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7 - 137화 - 현대(6)
137화 - 현대(6)
구원 연금에서 출시한 인쥬얼 크림이 불티나게 팔렸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시작이었다.
한물 갔다고 평가받던 김송아 배우. 그녀가 찍은 화장품 광고에 대한 게시글이었다.
첫 번째부터 마지막 광고까지. 시간별로 캡처한 사진을 나열했다.
언뜻 보면 똑같은 사진으로 보였으나 분명히 달랐다.
“젊어졌잖아!”
누군가의 말 그대로였다.
광고 속 그녀가 점점 젊어졌다. 같은 장면을 연출했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매일매일 다시 찍고 있는 거였다.
삼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중반까지. 외모가 확 달라졌다. 사진으로 비교하니 극적인 차이가 느껴졌다.
“당연히 CG겠지.”
그런 의심이 불타오를 즈음 김송아 배우가 생방송에 출현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겁했다.
“미친. 도대체 몇 살이야?”
김송아 배우가 원래 동안으로 유명했지만 그래도 상식 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젊어도 너무 젊었다. 여대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녀를 인터뷰하던 한 아이돌이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건넸다.
“서, 선배님..! 도대체 동안의 비결이 뭔가요?”
“음.. 여기서 말해도 되려나? 안 되면 알아서 편집해 주세요. 제가 광고하던 크림 때문이에요.”
“새, 생방송인데요. 선배님···.”
“어머! 실수.”
인터뷰를 기다렸다는 듯 제대로 된 제품 설명이 쏟아졌다.
일명 젊어지는 크림.
모두가 경악했다. 피부 나이를 되돌리는 기적의 크림이 출시됐다.
***
시우가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며 감탄했다.
“엄청나게 잘팔리네.’
젊어지는 크림. 실제 수명이 늘어나진 않았다. 그저 외모만 젊고 아름답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족족 팔리고 있었다.
가격은 10ml에 350만원.
같은 무게의 금보다 네다섯배 비싼 가격이다.
10ml. 정말 아껴 써도 보름이면 다 사용할 양이다. 다른 화장품이라면 샘플용으로 제공될 그런 사이즈.
그런데도 모조리 팔렸다. 연일 매진됐다.
제발 팔아달라며 새벽부터 줄 서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였다.
찍어내는 물량이 판매량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
돈은 돈이고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카르마였다.
- 보유 카르마 : 10,117
1~10 자잘하게 쌓이는 카르마들도 모이니까 무시할 수 없었다.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벌써 7,000이 넘는 카르마가 쌓였다.
아주 흡족했다.
뭘 살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무공의 가장 기본이 바로 육체였다. 육체단련은 지루하고 괴롭지만 무인이라면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
하지만 그에겐 더 간편한 방법이 있었다.
‘상급 육체 강화 구입.’
1만 카르마를 사용해 육체를 강화했다.
꾸드득. 꾸득.
전신 근육이 꿈틀거렸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미세한 조정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눈을 떴다.
몸 중심에 단단한 기둥이 세워진 기분.
“후우..”
시야가 선명해졌다. 방에 있는 창문으로 향했다.
그의 방은 빌딩 꼭대기. 그런데 저 아래 도로에 있는 사람들의 모공까지 보일 정도였다.
‘미쳤군.’
초인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문득 각성한 순간과 비교해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해졌다.
방구석. 언젠가 방치해놨던 아령을 꺼내 들었다.
각성 전 짐꾼생활을 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했던 아령이었다.
“하하.”
가벼웠다. 마치 깃털 같았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아령을 장난감처럼 빙글빙글 돌리다가 손가락에 힘을 줬다. 강철이 종잇장 처럼 구겨졌다.
까득 까득.
아령을 손바닥 사이에 두고 굴리니 쇠공으로 변했다.
그것을 허공에 툭툭 던지며 놀다가 책상 위에 올려놨다. 강해졌다는 실감이 들었다.
*
시간이 흐를수록 쌓이는 것이 카르마와 더불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돈.
쌓아 놓고 쓰지 않으면 짐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쓸 돈은 지금도 충분하지.’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다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서 나와 곧장 옆집으로 갔다.
이곳은 초창기 클랜원인 이다혜, 이다솜 자매의 집이었다.
띵동.
“잠시만요!”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렸다.
집안에서 통통 튀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교복을 입은 다솜이가 문틈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잘 주무셨어요? 아침에 오는 건 오랜만이시네요.”
“다혜 좀 보려고. 지금 일어났어?”
“언니요? 일어나긴 했는데···. 아마 놀고 있을 거예요.”
“그래? 잘됐네.”
그녀와 이야기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다혜를 안아주러 자주 찾아왔다. 거의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
“아침 드셨어요? 차려드릴까요?”
“아니야. 대충 때웠어.”
“다행이네요. 그럼 전 학교 가 볼게요. 아! 언니한테 컴퓨터 좀 적당히 하라고 말해 해주시면 안 돼요?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요.”
“말은 해볼게.”
“감사해요!”
한층 밝아진 그녀가 학교로 갔다. 곧 수능이라던가?
곧장 다혜 방으로 가서 노크했다. 그녀에게 맡길 일이 있었다.
똑똑.
“다혜야. 들어가도 돼?”
“핫..?! 크, 클랜장님?! 자, 잠시만요!”
방안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다혜가 쭈뼛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오, 오셨어요..?”
“뭐하고 있었어? 컴퓨터?”
“그, 그게에..”
왠지 부끄러워하는 그녀 뒤로 모니터가 보였다.
화면을 살폈다.
-팩트폭격기 : 내가 관상을 좀 보는데. 최시우 이놈 악독한 놈이다.
