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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96화 (96/241)

Chapter 96 - 96화 - 무협지구(7)

96화 - 무협지구(7)

시우는 서지유에게 바짝 붙었다. 안 그래도 좁은데 일부러 더 다가갔다.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밀착할 수 있었다.

“자, 잠깐..!”

“어허..! 조금 좁군. 실례하오.”

서지유가 인상을 한껏 찡그렸다. 손을 가슴팍에 모으며 들어온 탓에 그녀의 가슴을 손등으로 만질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그녀의 감촉을 즐겼다. 티 안 나게 살살 비비며 크기를 측정했다.

말랑거리는 살덩이의 움직임을 음미했다.

‘F··· 아니 G컵이다.’

조여진 탓에 모양을 감별하기 힘들었지만 해냈다. 물방울 모양의 예쁜가슴.

그녀의 옷차림은 엄청나게 얇았다. 조금만 어두운 곳으로 가도 보이지 않을 칠흑 같은 검은색.

마치 타이즈를 온몸에 뒤집어쓴 것 같았다. 얇은 복장탓에 환상적인 감촉이 그대로 전달 됐다.

‘이런 얇은 옷이라니. 괘씸하긴.’

브래지어 같은 것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얇은 천으로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혼내줄 보람이 있었다.

뭉클!

“으읏..! 그 손 좀 치워요!”

“자세가 어쩔 수 없소. 너무 좁군.”

자세를 바꾸려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그녀의 어투가 조금씩 사나워졌다. 이를 악물고 소리죽여 말했다.

“빨리 나갔다 들어오면 되잖아요!”

“어허..! 그러다가 누가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땐 소저와 나 둘 다 죽는 거요.”

“이럴 시간에 빨리 나가며헌.. 흐앗..?!”

손등에 나 있는 뼈로 유두 주변을 빙글 돌렸다. 꽤 민감한지 숨기지 못한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아아, 미안하오.”

사실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절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부여잡았다. 허리를 앞으로 조금씩 밀어 넣었다.

어느새 빳빳해진 그곳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짓눌렀다.

“읏..?!”

그녀의 두 눈이 커졌다. 이런 일에 면역이 없는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은근히 지속된 희롱에 더 이상 참지 못한 그녀가 폭발하려는 찰나.

콰앙!

가까운 곳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강도놈들. 아니 무림인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흐읍..!”

결국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팍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정말 늦었으니까.

시우는 당장에라도 허리를 흔들고 싶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은 너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

조금 전.

비고의 정직한 입구로 들어온 무림인들.

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마차도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 지하 아니었나? 엄청나게 넓군···.”

“과연. 무영신투의 비고답소.”

비고로 향하는 길은 단순했다. 일자로 쭉 이어진 동굴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됐다. 물론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앞을 가로막은 것은 수십 개의 함정이었다. 선두에 서 있던 무림인 하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여기도 함정같소.”

그들이 함정을 뚫는 방법은 단순했다. 무공을 이용해 무식하게 뚫는 것.

“이번엔 내가 하겠소.”

정파의 신진고수 한 명이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가 복도에 진입하자마자 사방에서 화살비가 쏟아졌다.

팅팅팅!

“하압..! 연환삽십이검!!”

팔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휘둘러졌다. 수십 개의 화살이 모조리 튕겨 나가며 화려한 불똥이 사방에 튀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비를 검 한 자루로 모조리 쳐 냈다.

“허억..! 허억..!”

그는 멋들어지게 검을 들고 서 있었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방금 그 초식으로 인해 내공 절반이 사라졌다. 어깨춤에 스친 화살덕에 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흠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처를 툭툭 털었다. 그리고 사파 무림인을 한 명 찍어서 말했다.

“다음은 그쪽이 선두에 서시오.”

“뭐..? 내가 왜?”

“그럼 우리만 계속 고생하라는 것이오? 그건 곤란하지.”

“쳇···! 귀찮게시리···.”

정파와 사파. 서로의 무력은 비슷했다. 상대방의 말에 대놓고 거부하긴 힘들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모용철이 눈을 빛냈다.

그의 기본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정파의 위신을 깎는 것이었다.

정파와 사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명분과 정의를 따지는 것이다. 의미 없어 보이는 그것이 정파의 가장 큰 힘이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그들을 응집시키고 숨어 있던 영웅들이 튀어나오게 하는 힘.

정의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모용철이 앞으로 나섰다.

“헹..! 뭐하러 그딴 걸 고민하는 것이오. 나 모용철이 해결하지.”

“···그대는 무공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

그의 투실투실한 몸을 보고 아무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단순 무식했지만 효과는 끝내줬다.

모용철이 멀뚱히 서 있던 낭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

“억..?”

떠밀려 넘어진 낭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바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늦었다.

쉬쉬식!

파파팍!

“끄아아악!”

