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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97화 (97/241)

Chapter 97 - 97화 - 무협지구(8)

97화 - 무협지구(8)

사람을 농락하는 것 같은 쪽지. 그것을 읽은 무림인들이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런 개 같은!!”

누군가 장난으로 남긴 종이는 열 받은 사파 고수에 의해 가루가 되었다.

모두가 분노에 가득 차 이를 악물고 있었다. 몇몇은 괴성까지 질러대고 있었다.

그때.

모용철은 오히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세례를 받은 이후로 진심으로 분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조용히 계획을 검토했다.

가장 좋은 것은 서로 싸우고 죽여서 일부만 살아 나가는 것. 그리고 이곳에 금은보화가 산처럼 쌓여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이다.

개미지옥처럼 수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면 가장 좋았다.

‘아쉽군.’

이곳까지 도달하며 수많은 낭인들이 희생됐다. 그가 주도했다는 것은 상관없었다. 알게 모르게 방관한 정파 무림인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이라고 무고할 순 없다.

낭인들을 고기 방패 삼은 것은 정파의 명분을 약하게 할 씨앗이었다.

이어서 사파와 정파 후기지수들이 서로를 죽여대면 남은 것은 정사 대전.

전쟁뿐이었다.

이곳에서 벌어진 작은 갈등을 키우는 것은 다른 자가 이어서 할 테니까.

하지만 계획은 반만 성공했다.

이대로 끝났다간 흐지부지 끝나버릴 것이다. 차라리···.

“그래···. 어쩔 수 없지.”

보물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선 안 된다. 이곳은 개미지옥이 되어야 했다. 온갖 무림인들이 모여 서로를 죽여댈 장소.

모용철은 품속 깊숙한 곳에 감춰둔 붉은 구슬을 꺼내 들었다.

이것을 깨부수는 순간 자신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던가 몰살당한 무림인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망설임은 짧았다.

콰직!

붉은 구슬이 가루가 되었다. 동시에 허공에 실금이 생겼다. 거미줄보다 얇은 정말 미세한 실금.

쩌저적.

균열의 시작이었다.

“쿨럭..!”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용철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대로 뒀다간 심장이 터져 나갈 것이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곧바로 반응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서른이 되지 않아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던 호위무사. 젊은나이에 일류까지 오른 재능 넘치는 무사였다.

이십 대의 나이에 일류. 재능은 충분했다. 그는 뒤늦게 무공에 입문하고도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차기 대주로 키울 생각이었는데 조금 아까웠다. 아직 젊은 그는 지금 호위대주와 다르게 설득할 여지가 많았으니까.

“커억..”

내장조각이 튀어나왔다.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공자님!”

호위무사가 주변을 경계하며 빠르게 다가왔다. 충성스러운 호위 그 자체였다.

그는 모용철을 막아서며 사방을 경계했다. 독침이라도 날아온 것은 아닌지 주변을 빠르게 훑어봤다.

퍼억!

그런 그의 심장에 검이 튀어나왔다.

“꺼으..?”

뒤에는 호위대상뿐. 그렇다면 범인은 명확했다.

호위무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자신의 심장을 찌른 도련님 뿐이었다.

모용철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켰다. 제물은 이루어졌다.

“후우···.”

“아니..? 자네 미쳤나?”

함정을 돌파하면서 그와 친해진 사파 무인이 본능적으로 물러났다. 자기 수하를 죽이다니···.

어지간히 악독한 놈도 제 수하는 아낀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모용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체와 대화할 필요는 없었다. 허공에 나 있는 실금만 노려봤다.

쩌저적!

미세한 실금이던 허공의 균열이 점점 커져갔다.

무언가 소중한 것이 깨져나가는 것 같았다.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낄만한 소리였다.

숨겨진 공간이 없나 동굴을 검사하던 무림인들의 시선이 모조리 쏠렸다.

“윽..!”

“저게 대체 뭐야?!”

균열에서 기분 나쁜 공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그때.

콰아앙!!

허공에서 거대한 팔이 튀어나와 사파 무인을 내리찍었다. 주먹만 해도 어지간한 성인 남성보다 컸다.

그는 반응도 못하고 즉사했다.

후웅.

등장과 동시에 사람을 고기 조각으로 만든 그것이 옆으로 휘둘러졌다.

그 궤적에 있는 무인 한 명이 반응했다. 아까 전 화살 비를 모조리 쳐 냈던 정파 무인이었다.

“허엇?!”

그는 절정에 도달하기 직전인 일류 고수. 본능적으로 검기를 피워올렸다.

우웅!

“여, 연환삼십이··· 커억!”

가장 자신 있는 초식을 펼쳤으나 무의미했다.

콰앙!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보검은 마치 나무젓가락처럼 무력하게 부러졌다.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가늘게 경련하던 그의 움직임이 멎었다.