-나의시우님 : 우리 시우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데! 무슨 이상한 소리세요!
-팩트폭격기 : 헛소리 하지마. 최시우 그놈은 글러 먹었어. 클랜에 여자만 있는 것부터 문제야.
-나의시우님 : 그건..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라구요!
-팩트폭격기 : 사정이 뭔데?
-나의시우님 : 기밀이라 말 못 해요!
-팩트폭격기 : ㅋㅋㅋ 그러시겠지.
옆에서 모니터를 보던 다혜가 인상을 찡그렸다. 뭐하고 있었나 했더니 그를 욕하는 댓글과 싸우고 있었다.
“이익..!”
몸을 부르르 떤 그녀가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댓글 싸움을 계속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히윽?! 자, 잠시만요..!”
말랑거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히죽거렸다.
그의 취미는 키보드 파이팅이었다. 오늘도 먹잇감을 찾아 인터넷을 떠돌았다.
그러다 동영상 댓글에서 발견한 먹잇감.
‘나의시우님? 아이디 수준 하곤.. 큭큭.’
댓글 목록을 보니 가관이었다. 모든 댓글이 시우란 사람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했다.
딱 봐도 빠순이었다. 일단 시우가 누군지 검색했다.
‘최소 A급에 S급까지 거론되는 헌터라고..?’
으득.
질투가 치밀었다.
그 분노를 승화시켜 키보드를 두들겼다.
-팩트폭격기 : 딱 봐도 병신같이 생겼네. 저딴 놈을 왜 빰?
-나의시우님 : 뭐라구요?!
나의시우님이라는 빠순이의 타격감이 상당했다. 적당히 인터넷에서 짜깁기한 정보로 공격하니 맥을 추리지 못했다.
쉽게 흥분하는 것이 재밌는 장난감이었다.
“큭큭..! 응?”
-나의시우님 : dico.link···.
상대가 갑자기 음성채팅에 초대했다. 키보드로 안 되니 입으로라도 싸워 보겠다는 거였다.
“풋..”
키보드 실력을 보면 그보다 한참 아래였다. 곧바로 링크를 타고 음성채팅에 입장했다.
-아아아앙♥!! 시우님..! 조아아앗! 하앙♥
“미, 미친..! 뭐야..?”
-찔걱찔걱찔걱찔걱!
물방울 튀는 소리와 함께 음란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
시우가 자기 위에 올라탄 이다혜의 등허리를 쓸어올렸다.
“하앙..! 으읏..”
“어? 쟤 진짜 들어왔는데?”
“웃.. 그, 그러네요.. 아앙..♥”
그녀의 보지가 꼬옥 조였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신음을 들려줘 버린 것이다.
보지를 움찔거리며 멈춰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쳤다.
“히윽..♥”
이다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는 것 같았다.
작게 숨을 내쉬더니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박자에 맞춰 허리를 튕겼다.
철썩철썩철썩!
음란한 물방울 튀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다.
-시, 시발! 너 지금 뭐 하냐?
스피커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다혜가 대답했다. 뜨거운 숨결사이에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흐..흐응.. 너, 너느은.. 저, 절대 못 하는 거엇! 아앙♥!”
찌걱찌걱.
기승위로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그녀를 감상하다가 깨달았다.
음성채팅에 들어온 놈의 말소리가 사라졌다. 대충 예상이 갔다.
이다혜는 미인이다. 당연히 목소리도 듣기 좋았다. 그런 여자가 헐떡이고 있으니 남자라면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마이크를 꺼버렸다.
-뭐, 뭐야! 들려줘!
얼굴이 잔뜩 붉어진 이다혜가 이쪽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 건지 묻는 것이다.
고개를 저었다.
놈에게 들려줄 신음 소리는 이게 전부였다.
“하으..”
이다혜의 아랫배를 잡고 일어났다. 후배위로 자세를 바꿨다. 풍만한 가슴이 키보드를 짓눌렀다.
무작위로 눌린 메시지가 전송됐다.
-나의시우님 : ㅁㄴㅇ;ㄹ;;ㅈㅂ
-시, 시발! 들려달란 말이야!
스피커로 들리는 남자가 울부짖는 소리를 조미료 삼아 허리를 흔들었다.
철썩철썩철썩!
새하얗고 말랑거리는 엉덩이가 치골에 부딪쳤다. 피스톤질 할 때마다 파도치듯 출렁였다.
“하아악..♥! 하앙♥”
이다혜를 안아 들고 침대로 가서 눕혔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엎드린 그녀를 뒤에서 박았다.
철썩거리는 소리와 앙앙거리는 소리가 절묘한 화음을 이뤘다.
***
침대에 누워 이다혜를 품에 안았다.
그녀에게 맡길 일이 있었다.
“다혜야. 매달 한 10억쯤 줄 테니까. 그 돈으로 사람들 좀 도와줘.”
“네..?”
바로 돈 쓰는 일이었다. 당황하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적당한 사람 골라서 돈으로 도와주면 돼.”
“어··· 어떤 사람을요?”
“조건은 상관없는데. 이유가 분명해야 돼. 누구를 왜 도와줬는지 꼭 기록해놔. 하다못해 야심이 대단한 사람에게 투자해도 좋아.”
“그러니까··· 저한테 해주신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란 말씀이시네요?”
“그래도 되고.”
사실 이건 실험이었다.
그에게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 바로 카르마였다.
끝도 없이 쌓이는 돈을 카르마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를 쓰든 이득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돈을 어떻게 써야 효율이 좋을지 실험해볼 필요가 있었다.
하루 이틀 만에 결과가 나오진 않겠지만 조금씩 시작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