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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79화 (79/241)

Chapter 79 - 79화 - 클랜(2)

79화 - 클랜(2)

한참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카페를 나갔다. 면접을 기다리긴 이곳이 가장 적합할 텐데 나가는 것을 보니 조금 의아했다.

‘헌터면 돈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 능력이 뭐였더라.’

지원자들의 사진을 주로 봐서 얼굴은 알고 있었었지만 각성 능력은 기억나지 않았다.

조금 있다 올라가서 확인하기로 하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허니카페입니다!”

인테리어만 보면 깔끔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였다. 돈 좀 썼는지 느낌부터 고급스러웠다.

테이블 갯수만 해도 수십 개나 됐다. 넓은 카페였으나 반의반도 차 있지 않았다.

있는 손님들이라고 해 봐야 몇몇 남자 손님 뿐. 하나같이 혼자와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없었다.

‘당연하지 더럽게 비싼데.’

솔직히 그의 건물에 있는 카페만 아니었어도 그냥 나갔을 것이다.

‘일단.. 맛이나 보자.’

“주문 도와드릴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풍만한 가슴을 가진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카페의 여주인이었다.

‘이 여자 보려고 모인 남자들 같은데 유부녀인건 알려나 몰라.’

계약을 진행한 다솜이에게 듣기로 신혼부부가 카페를 차렸다고 했다. 언뜻 보이는 왼쪽 약지손가락에 반지도 차고 있었다.

유부녀가 맞았다.

적당한 곳에 앉아 그녀를 훑어봤다. 카페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허벅지가 살짝 드러나는 제복이었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복장이었다. 노출은 거의 없었으나 타이트하게 조여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린 건가?’

남자들은 저 유니폼과 몸매 덕에 찾아온 것 같았다. 저들이 없었다면 진작에 망했을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나왔습니다~”

해맑은 표정의 유부녀가 하이톤으로 말했다. 목소리 자체는 듣기 좋았다.

“맛있게 드세요~”

자리에 앉아서 맛이나 보기로 했다. 고급 재료를 썼다고 적혀 있었다. 기가 막히게 맛있을 수도 있었다.

‘커피가 거기서 거기겠지만···.’

쪼옥

‘켁..!’

순간 뱉어버릴 뻔했다. 혀가 얼얼했다. 커피가 원래 쓴맛이 나는 게 정상이라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향도 거의 나지 않고 쓰기만해서 맛 없는 한약같은 느낌이었다. 얼핏 탄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럽을 왕창 넣으니 그나마 먹을 만 해졌지만 한 두입 먹다가 내려놨다.

‘조만간 망하겠군···. 장사 더럽게 못하네.’

보니까 앉아 있는 남자 손님들도 커피는 입에도 안 대고 있었다. 힐끔거리면서 유부녀 사장만 훔쳐보고 있었다.

그야 월세만 따박따박 받으면 상관없다지만 이 부부가 조만간 망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설마 월세까지 밀리진 않겠지...?’

***

클랜의 일은 대부분 부클랜장인 한소영이 맡아서 한다.

그녀가 서류를 뒤적이며 시우를 반겼다.

“왔어? 이거 좀 봐. 이번 주 지원자들 서류야.”

시우가 서류 한 장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당연히 다 봤지. 난 얘가 가장 예쁘던데?”

“···미치겠네. 너 여자 친구 뽑는 거 아니거든?”

사실 예쁜 건 훌륭한 재능이다. 그가 박아줄 생각이 들어야 빨리 강해질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특출난 미모일수록 좋았다.

특히 클랜원들이 많아질수록 아무나 박아줄 수도 없었다.

말 잘듣고 클랜에 기여한 게 많은 여자들 위주로 박아줄 생각이었다.

‘이달의 우수사원 같은 느낌. 딱 좋네.’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소영에게 말했다.

“아무튼 별문제 없으면 인턴으로 합격시키자. 그리고 너랑 다혜가 각각 파티 하나씩 맡아.”

“벌써..? 나랑 다혜는 각성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찮아. 내가 보기엔 충분해.”

그녀들은 그와 대련을 자주 해서 동급의 헌터들보다 강했다. 기본적인 실력은 충분했다.

지잉

한소영이 스마트폰을 보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지원자 한 명이 시간 좀 바꿔 달라는데? 저번에 말했던 최근에 빠르게 성장 중인 헌터.”

“언제로?”

“···지금. 건물 바로 앞에 도착했데.”

“이렇게 갑자기?”

“대놓고 말하더라. 부르는 곳이 많아서 시간이 없데. 여기가 중소 클랜중에 가장 조건이 좋아서 지원한 거래.”

어이가 없긴 했지만 일단 얼굴이나 보기로 했다.

*

다행히 예정돼 있던 면접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빠르게 진행하면 기존 면접자와 시간이 겹치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무례한 요구사항에 당찬 사람이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 안녕하세요···.”

수척한 여자가 힘없이 걸어 들어왔다.

평소 착용하던 장비인지 사용감있는 방어구를 입고 있었다. 피부가 거칠고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전체적으로 피로에 찌든 해커같은 이미지였다.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는데도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였다.

연신 사방을 살피며 손끝을 깨물기까지 했다.

“염동 능력자라고 하셨죠? 시연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네··· 그, 그, 자, 잠시만요..”

손을 잘게 떨던 그녀가 품속에서 무언가 꺼내 들었다.

‘뭐야.’

푸른 결정가루.

그것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지금까지 벌벌 떨며 불안해 하던 그녀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하아··· 시작할게요.”

