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1 - 151화 - 무협지구(12)
151화 - 무협지구(12)
당화린이 마차 내부를 둘러봤다.
누울 수 있을 정도로 기다란 의자가 둘 있었다. 앉으면 자연스레 서로를 마주 보게 되는 구조였다.
꽤 널찍했다. 건너편에 앉은 이들끼리 무릎이 닿지 않았다.
게다가 승차감도 좋았다. 마차라는 게 믿기지 않게 진동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소향이라는 여인과 자신이 서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게···.’
당화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의 감 때문인지 맞은편에 있는 여인의 감정이 느껴졌다.
저 작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지 뻔했다.
‘앙큼하긴.’
옆에서 뻔뻔하게 웃으며 앉아 있는 시우를 보니 힘껏 꼬집어 주고 싶었다. 조만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눈에 훤했다.
하지만 져줄 수밖에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아··· 이름이 소향이라구요···? 어차피 이리된 거 우리 친하게 지내요.”
소향이 고개를 홱 틀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싫어요.”
“뭐엇?! 나도 싫..! 아니, 이게 아니고.. 후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그녀들은 서로를 째려보곤 입을 꾹 다물었다.
“흥.”
누가 내뱉은지 모를 콧소리를 마지막으로 마차에 정적이 흘렀다.
시우가 턱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향이와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감이 잡혔다.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는 스스로 다가오게 만들어야 했다.
먼저 당화린에게 집중했다. 마침 그녀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
“화린아. 이제 이름 안 숨겨도 돼?”
“···괜찮아. 가문에 먹칠하지 말래서 숨겼지만. 이 나이에 절정지경이면 충분하지. 가문에서 알게 되면 오히려 돌아와달라 사정할걸?”
“돌아와? 가출한 거 아니었어?”
당화린이 고개를 저었다.
“가출이긴 한데··· 쫓겨난 거에 더 가까워. 난 반푼이였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딱히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 말 안 했는데···. 나는 당문출신이야.”
당문. 독과 암기로 유명한 오대 세가 중 하나였다. 당씨 성을 가진 무인이 암기를 다룬다면 뻔했다.
“응. 그건 예상했어.”
“당문은 독공으로도 유명한데. 나는 암기만 쓰잖아? 사실 독공은 제대로 못 배웠어.”
쓴웃음을 내뱉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독내성이 잘 안 생기더라구. 그래서 독공을 익힐 수가 없었어.”
“아···.”
“그래서 암기술에 집중한 거야. 가문에선 그런 날 반푼이라 무시했고.”
확실히 밝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화린의 어조는 가벼웠다.
“그대로 있다간 어디 이상한 남자에게 팔려 가게 생겼더라고. 그래서 무사 수행 명목으로 나온 거야. 호위도 없고. 뭐.. 반쯤 쫓겨난 거지.”
당화린이 갑자기 미소 짓더니 안겨들었다.
“이제 다 상관없지만! 헤헤.”
그녀가 소향이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흐흥.”
마치 과시하듯 팔짱을 껴왔다. 풍만한 가슴골 사이로 팔이 파묻혔다.
뭉클거리는 감촉과 함께 소향이의 한껏 모아진 눈썹이 보였다.
“읏..”
소향이는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입술만 잘근거렸다.
당화린이 그런 그녀를 비웃더니 손깍지까지 꼈다. 그 손에 소향이의 시선이 확 쏠렸다.
“아..”
작달막한 입이 살짝 벌어졌다. 무언가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 같았다.
붉은 입술로 호선을 그린 당화린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데. 시우야. 나랑 같이 무가나 차릴래?”
“무가? 나쁘지 않지. 청봉현에서 차릴까?”
“청봉현? 좋네. 이름은 뭐로 할까?”
잠시 고민했다. 이름. 이름이라···.
“사천당가.”
“엑..? 청봉현은 사천도 아닌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어감이 중요한 거지.”
“사천당가.. 나쁘진 않은데···. 우움..”
함께 미래에 대한 설계까지 이어가니 소향이의 미간이 한껏 오무려졌다.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였다.
“으..!”
말도 못 하고 답답한 표정으로 끙끙거렸다.
경계심 많던 고양이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이런 좋은 상황이라니. 마치 화린이가 도와주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그녀를 살폈다. 이쪽을 째려보는 화린이와 눈이 마주쳤다.
알면서도 도와주는 거였다. 너무나 기특한 여자였다.
- 고마워.
- 흥!
살짝 삐진 것 같은 화린이에게 최선을 다했다.
“화린아 손 안마 해줄게.”
왼쪽 손바닥을 양손으로 붙잡고 꾹꾹 눌렀다.
혼원기까지 담아서 정성스레.
“으읏.. 으..?”
애무같은 손바닥 지압이 이어지자 희미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비음에서 야릇한 물기가 물씬 풍겼다.
“하으..♥ 으응.. 거기 좋다..”
꾸욱.
손가락을 핥듯이 꼼꼼하게 만져 줬다. 위치추적 아티팩트를 끼워줬던 약지손가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하으으..”