모용철이 비릿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귀찮게 가면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

“크흐.. 모두 죽어라!”

***

어느새 낭인 무리 속에 섞여든 시우와 서지유가 서로를 바라봤다.

그녀의 입이 벌어졌으나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전음이었다.

- 어쩌죠?

- 글쎄···.

시우가 상황을 살폈다. 허공의 균열에서 튀어나온 거인의 팔. 균열이 조금씩 넓어지며 무언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제 부하를 찌르고 이 사태를 발생시킨 장본인.

“크흐..!”

돼지 같은 녀석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림인들이 들어온 입구이자 출구를 막아섰다.

“미, 미친! 저게 뭐야!!”

한 낭인 한 명이 기겁하며 밖으로 도망가려 했다. 문을 막고 있는 모용철에게 달려갔다.

“돼지 새끼! 비켜라!!”

그가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검을 꽉 움켜쥐고 내질렀다.

은은하게 빛나는 검기가 모용철을 향해 쏘아졌다.

쩌엉!

모용철은 한걸음 옆으로 물러나며 주먹을 내질렀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낭인은 안면이 함몰되며 즉사했다.

그러곤 다시 문을 막아섰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거인의 팔이 거칠게 사방을 휘저었다. 그때마다 동굴이 무너질 것처럼 크게 진동했다.

“피, 피해!”

“끄악!”

팔의 집중 공격 대상이 정파와 사파 무림인들이었다. 그들은 팔을 피하느라 모용철에겐 다가갈 수도 없었다.

시우가 서지유에게 전음을 날렸다.

- 이러다 여기 무너지겠소. 저놈을 처리하고 빠져나가는 낭인들 사이에 섞여 들면 될 것 같소.

- ···좋아요.

‘은(隱), 경(輕).’

배운 은신술은 없었지만 혼원기는 범용성이 좋았다. 그의 존재감이 흐릿해졌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걸었다.

몬스터를 죽이는 가장 주된 방법이 기습하는 것이다. 그때를 떠올리며 살기를 숨겼다.

다섯 걸음이 남았을 때까지 돼지녀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네 발자국 남은 그 순간.

녀석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후덕한 덩치와 다르게 예민했다.

곧바로 혼원기의 모든 속성을 바꿨다.

이제 은밀함은 필요 없었다. 빠름과 날카로움. 그것에 집중했다.

- 쾌진격(快進擊) : 섬화(剡火)

날카로운 검기를 머금은 검이 녀석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서지유의 기습이 이어졌다.

녀석은 두 명의 기습에 동시에 반응했다. 고개를 틀어 그의 검을 피했다. 동시에 뒷발 차기로 서지유를 날려 버렸다.

“꺄아악!”

놈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곧바로 피처럼 붉은 아지랑이가 맺힌 주먹을 뻗어왔다.

코끝에 짙은 혈향이 맴돌았다.

우웅!

반사적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런 시우에게 권기가 따라붙었다. 마치 주먹이 길어지는 것 같았다.

‘절정?’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권기. 물러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다가왔다. 피할 새가 없었다.

가슴팍에 혼원기를 두르고 속성을 전환했다.

‘강(强)··· 아니, 경(輕), 유(柔).’

몸의 내구를 키우려다가 방향을 틀었다. 몸을 가볍게 하고 근육에 힘을 뺐다.

뻐억!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북터지는 소리와 함께 십 미터쯤 뒤로 날아갔다.

바닥을 나뒹굴며 낙법을 쳤다.

가슴이 아릿했다. 충격을 대부분 흘렸는데도 갈비뼈가 욱신거렸다.

“호오..”

돼지녀석이 작게 끄덕이며 감탄하는 것이 재수 없었다.

“낭인치고 제법이구나. 내 이름은 모용철이다. 네놈 이름이 무엇이냐?”

“하하.. 좆까 시발.”

“재밌는 이름이군.”

녀석은 쫓아 오지 않았다. 유일한 출입구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기회를 엿보고 빠져나가려던 낭인 하나가 그의 일권에 맞아 죽었다.

‘하긴···.’

저놈이 불러낸 괴물의 팔이 어느새 두 개로 늘어났다. 녀석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봐선 조종까지 하는 것 같았다.

쾅! 쾅!

“끄아아악!”

괴물의 팔에 검을 휘두르는 무림인들도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깔려 죽곤 했다.

거대한 탓에 느려보였으나 실질적인 속도는 꽤 빨랐다. 그것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왜 이딴 짓을 하는 거냐? 뭘 얻으려고?”

“얻어..? 하등하긴. 겨우 황금 따위를 찾아온 너를 탓해라.”

대충 말을 섞으며 놈의 목적을 파악했다. 적어도 무언가 얻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고 나가면 너도 멀쩡하진 못할 텐데?”

