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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26화 (126/241)

Chapter 126 - 126화 - 아카데미(24)

126화 - 아카데미(24)

로튼이 엉망이 된 얼굴을 찡그렸다. 두들겨 맞은 탓에 피멍이 가득했다. 광대뼈 윗부분이 얼얼했다.

“빌어먹을..”

흠칫 놀란 그가 몸을 움츠리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생도놈에게 당하고 이곳에 온 뒤로 발작증세처럼 욕이 튀어나왔다.

“후..”

다행히 주변엔 교도관 한 명뿐이었다. 그가 이쪽을 보며 말했다.

“시간 없으니 빨리해라.”

“예..! 가, 감사합니다.”

귀를 후비던 교도관이 손가락을 툭 튕겼다.

“후- 됐고. 주말에 갔는데. 금덩이 없으면 뒤지게 맞을 줄 알아.”

“지, 진짜입니다. 거기 묻어 놨으니 교도관님 가지시면 됩니다.”

“쯧..”

교도관이 전화기를 건네주곤 거리를 벌렸다. 작게 한숨 쉰 로튼이 빠르게 전화기를 두드렸다.

전화 한 통에 금덩이 하나라니.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시발. 저놈이 하나만 가져갈 리 없지..’

몇 걸음 떨어져 귀를 후비고 있는 교도관을 보다가 이를 악물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파묻어 놓은 금덩이는 더 이상 없었다.

말 그대로 보험. 별생각 없이 묻어 놨던 금이 유일한 희망으로 변했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빌어먹을..! 빨리 받아! 받으란 말이야!’

겨우 고아 생도하나 건드렸다고 사회에서 매장됐다. 얼마나 철저했는지 그가 가진 재산도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재산의 대부분을 정부에 빼앗겼다.

도대체 대공녀씩이나 되는 양반이 무슨 원수가 졌다고 이렇게까지 그를 적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딸깍.

드디어 전화가 연결됐다.

‘아..!’

환희의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 이 통화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지옥 같은 이곳에서 꺼내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

뇌물을 뿌린 지 얼마 안 돼서 걱정스러웠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전화기에서 떨떠름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요?

“아,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저 로튼입니다!”

-···누구라고?

입이 절로 바싹바싹말랐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호의가 별로 없었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원래 이런 부탁을 하려면 조금 더 관계를 쌓아야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미 잡혀 왔으니까.

“여, 연금협회장 로튼입니다. 의원님!”

-흠···.

잠깐의 침묵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아아.. 기억나는군. 그래. 저번 파티에서 봤던가?

“예! 그때 인사드렸던 로튼-”

-됐고. 그래서 전화한 이유가 뭔가? 내가 지금 좀 바쁜데.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 긴장감 때문에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그, 그.. 제, 제가 최근에 북부대공녀님께 오해를 좀 받아서···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의원님께서···.”

-시간 없으니 짧게 말하게.

“그.. 어, 억울하게 가, 감옥에 들어왔는데 좀 꺼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작게 혀 차는 소리가 천둥처럼 귀를 때렸다.

-하아···. 자네, 나하고 안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무례한 부탁인가.

원래라면 이쯤에서 물러나고 다음 기회를 노렸을 테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디아나가 지금도 그 생도놈과 뒹굴고 있을 것 같았다. 상상만 해도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의, 의원님..! 제가 드린 선물도 있지 않습니까..! 하, 한 번만 도와주시면···!”

-하..!

권력자에게 뇌물을 줄 때 유의할 점이 있었다.

절대 그것에 대해 직접 언급해선 안 됐다. 자칫 잘못하면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확 낮아졌다.

-어이가 없군. 본인이 아직도 연금협회장인 줄 아는 것 같은데···. 자네는 그저 범죄자일 뿐이네. 저번에 보인 성의를 봐서 이번은 그냥 봐주지. 하지만 다시 전화하면 좋은 꼴 못 볼걸세.

뚝.

“아..”

머리가 띵했다. 귀에서 삐이- 하는 이명 소리가 울렸다.

등 뒤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목소리 한 켠에 동정심이 담겨 있었다.

“끝났냐? 전화기 내놔. 하여간.. 여기 들어온 놈들은 하나 같이 똑같니까. 그런다고 나갈 수 있을 줄알고? 가서 일이나 해.”

“어어.. 네..”

벌벌 떨리는 손으로 교도관에게 전화기를 넘긴 로튼이 터덜터덜 걸어갔다.

제 발로 지옥에 되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도착했다.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때려 댔다.

깡! 깡! 깡!

곡괭이로 단단한 암석을 두들기는 소리. 이곳은 차원침식지에서 운 좋게 발견된 마정석 광산이었다.

위험하고 더러운 곳.

퍼억!

“아악!”

멍하니 걷던 그가 앞으로 철퍼덕 넘어졌다. 누군가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다.

“이 망할 폐급새끼가! 또 어디서 농땡이를 피우고 온 거야!!”

“크흡..!”

반사적으로 일어나려던 로튼이 다시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온몸에 근육이 가득한 털북숭이가 그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퍽!퍽!퍽!

“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먼지가 피어날 정도로 밟아대던 털북숭이가 마지막으로 축구공 차듯 로튼을 뻥 차버렸다.

“꺼으윽···”

복부를 걷어차인 로튼이 침을 질질흘리며 겨우 일어났다. 여기서 누워 있으면 더 처맞는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줬다. 겨우 일어나 고개를 팍 숙였다.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반항한다고 두들겨 맞을 게 분명했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지. 당장 안 튀어가? 뛰어!”

“끄흡.. 네, 네!”