낭인의 온몸에 구멍이 뚫렸다. 벽에서 쏟아진 화살 때문이었다.

“컥..!”

운 없게도 목까지 꿰뚫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본 사파 고수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크하..! 자네 아주 화끈하군!!”

모용세가는 정파다. 그런데도 하는 짓이 사파와 다를 것 없었다.

“귀찮게 내공을 소모할 것도 없지. 어떻소 내 방법이.”

“끝내주는구만. 역시 배운놈들은 다르다니까.”

히죽 웃은 모용철이 다음 낭인을 지목했다.

“네놈! 앞으로 나서라!”

“사, 살려주십시오! 저, 저는···”

“입 닥쳐! 죽고 싶은 거냐!”

무영신투의 비고로 향하는 길에 기관진식이 가득했다. 이대로라면 절반 이상의 낭인들이 죽을 것이다.

아연한 광경에 한 정파인이 소리쳤다.

“모용철! 이게 뭐 하는 짓이오!”

“낭인들이라고 하는 일이 없으면 안 되지. 이게 싫으면 그쪽이 계속 선두에 서던가.”

“이···!”

모용철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일행은 계속 전진했다.

“가라.”

“으으..”

삼류 낭인이 함정을 향해 제 발로 뛰어들었다. 등을 찌르고 있는 검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긴장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살이나 독침이 쏟아지는 함정이라고 해서 무한한 것은 아니다.

“허억! 허억!!”

“흐음.. 운이 좋구나. 가자.”

화살이 떨어진 탓에 기관 작동이 멈췄다.

모용철의 악랄한 지시. 하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사파측은 오히려 눈을 빛내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정파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살을 찌푸릴뿐 더 이상 말리진 않았다.

“사형..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어쩔 수 없다. 우리만 희생했다간 사파놈들 보다 내공이 부족해질 것이다. 놈들에게 우리 정파 무공을 빼앗길 순 없다.”

“그런..”

그들은 사파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대의로 무장했다.

***

모용철은 망나니처럼 사람들을 죽여댔다.

그의 명성을 넘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였지만 상관없었다. 정파에 대한 신뢰를 깎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심하면 모용세가만 사파 취급을 당할 테니 선을 잘 타야했다.

지금은 모용세가만 욕먹을 상황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동의한 정파들도 같은 죄인이었다.

과연 살아남은 낭인들의 눈빛에는 그들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다. 저들이 살아 나간다면 아주 재밌는 소문이 돌것이다.

한껏 고생한 그들 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여기가 마지막 같은데?”

“과연! 이렇게 큰 문이라니···.”

문의 높이만 해도 성인 남자 두세배는 됐다. 비고의 끝이 머지 않음이 느껴졌다.

모용철이 눈을 빛냈다.

무영신투에 대한 기록의 반의반만 진실이더라도 이곳엔 금은보화가 가득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눈 돌아갈 수밖에 없는 광경.

그때 무작정 뛰어들어 무인들의 탐욕을 자극할 속셈이었다. 한 명이 뛰어들기 시작하면 참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수라장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때를 노려 한 명씩 죽여대다 보면 피바다가 되는 건 당연했다. 그의 임무는 정파, 사파간 갈등의 씨앗을 만드는 것.

갈등을 키우는 것은 다른 이들이 할 것이다.

‘드디어.’

거대한 문. 이 너머에 보물이 쌓여 있을 것이다.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 모용철이 내공을 다스리며 달려갈 준비를 했다.

끼이익..!

거대한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가 숨죽이며 긴장했다. 기대감과 탐욕이 극에 달했다.

“여, 열린다..!”

“과연..!”

문이 열렸다. 막 뛰어들려던 모용철의 발걸음이 멈췄다. 예상과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텅 비어 있었다.

휘황찬란한 황금빛은 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기분 나쁜 침묵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지금껏 얌전히 뒤에 있던 명가 출신 무림인들이 앞으로 나섰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풍경. 그들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뭐야..!”

“빌어먹을!! 이게 끝이라고? 아무것도 없잖아!”

“사형! 여기에 뭔가 있습니다!”

그의 외침에 거의 모든 무림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바닥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이 넓은 동굴에 있는 유일한 것. 그다지 길지 않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사파의 젊은 고수가 이를 악물었다.

“이런 빌어먹을···!”

주먹을 꽉 쥐었다. 읽기만 해도 열이 뻗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시발..!!”

정파 출신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평소 점잖던 사형의 욕지거리에 그의 사제가 눈치 보며 다가왔다. 그는 키가 작아서 종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사형?”

사형은 말없이 비켜 주며 종이를 가리켰다. 그것을 읽은 사제는 뒤통수가 뻐근해졌다.

절로 솟아오르는 혈압에 뒷목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 진정한 보물은··· 여기까지 함께한 그대들의 우정이라네!

“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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