“그거야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놈도 확실한 대책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이 행동에 제 안위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느낌.

‘혼자가 아니다. 어딘가에 소속돼 있군.’

이런 미친놈들이 흔하진 않았다.

‘···혈교?’

콰앙!

뒷목이 서늘한 기분에 한걸음 물러났다. 천장에 나 있던 뾰족한 종유석이 그가 있던 자리에 떨어져 내렸다.

“이러다가 너까지 깔려 죽을 텐데?”

“흐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동굴을 보아 빨리 끝내야 했다.

권기가 짧지만 늘어났다. 저 돼지녀석은 이미 절정에 진입한 것이다. 생긴 것과 다르게 고수였다.

그와 서지유의 기습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괴물 팔까지 조종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를 고수. 적어도 단시간에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랬다간 동굴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비정상적으로 싸우면 될 일.

‘육화(肉火).’

육체가 타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세상이 느릿하게 흘러갔다. 저 멀리 있는 모용철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쾌진격(快進擊) : 섬화(剡火)

아까보다 배는 빠른 쾌검이 이어졌다.

하지만 녀석의 눈동자는 그를 명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얼굴을 향해 뻗어오는 권기. 맞으면 즉사였다. 흘려도 의미 없는 강맹한 일격이었다.

피처럼 붉은 권기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점멸.’

시야가 조금 뒤틀어졌다. 한걸음. 단순히 한걸음 옆으로 점멸을 사용한 것만으로 녀석의 주먹은 빗나갔다.

후웅!

섬뜩한 소리가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검기가 맺힌 검을 녀석의 목에 휘둘렀다.

촤악!

녀석이 팔을 들어 막았다. 팔뚝에 반쯤 파고든 검에서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단순한 살덩이가 아니었다. 쇠로 만들어진 것처럼 단단했다. 검이 더 이상 파고들지 못했다.

그대로 검을 놓고 주먹을 쥐었다.

‘강(强) 중(重) 파(破).’

- 삼합일기권(三合一氣拳).

부시고 깨뜨린다. 세 가지 기운을 하나로 모아 놈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녀석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었다.

“제법···?”

등 뒤에 생겨난 장막과 바닥에서 일어난 그림자가 그의 발목을 붙잡기 전까진.

모용철은 물러나지 못했다. 하물며 상체를 뒤로 기울여 충격을 흘리지도 못했다.

마력코어에 담아 보관하던 클랜원들의 기운을 이용한 기습. 두 번은 통하지 않을 터였다.

콰앙!!

“커헉..!”

녀석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토해졌다. 혼원기를 침투시켰다. 심장에 이미 흉터가 있었다. 상처에 스며든 혼원기가 놈의 심장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원래 생(生)과 사(死)는 한순간에 갈린다. 방심하지 않고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뻐어억!! 우드득!

놈의 갈비뼈가 뭉개지며 움푹 들어갔다. 파고든 혼원기가 심장을 가루로 만들었다.

모용철의 눈에서 생기가 꺼져갔다. 그런데도 녀석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크흐··· 어차피..”

빠악.

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발로 얼굴을 뭉개버렸다.

모용철이 죽었는데도 균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하게 흔들렸다. 마치 제어를 잃고 폭주하는 것 같았다.

쾅! 쾅!

“끄아아악!”

운없는 낭인의 상체가 찢겨 사라졌다. 팔에 스쳤을 뿐인데 그대로 즉사했다.

어느새 균열에서 뻗어 나온 팔이 네 개로 늘어났다. 그것들이 허공의 균열을 잡아 뜯듯 늘리고 있었다.

균열 너머가 보였다. 본능적으로 불길함이 느껴지는 공간. 그곳에 존재하는 괴이한 무언가.

거대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저것은 포식자였다.

괴물의 팔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무림인들을 노리던 이전과 다르게 무작정 사방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쾅! 쾅!

“아아악! 살려 줘!!”

“사형!!! 커억!”

구구궁!

동굴이 거칠게 흔들렸다.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하..’

모용철이 죽어 가며 말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모두 죽는다?’

녀석의 계획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의 죽음을 바란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는 혼원기 장막을 통해 나가면 살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림인 절반 이상이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이들이 전부 죽었다간 귀찮은 일이 잔뜩 일어날 것 같았다.

바닥에 쓰러진 서지유를 살폈다. 내상을 입은 듯 숨소리가 거칠었다.

‘짜증 나네.’

새삼 죽어 버린 녀석에게 분노가 솟아올랐다. 놈의 계획을 망가뜨리고 싶었다. 방법은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티켓하나를 꺼내 들었다.

[전투특화 무작위 전생(3레벨) 각성권]

저 괴물을 단칼에 죽여 버리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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