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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53화 (153/241)

Chapter 153 - 153화 - 무협지구(14)

153화 - 무협지구(14)

소향이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며 귀를 기울였다.

-아앙..♥

천막 안에서 들리는 희미한 소리에 집중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으응..”

본능적으로 허벅지를 바짝 조였지만 부족했다.

손가락을 연신 꼬물거리며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함도 잠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인지 손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곧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이 고간에 닿기 직전이었다.

‘여긴 스승님이 함부로 만지지 말랬는데···.’

어릴 때부터 엄마처럼 자신을 키워준 스승님. 그녀가 했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조금만..’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떨리는 손가락을 그곳에 살짝 댔다.

“웅?!”

뭔가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 움츠러든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다시 댔다.

“으응..”

무복 위로 툭툭 두드려 봤지만 아쉬움만 느껴졌다. 귓가에 아련히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 찔꺼억.. 찔꺽..

- 하읏.. 흐응.. 앙!

음부를 조금씩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어딘가 닿을 듯 말 듯 애타는 기분만 들었다. 허벅지 사이에 있는 그곳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조금만 세게 만져도 몸이 흠칫 떨렸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만졌다.

‘하으..’

차 한 잔 마실 시간 동안 손가락을 열심히 꼬물거렸다.

‘..답답해.’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체 모를 흥분도 점점 식었다. 결국 기분만 나빠졌다.

차가운 밤공기가 피부에 닿으니 짜증이 일었다. 아직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천막을 노려봤다.

‘덕구라고 해 놓고!’

저절로 부풀어 오른 볼에서 바람이 쭈욱 빠져나갔다.

“후우..”

진짜 덕구라면 그녀를 이렇게 화나게 할리 없었다.

‘다른 여자 머리나 쓰다듬고..!’

갑자기 안마를 시작한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머리까지 쓰다듬다니.

“으..”

당화린이라는 못된 계집애의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는 그를 떠올리니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

그 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첫 만남이 떠올랐다.

다짜고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 순간.

“으음..”

눈을 감고 당시 감각을 떠올렸다. 왠지 목이 마르고 아랫배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본능적으로 움직인 그녀의 손이 음부를 만지작거렸다. 닿을 수 없던 그곳에 조금씩 가까워졌다.

“으응.. 흐응..!”

달콤해진 숨소리도 느끼지 못하고 열중하던 순간.

몽글거리는 기분 좋은 감각과 함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응..! 하으..읏?!”

약간 멍해졌다.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기분. 천천히 눈을 떴다가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머리카락 끝자락이 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으.. 이건 또 왜 이래.’

아직 음기가 차오를 때가 되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저번에 덕구..가 머리를 쓰다듬을 때도 이랬다. 그 순간 이후로 두 번째였다.

문득 잊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언젠가 스승님이 슬픈 눈을 하며 말했다.

- 소향아. 너는 태생적으로 음기가 너무 짙구나. 그 기운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단명하게 될 것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영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일단 열양지공을 알려줄 터이니 최대한 버텨보거라.

불안해하던 그녀를 안아준 스승님이 말했다.

- 은림에 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니 이 사실은 알리지 말거라.

- 자현 사제한테도요?

- 그래. 그냥 음기가 차올라 은발이 되었다고만 알고 있게 하거라. 내 어떻게든 해결책을 알아보마.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스승님이 말을 이었다.

- 만약. 어떤 남자를 보고 자꾸만 은발로 물든다면··· 힘들겠지만 최대한 멀리하렴.

- 왜요?

- 나중에 우리 소향이가 좀 더 크면 말해 주마.

- 네..

머릿속 저편에 묻어뒀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 탓에 이유를 듣지 못 했다.

항상 일정한 주기로 머리가 물들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유라도 물어봤을 것을.

아직도 조금씩 흔들리는 천막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하아..”

눈을 감고 수기를 쫓았다. 은발로 물든 머릿결을 다시 검은색으로 되돌려야 했다.

근처 냇가에서 목욕을 마치고 마차로 돌아왔다.

어느새 당화린이 돌아와 있었다. 은은한 웃음기를 머금고 잠든 것이 얄미웠다.

‘기분 나빠.’

은밀히 수기를 모았다. 물 한 방울이 손끝에 맺혔다. 자는 당화린의 얼굴에 휙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아앗. 뭐야..!”

잠이 덜깬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니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 묵었던 짜증이 쑤욱 내려간 기분.

‘히..’

자연스레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 참았다. 이제야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점창산.

어느덧 점창파에 거의 도착했다.

시우가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 사일 검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사일을 사용할 때마다 일어나는 정체불명의 변화가 궁금했다.

사일 검법에 대해 생각하니 소향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생각났다.

“소향아.”

“네..?”

그녀와 눈을 마주치니 표정을 관리하기 힘들었다. 밤중에 그런 앙큼한 짓을 하다니···.

모른 척하고 말을 이었다.

“흐음... 별건 아니고. 혹시 사일 검법이 신살무공이야?”

소향이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모르는 것을 떠올린다기보단 이걸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은림에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그래요.”

“오..”

옆에서 듣던 당화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살무공이 진짜 있었다고? 나는 왜 몰랐지..?”

“···평화가 너무 길었으니까요. 그런데 최소협..은 점창파에 무슨 목적으로 가시는 거죠?”

‘오.’

