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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04화 (104/241)

Chapter 104 - 104화 - 아카데미(2)

103화 - 아카데미(2)

“쳇!”

강수호가 기껏 떠올린 계획은 시작부터 망가졌다. 일그러진 얼굴이 펴지질 않았다.

최시우, 아니 박진구 놈은 결국 박상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전여친, 아니 전썸녀의 전화. 솔직히 자신이라면 궁금해서라도 받아 봤을 텐데. 도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 전화도 무시한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에이 씨.”

박진구 녀석이 아카데미에 들어오더니 변한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장난감이었는데 어느새 손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조금 이상하긴 해.. 성격이 그렇게 확 변할 수가 있나..?’

솔직히 인정하긴 싫지만 실력도 강해진 것 같았다.

검성과 간단히 대련하는 것만 봐도 기죽는 기분.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나도 검성께서 재능있다 하셨어. 마검사만 되면 놈을···.’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놈을 두들겨 패고 반해 버린 아멜리아와 데이트하는 상상.

“크..!”

어릴 적에 쓰던 수련용 목검을 집어 들었다. 온갖 마법이 적용되어 있어서 아직도 새것처럼 멀쩡했다.

붕붕

허공에 휘두르자 꽤 그럴싸한 폼이 나왔다. 내친김에 전신거울이 있는 방으로 갔다.

이곳은 그의 집. 하지만 돈 많은 부모님 덕에 집안에 훈련실이 있었다.

괜히 기숙사가 아니라 이곳에서 통학하는 것이 아니다.

‘멋진데?’

턱을 치켜들고 검을 내려긋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영상으로 남겨서 아멜리아에게 실수인척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찍을까?’

지이잉-

스마트폰 화면이 번쩍였다. 막 그것을 집어 들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문자?’

요즘은 메신저 어플을 쓰지 이렇게 문자로 보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광고가 아니면···.

꿀꺽.

목이 타는 기분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허억!”

앤의 마수에 걸리게 한 그 정체불명의 영상. 그것이 또 왔다.

곧바로 삭제하려다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저번 영상엔 심장을 울리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으니까.

‘똑같은 건가..?’

같은 영상이라면 미련 없이 삭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었다.

새로운 구도. 저번과 배경은 비슷했지만 영상 내용은 전혀 달랐다.

후속편이라 할 수 있었다.

반사적으로 이어폰을 찾던 강수호가 멈칫했다. 앤에게 호되게 당했더니 조심성이 생겼다.

‘흠흠.. 없군.’

집안엔 아무도 없었다. 곧바로 이어폰을 끼고 영상에 집중했다.

“어, 엄청나잖아..!”

오늘도 역시 허접한 네모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다. 제대로 보이는 것은 거의 없었다. 음성변조된 소리에 집중했다.

- 얼굴은 찍지 마!

여자가 꽤 도도했다. 얼굴은 찍지말라며 앙칼진 반응을 보였다. 듣는 그가 움찔거릴 정도로 사나울 때도 있었다.

- 헤윽..♥

그랬던 그녀는 10분도 안 돼서 쥬인님거리며 존댓말을 해댔다.

“빌어먹을..!”

질투심 사이에 생소한 감정이 끼어들었다. 존경심.

아름다운 미녀가 가랑이를 벌린 채 경련했다. 온몸에는 당연하다는 듯 백탁액이 뒤덮여 있었다.

‘망할..! 네모 때문에 하나도 안 보이잖아!’

속살을 가린 검은 모자이크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니 하반신이 절로 뻐근해졌다.

여자는 카메라의 존재도 잊은 듯 앙앙거리기 바빴다. 눈이 빠져라 노려보며 이어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수호야 뭐 해?”

“허억!

PTSD라도 올 것 같은 광경. 화들짝 놀라며 이어폰을 뺐다. 다행히 앤이 아니었다.

그의 누나가 방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밥 먹으라니까 내 말 안 들렸어?”

“어어..! 자, 잠깐 뭐 좀 보느라. 누나 어, 언제왔어?”

“조금 전에···. 응?”

강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생의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붉어진 얼굴이 어디 아픈가 걱정됐다.

걱정도 잠시.

“아..!”

그녀는 이제 숫처녀가 아니다. 동생의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눈치챘다.

“어머···!? 그래도 그런 거 너무 보면 못 써. 빨리 정리하고 나와. 밥 먹자.”

“아, 아니야!!”

“응?”

“이, 이건.. 그러니까···. 그래! 게, 게임 영상 본 거야.”

강현아는 웃음을 참았다. 무슨 게임이냐고 물어보면 더 당황하겠지. 작게 웃으며 나갔다.

“알았어. 국 식으면 맛없으니까 빨리 나와.”

“어. 어···.”

딸깍.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가는 누나를 보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훈련실 한 켠에 나뒹굴고 있던 샌드백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퍽퍽퍽퍽!

‘으아아아아!!!’

이 망할 허접한 동영상 하나 때문에..! 두 번이나 물을 먹었다.

홧김에 삭제버튼에 손이갔다.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차마 누를 수 없었다.

결국 저장 버튼을 누르며 부엌으로 갔다. 조금 있다가 다시 살펴볼 작정이었다.

