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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39화 (139/241)

Chapter 139 - 139화 - 현대(8)

139화 - 현대(8)

시우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자잘하게 시비걸던 강지혁이 겁도 없이 직접 찾아왔다.

제대로 된 호위도 없었다. 권왕이 놈을 미는 순간 지풍을 쐈다.

반쯤 인사치레였다. 솔직히 권왕이 막아 낼 줄 알았다.

그런데 막긴 커녕 파고든 기운이 강지혁을 반신불수로 만들 때까지 가만히 지켜만 봤다.

뒤늦게 상황를 깨달은 권왕이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가 그를 범인 취급하고 있었다.

“허허.. 이 자식이?”

무어라 더 말하려던 권왕이 피식 웃었다.

남들이 오해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근육을 꿈틀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이거 재밌구만. 그건 어떻게 한 거냐? 엉? 이렇게?”

후웅!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주먹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푸른 기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왔다. 무식하게 마력을 뭉쳐 주먹으로 쏜 것이다.

구구궁.

고개를 틀어 권풍을 피했다. 머리를 스치고 날아간 마력에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친놈. 여기서 싸우자고?”

“크하하! 뭐 어떠냐!“

권풍과 함께 달려든 권왕이 솥뚜껑같은 주먹을 내질렀다.

깔끔한 정권. 단순하지만 빨랐다.

체격이 크다지만 결국 사람의 주먹. 그런데도 기세가 대단했다. 대형 몬스터가 공격해 오는 것만 같았다.

‘강(强), 중(重), 파(快).’

삼합일기권(三合一氣拳).

세 가지 기운을 뒤섞은 기운을 주먹에 담아 내질렀다.

쩌엉.

두 주먹이 맞부딪쳤다. 충격파가 터져 나가며 주변 보도블록이 들썩였다.

주먹이 찌르르 울렸다. 손을 허공에 털어 팔을 타고 들어온 충격을 해소했다.

권왕이 재밌다는 듯 씨익 웃었다.

“흐..! 잔재주가 많구나. 차핫!”

심장을 향해 질러오는 주먹이 보였다. 상체를 뒤틀어 피하며 진각을 밟았다.

공방일체. 땅을 밟으며 일어난 경력을 관절을 통해 증폭시켰다.

쩌어어엉!

무릎, 허리를 타고 올라온 경력을 어깨에 모아 내질렀다. 권왕이 아스팔트를 박살 내며 십여미터 밀려났다.

“크흐..!”

긴 고랑을 내며 밀려난 권왕이 제 가슴팍을 더듬었다. 어깨치기와 동시에 덤으로 넘긴 혼원기가 근육을 찢으려 하고 있었다.

“짜릿하구만!”

“···더럽게 단단하네.”

큰 타격은 없었다. 갑옷 같은 흉근이 꿈틀거렸다. 더럽게 튼튼한 녀석이었다.

놈이 전신에 힘을 줬다. 펌핑된 근육으로 덩치가 1.5배는 늘어났다. 태클이라도 하듯 자세를 낮췄다.

콰앙!

땅을 박차며 돌진해 왔다.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놈을 피해 뒤로 뛰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권왕의 주먹에 맞은 도로가 박살 났다. 시내 한가운데서 저따위로 힘을 쓰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차 돼 있던 외제차 하나가 고철로 변했다.

놈의 공격을 흘려내며 근처 공사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쉬는 날인지 아무도 없었다.

권왕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귀찮게 이딴 거나 신경 쓰다니. 이제 제대로 해보자.”

우우웅!

지금까지 장난이었다는 듯 주먹에 마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히죽 웃던 권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앙!

단순히 땅을 밟은 것. 그것만으로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바닥이 박살 났다.

섬전처럼 쏘아진 권왕이 주먹을 내질렀다.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빨랐다.

지금까지 공격을 피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흘려내면서 놈의 기운을 분석했다.

‘말 그대로 극강이군.’

부러질지언정 조금도 휘지 않을 단단한 기운.

그 기운을 흉내 내듯 주먹에 담았다.

콰앙!

두 주먹이 맞닿은 곳에서 다시 한번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강 대 강이 맞부딪친 결과.

거의 완성됐던 빌딩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궁.

쏟아지는 건물 잔해를 마력장막으로 막았다.

그와 다르게 권왕은 비라도 되는 것처럼 떨어지는 잔해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놈의 머리에 부딪친 콘크리트가 산산조각 나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안 아프냐?”

“흐.. 이 정도 쯤이야. 간지럽다!”

사람보다 몬스터에 가까운 무식한 몸이었다.

서로의 시야가 큼직한 돌조각에 가려진 순간.

쾅!

놈이 땅을 박찼다. 쏟아지는 잔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권왕을 보며 자세를 잡았다. 강(强)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맞상대할 이유는 없었다.

웅.

아지랑이가 맺힌 주먹을 손등으로 받아 냈다. 파고들어 오는 기운을 혼원기에 태웠다.

부드럽게 바깥쪽으로 비껴내며 손바닥을 뒤집었다.

자연스럽게 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팔꿈치를 후려쳤다.

반사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권왕의 몸에 혼원기까지 침투시켰다.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연격이었다.

눈을 부릅뜬 권왕을 집어 던졌다. 힘의 흐름을 역이용한 유술이었다.

콰앙! 쩌저적.

권왕이 바닥에 처박히며 아스팔트가 갈라졌다. 놈의 주먹에 담겼던 힘을 모조리 담아 던진 것이었다.

바닥을 나뒹굴던 권왕이 벌떡 일어났다. 흙투성이가 된 바지를 툭툭 털며 뇌까렸다.