드디어 길고양이가 그에게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사일 검법에 대해 알아보러.”

“···쉽게 알려주리라 생각하시나요? 설마 철가면이라도 쓰실 생각이신가요?”

“무슨 소릴. 정중히 부탁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사실 허공에 사일이라도 한 방 쏴주면 대화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반대로 무공을 회수하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으니 점창파가 사일 검법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향이 고개를 홱 틀며 말했다.

“됐어요. 그냥 제 옆에 가만히 있으세요.”

“응?”

그 말을 끝으로 점창파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웃으며 다가와 포권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일대 제자 곽해산이라 합니다. 은림에서 일남일녀가 올 거라던데··· 어느분이신지?”

소향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은림에서 온 소향이라 합니다.”

그녀와 시우를 보던 곽해산이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 대단하십니다. 두 분 다 젊은 나이에 절정지경이라니···. 과연 은림답습니다. 다른 두 분도 경지가 높으시군요. 어디서 오신 건지요?”

네 명의 일행 중 유일하게 일류인 은자현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제가 은림의 은자현입니다.”

“헛! 이런 결례를···. 죄, 죄송합니다.”

*

곽해산을 따라 걸으며 점창파를 구경했다.

젊은 청년 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병장기를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중 한 명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헛..!”

그가 헛바람을 내뱉으며 들고 있던 짐을 쏟았다. 뒤따르던 제자들의 시선이 그를 따랐다.

“뭐야.. 헙!”

그들이 눈을 부릅뜨며 소향이와 당화린을 쳐다봤다. 그 꼴이 마치 위문공연에서 아이돌을 본 군인 같았다.

안내하던 곽해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여성분을 봐서 놀란 것 같군요. 뭣들하는 게냐. 어서 갈길 가거라.”

“죄, 죄송합니다.”

시우가 허겁지겁 떠나는 그들을 보다가 물었다.

“오랜만에 여자를 보다니요?”

그러고 보니 주변을 둘러봐도 여제자는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저희 점창파의 무공은 양기를 주로 다뤄 여인의 몸으로 익히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파 내에 여인이 거의 없습니다.”

“음.. 그렇군요.”

남자만 가득한 곳이라니. 예의상 표정을 관리했지만 절대 들어오고 싶지 않은 문파였다.

‘끔찍하군.’

그나저나 병장기를 옮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 이번에 토벌대를 편성하고 있거든요.”

“토벌대요?”

“산길을 따라 오셨으면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정확히 어제. 모용 세가가 결국 무림 공적으로 지정됐습니다.”

“오..?”

무림 공적. 정파 무림 전체가 적대하기로 합의한 목표다.

어지간히 악독한 마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공적으로 지정하진 않는다.

그런데 가문 전체를 공적으로 찍다니. 무림에서 모용이란 성씨를 지우겠다는 뜻이었다.

“정확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모용 상단이 무영신투에게 털리고 드러난 지하실. 그것과 더불어 붙잡혀 고문당한 무림맹원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세가 전체가 무림 공적이 되긴 모자랐다. 모두가 죄인은 아닐 테니까.

“사실 아직도 의문입니다. 모용 세가에서 고개 숙이고 무림맹의 처벌에 따랐다면 공적까지 지정되진 않았을 텐데···.”

설명이 이어졌다. 미쳐 버린 모용 세가가 아예 결사 항전의 자세로 세가에 꽁꽁 틀어박혔다 한다.

마치 전 무림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일 것처럼.

*

말하다 보니 수련장에 도착했다.

챙챙!

수많은 젊은 제자들이 열정적으로 수련하고 있었다.

특히 한 제자가 도드라졌다.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남자가 검을 쥐었다. 쇠로 된 허수아비를 노려보다 발검했다.

“하압!”

두우웅!

검이 희끗해진 순간. 쇠 부딪친 소리가 수련장을 울렸다.

허수아비에서 불꽃이 튄 부위만 대여섯 개. 그런데도 쇳소리는 한 번만 울렸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청년들이 남자에게 몰려들었다.

“마사형! 정말 대단합니다. 일수구곡을 벌써 육성이나 성취하다니.”

“하하. 사제들도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네.”

짐짓 거만하게 미소 짓던 그는 시우 일행을 보고 눈이 빠져라 놀랐다.

“헛..?”

난생처음보는 미녀에 눈이 돌아갔다.

곧바로 달려가 포권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점창파 일대 제자 마일영입니다. 소저들은..?”

곽해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형. 이분들은 장로님을 뵈러 온 손님입니다. 자중하시지요.”

“하! 통성명만 잠깐 하겠다는 건데. 뭐가 불만이냐. 비키거라.”

“끙..”

소향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은림의 소향입니다. 갈 길이 바쁘니 비켜 주시겠습니까?”

자리를 뜨려는 그들을 마일영이 막아섰다.

“오..! 은림! 그러지 마시고 검이라도 같이 나눠 보는 게 어떻습니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하하.”

마일영의 시선이 그녀들의 가슴 사이를 왕복하더니 입맛을 다셨다.

“싸가지없는 놈이···.”

“뭐, 뭐라고?”

시우가 놈의 시선을 막으며 앞으로 나섰다.

“어이. 건방지게 내 여자들한테 뭐 하는 짓거리냐.”

“내, 내 여자들..?”

구릿빛 남자의 언행에도 무표정하던 소향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누구 마음대로 당신 여자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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