연금거리 제일가는 부자였던 자신이 어쩌다 이꼴이 됐는지 분노가 치밀었다. 입이 제멋대로 열렸다.

“시발..!”

“잠깐. 거기 정지.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억..”

로튼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작업반장의 살벌한 목소리에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

*

*

빛도 없고 어두침침한 공동.

그곳을 밝히는 것이라곤 불안하게 흔들리는 횃불 하나뿐이었다.

수십 명의 시체가 공동 중앙에 있는 제단 위에 올려져 있었다. 시체들의 상태가 하나같이 좋지 못했다.

모진 고문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

그 제단 바로 앞에 후드를 눌러쓴 남자가 서 있었다.

공동을 가득 채우는 피비린내에도 표정이 변하질 않았다.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문을 외우듯 입을 달싹거리자 시체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 순간. 남자의 눈이 띄였다. 흰자위가 없었다. 눈 전체가 칠흑같이 검었다.

유리알 같은 그것 속에는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을 가득채운 검은 것이 가운데로 쏠리듯 모여 눈동자가 되었다.

“음..”

한동안 허공을 보던 남자가 침음을 흘렸다. 마치 박제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그의 표정이 갑작스레 일그러졌다.

어느새 꽉 쥐어진 주먹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남자가 이름이 지워진 명패를 집어 들었다.

“완전히 죽었다고···?”

얼마 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남아 있던 멍청한 뱀파이어 하나가 죽었다. 그냥 죽음도 아니고 영원한 죽음. 하지만 거기까진 괜찮았다.

“운명이··· 비틀렸다.”

뿌득.

꽉 다물린 입에서 어금니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예정된 미래가 약간이지만 흐려졌다. 말도 안 되는 일. 더 큰 문제는 운명이 바뀌었는데 아무런 역풍도 불어 오질 않았다.

이 세상에서 태어난 모든 존재는 운명이란 굴레에 얽혀 있다. 그 누구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운명을 바꾸려면 터무니없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순간 아무런 대가 없이 운명이 뒤틀렸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건 마치 복잡하게 꼬인 실뭉치에서 원하는 실 한 자락만 뽑아낸 것과 같았다.

한두 개의 실이 얽혀 있을 때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천, 수억을 넘어 무한한 실이 꼬여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제물을 더 가져와라.”

*

*

*

익숙한 기숙사 방.

시우가 주변을 살폈다.

시계를 보니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서 한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맨살에 닿는 공기가 느껴졌다. 치료 때문인지 상의는 벗겨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헬레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헬레나?”

무언가 꿀꺽 삼킨 헬레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약간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하며 허둥거렸다.

그녀가 붉어진 얼굴에 손부채질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 시, 시우님. 이, 일어나신 거 봤으니까! 저, 저는 이만 갈게요. 모, 몸조리 잘하세요!”

헬레나가 도망치듯 떠나버리고 남은 건 볼을 부풀리고 있는 아멜리아뿐이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웅..?”

불만 가득하던 표정이 흐물흐물하게 풀렸다. 볼에서 바람이 쭈욱 빠지고 은은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헤헤..”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가 온순한 강아지로 변한 느낌.

“흐흥..”

아멜리아는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은 채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려 했지만 참았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준 다음에 뒤에서 끌어안았다.

“히윽..!?”

파고든 손으로 유두를 꾸욱 눌렀다.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속삭였다.

“아멜리아 지금 이거 뭐야?”

“으응..?”

“도대체 나 잠든 사이에 뭘 한 거야. 응?”

“아앙···♥ 그, 그게에.. 치, 치료했어..”

어느새 발기한 젖꼭지를 살살 문질렀다.

“정말? 그게 다야?”

“하으읏..!”

아멜레아는 장난치다 걸린 아이처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아우.. 그, 그니까아.. 헤, 헬레나 님이 갑자기..”

“갑자기?”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툭 튕겼다.

“헤윽..♥ 처음엔 나보고 왜 여깄냐고 막..! 아앙..♥”

“흐음.. 그래서?”

허벅지를 바짝 조이며 움찔거리는 게 귀여웠지만 조금 더 다그쳤다.

“하우읏..! 그, 그런데 시우 그게.. 갑자기 커져서.. 괴, 괴로워 보인다면서.. 나는 말렸는데···엣! 앙♥!”

찔걱.

새빨개진 얼굴의 아멜리아의 균열 속에 중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히윽..♥ 이거 조아앗..”

“그래서 나 잠든 사이에 둘이서 내 자지라도 가지고 논 거야?”

“응응..! 미아안..!”

손바닥으로 클리토리스를 스치듯 비볐다.

“아아아앙..♥!!”

찔걱찔걱.

어느새 물기 가득해진 질벽을 간지럽히듯 누르면서 어떻게 혼내줄지 고민했다. 애태울지 아니면 쉬지 않고 보내버릴지.

“아멜리아. 혼 좀 나야겠네.”

“혼나..? 아앙..♥! 나, 나만 한 거 아닌데..! 헬레나 님이 먼저..”

“그래서 잘했다는 거야?”

스윽스윽.

유두를 살살 돌리면서 질벽 위쪽을 꾹꾹 눌렀다.

그녀의 등허리가 움찔거렸다. 아멜리아가 달콤한 숨을 내뱉으며 헤실헤실 웃었다.

“하으..♥ 호, 혼나는 거.. 조아앗..♥”

“곤란하네. 혼나는 게 좋아?”

“응응..♥ 하우우..♥”

자고 일어났더니 활력이 넘쳤다.

마침 무언가를 기대하듯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는 아멜리아가 바로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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