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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67화 (67/241)

Chapter 67 - 67화 - 아카데미(18)

67화 - 아카데미(18)

힐끔거리며 그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잘했어.”

얼굴을 붉히는 헬레나를 뒤로하고 시끄럽게 울부짖는 녀석들의 턱을 후려쳤다. 놈들은 모조리 기절했다.

“하으... 끝난 거야..?”

아멜리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마력이 바닥나 있었다. 얼굴색도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아멜리아 괜찮아?”

“조, 졸려.. 아, 안 되는데..”

마력탈진이었다. 바닥까지 마력을 사용하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 심하면 기절하듯 잠들게 된다.

“으응...”

버티던 그녀의 눈이 점점 감겨들었다. 시우가 그녀를 부축하자 품에 안겨 잠에 빠져들었다.

축 늘어진 채로 안겨든 아멜리아를 살폈다.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자세히 관찰하는데 헬레나가 다가왔다.

“제가 좀 봐도 될까요?”

“오. 그럼 고맙지.”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시우님이 고맙다니요. 아멜리아씨가 고맙겠지요.”

“음.. 그렇다 치자고.”

헬레나가 입술을 삐죽이며 아멜리아의 손목을 잡더니 흠칫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와 아멜리아를 번갈아 봤다.

“···단순한 마력탈진이네요. 좀 쉬면 괜찮아질거에요. 그런데···.”

“왜 그래?”

“혹시 몸은 괜찮으세요?”

“괜찮은데?”

헬레나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 찼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망설이던 그녀가 결국 입을 뗐다.

“혹시 특성이··· 아! 죄송해요. 실례되는 질문을 했네요.”

특성이라도 궁금한 건가. 잠시 고민하다가 알려주기로 했다. 친해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니까.

“내 특성? 항마력인데 왜?”

항마력은 근접 전투력이 뛰어나기로 손에 꼽히는 전설급 특성이었다. 그녀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그랬군요.”

결계를 어떻게 부순 것인지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기절하듯 잠든 아멜리아를 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병원에 데려가고 병문안은 거부하는 게 좋겠어요. 자세한 것은 그녀의 일이니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 그리고 특성을 그렇게 쉽게 말하시면 어떡해요. 그러면 안 돼요.”

“나도 알아. 헬레나 너니까 말해 준거야.”

“읏..!”

헬레나의 입꼬리가 쉴 새 없이 움찔거렸다. 그녀가 눈을 감고 심호흡 했다. 허리에 매인 비상용 전송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흠흠.. 곧 있으면 통신이 복구될 거 같네요. 그리고 제가 저번에 말했던 시계탑에 대한 이야기 말인데요.”

충동적으로 무언가 말하려던 그녀가 입을 닫았다. 평소답지 않게 곤란해 보였다.

“그게 그러니까···”

그것을 보다가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헬레나 이번 일이 네가 벌인 일은 아니지?”

“당연하죠. 절대 아니에요.”

그녀의 말은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억지로 캐낼 필요가 없었다.

“그럼 됐어.”

“···네?”

“너도 사정이 있겠지. 말하기 곤란한 거 같은데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말해. 억지로 말할 필요 없어.”

“···.”

헬레나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알았어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저는 예언자.. 비슷한거에요. 미래의 일을 부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비슷하다는 말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예언자는 아니란 거다. 예언자처럼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비슷한 거라··· 역시 회귀자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든 간에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었다.

미래를 모른다고 해도 그녀처럼 예쁜 사람과 친해지지 않을 이유는 전혀없었지만.

“알았어.”

“알았..다고요? 이렇게 쉽게 믿어요?”

“뭐.. 헬레나를 못 믿을 이유는 없지. 그럼 아까 전에 먹은 영약은 미래에서 본 거야?”

“어어··· 네. 그렇죠.”

사실 강수호의 기연을 뺏은 거였지만 그녀는 당당했다. 이런 일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 미래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 했다.

이렇게 쉽게 믿어 준 사람은 처음이라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믿어 줘서 고마워요. 이곳의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그래. 어떻게 할 건데?”

그녀가 기절해있는 마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놈들을 고문해서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저희가 해결했으니 보상도 받아야죠.”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얻는 보상이라면 좋은 것을 얻었으면 싶었다.

고개를 내려 품 안에 있는 아멜리아를 살폈다.

마력탈진으로 인해 기절하듯 잠든 그녀가 보였다. 자꾸만 그에게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

***

병원.

간호사가 아멜리아를 보며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으.. 그럼 깨어날 때까지 푹 자게 두세요.”

“···네.”

간호사가 이상했다. 아멜리아에게 수액 비슷한 영양제를 놔주면서 몇 번이고 손을 떨어댔다.

마치 정전기라도 오른듯 흠칫거리던 그녀는 영양제를 놓자마자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뭐야 기분 나쁘게.’

