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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15화 (115/241)

Chapter 115 - 115화 - 아카데미(13)

115화 - 아카데미(13)

마이클은 하품을 쩍쩍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흐아암..”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했다.

‘이상하네. 겨우 경매장 갔다 온 건데.’

똑똑.

방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 노크했다.

“들어와.”

메이드복을 차려입은 고용인. 언뜻 보면 창백해 보일 정도로 새하얀 얼굴의 미녀였다.

“누구..였더라?”

마이클이 고개를 갸웃거리니 메이드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어머..? 아이참! 도련님. 또 언제 까먹으신 거예요. 귀찮게.”

전혀 사용인답지 않은 말투에 마이클이 조금 당황했다.

메이드의 품안에서 갑자기 고급스러운 주전자가 튀어나왔다. 화려한 보석이 장식된 그것에서 붉은 홍차가 흘러나왔다.

쪼르륵.

피처럼 붉은 그것이 잔에 담겼다.

‘뭐야..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생각이 끊겼다. 진홍빛 홍차가 눈앞에 들이밀어 졌다.

“여기요.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홍차예요. 어서 드세요.”

“어어..?”

재촉에 못 이겨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이것을 보는 순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져서 참기도 힘들었다.

“으음.. 조, 좋은데?”

“그렇죠?”

역시 이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맞았다. 향긋한 홍차향을 즐기며 단번에 마셔버렸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뇌 한구석에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였다. 아마도.

“후아.. 마리 이거 엄청 좋다. 더 없어?”

“이미 충분해요. 제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요?”

“부탁..? 부탁.. 부탁···. 아! 그랬지.”

약간의 두통을 느끼던 마이클이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

“맞아. 부탁받았었어. 자, 여기.”

방금 전까지 소중히 품에 안고 있던 화조의 깃털을 내밀었다.

“어머! 고마워요!”

마리가 입꼬리를 올리며 좋아하니 마이클도 헤벌쭉 웃었다.

“하하. 내가 그거 구하는데 17억이나 썼다고! 그러니까···.”

“···도련님. 이게 전부예요? 다른 건 없었어요?”

“응? 다, 다른 거..? 없었는데?”

마리의 눈살이 찌푸려지자 마이클이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건 텅 빈.. 아니에요. 제가 선물로 받아도 될까요?”

“어어. 물론이지. 고마워.”

“뭘요. 제가 고맙죠. 그럼 편히 쉬시길···.”

메이드가 나가는 것을 멍한 눈으로 보던 마이클의 두 눈이 조금씩 감겼다.

“흠냐.. 헙?!”

꾸벅꾸벅 졸던 마이클이 화들짝 놀랐다.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어느새 깜박 존것 같았다.

‘으으.. 너무 피곤하네. 흐아암.’

무언가 까먹은 기분. 미간을 누르며 고민하다가 떠올렸다.

‘아 맞아. 내 깃털..은 그래. 정령한테 선물로 줬어. 말 더럽게 안 듣는 샐러녀석.’

선물도 줬으니 말 좀 잘 들었으면 좋겠는데···.

오늘따라 너무 피곤했다. 아무래도 자야 할 것 같았다.

*

방금 전까지 마이클의 방에 있던 메이드.

그녀는 제 집인 것처럼 정문으로 당당히 나가며 혀를 찼다.

‘귀찮게.. 이딴 걸 구하려고 이 고생을···. 그냥 뺏으면 그만인데.’

아무리 명령받는 입장이라지만 납득 가질 않았다. 언뜻 스치듯 들은 이유도 괴상했다.

-원래 그가 샀을 물건이니 마땅히 그래야합니다. 절대로 뒤틀어선 안 됩니다.

’하아.. 짜증 나.’

쓸데없어 보이는 지시 때문에 반년이나 기다렸다.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느라 귀한 피까지 소모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인간 주제에···.’

명령을 내린 자를 떠올렸다. 그녀와 다르게 순수한 인간이다. 평소 먹이로 보는 하찮은 존재.

잠시 협력하는 관계라지만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괴물이 인간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기분이었다.

*

새하얀 얼굴을 가진 메이드가 저택을 떠났다.

그 앞에서 햄버거를 먹던 남자가 눈동자만 조금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빵을 먹으며 떠나가는 메이드를 힐끗 봤다.

목표물이 움직였다. 물건은 저 여자가 가지고 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메이드인데.’

