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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45화 (145/241)

Chapter 145 - 145화 - 무협지구(6)

145화 - 무협지구(6)

모용 세가의 심무길 장로.

그가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도둑놈을 노려봤다.

겨우 절정지경.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저따위 경지로 모용 세가를 털다니···!’

“늙은이. 빛나는 거 좋아해?”

철가면 쓴 남자가 태평스레 말했다. 정신이 돌아버린 게 분명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젊은 게 느껴졌다. 어린놈이 반말까지 찍찍 해대다니.

“이 애송이가 건방-“

혼쭐을 내주기 위해 소리를 버럭 지른 그 순간.

음양의 기운이 담긴 손바닥이 만났다.

빛이 번쩍였다.

콰아아앙!!

“꺼윽-”

심장로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벽에 처박힌 뒤였다.

삐이이-

머리를 뒤흔드는 이명 소리와 함께 힘이 탁 풀렸다.

뒤늦게 통증이 찾아왔다. 벽에 처박힌 탓인지 무언가에 얻어맞은 탓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우웨에엑!! 커헉..”

우르릉!

지하실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호신강기를 펼치지 않았다면 이미 시체가 됐을지도 몰랐다.

“끄으..!”

울컥 올라오는 핏덩어리를 억지로 삼켰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꺽꺽거리다가 눈을 부릅떴다. 미처 정신 차리기도 전에 가면을 쓴 놈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개 같은..!’

아직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무자비한 발길질이 날아왔다.

땅바닥을 나뒹굴어 겨우 피했다. 무림인들이 죽을 만큼 수치스러워한다는 나려타곤.

심장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땅바닥을 구르는 잡배들을 보며 얼마나 비웃었던가.

그런데 그 행동을 자신이 하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랑이던 하얀 수염이 흙투성이가 됐다. 바닥을 뒹굴다가 이를 악물었다.

“이 노오옴!!”

단전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하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전신 기혈이 욱신거렸다.

아까 전 기습받은 탓에 내상이 심각했다.

하지만 바닥에서 밟혀 죽는 것보단 나았다.

콰과과광!

호신강기를 사방에 폭발시켰다. 너덜너덜해진 기혈탓에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벌떡 일어나 놈을 노려봤다.

“이 비겁한..!”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주먹이 날아왔다.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이었다.

쏘아지듯 다가온 붕권이 코앞에 있었다.

놈은 절정지경 주제에 더럽게 빨랐다.

빠악!

강렬한 충격과 함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별이 보였다.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맞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거렸다.

“자, 잠깐..! 꺼억!”

무례했다. 너무나 무례했다. 시정잡배도 이렇게 싸우진 않을 터였다. 서로 말도 제대로 나누지 않았는데 기습이라니.

절정따위한테 이렇게 두들겨 맞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으아아아악!”

다시 한번 사방에 호신강기를 뿜어내며 놈을 밀쳐 냈다.

단전이 찢어질 듯 아려왔다. 마른 수건에서 물을 쥐어짜듯 억지로 내공을 퍼올렸다.

‘죽여 버리겠다!’

몇십 년만의 제대로 된 싸움에 잠들어 있던 무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무식하게 뻗어오는 주먹을 보며 눈을 빛냈다.

“차핫!”

가면놈을 노려보며 의지를 발했다.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수천수만 번 반복한 초식.

우웅!

쇄천파산권(碎天破山拳).

검붉은 기운이 권기를 넘어 실체화 됐다.

쩌저정!

파공성과 함께 뻗어 나간 권강이 모든 것을 꿰뚫었다. 녀석의 주먹은 물론이고 심장까지 관통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큭큭..!”

뒤늦게 지하실이 무너질까 걱정됐지만 통쾌함이 먼저였다.

그러나 짜릿함도 잠깐이었다. 상대의 존재감이 흐릿해진다고 느낀 순간.

신형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 경악했다.

‘이, 이형환위..?’

