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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85화 (85/241)

Chapter 85 - 85화 - 클랜(8)

85화 - 클랜(8)

한소영에게 들었다. 터지기 얼마 남지 않은 균열일수록 예약 취소같은 수작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미끼로 적당한 균열을 골라 예약했다.

차원침식이 일어나기까지 3일 남은 균열이었다.

이처럼 균열 브레이크가 임박한 곳은 현상금을 걸거나 지역을 맡은 길드에서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클리어 가능성이 낮은 파티는 입장을 거절한다. 그들을 믿고 기다리다가 균열이 터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수작을 부린다면 이런 균열이 딱 좋았다. 명분이 좋으니까.

‘3일짜리가 남아 있는 것부터 문제지만.’

어찌 보면 무능과 게으름의 증거였다. 해당 지역 균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니까.

부지런한 길드가 맡은 지역은 일주일 남은 균열도 거의 없다.

***

균열 다발지역.

역시 예상했던 대로 예약에 문제가 생겼다. 취소되진 않았다. 어이없게도 일행이 추가됐다.

떡두꺼비를 닮은 협회 직원이 거만하게 귀를 후벼댔다.

“하하. 미안, 미안합니다. 내가 실수했어요.”

“동반입장? 누구 마음대로요?”

“험험.. 클리어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둘보단 네 명이 더 확실하잖아. 내 입장도 이해 좀 해 줘. 네?”

그를 믿을 수 없으니 클리어 확률이 높은 사람과 함께 입장시키겠다는 거다. 어처구니가 없는 수작이었다. 보나 마나 뇌물을 처먹은 게 분명했다.

말로는 죄송하다 하면서 은근히 반말하는 것도 거슬렸다.

“당신은 얼마 전에 승급한 C급이고 옆에 아가씨는 겨우 D급이잖아. 둘이서 C급 던전? 아, 안 되지. 불안해서 못 믿어.”

게다가 그들의 등급과 경력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론 조사하면 다 나온다. 하지만 저처럼 뇌물이나 먹을 것 같은 직원이 성실하게 알아보진 않았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조금 찔러봤다.

“어이가 없네. 그럼 미리 연락이라도 해줬어야지?”

떡두꺼비의 얼굴이 굳었다. 은근히 반말하는 자식에게 존대해 줄 이유는 없었다.

“말이 좀 짧으시네?”

“왜? 너는 반말하면서 나는 반말하면 안 되나? 그래서 우리랑 들어갈 놈들이 누군데?”

녀석의 코가 씰룩거렸다. 이런 놈들 특징이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오히려 공손해진다.

과연 캥기는 게 있는지 갑자기 존댓말을 해 왔다.

“후우··· 조금만 기다리십쇼. 곧 올 겁니다.”

“어디서 구린내가 풀풀 나는데. 민원이라도 넣어야 하나.”

녀석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혀, 협회 직원하고 싸워서 좋을 거 없지 않습니까?”

“나도 귀찮으니까 그냥 말해. 어차피 당신도 그냥 부탁받고 이러는 거 아냐.”

녀석이 시선을 피하며 침을 삼켰다. 고민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증거였다.

결국 떡 두꺼비 녀석이 조용히 속삭였다.

“단성길드···. 커험! 그런 거 없습니다.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흠..”

역시 단성길드놈들이었다.

어차피 실질적인 증거는 필요없다. 명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더 강하단 사실이다.

녀석들을 어떻게 혼내줄지 고민했다.

단성 길드장의 이름은 황보광. 짙은 눈썹을 지닌 중년 남자였다.

특이사항은 별거 없었다. 그냥 평범한 B급 헌터였다. 평생 모은 돈으로 클랜을 결성. 그리고 길드까지 승급시킨 사람이었다.

‘공개적으로 두들겨 패줄까.’

절정, A급의 벽을 두드리고 있는 그에겐 한없이 쉬운 상대.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녀석을 혼내줄 방법은 많았다.

‘아니면 그놈 아내를···.’

그래도 돈 좀 있는 녀석이니 와이프도 예쁠 것이다. 약간 혹했지만 나이가 많을 것 같아 꺼려졌다.

‘균열에서 습격이라도 해 오면 딱인데.. 미친 게 아닌 이상 그러진 않겠지.’

가윤이의 아버지는 S급 헌터. 그녀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간 제 명에 못 살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미친놈이 아닌 이상 습격해 오진 않을 것이다.

*

두 명 남자가 도착했다. 눈썹이 짙은 것부터 이목구비가 빼닮았다. 누가 봐도 부자지간이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호탕하게 말했다.

“하하. 늦어서 미안합니다. 저는 단성길드장 황보광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후.. 전혀 반갑지 않네요. 갑자기 합류하면 어쩌란겁니까?”

순간 녀석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하지만 곧 미소 짓는 것이 참을성이 제법 있어 보였다.

“혹시나 차원침식이 일어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이 지역을 담당하는 저희도 이해 좀 해주시죠.”

황보광이 재수없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어차피 중소 클랜이면 이런 일은 일상 아닙니까? 뭐.. 앞으로 더 심해질지도 모를 일이죠.”

정확한 이유나 목적은 모르겠지만 하나는 명확했다. 그를 우습게 보고 적대하고 있다는 것.

