그녀의 옷차림을 보며 음심이 동했으나 참았다. 어디 가서 강간당했다고 떠들어 대면 퇴학은 당연했다.
‘그럼 아멜리아는 못 따먹고.. 복수도 제대로 못 하지.’
강수호가 아카데미에서 나올 때까지 감옥에서 침만 흘리며 기다려야 했다. 그럴 순 없었다.
“운 좋은 줄 알아.”
시우가 뚜벅뚜벅 걸으며 문으로 향하니 이제야 정신 차린 강현아가 외쳤다.
“자, 잠깐만..!!”
“왜?”
그녀가 이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신입생에게 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마력도 얼마 없는 얼간이한테.
이것이 알려졌다간 그녀가 쌓아둔 아이돌 같은 이미지는 허상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가서 어쩌려고?”
“뭐 선배가 개발린 거 다 알려야지.”
“안 돼앳!!!”
강현아의 입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질러대는 강현아 때문에 발걸음이 멈췄다. 시우가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내가 이겼다고 해주면..”
“하하.. 내가 왜?”
“그, 그렇게만 해주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뭐든?”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가씨였다.
곱게 자라서 뭐든이란 말이 가지는 위험성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 하는 듯했다.
“뭐든 한다고 정말?”
“그, 그래..”
“그럼 벗어.”
“뭐!?”
경악한 그녀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싫음 말고. 강수호도 네년도 싸가지없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나가서 수호나 더 괴롭혀야겠다.”
“그건 절대 안 돼!!”
“뭐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잖아?”
시우가 씨익 웃자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끝을 깨물며 망설이는 것을 보고 시우도 고민했다.
수많은 여자를 따먹으며 익힌 눈치상 그녀는 아무래도 거절할 것 같았다.
“정 싫으면.. 입으로 빨아줘.”
“히익..! 이, 입?!”
그녀는 상상도 못 해본 행위라는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레 보듯 시우를 노려봤다. 아직도 거부감이 가득했다.
시우가 마지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그럼 손으로 해주던가. 설마 이것마저 안 된다곤 안 하겠지?”
“미, 미친놈..!!”
그녀는 말과는 달리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듣다 보니 손으로 해 달라는 소리가 한결 쉬워 보이는 것이다.
“싫으면 말고. 난 간다. 수호나 찾아가야지.”
“알았어! 알았다고!! 이 변태 새끼야!”
시우가 씨익 웃었다.
“나 변태 맞는데?”
“나쁜새끼!”
“나 나쁜 놈 맞아. 그러니까 건들질 말았어야지.”
시우는 당하면 몇 배로 복수해 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눈물맺힌 얼굴로 시우를 노려봤다.
백옥 같은 피부를 보니 시우도 절로 침이 나왔다.
“일주일 동안 해주면 말 안 할게.”
“이..!”
은근슬쩍 기간을 늘렸다.
‘관찰.’
- 대상의 메인 기질은 ‘브라더 콤플렉스’입니다.
‘브라콘이면.. 이년 설마 강수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