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8 - 78화 - 클랜
78화 - 클랜
오랜만에 현대로 온만큼 할 일을 정리해봤다. 이번 주 내내 클랜원 면접이 잡혀 있었다.
당분간 클랜을 키우고 안정화 시키는데 주력하면 될 것 같았다.
‘이건 됐고.’
카르마를 쓰기 전에 [31지구]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음... 아카데미라고 하자.’
잠시 고민하다가 떠오르는 대로 이름을 정했다. 아카데미생인 만큼 [아카데미]가 가장 직관적이었다.
[아카데미] 지구에서 얻은 카르마를 확인했다.
- 보유 카르마 : 4,727
‘오···! 엄청 많잖아.’
사천이 넘게 모인 카르마를 보니 감탄이 나왔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모였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카르마를 얻은 것인지 궁금했다.
‘헬레나 덕분이네.’
역시 그녀는 회귀자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거의 확정이었다.
그녀와 섹스한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많은 카르마를 얻었다. 거의 절반 가까이의 카르마는 그녀 덕에 얻었다.
헬레나와 얽힌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남은 절반은 아멜리아와 강현아, 그리고 강수호에게서 얻었다.
‘강수호 괴롭히는 게 카르마를 제법 많이주네?’
카르마 획득 내역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약도 나름 구하기 쉽고 카르마까지 많이주는 달달한 세상.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 헬레나가 회귀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 그런 터무니없는 힘을 가졌는데도 여유가 없어 보였다.
‘세상이라도 망하는 건가.’
생각보다 위험한 세상일지도 몰랐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쇼핑할 차례였다.
‘상점 입장.’
쿠궁.
오랜만에 보는 공간의 팽창.
그의 침실이 끝없이 늘어나며 무한한 우주로 변했다. 반짝이는 물건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사방을 빛내고 있었다.
띠링!
[특가 상품이 초기화 되었습니다.]
- 해당 상품의 할인률은 최소 10%에서 최대 95%입니다.
‘응?’
그가 상점에서 처음으로 산 스킬도 특가상품이었다.
[정신 보호]가 원래 얼마짜리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엄청나게 유용한 스킬을 싸게 샀던 기억이 떠올랐다.
‘운 좋게 못 봤으면 특가상품이 있는 줄도 몰랐겠지.’
말 그대로 상점은 무한한 우주였다. 숨겨진 기능이 더 있을지도 몰랐다.
‘나중에 틈날 때 뒤져 봐야겠다. 일단 특가상품.’
[특가상품 리스트]
- 무작위 종족 변환권 : 10만 카르마
- 스킬 [약점파악] : 2,000 카르마
‘종족 변환권?’
약점파악은 보자마자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종족 변환권을 먼저 확인했다.
[무작위 종족 변환권] : [특별가격]10만 카르마
- 무작위로 종족이 변화한다.
- 사용한 전생체에만 적용된다.
※ 주의 : 변화된 종족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설마 촉수 괴물 같은 거로 변할 수도 있는 건가? 재수 없으면 개미가 될지도.’
어차피 살 카르마도 없었지만 신기하긴 했다.
[종족 변환권(인간)] : 100만 카르마
[종족 변환권(엘프)] : 1,000만 카르마
찾아보니 이런 것도 있었다. 말 그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 중 하나로 변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당장 쓸모는 없었다. 약점파악으로 눈을 돌렸다. 이름만 봐도 좋아 보이는 스킬. 게다가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약점파악] : [특별가격] 2,000 카르마
- 대상의 약점을 파악한다.
- 대상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양질의 약점을 알 수 있다.
- 모든 전생체에서 사용 가능하다.
대충 생각했던 대로의 스킬이었다. 바로 구매했다.
‘이건 조금 있다가 실험해 보고··· 남은 건 2,700 카르마 쯤인가.’
[중급 마력코어]를 하나 샀다. 앞으로 8개를 더 사면 상급 마력코어가 되는 스킬. 한 번 샀을 때 마력이 얼마나 오르는지 알아야 했다.
‘5년 조금 넘게 늘었네.’
상급 마력코어가 될 때쯤 무림에서 말하는 일갑자의 내공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이제 보니 1만 카르마 정도는 써야 절정급에서 통할 것 같았다.
‘상급이 대략 1만 카르마.’
1만 카르마짜리 검기를 날리는 스킬이 있는 것을 보니 얼추 맞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중급 무골]을 산 다음 상점에서 나왔다.
[중급 무골] : 무술을 익히고 사용하는데 도움을 준다. 모든 전생체에 적용된다.
무공을 익히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인 만큼 사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스킬이 적용됐다. 오감이 날카로워지고 내공으로 몸이 강화되는 효율이 늘었다.
우웅.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검기를 늘려봤다. 아카데미 세상보다 마력이 부족한데도 성공했다.
‘좋네. 더 수월해졌어.’
남은 것은 [약점파악]. 이 스킬을 사용해 보려면 대상이 필요했다.
그가 사는 클랜하우스 옆집으로 향했다. 클랜원인 이다혜, 이다솜 자매가 사는 집이었다.
띵동!
순간 강수호가 눌렀던 초인종 소리가 떠올랐다. 녀석이 어디까지 눈치챘을지 궁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다솜이가 교복을 입은 채로 토스트를 입에 물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그녀가 학교갈 시간이었다.
“오빠.. 아니 클랜장님이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언니보러 오신 거에요?”
“아, 응. 그리고 클랜장말고 편하게 불러도 되는데?”
“아니에요. 곧 새로운 클랜원들도 올 텐데.. 더 깍듯하게 할게요. 들어 오실래요?”