성감대라도 되는 것처럼 반응이 좋았다. 혼원기를 손끝에 모아서 톡톡 두드렸다.
“읏..!”
버티기 힘든지 고개를 팍 숙인 화린이가 파들파들 떨었다.
겉으로 보기엔 가벼운 손 마사지였다. 하지만 기운으로 보면 달랐다.
‘잘하면 보낼 수 있겠는데?’
그녀의 기운을 쉴 새 없이 빨아들이며 쾌감을 일깨웠다.
손으로 하는 혼원기 섹스였다.
“아으읏..! 우으, 읏♥”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은 화린이가 보였다.
허벅지를 바짝 조이고 전신을 잘게 떠는 것을 보아 절정이 머지않았다.
쭈욱 빨아들인 기운을 몸에서 휘돌렸다. 혼원기에 뒤섞어 한층 정순해진 기운을 뭉텅이로 모았다.
손깍지를 껴서 최대한 면적을 넓힌다음 한 방에 밀어 넣었다.
“으으응!!!”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푹 숙인 화린이가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희미하게 새어 나온 소리가 끈적거렸다.
붙잡은 손아귀가 꽉 조여졌다. 계속되는 경련을 통해 절정 하는 중임을 알 수 있었다.
“하아..! 아으..”
몇 초가량 부르르 떨던 그녀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쪼륵.
한껏 예민해진 귓가에 작은 물소리가 들렸다. 가랑이 사이에서 흐른 그것이 어떤 액체일진 뻔했다.
칠칠치 못하게 다른 여자 앞에서 제대로 가버리다니.
‘마음에 드네.’
절정에 취해 헤롱거리는 화린이를 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소향이는 이쪽을 보며 갸웃거리고 있었다. 표정에 의문이 가득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왜? 소향이 너도 해 줄까?”
“···됐어요.”
“싫음 말고.”
강요하진 않았다. 억지로 다가가 봐야 도망가기만 할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미 한껏 가버린 당화린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꾹꾹!
정적이 흐르는 마차에서 달콤한 숨소리만 이어졌다.
곧 음란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경험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냄새.
하지만 소향이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저 기분 나쁜듯 입술을 삐쭉 내밀며 붙잡은 손만 노려보고 있었다.
“으으..”
화린이의 손바닥을 얼마나 희롱했을까.
목덜미까지 붉게 달아오른 그녀가 의자에 축 늘어졌다. 전신이 흐물흐물해진 것을 보니 뿌듯했다.
몽롱한 얼굴로 흐트러진 화린이를 정돈해줬다.
이때까지 소향이의 시선은 오로지 붙잡은 손만 향하고 있었다. 뚫어져라 노려보는 그녀에게 말했다.
“소향아.”
“네, 네..?!”
움찔 놀란 그녀에게 물었다.
“점창파는 뭐하러 가는 거야?”
“···.”
또 대답하지 않는 건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수밖에. 다그치면 도망가 버릴 테니까.
그런데.
우물거리던 소향이의 입술이 열렸다.
“..신살무공에 대해 알아보러 가는 거예요.”
“신살무공? 그게 뭔데?”
“···.”
다시 입을 꾹 다무는 그녀.
“하아.. 신살무공..?”
나른하게 누워 있던 당화린의 눈이 반쯤 떠졌다. 그녀가 힘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신살무공이 진짜 있는 거였어?”
“흥.”
고개를 홱 돌린 소향이를 보다가 당화린에게 물었다.
“신살무공이 뭔데?”
“으음.. 무림에 떠도는 전설 같은 거야. 대성하면 신선도 죽일 수 있는 무공이라나?”
“그런 게 진짜 있어?”
“나도 잘 몰라. 애초에 믿는 사람도 별로 없고···. 어릴 때 듣던 옛날이야기 같은 거야.”
소향이를 쳐다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화린이의 손이나 다시 붙잡았다.
“또..?”
방금 그 소리는 소향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거였다.
*
적어도 다섯 번.
가벼운 절정을 제외하고 크게 가버린 횟수만 다섯이었다.
완전히 지쳐 버린 화린이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스윽 스윽.
“아..”
소향이가 움찔거렸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본 그녀의 눈동자가 허망하게 떨렸다.
‘머리에 민감하네?’
약점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소향이 너도 해 줄까? 내가 안마 하나는 기가 막히거든.”
“···.”
이전과 다르게 거부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즉답하던 아까와 달랐다.
그녀의 손을 쳐다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소향이의 손이 움찔했다.
‘오..?’
눈길을 피하듯 조금씩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귀여웠다.
그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대답을 망설이던 그때.
철컥.
잠긴 문에서 소리가 났다.
- 응? 사저! 저녁 먹을 시간입니다!
똑똑.
은자현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일방향 방음 마법진을 설치해 놓은 마차답게 바깥의 소리는 그대로 들렸다.
“음..”
소향이를 살폈다. 인형처럼 무표정해진 얼굴 사이로 희미한 아쉬움이 엿보였다.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벌써 밥 먹을 시간인가 봐. 아쉽다.”
“···.”
조만간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를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