***

시우가 할 일을 점검했다.

‘일주일 조금 더 남았나.’

균열 실습 때 일어난 사고로 인해 보름간 모든 수업이 정지됐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으니 남은 시간은 대략 일주일 정도였다.

아카데미가 다시 개학하기 전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구하려니 마법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전생체와 그는 이런 분야에 문외한이었다.

‘물어보지 뭐.’

수련성지에서 나왔을 때가 떠올랐다. 헬레나는 그처럼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

과연 회귀자다운 성장 속도. 이쯤 되면 거의 백프로였다.

물론 그녀도 시우를 보며 엄청나게 놀랐다. 그녀가 보기엔 며칠 만에 경지가 오른 것이다.

- 아.. 역시!

헬레나의 호의로 가득 찬 눈빛. 반짝이던 그것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

헬레나와 약속을 잡았다.

회귀자인 그녀는 뭐든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텔레포트요?”

“응. 휴대용으로 설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헬레나가 땀을 삐질 흘렸다. 생각보다 당황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마치 탱크는 어디서 사냐고 묻는 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휴, 휴대용이요?”

“어, 힘든가?”

비록 사고로 작동하진 않았지만 균열실습 때 생도들에게 일일이 탈출장비를 지급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 공간 이동이란 꽤 상용화 된 기술로 보였다. 실생활에 적용될 정도니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다.

‘아닌가?’

잠시 고민하던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휴대용 텔레포트··· 혹시 수신기도 없는 모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한 쌍이다.

그 양쪽에 모두 설치되어야 하고 환경에 따라 적합한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일정 규모의 시설과 마도 공학자의 수작업이 필수였다.

“저번에 나눠줬던 비상탈출 장치는 거리도 짧고 수신기 역할을 하는 건물이 따로 있어요.”

“아.. 그래?”

절로 실망감이 차올랐다. 그가 기대한 것은 도장 찍듯이 마법진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게임에서 워프 찍듯이.

그가 실망한 것을 보던 헬레나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음..?”

“미래예지..에서 본 것 중 쓸 만한 기술이 있어요. 그걸 사용하면 꽤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을 거예요. 말 그대로 휴대용 텔레포트 마법진이죠.”

“오..!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작게 웃던 헬레나가 말을 이었다.

“공간의 힘이 서린 재료만 사면 돼요. 지금 사면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한.. 10억 정도?”

“십억..?”

부잣집 아가씨 아니랄까 봐 씀씀이가 달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10억.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이적을 부리는데 10억. 아주 쌌다.

문제는 이곳에선 생도인 그가 그런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흐음···”

어떻게 벌지 고민했다. 솔직히 지금 헬레나 표정만 보면 달라고 해도 그냥 줄 것 같았다.

‘그럴 순 없지.’

한두 푼도 아니고 십억을 공짜로 받을 순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크게 한탕 해먹은 게 있었다. 서지유의 황금을 싸그리 챙겼었다.

“어디 금은방 없나?”

*

토실토실하게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헤벌쭉하게 웃고 있었다.

“더 없으십니까?! 제가 잘 쳐드리겠습니다!”

“없어요. 혹시 생기면 또 올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쇼!!”

무영신투의 창고엔 금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중 몇 덩이만 팔아도 10억은 생긴다.

그러나 딱 한덩이. 1kg 정도만 팔아서 1억을 벌었다.

“정말 이거면 돼?”

“네.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사실 이것도 필요 없는데···.”

“아니야. 평소에 쓸 돈도 필요하니까.”

헬레나가 말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데이트라도 하듯 차려입고 왔다. 사복차림은 처음이었다.

시우의 시선을 눈치챈 헬레나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했다.

“좀 그런가요..? 나, 날이 좀 더워서요.”

“아냐 잘 어울려.”

그녀는 청바지와 흰색 반팔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사이즈덕에 우월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잘록한 허리에 대비되는 풍만한 그것.

손가락 하나로 코끼리도 쓰러뜨릴수 있는 강자라곤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청순한 미녀가 부끄러워하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그럼.. 가실까요?”

“응. 그런데 저분은 누구야?”

그림자처럼 헬레나를 따라오는 여성이 있었다.

“아.. 제 호위예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래?”

오히려 호위 쪽이 진짜 얼음공녀같았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헬레나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는 시우와 눈을 마주치자 작게 고개를 숙였다. 시우도 마주 인사했으나 더 이상 반응은 없었다.

‘호위가 한 명뿐인 게 조금 이상하긴 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회귀자인 헬레나가 믿고 데리고 다니는 호위였다.

몇 번이나 생을 반복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배신하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충성스러운 호위였다.

- 대상의 메인 기질은 ‘충성심’입니다.

‘과연···. 얼굴도 예쁘고 부럽네.’

어디 가서 저런 호위 한 명 구하고 싶었다.

그녀를 보고 있는데 헬레나가 시선을 가로막았다. 마치 자신을 보라는 듯.

반사적인 행동이었는지 본인도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흠흠..! 느, 늦기 전에 빨리 가요!”

역시 헬레나는 얼음공녀라기보다는 귀여운 강아지 같았다. 목덜미가 붉어진 그녀를 따라갔다.

“그래 가자. 도박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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