다른 세상에서 막 와서 이른 아침인 것을 깜박했다.
“그래. 아침부터 미안하다.”
“괜찮아요.”
띠릭
집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정리된 풍경이 보였다. 30평이 넘는 널찍한 집. 둘이서 살기 충분한 공간이었다.
한참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이다혜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다솜아 누구야?”
“클랜장님.”
“흐엑..?”
다솜이는 부산스럽게 책가방을 집어 들었다.
“저는 학교가야돼서 이만 갈게요. 언니 아침 차려놨으니까 꼭 먹어!”
“아, 으응...”
당황한 이다혜가 자리에서 허둥지둥 일어났다. 그녀의 모니터에는 그에 대한 기사가 켜져 있었다.
이다혜가 입을 열고 닫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으..! 이, 이건.. 그, 그러니까.”
“뭘 그리 놀래. 클랜장 나온 뉴스 좀 찾아볼 수도 있지. 뭐라고 적혀 있어?”
“네, 네.. 차, 차세대 루키라고 막.. 칭찬 가득.”
[구원클랜의 최시우를 말하다.]
전반적인 내용 자체가 호의적이었다.
F급으로 각성했으나 엄청난 노력으로 C등급까지 성장했다고 적혀 있는 기사. 아무리 봐도 장예화의 회사에서 돈을 준 홍보성 기사였다.
역시나. 사진 속 그가 착용한 모든 장비는 SH스미스에서 제공한 장비들. 저번에 균열에서 촬영할 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기사를 대충 훑어 봤다.
‘흠.. 최시우 헌터는 고된 짐꾼 생활 끝에 각성하여···. 없는 말은 아니네.’
스크롤을 내려서 댓글을 살폈다.
- 시발 개 부럽네. 나는 언제 각성하나
ㄴ ㅋㅋㅋ 나 지금 짐꾼 3개월차인데 뒤지겠다. 그냥 그만둘까.
ㄴ 그것도 못 버티면 그만둬야지.
ㄴ ㅅㅂ 말 조까치 하네.
짐꾼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헌터들의 개 같은 갑질만 아니었어도 할 만 했을 텐데.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더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 ㅋㅋ 노력은 지랄. 버스나 존나 받았겠지. 버스충 아웃.
악플이 하나 있었다. 별 신경 쓰지 않고 내리려는데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다.
‘응?’
뒤돌아보니 이다혜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귀에 내공을 집중했다. 들어 보니 악플 단 녀석의 아이디를 외우고 있었다.
“뭐 해?”
“아.. 아니에요. 자, 잠시..”
“너 일반인 때리고 그러면 안 된다?”
“네.. 아, 때리진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대답이 영 이상했으나 여기까지만 했다. 그녀도 성인이고 생각이 있는 만큼 감당할 수 없는 사고는 치지 않으리라 믿었다.
이곳에 온 이유가 있었는데 기사에 정신이 팔려 버렸다.
‘약점파악.’
이다혜를 지그시 쳐다 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모니터를 노려보던 모습과 딴판이었다. 순진한 처녀처럼 손가락을 꼬물거리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자꾸만 피했다.
“오, 오늘은 제, 제 차례 아닌데..”
평소에 한소영과 번갈아 가며 안아주는데 오늘은 그녀 차례가 아니긴 했다.
그녀의 자세에 따라 약점이 변해 갔다.
미간, 심장 등 인간이라면 당연한 약점을 넘어 그녀의 자세에서 반응하기 힘든 빈틈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빛은 아무래도 급소를 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분홍색으로 빛나는 곳도 있었다.
부위가 요상했다. 몽실거리는 가슴 중앙부분과 자궁이 있는 하복부, 그리고 아랫도리에 유난히 분홍빛이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귓불도 분홍색이었다.
‘설마..’
그녀의 귓불을 만지작거려 봤다.
“흐읏..! 오, 오빠아..”
“오..?”
이 반응은 다혜가 쾌감을 느낄 때의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분홍빛은 성감대인 것 같았다.
‘엄청 좋잖아.’
그런데 조금 아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일일이 만져가며 파악하는 맛도 있으니까.
‘음.. 필요할 때 잘 쓰면 되지 뭐.’
그래도 얻은 스킬이 어떤 느낌인진 알아야 했다.
다혜의 손목을 끌어 당기며 침실로 향했다.
***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약점파악에 대해 알아냈다.
성감대도 분위기나 자세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발정함에 따라 성감대가 생기기도 했다.
다혜가 몇 번이고 절정한 뒤에는 거의 온몸이 분홍색으로 반짝였다.
‘효과 좋은데?’
허벅지 안쪽이나 아랫배처럼 유달리 짙은 부위를 애무했더니 그녀가 분수를 뿜어냈다.
“하아악♥!!”
생각보다 유용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무공의 경지가 오르면서 혼원기공의 효과도 늘었다. 그와 관계하는 여자들을 더 빠르게 성장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C등급까지는 금방 되겠네.’
“헤윽..”
기절해 버린 다혜의 몸을 닦아줬다. 침대에 눕혀주고 집을 나섰다.
면접까지 남은 시간이 애매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의 빌딩에 새로 입점한 카페에 가볼 생각이었다.
딸랑!
“으엑..! 뭐, 뭐가 이렇게 비싸요!”
문을 열자마자 정장 차림의 여자가 경악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낯이 익었다. 오늘 면접보러 오기로한 헌터였다. 그녀는 카드를 움켜쥐고 손끝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얼만데 저래?’
메뉴판을 훑어보고 어이가 없었다.
가장 싼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14,9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