녀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집어치웠다. 약해빠진 녀석의 계획은 의미가 없었다.

평범한 헌터였다면 이쯤에서 수그리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개를 조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알았으니까 먼저 들어가시죠.”

“..예? 당연히 같이 들어가야지 않습···. 어어?”

무어라 말하는 녀석을 무시하고 가윤이의 손목을 잡고 거리를 벌렸다.

“가윤아. 저놈들 어때?”

“..생긴게 맘에 안 들어요. 느끼하고 재수 없어요.”

아까부터 그녀를 몰래 훔쳐보며 침을 꼴깍이던 송충이 눈썹이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

녀석의 건방진 눈빛에 장난기가 돌았다.

“가윤아 여기 뭐 묻었다.”

“아..? 가, 감사합니다.”

가윤이의 귓불을 살짝 스치듯 만졌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두 눈을 부릅 떴다.

‘큭.. 그럴 줄 알았다.’

일부러 귀에 닿을 정도로 딱 붙어서 속삭였다.

“잠깐만.”

“흐으.. 스, 스승님 간지러워요. ”

과연 송충이 녀석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서가윤에게 바짝 다가가 시야를 가렸다. 놈이 보기엔 그녀가 품에 안겨든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어서 손목까지 붙잡았다.

“흐앗..? 스, 스승님..?”

“가윤이 특별 훈련 하고 싶다 그랬지?”

“네..? 다, 당연하죠.”

“그럼 체질에 대해 알아야 하거든. 몸 좀 살펴봐도 될까?”

“아.. 좋아요.”

그녀의 팔목을 통해 혼원기를 슬며시 집어넣었다. 은은하게 열감이 오를 정도만.

“어때?”

“하아.. 뭔가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에요.”

“민감해지는 게 느껴져?”

“네.. 하아.. 공기가 평소보다 뜨겁게 느껴져요.”

“감도가 생각보다 좋네. 가윤이 재능있는데?”

“저, 정말요? 기쁘네요.. 하아.. 왜, 왠지 더운 거 같은..”

그녀의 체온이 살짝 올라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 정도면 됐다. 나중에 제대로 알려줄게.”

“아.. 기대되네요.”

가윤이의 피부가 살짝 붉게 달아올랐다. 남들이 보면 오해하기 딱 좋을 정도로.

‘오해도 아니지만.’

그녀를 본 송충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손끝을 바들바들 떨면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뭐야 저놈까지?’

황보광 길드장도 아들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를 질투어린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부자가 쌍으로 미쳤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장난은 여기까지였다. 그녀에게 당부해둘 말이 있었다.

“딱 봐도 수상한데 들어가지 말까?”

“짜증 나긴 하지만.. 별일 있겠어요?”

솔직히 개수작 부릴게 분명한 균열에 들어갈 이유가 없긴했다. 하지만 세상의 밝은 면만 아는 서가윤에게 교육용으로 딱 적당할 것 같았다.

“균열에 들어가면 저놈들은 적이라 생각해.”

“네..? 아무리 그래도 같은 헌터인데요?”

혹시나 하고 말한 건데 정말 순진한 아가씨였다. 곱게 자라서 세상에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한테 걸렸지.’

그도 문제가 없진 않았다. 클랜 결성 목적부터 누구보다 불순했다. 그녀에게 뻔뻔하게 말했다.

“균열 안은 무법지대야. 같이 들어간 클랜원 아니면 절대 믿지마.”

“우움.. 알겠어요.”

그녀는 습관처럼 대답했지만 고개가 살짝 갸우뚱거렸다. 이번 기회에 직접 보고 느낄 필요가 있었다.

*

아직도 균열에 들어가지 않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부자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안 가고 뭐 합니까? 어차피 따로 다닐텐데.”

“하하!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들어가서.. 어허! 명철아 뭐 하는게냐.”

폭발할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송충이 눈썹을 아비가 막아섰다. 이 녀석은 조금만 더 자극하면 덤벼들 것 같았다.

“우리가 댁들을 어떻게 믿고 균열에서 같이 다녀. 개소리하지마시죠.”

“개, 개소리..?”

황보광은 길드장이 된 뒤로 정말 오랜만에 막말을 들었다. 게다가 이런 젊은 녀석에게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짜증이 치솟았지만 서가윤을 보고 겨우 진정했다. 부들거리는 아들의 팔목을 꽉 붙잡고 정신 차리게 했다.

“그러게나. 일단 들어가서 따로 다니면 되지 않겠나?”

“그럽시다.”

시우와 서가윤이 균열로 들어갔다.

황보광은 이를 악물었다.

남녀가 유별한데 다큰 성인 둘이 바짝 붙어서 균열에 들어갔다.

딸뻘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외모를 보니 음심이 돌았다.

그녀의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노골적으로 수작을 부렸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아들아 들어가자꾸나.”

“후우... 정말 건방진 놈입니다. 들어가서 혼 좀 내줘야겠습니다.”

“어허! 진정하거라. 절대 직접 건드려선 안 돼.”

“..알겠습니다.”

대답과 다르게 송충이 눈썹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했다. 앞서 균열에 들어가고 있는 아비는 보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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