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0 - 140화 - 무협지구
140화 - 무협지구
집행부가 끌고 온 차가 하필 경찰차였다.
끊어져 달랑거리는 수갑을 찬 권왕이 경찰차에 몸을 구겨넣었다.
“쯧.. 기분 더럽구만.”
왠지 모르게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
차에 탄 권왕이 몸을 살폈다.
일그러진 얼굴이 펴지질 않았다. 반쯤 회복된 피부가 더럽게 따끔했다.
“흐..”
최시우란 놈의 마력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자칫 방심했다간 기운에 잡아 먹힐 것 같았다.
끈질기게 그의 몸을 파괴하는 지독한 마력이었다.
녹아내린 제 피부를 보고 있는데 운전하던 집행부가 속삭였다.
“아무리 S급이라지만 카메라 앞에서 사람을 패시면 어떻게 합니까..! 협회장님께서 정중히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조만간 풀려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놈을 팬건 내가 아니라···. 후..! 됐다. 근육에 밥줄 시간이니까 빨리 가.”
“···예.”
뱃속이 아릿했다. 이제 보니 내장도 상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통증을 느끼니 기분이 묘해졌다.
“퉷!”
“···차에 침뱉지 마십시오.”
“침 아니다.”
“뭐든 간에 마찬가집니다.”
작게 중얼거리는 집행부 놈은 신경껐다. 온몸이 근질거렸다. 아픈 건 전부 근육이 부족해서였다.
“감옥은 독방으로 준비해. 운동 좀 해야겠어. 내가 쓰던 헬스기구도 알아서 채워놔.”
***
박원효 실장이 식물인간이 된 강지혁을 보며 히죽거렸다.
“크큭··· 부회장. 아니, 지혁아! 정말 고맙다. 덕분에 나한테도 희망이 생겼다. 강진그룹은 이제 내 거야!”
침대에 누워 있는 강지혁을 보니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자신을 머슴 취급하던 강씨일가는 사이좋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것도 평생.
혹시나 치료할 수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눈도 움직이지 못 하는 강지혁을 보다가 이마를 탁 쳤다.
“아차..!”
박실장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도와 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올려야 했다.
그가 권왕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적대해선 안 된다. 그랬다간 눈앞에 있는 강지혁 꼴이 될 게 뻔했다.
*
지이잉.
- [박원효 실장] :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만 하십쇼!
시우가 문자를 힐끔 보곤 답장하지 않았다.
강진그룹은 반쯤 박살 났다. 남은 강씨 일가라 해 봐야 아무것도 모르는 친척들뿐.
그들을 상대하는 건 박원효 실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
반쯤 망가진 그룹을 누가 차지하든 관심 없었다.
목표는 강지혁 부자의 몰락이었으니까. 그건 이미 충분히 이뤘다.
강진그룹에 신경 끄고 눈을 감았다.
지금은 권왕과 싸우고 얻은 것을 정리하는 게 더 중요했다.
명상을 이어가다가 혀를 찼다.
예민해진 기감에 기자들이 느껴졌다. 지금 클랜하우스 밖에는 기자들로 가득했다.
‘조금 귀찮네.’
인터뷰를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권왕과의 결투가 끝난 후.
당연히 난리가 났다. 피부가 박살 난 권왕에 비해 겉으론 멀쩡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S급의 출현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권왕에 비해 멀쩡했던 그가 더 강하다는 평이 뒤따랐다.
그 후론 기자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다시 명상에 집중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현대는 수련에 매진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후..”
수련하기 딱 좋은 곳이 있었다.
*
번쩍.
무협 지구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목이도가 남긴 수련지였다.
15평 가량되는 작은 동굴. 수련하기 딱 좋은 곳이다. 한쪽에는 연못처럼 고여 있는 깨끗한 물도 있었다.
옆에서 곤히 자는 서지유가 보였다. 그의 주머니를 털어먹으려 했던 괘씸한 도둑년.
한창 유두만으로 절정할 수 있게 조교 하는 중이었다.
“으응···”
그녀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쪽방 구석에 내려놓고 가부좌를 틀었다.
만약 집행부가 찾아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됐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봤다.
권왕과 끝까지 싸웠다면.