믿을 수가 없었다.

뒷덜미가 섬뜩했다. 자신의 목숨을 몇 번이나 살려 준 감각을 따랐다.

이미 한계인 단전에서 다시 한번 내공을 퍼올렸다. 내상이 몇 년으로 늘어날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흐아아압!”

콰콰콰쾅!

호신강기와 맞부딪친 주먹에서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지하실이 버티질 못했다.

우르릉..!

철가면 속의 눈동자에 작은 감탄이 담겼다. 건방진 도둑놈이 칭찬하듯 박수를 쳤다.

짝짝짝.

손바닥이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해 버렸다. 최초의 기습이 떠올라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네놈! 사문이 어디냐!”

“무영신투문.”

“무영신투···? 개 같은 놈이 아직도 날 놀려!”

뿌득.

어금니가 부서져라 깨물며 놈을 노려봤다. 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해줘도 못 믿는군.”

구구궁.

결국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천장을 통해 모용 세가 무사들이 보였다.

그들이 지하실을 보고 기겁했다.

“자,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새하얗던 수염은 까맣게 탄 뒤였다. 이런 상거지꼴을 부하들에게 들키다니.

하지만 그건 문제도 아니었다.

바깥에 대기시켜놨던 모용 세가 무사들. 당연히 충성스러운 이들이다.

하지만 모두가 세가의 진정한 비밀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저, 저게..?”

몇몇 이들이 지하실을 보며 경악했다. 한눈에 봐도 비정상적인 장소가 모용상단 지하에 있었다.

고문받다 죽은 시체가 짐짝처럼 널려 있고 피로 그려진 문양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심장로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모두 정신 차려라! 이놈이 빠져나가게 둬선 안 돼!”

주춤거리던 무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몸에 새겨진 복종이었다. 일이 마무리되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

구구궁.

시우가 터져 나간 천장을 통해 바깥을 살폈다.

수십 명의 무사가 포위망을 펼치고 있었다. 최소 일류. 절정 지경도 심심찮게 보였다.

‘슬슬 나가야겠는데.’

거대 세가의 힘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원군은 많아질 터였다.

“놈! 어딜 보느냐!”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린 노인이 권강을 뻗어왔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도 빠르게 다가오는 권강을 보며 월영신을 운용했다.

‘스읍..’

깊게 내쉰 숨결과 함께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침잠했다.

숨을 죽이고 기를 죽였다.

목적지는 지하실 밖. 그곳을 노려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바람길이 열리고.

공기처럼 가벼워진 몸으로 땅을 박찼다.

월광형(月光形).

그곳이 어디든 달빛보다 먼저 도달한다는 광오함을 담은 초식.

파앗!

눈 깜박할 사이에 주변 풍경이 달라졌다. 찰나의 순간에 지하실에서 빠져나왔다.

콰아앙!

뒤늦게 그가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간 권강이 지하실을 무너뜨렸다.

눈을 부릅뜬 노인이 뒤늦게 쫓아왔다.

“쥐 새끼 같은 놈! 섣불리 다가오지 말고 포위망을 유지해라! 이놈은 내가 처리하겠다.”

“노인장. 무리하지 말지? 그렇게 처맞아 놓고 되겠어?”

“닥쳐라! 그 행운도 이제 끝이다!”

노인이 주먹을 쥐며 천천히 다가왔다.

과연 어느 기점부터 빈틈이 급격히 줄었다. 싸움이 계속되면서 빠르게 강해졌다.

정확히는 옛실력을 되찾는 것 같았다. 마치 실전을 치른지 오래된 고수가 감각을 되찾아가는 느낌.

하지만 노인의 숨결엔 고통이 가득했다. 아직도 일월합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하긴. 권왕처럼 무식한 몸뚱이도 아닌데. 회복이 쉽진 않겠지.’

노인에게 집중한 사이. 살기가 느껴졌다.

“하아압!”

