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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72화 (72/241)

Chapter 72 - 72화 - 아카데미(23)

72화 - 아카데미(23)

학장의 비서가 아카데미의 보물창고를 열었다. 이제 아티팩트를 받을 차례였다.

“각자 하나씩 고르시면 됩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선반에 수백개의 아티팩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아카데미가 계속해서 모아온 보물들. 일부는 기부받기도하고 재능있는 생도들이 제작한 수제품도 많았다.

꾸준히 생도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귀한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용한 것들이 남아 있었다.

“오..”

시우는 망설임 없이 한 곳으로 걸어가는 헬레나를 살폈다.

그녀가 고른 것은 푸른 보석이 박혀 있는 귀걸이였다. 설명을 읽어보니 정신 저항력을 올려주는 아티팩트였다.

‘하긴, 회귀자한텐 정신이 가장 중요하지.’

그것을 부러운 얼굴로 보고있는 아멜리아에게 비서가 말했다.

“아멜리아 생도님. 학장님께서 추천하신 아티팩트가 있는데 보시겠습니까?”

“어.. 네.”

그녀는 아멜리아에게 보랏빛 보석이 반짝이는 목걸이를 추천했다.

설명을 읽어보니 액막이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였다. 사용자에게 가해지는 저주를 흡수하고 정화하는 부적.

아멜리아가 집어 든 목걸이로 저주 기운이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다.

‘저 정도면 일주일은 가려나.’

용량을 살피니 대략 일주일 정도 분량의 저주를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주를 정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흡수한 기간과 동일하다고 적혀있었다.

쉽게 생각하면 이틀에 하루는 편히 잠들게 해주는 아티팩트였다.

그녀의 저주가 강해질수록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비상용으론 훌륭했다.

아멜리아도 마음에 들었는지 목걸이를 소중히 안아 들었다.

둘 모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다가 눈을 돌렸다.

쓸 만한 것들을 고민하는데 헬레나가 팔찌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건 어때요? 무게경감이 99%라 엄청 편할거에요.”

[아공간 팔찌]

작은 방 하나 크기의 아공간이 부여된 팔찌였다. 하지만 인벤토리가 있는 그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좋긴 한데... 다른 거 없나?”

그녀가 추천한 다음 물건은 무언가 깨진 조각이 박혀 있는 반지였다.

“여의주 조각으로 만든 반지인데 모든 스탯을 올려 줘요.”

[조각난 여의 반지]

- 체력 회복속도 증가.

- 속성 내성 증가.

- 모든 스탯이 5 상승한다. (최대 59까지 적용.)

시험 삼아 손가락에 끼워보니 스탯 증가가 생각보다 유용했다. 스탯 60이면 6성, 절정고수급이다. 그 직전까지 유용한 반지였다.

하지만 경지를 회복하면서 이미 일류급이 된 그에겐 애매했다.

‘스탯이면··· 다른 세상에선 적용 안 될 것 같은데?’

상태창과 연동된 장비가 태반이라 그가 사용하긴 애매했다. 그는 다른 세상에서도 변함없이 쓸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헬레나의 추천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시스템적인 보정보다 장비 자체에 깃든 힘이 유용한 아티팩트.

[실프의 반지]

-하루 1회 점멸 사용 가능.

-하루 5회 바람장막 사용 가능.

-위급 시 바람장막 자동 발동.

점멸이라면 시야가 닿는 곳으로 순간 이동하는 마법이었다. 예전에 [상점]에서 1,000 카르마에 팔던 것을 본 기억도 있었다.

‘음··· 상점에서 스킬까지 사면 연속 두 번도 되겠네.’

기습이나 회심의 한수로 유용해 보였다. 예기치 못한 공격을 대비한 바람장막도 쓸 만해 보였다.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을 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전 이거로 하겠습니다.”

***

“이틀 뒤에 수련성지에 입장할 테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비서의 말을 마지막으로 균열 사태를 해결한 보상이 끝났다. 남은 것은 이틀 뒤에 수련성지에 가서 영약을 먹는 것이었다.

시우는 뒤따라오는 아멜리아와 헬레나를 보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 애매한 시간이었다. 이대로 헤어지기도 아쉬웠다.

“같이 밥이나 먹을래?”

헬레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쉽지만 저는 곧 약속이 있어서 안 되겠네요. 죄송해요.”

“아냐, 다음에 같이 먹으면 되지. 아멜리아는?”

아멜리아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아지 꼬리처럼 쉴 새 없이 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나는 좋아!”

그녀는 헬레나가 떠나자 마자 안겨들었다. 남들이 있을 때는 부끄러운지 조금 덜했지만 둘만 있으면 애정공세를 해 왔다.

팔짱을 끼며 온몸을 밀착해 왔다. 말랑거리는 가슴이 환상적인 감촉을 선사했다.

“히히..! 빨리 가자.”

“그래.”

아멜리아와 식당으로 향했다.

아카데미 식당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맛의 수준은 뛰어났다. 어지간한 곳에서 외식하는 것보다 여기서 먹는 게 더 나았다.

‘이제 여기도 곧 공짜네.’

비서가 행정 처리를 한 후부턴 그도 A등급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식사가 무료고 숙소도 넓어질 것이다.

“사람이 거의 없네?”

“웅.. 그러게?”

전체 휴강이고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지 식당이 텅텅 비어있었다.