우웅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온갖 무기들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칼이나 송곳들. 그것들이 빠르게 날아다니며 허공을 수놓았다.

딱 보기에 D등급 수준의 위력. 그런데 조금 걸리는 게 있었다.

“아까 입에 넣으신 그거.. 설마 블루 크리스탈인가요?”

“아, 네. 마력보조제인데 효과 좋더라구요.”

뉴스에서 한창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물건이었다. 특히···.

“마약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괜찮으세요?”

“어머. 몸에 나쁜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그런데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하시죠.”

“채용 공고에서 균열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이나 장비를 지원한다고 하던데 그럼 블루 크리스탈도 제공되는 건가요?”

‘허허..’

아무리 그래도 면접에서 마약으로 판명날지도 모를 약을 먹다니. 중독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

한소영이 방금 전 지원자의 이력서를 반으로 접었다.

“실력은 좋아 보이던데··· 아무리 봐도 마약 중독자 같아. 설마 받을 건 아니지?”

저런 사람은 꼭 주변인들까지 물들인다.

“당연히 아니지. 주변에 추천까지 할 기세던데.”

“으으.. 다음은 정상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흐르고 아까 카페에서 봤던 여자가 긴장된 모습으로 들어왔다.

짧은 정장 치마가 어색한지 자꾸만 내리려 하고 있었다.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가 하이힐을 만나 매끈한 곡선을 그렸다.

‘음.. 딱 봐도 막 각성했나보네.’

정장을 입고 온 것부터 초보 티가 났다. 긴장한 듯 바짝 굳어 있던 그녀가 힘차게 인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이연희입니다. 한 달 전에 F급으로 각성했습니다. 비, 비록 균열 경험은 없지만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소영이 서류를 읽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클랜장 한소영입니다.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돼요. 능력이 암석 소환 맞으신가요?”

“네, 네···.”

그녀의 목소리가 확 작아졌다. 아무래도 본인의 능력에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혹시 시연 가능하실까요? 아, 암석이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훈련실 가서 할까요?”

“아, 아닙니다. 여기서 하겠습니다···.”

입술을 깨물던 이연희가 허공에 암석을 만들었다.

주먹보다 작은 돌멩이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어..”

순간 면접장이 고요해졌다. 한소영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허공에 물질을 만들어낸 경이적인 능력이지만 아무리 봐도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뒤늦게 이연희가 다급하게 말했다.

“지, 짐꾼 역할도 괜찮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말없이 턱을 쓰다듬던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에서 돈이 부족해 보이던 모습이 이해갔다.

저런 능력이라면 균열을 다니긴 곤란했으니까.

외모도 뛰어나서 길바닥 짐꾼이라도 됐다간 험한 꼴을 당할게 뻔했다. 한소영이 괜히 얼굴을 가리고 다녔던 게 아니다.

‘음.. 뽑아주면 엄청 열심히 할 거 같은데.’

아카데미 세상에서 연금술 책을 가져다 주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야 돌멩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이력서를 보다가 질문했다.

“휴학 중이긴 해도 명문대 나오셨네요. 혹시 공부하는 거 좋아하세요?”

“아.. 네.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혹시 휴학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그게.. 가정형편 때문에···.”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직책이 떠올라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술사가 딱이었다.

“혹시 클랜에 대해 질문 있으신가요?”

시우의 호의적인 어투에 이연희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녀는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차마 입을 열진 못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요.”

“그으.. 수, 숙소제공이라고 적혀 있던데 정말인가요?”

“그럼요. 당장 이 건물 4층부터 5층까지 전부 숙소입니다.”

“아..!”

그 뒤로도 복지나 월급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던 이연희의 눈빛에 점점 간절함이 늘어갔다. 그의 클랜은 다른 곳에 비해 압도적으로 복지가 좋으니까.

SH스미스에서 장비협찬을 받고 빌딩도 그의 소유였다. 타 클랜에 비해 여유가 많았다.

“뽀, 뽑아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까지 90도 인사를 한 이연희가 면접실에서 나갔다.

한소영이 그녀가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으.. 돌멩이 소환은 좀 그렇지 않아? 전투에 쓸모가 없어 보이던데.”

“흠.. 비전투직은 어때? 연금술사 같은 거.”

“연금술..? 그건 대기업에서나 시도 하는 거 아냐?”

“내가 괜찮은 연금술 책을 얻었어. 생각보다 잘 될지도 몰라.”

“으음.. 그렇다면야··· 알았어.”

“그리고 지원자들은 큰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뽑자. 3개월 인턴 시켜보고 괜찮으면 정식 계약하는 거로.”

“알았어.”

다른 중소 클랜에서는 힘든 방식. 일단 들어온 클랜원들에게 장비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공짜로 장비를 협찬받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앞으로 한 주 동안 계속 면접이었다.

“내일은 누구지?”

한소영이 조금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네가 제일 예쁘다고 한 애.”

“아.. 걔?”

“조금 신기하긴 하더라. 거대 길드에서 스카웃하려 했다는데 왜 여기에 지원한 걸까?”

“거대길드? 하긴 더블능력자니까.”

유망주로 알려진 그녀가 지원한 이유를 고민하다가 농담 삼아 말했다.

“흠... 내 검술보고 반했나 보지.”

“으엑..?”

옛날에 그가 이런 소릴했다면 욕을 내뱉었을 텐데.

클랜에서 일하며 욕이 줄어든 것이 보였다.

‘아니.. 침대에서 주인님이라고 부르다 보니 점점 고분고분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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