‘호각인가.’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했다. 결국엔 밀리다 사일까지 꺼내 들어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까지 가야 결판 난다는 말이었다.
권왕의 육체는 지금까지 상대한 어떤 괴물보다 강력했다.
‘마지막에 그건 뭐였지.’
가장 의문인 건 권왕과 기운이 뒤섞였을 때 일어났던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기운을 뒤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격렬한 반응은 처음이었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었다.
‘어떻게 했더라..’
먼저 권왕의 기운을 떠올렸다.
‘강. 말 그대로 극강(極强).’
우웅.
쇠를 끊는 강인함. 극강의 기운을 왼손에 응집시켰다. 오른손엔 그때 자신이 다뤘던 기운인 부드러움을 담으려 했다.
“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겨우 두 가지 기운인데도 그랬다.
지금까지 세 가지 기운도 동시에 다룬적이 많았는데 약간 의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강과 유는 정반대에 있는 속성이나 다름없었다.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행히 해결책을 알고 있었다.
잔류사념을 이용한 검기의 팽창. 그것과 유사했다.
우웅.
왼손에 극강의 기운을 응집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임계점을 넘어 잔류사념이 생길 그때.
모든 집중력을 극유의 기운으로 돌렸다.
양손을 합장하며 두 기운을 합쳤다.
비시식..
뒤섞인 기운이 사그라졌다. 양이 많던 극강의 기운 일부만 남아 있었다.
“음..”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여러 번 반복했으나 똑같았다. 두 극단의 기운은 서로의 기운을 깎아 먹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기운 좀 합쳤다고 폭발이 일어나는 게 더 이상했다.
‘혼원일기공의 특성 같긴 한데···. 이건 아닌-’
꽈아앙!
순간 강렬한 충격과 함께 벽에 처박혔다.
땅바닥을 뒹굴며 머리를 흔들었다.
“크···”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발. 정신이 흐릿해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구구궁!
동굴 전체가 무너질듯 흔들렸다. 곤히 자던 서지유가 기겁해서 일어났다.
“뭐, 뭐야!!”
“쿨럭..”
피를 토하며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피부가 반쯤 벗겨져 욱신거렸다.
정말 쥐꼬리만 한 내공만 사용했는데 위력이 너무 강했다.
터지는 순간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힘들었다.
소모한 내공에 비해 폭발력 하나만큼은 압도적이었다. 비록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
콰아앙!
“윽..! 그, 그만 좀 해. 무너지면 어쩌려고!”
서지유가 벽에 딱 달라붙어서 이쪽을 노려봤다. 마치 불장난하는 아이를 보는 엄마 같은 표정이었다.
“될 것 같은데. 안 되네.”
“으으··· 도대체 그건 또 무슨 기술이야. 진짜!!”
일주일가량 수련에 집중했다.
아직도 통제할 순 없었다. 하지만 대략 어떤 원리인지 알 수 있었다.
먼저 양극단에 있는 두 기운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뤄야 했다. 그것들이 합쳐지면 합일된 기운이 소멸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기운이 생성된다.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정체불명의 기운.
위력 하나만큼은 발군이었다.
태초에 일어났다는 개벽(開闢)이 연상됐다.
“···일월합벽(日月合闢)이라 하자.”
“미친.. 누가 이름 물어봤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고민이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똑같았다. 익숙해지려면 결국 많이 해봐야 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내공으로 일월합벽을 일으켜도 통제가 불가능했다. 수련하기 쉽지 않았다.
이러다간 정말 쪽방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혼원보주!’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불투명한 구슬을 꺼냈다. 진주를 확대해 놓은 것 같은 구슬.
전전대 하오문주 목이도가 남긴 안배였다.
이것을 부술 수 있을 때 또 하나를 얻을 것이라 했었다.
‘음(陰)과 양(陽).’
연습하다 깨달았다. 상반된 기운이라면 어떤 기운이든 상관없었다.
우웅.
양손에 상반된 기운을 생성했다.
일주일 동안 매진했더니 꽤 익숙해졌다. 거의 동시에 음과 양의 기운이 응집됐다.
기대감을 담아 구슬에 합장했다.
지잉.