“허참.. 이거 꼴이 말이 아니구만.”

엉망으로 변한 옷과 다르게 놈의 몸은 멀쩡했다. 피부에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눈동자엔 분노가 가득했다. 성인군자도 땅바닥을 나뒹굴고 기뻐할 순 없었다.

하물며 카메라가 찍고 있는 와중에 두들겨 맞았으니. 기분이 아주 끝내줄 것이다.

“후우..!”

권왕이 눈을 희번덕 떴다. 심호흡하면서 천천히 주먹을 허리춤에 매었다.

마치 정권 지르기라도 할 것 같은 자세였다.

끄드드득.

온몸의 근육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조여들었다. 마치 전차가 포를 겨누는 것 같았다.

위협적이지만 빈틈이 너무나 많았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움켜쥐었다.

‘극섬(極剡).’

전신 기운이 한순간에 정렬됐다. 극한의 날카로움. 발도와 동시에 흩뿌리듯 허공을 벴다.

반월형 푸른 검기가 빠르게 날아갔다. 권왕은 그러거나 말거나 아예 눈까지 감으며 무언가에 집중했다.

촤아악.

날아간 검기가 그대로 명중했다. 놈의 상체가 절반쯤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안 잘려?’

강철도 두부처럼 잘라버리는 검기가 뼈를 베지 못했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권왕이 기합을 내질렀다.

“하압!”

우우웅!

검기를 몸으로 때우면서까지 준비했던 기술. 긴장감을 바짝 올리며 집중했다.

놈의 전신에 있던 마력이 한곳으로 응축했다. 주먹으로 응축된 그 기운이 찬란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권왕의 주먹이 빛난다고 느낀 그 순간.

“크하아아! 죽어라!!”

부아앙!

하늘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세상천지가 주먹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빠른 것 같지도 않은데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건 권강이었다.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 순수한 집념만으로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쩌저정.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철로에 묶여 다가오는 기차를 보는 기분.

그가 느려진 것인지 저 주먹이 빠른 것인지 구분가지 않았다. 반응한 순간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행운유수(行雲流水) : 극유(極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뛰어들었다. 전신에 힘을 뺐다. 흐느적거릴 정도로 탈력시킨 몸이 권강과 만났다.

스며든 극강의 기운을 혼원기에 뒤섞은 그 순간.

혼원기에 섞인 극강(强)과 극유(柔). 두 기운이 하나 되더니 순식간에 소멸됐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의아함도 잠시. 기운이 사라졌던 자리에 정체불명의 기운이 차올랐다.

머리카락이 쭈뼛섰다. 그 기운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육화(肉火).’

마력코어까지 동원해 방비를 갖췄다.

새로 생긴 기운을 인지한 그 순간.

콰아앙!!

빛이 보였다.

대규모 폭약이라도 터진 듯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반쯤 무너진 빌딩과 함께 폭발에 휘말렸다.

“크으..!”

흐릿해져가는 의식을 억지로 붙잡았다. 강렬한 충격과 함께 뒤로 날아간 짧은 순간. 몸을 타고 들어온 기운을 허공에 흩뿌렸다.

그런데도 전신 기혈이 가닥가닥 끊겼다.

조각 난 기혈을 재생의 힘으로 되살리며 겨우 몸 상태를 유지했다.

공중에서 몇바퀴나 돌며 균형을 잡아 땅바닥에 내려섰다.

쿠우웅!

디딘 땅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푸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주변을 살폈다.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크레이터만 남았다. 빌딩이 증발했다. 소멸이라도 된 것 같았다.

“흐..”

새어 나오는 숨결에 탄내가 맡아졌다. 전신 기혈이 반쯤 녹아내린 것 같았다.

권왕을 살폈다.

놈도 멀쩡하진 못했다. 심각한 화상이라도 입은 듯 전신이 걸레로 변해 있었다.

그는 충격을 해소할 만한 기술이 없었다. 강대한 폭발을 무식하게 몸으로 때웠다.

피부가 반쯤 녹아내려 시뻘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쿨럭..”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닦은 권왕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흐.. 더럽게 아프네. 그건 도대체 뭐냐.”

“···나도 모른다.”

극강의 기운이 부드러운 기운과 뒤섞인 그 순간. 정체불명의 기운이 생기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혼원일기공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본 기분이었다.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가 됐다.

“퉤엣!”

피를 뱉어낸 권왕이 머리를 흔들더니 주먹을 쥐었다. 반쯤 녹아내린 피부가 재생되고 있었다.

엄청나게 터프한 녀석이었다.

눈가를 좁히다가 검을 쥐었다. 사일이라도 써야 제압하든 죽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잡던 그 순간.

“자, 잠깐!”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막아섰다.

복장을 보니 협회 집행부로 보였다. 몸을 떨던 그가 권왕에게 다가갔다.

“궈, 권왕.. 당신을 마력 특수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뭐..?”

철컥.

권왕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것을 보던 권왕이 한 손을 들어 귀를 후볐다. 그 자연스러운 동작만으로 마력 수갑이 끊어졌다.

“무슨 개소리냐. 이건 정당한 결투다.”

집행부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흔적만 겨우 남은 빌딩 잔해가 보였다.

“커험..! 물어 주면 될 거 아니냐!”

“이 건물은 그렇다 치고. 저분을 때리셨잖습니까! 그것도 카메라 앞에서!”

결투를 찍고 있던 카메라를 포함한 모두가 집행부의 시선을 따랐다.

저 멀리 바닥에 쓰러져 경련하는 강지혁이 보였다.

시체꼴로 누워 있는 그를 구급대원이 허겁지겁 응급조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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