시우가 병원에서 잠들어 있는 아멜리아를 살폈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무언가 불편한지 끙끙대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치 가위라도 눌린 듯 손끝도 잘게 떨리고 있었다.

‘깨워야하나?’

마력탈진만 아니라면 그냥 깨웠을 텐데. 마땅히 해줄 것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손이라도 잡아줬다.

“웅..”

거짓말처럼 그녀의 몸에 바짝 들어가 있던 힘이 풀렸다. 입에서 편안한 숨이 새어 나오고 끙끙대던 게 사라졌다.

동아줄이라도 되듯 손을 붙잡아 오길래 깍지껴서 잡아줬다.

그녀의 손을 마사지하듯 주물럭거렸다. 말랑거려서 기분이 좋았다. 그녀도 좋아하니 서로 윈윈이었다.

‘응..?’

아멜리아의 손에서 느껴지는 마력흐름이 이상했다. 영약을 먹고 예민해진 감각으로 한참 동안 붙잡은 끝에 눈치챘다.

예전에는 느껴지지 않던 흐름이 느껴졌다. 무언가 탁한 기운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와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검은 기운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항마력부터 시작해서 정신 방벽. 둘 중 하나만 있어도 통하지 않을 힘이었다.

‘음··· 이게 뭐지.’

혼원기 속으로 섞여 사라져가는 그 기운을 따로 모아봤다. 정말 미세한 양이지만 모아 놓고 보니 무언가 느낌이 왔다.

‘저번에 봤던 마기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이런 기운에 대해 배웠던 거 같은데···.’

보통 기운과 다르게 소유자를 공격하는데 열중하는 기운을 보니 감이 잡힐 듯 말듯했다.

그녀의 몸속에 혼원기를 침투시켜서 자세히 관찰했다. 이 기운과 그녀의 기운이 서로 전쟁이라도 하듯 싸우고 있었다.

마력탈진 때문에 그녀의 기운이 압도적으로 적어서 불리했다.

‘흐음..’

고민하다가 그 검은 기운을 쭈욱 빨아들여 봤다.

“흐으응..”

아멜리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혹여나 잠에서 깰까 봐 살살 뽑았다. 조금씩 흡수해서 혼원기를 통해 정화해서 되돌려 줬다.

‘음··· 뭔가 야하네.’

육체적인 관계보다 기운 교류를 먼저 하다니. 그녀와는 진도가 뒤죽박죽이었다. 속도위반을 한 기분이었다.

“하으..”

하지만 뽑아낼 수록 그녀의 안색이 밝아지니 뽑지 않을 수도 없었다. 기분 좋은 듯 비음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래서 마력탈진에 기절까지 한 건가.’

정말 한계까지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기절까진 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기절해서 이상하다 싶었다.

한참을 뽑아내니 그녀의 심장 속에 있는 어떤 근원이 보였다. 이것이 저주의 원인인 것 같았다.

‘흡수할 수 있으려나.’

그녀의 환자복을 풀어 헤쳤다. 심장과 가장 가까운 피부에 손바닥을 댔다. 풍만한 양 가슴을 좌우로 밀어내며 협곡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말캉

‘부드럽네.’

뭉클 거리는 천상의 감촉. 누르면 누르는 대로 들어가는 부드러운 가슴이 느껴졌다. 모성애가 넘쳐났다.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를 만지니 쫀득거리는 기분까지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한참 동안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아차.’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심장에 있는 저주의 근원을 자세히 살폈으나 지금 실력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만 나왔다.

‘음.. 여기까지군.’

그녀의 심장 속 근원에서 검은 기운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주라도 받은 건가.’

이제야 그녀가 남들의 손만 닿아도 화낸 이유를 깨달았다.

‘맨날 잠자던 것도 이것 때문인가? 잠에 관련된 저주?’

아무리 잠이 많다고 해서 길바닥에서 잠드는 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갑자기 그녀가 딱해진 느낌이었다.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자 그녀가 기분 좋은듯 미소 지었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건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으응···”

마력탈진으로 인해 창백해졌던 안색에 점점 홍조가 떠올랐다.

쓰담 쓰담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기분 좋은듯 몸을 움찔거리고 손바닥에 머리를 비벼왔다. 귀여운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보랏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반쯤 떠진 몽롱한 눈이 보였다.

“아..”

“몸은 좀 어때?”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가득했다.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작게 웅얼거렸다.

“웅... 조아...”

희미하게 웃던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녀는 자기 가슴에 올려진 손바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는 그제야 아직도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름다운 감촉에 손을 떼는 것을 잊어 버렸다.

‘어..’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드러운 가슴살에 손가락이 파묻혔다.

“아읏..!”

얼굴이 붉어진 그녀에게서 달콤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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