메이드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없었다. 그처럼 훈련받은 요원이 아니라면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하지만 공녀님이 괜한 명령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실전에서 가장 먼저 죽는 사람은 약한 자가 아니라 방심한 자다.

호흡마저 의식적으로 조심하며 눈짓했다. 그와 눈을 마주친 남자가 자리를 떴다.

***

시우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따뜻한 헬레나를 껴안고 있으니 세상 행복했다.

품안에 있던 헬레나가 속삭였다.

“···있잖아요. 저번에 제가 예언자 비슷한 거라고 했었잖아요..? 불완전한 미래를 알고 있다고.”

“그랬었지.”

헬레나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지 품 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사실···. 저는 회귀자예요.”

그녀가 한동안 속삭이듯 말했다. 결국 실패하고 되돌아오게 된 이야기. 그것을 듣다가 가만히 끌어안았다.

“힘들었겠다.”

“···조금요.”

1분가량 서로를 껴안고 있으니 그녀의 떨림이 점점 잦아들었다.

헬레나를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 마이클이란 놈 있잖아?”

“네..?”

품 안에 있던 헬레나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살짝 물기가 어려 있었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부끄러웠는지 다시 품속에 파고들었다. 모른척하고 입을 열었다.

“..뭔가 이상해서 고민해봤는데. 깃털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어?”

얼굴을 숨기던 헬레나가 품안에서 중얼거렸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게 이상하긴 했어요.”

“설산에선 안 그랬잖아?”

말하다 보니 무엇이 이상했는지 깨달았다. 마이클은 설산에서 별 불만 없이 깃털을 줬었다.

여기보다 훨씬 위급하고 그에게 필요했던 상황인데도 달라면 그냥 줬다. 망보러 내보낼 때는 그냥 놔두고 가기도 했다.

“아··· 그러네요.”

“조사 좀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사람은 붙였어요. 그래도.. 더 조심하라고 전해야겠네요.”

이야기하다 보니 헬레나의 행색이 점점 평소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통신 아티팩트인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더니 타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분명히 전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었지. 거짓말은 아닐 테고···. 그저 우연? 아니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한 건가.’

이제 보니 거짓간파에도 허점이 있었다. 본인이 진심으로 믿는다면 진실여부에 상관없이 거짓으로 판명나지 않는 것.

또 뭐가 남았을까 고민하는데 헬레나가 갑자기 키스해 왔다.

쪽.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잠시 닿았다가 떨어졌다.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이런 잡다한 건 제가 맡아서 할게요.”

“응..?”

“시우님처럼 재능있는 분이 그런데 시간쓰는 건 낭비예요. 그냥 강해지시기만 하면 돼요.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무력이니까요.”

“어···.”

그녀는 그를 하늘이 내린 천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나이에 절정지경에 오른 것부터 비상한 일이니까.

하지만 어찌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시간을 멈춰 놓고 강해져서 돌아오면 결과는 같았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겠네.’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강해질 필요는 있었지만 거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여자와 관계하는 것도 수련이니까.

‘혼원기공이 색공이라 다행이다.’

동자공이라도 익혔다간 피눈물을 흘릴뻔했다.

헬레나를 끌어안고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일단··· 기운 수련부터 이어서 하자.”

“네, 네엣..? 하읏..!”

***

방안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흐트러진 헬레나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하아.. 하아.. 자, 잠시만요···.”

“응?”

“고, 곧 타샤가 올 거예요.”

“타샤..? 아 호위?”

“네.. 그러니까 수, 수련은 다음에 이어서 해요.”

아쉬움을 참고 헬레나를 풀어줬다.

그녀의 몸가짐이 점점 단정해졌다. 1분도 되지 않았는데 겉모습은 깔끔한 대공녀로 변했다.

자궁에 그의 정액을 가득 채운 여자라곤 믿기지 않는 모습.

허리를 숙이고 치마에 잡힌 주름까지 정리하는 그녀를 보니 흩트리고 싶었다. 뒤에서 박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옷깃까지 깔끔하게 정리한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봉황..? 아무튼 그 새가 남긴 아이의 검사가 끝났어요.”

“오..”

어떤 능력이 있고 위험한 독성은 없는지 검사를 맡겼었다.

“다행히 독은 없어요. 그리고 봉황이 말한 보상이 뭔지 알아냈어요.”

“음?”

분명 키우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될 거라 했다.