손바닥이 닿은 순간. 구슬이 작게 진동했다. 지금까지 어떤 공격에도 반응 없던 구슬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음..’
아무래도 이 방향이 맞는 것 같았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일월합벽은 혼원일기공에서 우연히 발견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목이도가 이런 기술을 알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일월합벽은 혼원기공으로도 가능했다. 극단의 기운을 사용하긴 까다로웠지만 경지가 오르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문득 목이도가 남긴 말과 혼원일기공의 구결이 떠올랐다.
- 극단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혼원(混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순일(純一)이 만변(萬變)을 이긴다.
목이도가 말한 혼원(混元)과 혼원일기공에서 말하는 순일(純一).
어쩌면 두 기운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또다시 일주일.
이제 그만 쪽방에서 나가자는 서지유를 달래가며 수련에 매진했다.
그동안 구슬을 향해 일월합벽을 사용했으나 부수지 못했다. 진동만 조금씩 거세질 뿐이었다.
‘후.. 아직 무린가.’
혼원보주를 인벤토리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쪽방에서 나갈 생각이었다.
반색한 서지유가 말했다.
“이제야 나가려고? 잘 생각했어!”
확실히 이곳에서 지낸 시간을 다 합치면 한 달에 가까웠다.
그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을 터였다.
“잠깐만.”
워프 도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쪽방 구석 평평한 곳에 도장을 찍었다.
우웅!
도장을 중심으로 돌바닥이 갈려 나갔다. 푸른빛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며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렸다.
텔레포트 마법진. 보기만 해도 만족감이 들었다. 뭔가 거점이 생긴 기분이었다. 이제 이곳에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었다.
이쪽을 신기한 듯 보고 있는 서지유에게 말했다.
“가자··· 아니다.”
“또 왜!”
“나 신법 좀 알려주라.”
“뭐?”
무협 지구는 더럽게 넓었다. 이곳을 자동차도 없이 뛰어다니려니 귀찮았다.
달리는 방법. 신법을 익히고 싶었다.
다행히 바로 옆에 달리기의 전문가. 도둑이 있었다.
“무, 무슨 헛소리야! 내가 그걸 왜 알려줘!”
“알려주면 안 돼?”
서지유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하..! 너 지금 무공 알려달라는 소리가 무슨 뜻인진 알고 하는 말이야?”
“알려주는 게 알려주는 거지. 뭐 특별할 거 있나?”
“으으.. 이래서 낭인출신은···. 지금 나랑 사승관계를 맺자는 거야? 나한테 스승님이라고 부를 수 있겠어?”
“당연히 가능하지.”
“무슨..! 후우.. 그러면 무릎부터 꿇어. 그럼 고민 좀 해볼 테니까. 흐흥!”
고개를 치켜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도둑년을 보다가 턱을 쓰다듬었다.
한 달 동안 친절하게 대해줬더니 기가 되살아났다.
***
개처럼 엎드린 서지유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아으읏♥! 시러엇..!”
바닥을 기어 도망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품에 끌어안고 양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스승님 어딜 가려고? 벌써 지쳤어?”
“스, 스승 아니야앗.. 스승 안 할래애..!”
“싫어. 안 물러줘.”
말랑한 가슴을 주무르다가 검지 손가락으로 유륜을 빙글빙글 돌렸다.
서지유가 고개를 거세게 저으며 바둥거렸다.
“하으윽..♥! 그, 그만해앳!”
그럴 만도 했다. 벌써 30분째 유륜만 만지는 중이었다.
품안의 그녀가 파르르 떨었다. 가버리기 직전이었다. 손에 잡힐 듯 훤히 보였다.
“가고 싶어?”
“으으응! 응응!”
퉁퉁 부운 유두가 애처롭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절정 직전. 손가락을 떼 버렸다. 그녀가 허리를 들썩이며 소리쳤다.
“아아아앙♥!! 또오..!! 갈래앳!”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자위하려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우으.. 시러어..”
“아! 맞다. 우리 스승님 선물 가져왔는데. 깜박했네.”
인벤토리에서 동그란 밴드같은 것을 꺼냈다.
최고급 유두 진동기. 아카데미 지구 경매장에서 시간 내서 사 왔다.
젖꼭지가 민감한 스승님을 위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