“포장해서 공원에서 먹을까?”

“소풍? 좋아!’

10분 거리에 있는 공원이라지만 소풍이라면 소풍이었다.

아멜리아는 신중한 눈으로 메뉴판을 살피더니 아쿠아 돈가스를 골랐다.

A등급인 그녀는 5만원이 넘는 튀김정식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C급짜리 아쿠아 돈가스를 선택했다.

“아쿠아 돈가스? 이거 맛있어?”

“응. 새콤해서 좋아.”

아멜리아는 아무래도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잠에서 깨는 맛이라 그런가..?'

돈가스가 새콤하다니 살짝 꺼려지면서 동시에 호기심도 들었다.

아멜리아가 무언가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니 속는 셈 치고 골라봤다.

식당에서 포장하는 것을 살짝 지켜봤는데 새콤한 레몬향이 산뜻하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기분이 좋은지 흥흥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아멜리아와 함께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따사로운 햇볕에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사람이 거의 없네?”

“웅.. 그러게..? 밖에서 자기 딱 좋은 날씬데..”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포장지를 풀었다.

“오..?”

보기만 해도 싱싱한 것이 느껴지는 채소들과 황금빛깔로 잘 튀겨진 돈가스가 소스 위에 얹어져 있었다.

“어떻게 먹는 거야?”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더니 열심히 손짓하며 설명했다. 그 몸짓에 따라 가슴이 출렁거렸다.

“야채하고 돈가스랑 같이 집어서.. 소스에 찍어먹어도 되고.. 우웅.. 섞어먹어도 돼.”

“하하.. 그래?”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작게 웃음이 나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찍어 먹기로 했다. 잘게 채썰린 양상추와 튀김을 집어서 갈색빛이 맴도는 소스에 찍었다.

기대감에 가득 차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아멜리아를 뒤로하고 입에 집어넣었다.

“오.. 괜찮은데?”

“그지? 맛있지?”

“어, 양상추? 이거랑 돈가스랑 잘어울리네. 맛있어.”

산뜻한 돈가스라니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느끼한 기름기 대신 새콤한 레몬 맛이 느껴지고 바삭한 튀김과 야채가 어우러지는 맛.

‘생각해 보니까 돈가스 소스가 원래 새콤달콤하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와구와구 밥을 먹는 아멜리아를 보다 보니 어느새 음식을 전부 해치웠다.

“쓰레기는 내가 버리고 올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응? 같이 가.”

“아니야. 금방올게.”

귀찮아서 가는 도중에 인벤토리에 넣을 생각이었다. 따라오려는 아멜리아를 말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당히 걸어간 다음 쓰레기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나중에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되돌아갔는데 그녀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왔어···?”

“아멜리아 졸려?”

“으웅.. 밥 먹었더니 졸리네···”

고개를 꾸벅거리던 그녀가 점점 자세를 잡았다. 무릎을 올리고 끌어안더니 가슴을 그 위에 얹었다. 그러곤 헤죽거리며 웃더니 머리를 기댔다.

귀여운 생명체가 잠자리를 만들고 기뻐하는 것 같았다.

“조금마안... 어디 가면.. 안 돼..”

보는 맛이 있어서 지켜봤더니 정말 자버렸다. 웅얼거리던 그녀의 입이 완전히 멈췄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작게 울려 퍼졌다. 공원 한복판에서 집이라도 되는 듯 잠들어 버렸다.

‘허참.’

먹자마자 잠들다니. 거대한 가슴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이것 같았다.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어서 깨우기도 뭐 했다.

‘수련이나 할까.’

잠들어 버린 그녀를 놔두고 눈을 감았다. 얼마 뒤면 수련성지로 들어갈 테니 그전에 다음 경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제 검기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절정지경은 감이 안 잡혔다. 마치 망망대해를 떠도는 느낌이었다.

강해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명확하진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어서 약간 답답했다.

‘음···.’

주변을 확인했으나 자고 있는 아멜리아를 제외하면 지나다니는 사람 한 명 없이 한적했다.

이번에 받은 실프의 반지를 검지 손가락에 꼈다. 작은 연못너머를 노려보며 점멸을 쓰고자 마음먹었다.

번쩍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연못 너머로 순간이동 됐다. 건너편에 아멜리아가 자고있는 것이 보였다.

‘좋은데?’

점멸을 활용한 여러 공격법을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장막도 사용해 봤는데 한소영의 배리어와 비슷했다.

발판으로 쓸 수 있어서 순간적으로 허공을 걸을 수도 있었다.

만족스러운 느낌이었다. 이어서 인벤토리에 보관된 검을 한 자루 뽑아 들었다.

손잡이의 차가운 온도가 마음을 안정시켰다.

‘후우..’

역시 주먹도 때리는 맛이 있지만 검이 더 익숙했다.

쉬익 쉬익

허공에 십자를 그었다. 단순한 가로베기와 세로베기.

‘흠···’

검을 휘두르며 상념에 잠겼다.

절정의 경지.

검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을 넘어 길이를 늘이거나 심지어 날릴 수도 있는 경지였다.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적을 벨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검기는 집중인데 그걸 늘려? 그게 말이 되나?’

한참 동안 허공을 베었지만 답답한 마음만 커져갔다.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어···! 검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휘익

반사적으로 돌아보며 경계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뒷짐을 쥐고 서 있었다.

“내가 좀 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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