“먹이로 마력을 받아먹더군요. 그 후에 정순해진 기운을 뿜어내요. 수련속도를 엄청나게 높여줄 거예요.”

“오..? 대단한데?”

언뜻 듣기로 혼원기 섹스와 비슷해 보였다. 그는 여러 기운과 교류하며 거의 자연지기와 유사할 정도로 순수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에게도 효과가 있다면 수련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노란 병아리가 주인을 본 강아지라도 되는 것처럼 파닥거리며 달려왔다.

-삐이잇!

통통한 뱃살을 꾸욱꾸욱 누르며 긁어 주니 기분 좋은 듯 삑삑거렸다.

‘제법 귀엽네.’

녀석이 애교부리듯 부리로 손가락을 문질렀다.

그 모습을 보던 헬레나가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성별은 암컷이라네요.”

“아 그래?”

인간화를 못한다면 사실 의미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컷이면 이름은 뭐로 짓지? 아.. 그전에 얘 키울 거야?”

“솔직히 능력만 봐도 안 키울 이유가 없긴 해요. 나중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요.”

확실히 수련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용했다.

“그럼 이름은 뭐로 지을까?”

“글쎄요. 시우님이 지으실래요?”

병아리를 살폈다. 노란 솜털이 뽀송한 녀석. 삑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이고 부드럽다. 통통한 뱃살은 탄력넘치고 말랑거렸다.

‘말랑거리고 노랗네···.’

“그래. 네 이름은 푸딩이다.”

언뜻 보면 머리에 있는 붉은 깃털이 딸기시럽처럼 보였다.

“푸딩이요..?”

“왜 이상해? 약간 닮지 않았어?”

“닮긴..했네요. 뭐. 다시 생각하니 나쁘지 않네요.”

먹이로 마력을 먹는다고 했다. 혼원기를 손끝에 모아서 내밀었다.

유심히 보던 푸딩이 부리를 대더니 혼원기를 흡수했다.

-삐잇!!?

푸딩이 파닥거리며 온몸을 떨었다.

“···엄청 좋아하네.”

-삣 삣 삣!

한참 동안 날개를 파닥거리며 빙글빙글 돌던 푸딩이 멈췄다. 정순해진 혼원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오.. 제법 순수한데?’

여자와 기운 교류라도 한 것처럼 정순해졌다. 확실히 수련에 도움이 되는 녀석이었다.

그가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에겐 더 유용했다.

‘아멜리아 한테도 도움 되겠다.’

푸딩이 갑자기 더 기특해 보였다.

녀석을 관찰하고 있는데 갑자기 꼬리 깃털이 툭 떨어졌다. 마치 화조의 깃털 축소판 같았다. 촛불만한 불꽃이 아른거렸다.

-삐이잇..!

푸딩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새로운 꽁지깃이 자라났다. 이전보다 미세하게 더 커졌다.

바닥에 떨어진 꽁지깃을 부리로 쪼는 푸딩을 보다가 깃털을 집어 들었다.

-삐잇!! 삣!

돌려 달라는 듯 시선을 고정하고 졸졸 따라오는 푸딩한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멈췄다.

“너.. 내 말을 알아 듣는 거냐?”

끄덕.

‘그러고 보니 아이이자 분신이랬었지.’

봉황의 자식답게 신기한 구석이 많았다. 깃털을 살짝 흔드니 푸딩의 까만 눈동자가 뒤따라 움직였다.

깃털을 살피다가 헬레나에게 내밀었다.

“이것도 공간의 힘이 있는 거 같은데. 맞아?”

“어디··· 그러네요. 공간의 힘만 따지면 화조의 깃털보다 나아요.”

“휴대용 텔레포트도 가능해?”

“네. 충분해요.”

-삐익. 삑!

대화 내용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푸딩이 다시 날개를 파닥이기 시작했다.

“푸딩. 이거 나 주면 안 돼?”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푸딩에게 다시 말했다.

“혼원기. 아니, 방금 그 마력 더 줄게. 그래도 안 돼?”

-삐이잇··· 삣!

고개를 갸우뚱하고 고민하던 푸딩이 끄덕였다. 마치 허락한 것처럼.

손톱보다 작은 깃털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십억이로 지을 걸 그랬네.’

이 깃털만 팔아도 대략 10억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혼원기만 조금 주면 깃털이 생긴다.

앞으로 돈이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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