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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71화 (71/241)

Chapter 71 - 71화 - 아카데미(22)

71화 - 아카데미(22)

아카데미는 보름간 모든 수업이 정지됐다.

그 정도면 이곳 의료 수준으로 치명상이 아닌 한 대부분의 부상이 회복될 시간이었다.

시우 일행이 빠르게 해결했지만 사상자가 없진 않았다.

최하급 생도 몇 명이 죽고 다친 사람은 수십 명이나 됐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수업 할 수는 없었다.

‘주동자는 박상훈 교수라던가?’

생도들에게 정확한 사실이 전달되진 않았지만 헬레나를 통해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도망갈 시기를 놓친 박교수는 결국 붙잡혔다. 생포한 마인 생도들을 고문한 끝에 발견한 여러 증거덕에 그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교수라는 신분으로 아카데미에 잠입. 몇년 동안 온갖 패악질을 부려댔다.

그 폐해에 대해 조사하고 배후가 있는지,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문하는 중이라한다.

‘나한테 F급 준새끼.. 잘 됐군.’

박교수 때문에 살게 된 좁아터진 기숙사를 보니 짜증이 났다. 녀석이 고문당하는 중이라니 쌤통이었다.

‘등급 재배정은 안 되려나?’

밥 먹을 돈이야 가끔 몬스터를 잡으면 해결된다. 하지만 좁아 터진 숙소가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A등급 기숙사에 살아야 아멜리아의 방에 가는 게 편해진다.

‘남녀 기숙사가 나눠져 있지만.. 그 정도는 껌이지.’

어제도 아멜리아의 방에서 밤새 뒹굴다 몰래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아멜리아는 일어났나.’

저주의 기운을 빨아들여 준 뒤부터 그녀는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잠자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였다.

시도 때도 없이 잠자려 했다. 이전과 차이점은 피곤해서 조는 게 아니라 행복한 표정으로 쿨쿨 자는 것. 너무 푹자서 흐물거리는 느낌이었다.

아멜리아한테 연락했지만 역시나 받질 않았다. 밤새도록 그에게 시달려서 그런지 아직도 자는 것 같았다.

똑. 똑.

“아멜리아?”

그녀가 알려 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아멜리아는 배시시 웃으며 자고 있었다.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제 가슴을 끌어안은 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빵빵하게 튀어나온 옆 가슴을 꾹꾹 눌러보니 따뜻하고 말랑거려서 언제까지나 만지고 싶었다.

5분 동안 콕콕 찌르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헛..! 이런 요망한 가슴같으니.”

“웅..?”

아멜리아는 두 눈을 깜박거리며 시우를 보고 있었다.

“히이.. 시우다. 안아줘어..”

“빨리 일어나. 오늘 보상 받으러 가야 되는 거 잊었어?”

“히잉.. 빨리이..! 기분 조은 거..”

“나 참.”

겨드랑이 사이에 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웠다. 그 상태로 일분이 넘도록 꽉 안아준 다음에야 아쉬운 듯 떨어지는 그녀였다.

입술을 삐쭉이는 그녀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세수까지 시켰다.

‘몸만 크지 완전 애구만.’

도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한 것인지 의문일 정도였다.

*

아카데미 학장실.

인공 균열 사태를 해결한 보상을 받기 위해 이곳에 왔다.

헬레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멜리아가 시우의 옷깃을 꽉 부여잡은 채 그녀를 보며 웃고있었다. 묘하게 거슬리는 표정이었다.

둘 사이의 거리감이 전보다 가까워 보였다. 불만스레 그것을 보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학장. 아이엘라.

나이불명의 초인.

몇백살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대생처럼 보였다. 육체를 가득채운 마력이 범람하여 환골탈태했기 때문이었다.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한 것은 당연하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다.

그녀는 뽀송뽀송한 하얀 털 뭉치를 어깨에 두르고 바닥까지 내려오는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시우는 그녀를 보고 할말을 잃었다.

아이엘라의 가슴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깨를 당당하게 펴서 안 그래도 큰 가슴이 터질 듯 튀어나와 있었다.

‘날도 더운데 코트라니···.’

저정도 강자라면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겠지만 한여름에 털코트를 입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괴상한 복장이지만 은근히 어울렸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고수의 풍모덕이었다.

그녀가 상장으로 보이는 것을 들고선 대충 훑었다.

“흠··· 위 생도는 비상 사태에 훌륭한 대응을 했기 때문에 이를 치하한다.”

뭔가 엄청나게 생략된 것 같은 축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음조각상처럼 서 있던 비서의 표정이 아주 살짝 움찔거렸다.

“자네들이 이해 좀 하게. 사상자가 나왔는데 요란하게 상을 줄 수는 없지 않나?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대충 생략했네. 괜찮지?”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딱히 허례허식을 중요시 하진 않았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학장이 흐뭇하게 웃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하! 아주 마음에 드는 생도구만. 당연히 물질적인 보상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학장이 그들을 보더니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자 골라보게. 최대 4등급 영약과 아티팩트. 둘 중 무엇이 좋겠는가? 영약을 선택한다면 내가 직접 적당한 것으로 골라주지.”