포위망을 펼치던 한 무사가 검을 찔러왔다.

검기에 강렬한 기운이 담겼다. 양만 따지면 노인보다 많았다. 한 명의 기운만 담긴 게 아니다.

수십 명의 힘이 그에게 몰리고 있었다. 마치 기운을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사람으로 펼치는 진법. 합격진을 펼친 것이다.

쩌저정!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검기를 손바닥으로 받으며 뒤로 뛰었다.

행운유수(行雲流水) : 곡예(曲藝).

머리로 인지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콰앙!

강대한 기운에 거스르지 않았다. 허공을 날며 검기를 조금씩 비틀었다.

왼손으로 들어온 기운이 몸을 타고 부드럽게 반대쪽 손으로 이동했다.

흘려 낸 검기를 창고로 보이는 건물에 쏘아냈다.

콰아앙!

창고는 당연하게도 박살 났다. 비산하는 돌조각 사이로 반짝이는 황금빛이 보였다.

‘금..?’

금팔찌,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의 금붙이들이 창고에 가득했다.

어느새 뒤따라온 노인이 희번뜩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탐나느냐? 원한다면 전부 가져라. 저승 노잣돈으로 주마.”

“준다니 가지긴 하겠는데···. 노잣돈은 그쪽한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살날도 얼마 안 남았을 텐데.”

“시건방진 애새끼가 아직도 반말을 해!”

후웅!

권기가 날아왔다.

고개를 틀어 가볍게 피했다.

노골적인 살기와 다르게 간결한 공격이었다. 천천히 압박할 속셈인 것 같았다.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빈틈없이 조여 오는 무사들이 보였다. 노인의 뒤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땅을 박차고 창고로 뛰어들었다.

‘흡(吸).’

우웅.

흡자결을 이용해 바람을 일으켰다. 금붙이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블랙홀이라도 생긴 듯 장신구들이 모조리 손바닥으로 모였다.

손이 거대해졌다. 마치 커다란 금빛 글러브를 착용한 것처럼 변했다.

콰앙!

그걸 그대로 노인에게 휘둘렀다. 맞부딪친 금주먹이 박살 나며 사방에 흩날렸다.

자연스럽게 무사들의 시선이 금에 쏠렸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포위망에 빈틈이 생겼다.

팟!

“헛..!”

월광형을 사용해 무사들을 돌파했다. 그들이 정신 차렸을 땐 이미 담벼락에 서 있었다.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이쪽을 보고 있던 흑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오..?’

아쉬웠다. 시간만 있었다면 말이라도 붙여볼 만큼 빼어난 미모였다.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손에 들린 금덩어리에 혼원기를 담아 휘둘렀다.

콰자작.

금붙이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터져 나갔다.

수십, 수백 개가 넘게 조각난 금을 사방에 흩뿌리며 소리쳤다.

“무영신투 다녀간다. 하하하하하!”

허공을 날듯 달리며 모용상단을 쳐다봤다.

노인이 낭패한 얼굴로 뿌려지는 금을 보고 있었다.

그에게 마지막 선물을 날렸다.

쉬익.

날카로운 비수를 고개를 틀어 피한 노인이 이쪽을 노려봤다.

도발하듯 손바닥을 까딱이며 기운을 흩뿌렸다.

*

심무길 장로가 볼을 스치고 지나간 비수를 보며 분노를 삼켰다.

낙양 전체에 모용 상단의 금이 비처럼 뿌려지고 있었다.

“미친놈이..!”

사람들은 쏟아지는 금을 보며 미쳐 날뛰었다. 그중에는 무림인들도 있었다.

그들이 허공을 뛰어다니며 금을 줍다가 모용상단을 쳐다봤다.

“저, 저게 뭐야..? 무슨 시체가···.”

누군가 주춤거렸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무림인들에게 모용상단 지하에 있는 것이 드러나 버렸다.

심무길 장로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제기랄.”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막막했다.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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