‘4등급이면 나한테 딱 필요한 거네.’

마력코어를 제외하면 이 몸은 4성, 이류에서 일류 사이였다. 감도 잡히지 않는 절정경지를 위해서 영약의 도움이 필요했다.

“참고로 영약을 고를 거면 곧 들어갈 수련성지에서 복용하는 걸 추천하겠네. 자네들의 점수는 조금 낮지만, 테러를 해결했는데 그까짓 점수는 의미가 없지. 내 권한으로 성지에 들어가게 해주겠네.”

‘오. 수련성지라면 마력 농도가 거의 5배는 넘는다는 그곳인가?’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수련을 하기 최적의 장소라는 것은 분명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아카데미의 보물 중 하나였다.

‘아티팩트도 궁금한데..’

뭐든 간에 영약과 비슷한 가치가 있는 보상일 테니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는데 학장 뒤에 안드로이드처럼 무표정하게 서있던 비서가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장님. 20분 뒤에 다음 스케쥴이 있습니다.”

“아, 그랬지. 시간이 없어서 아쉽구만. 하하! 둘 다 줄 거니까 너무 고민 안 해도 되네.”

이제 보니 학장의 웃음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적합한 영약을 골라야하니 손목을 주게나. 몸을 살피는 게 꺼려지면 그냥 아무거나 주겠네.”

헬레나가 가장 먼저 나섰다.

“학장님 저는 광성단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광성단은 일시적으로 신체의 모든 마력을 광 속성으로 변환시키는 단약이었다.

“안 될 것없지. 자네는?”

아멜리아가 쭈뼛거리면서 망설였으나 결국 손목을 내밀었다. 학장은 그녀를 조금 안쓰럽게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보다 허약해진 몸이 먼저다. 보혈단으로 체력부터 보하거라.”

“네.”

마지막 차례는 시우였다. 손목을 잡히자 마자 순수한 마력이 그의 몸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엄청나네.’

막을 틈도 없었다. 저항할 새도 없이 그녀의 기운이 온몸을 타고 휘돌았다. 타인의 몸을 자기 몸처럼 다루는 것이 엄청난 고수였다.

“호오..! 꽤 신기한 기운이군.”

잠시 동안 혼원기를 관찰하던 학장이 눈을 떴다. 머릿속으로 웅웅대는 소리가 울렸다.

-온갖 속성이 섞였으나 불의 기운이 유독 크구나. 음의 기운이 충만한 영약을 통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온전히 흡수한다면 더 강해질 것이다. 어떠냐 먹어볼 테냐?

전음과는 조금 다른 텔레파시였다.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다음 경지로 향하는 길이 궁금했다.

“좋다. 월광초를 주거라. 그리고··· 이 생도가 F급이라고?”

“예, 학장님.”

비서의 대답에 학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종일관 장난기를 머금던 그녀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흠... 어디.”

그녀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혹시나 등급이 재배정될까 기대하다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야?’

뒷 덜미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인지보다 육체가 먼저 반응했다. 학장은 가만히 서있었으나 그녀에게서 본능적인 위기감이 느껴졌다.

‘..시험한 건가?’

학장이 만족스레 웃더니 비서에게 물었다.

“호오.. 이런 생도가 F급이라니.. 신경 못 쓴 사이에 아카데미가 아주 엉망이 됐군... 입학시험 담당이 누구였나?”

“박상훈 교수입니다.”

얼마 전에 테러의 주범으로 잡힌 박교수였다.

“후우··· 최시우 생도 미안하구나. 이 생도는 A급으로 재배정하게. 아무리 봐도 F급은 아니군.”

학장의 파격적인 지시에 비서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체로봇 같던 그녀의 표정이 조금 깨졌다. 하지만 곧 무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예 학장님.”

살짝 기대했는데 진짜 등급이 재배정되다니. 드디어 그 닭장같은 기숙사에서 탈출이었다.

그들을 기특하다는 듯이 보던 학장이 말했다.

“그럼 아티팩트와 영약은 비서한테 받게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훌륭했네. 빠르게 이상을 파악하고 해결하다니···.”

아이엘라의 치하를 마지막으로 비서를 따라갔다. 그녀는 그들에게 영약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학장님께서 말씀하신 영약입니다. 확인하시지요.”

그는 월광초를 받았는데 이는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달의 기운을 받아야 자랄 수 있다는 영초였다.

뼈까지 시릴 듯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는 꽃이었다. 새하얀 잎사귀가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영약은 수련성지에서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럼 아티팩트를 고르러 가시지요.”

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무적인 태도였다. 귀족가에서 엄한 교육을 받은 집사같은 분위기.

“따라오십시오.”

또각 또각

그녀가 앞장서서 아카데미의 보물창고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이힐과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매끈한 다리가 유혹적이었다.

단정한 걸음걸이였지만 여성 특유의 골반 때문에 엉덩이가 조금씩 흔들렸다.

시우는 저런 여자도 침대에선 신음을 흘릴까 조금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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