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2 - 162화 - 아카데미
162화 - 아카데미
그를 발견한 아멜리아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도도도 달려왔다.
“시우 일어났어?!”
“응.”
곧장 안겨들 것 같던 아멜리아가 코앞에 멈춰 섰다.
손에 끼워진 비닐장갑을 노려보며 입술을 삐쭉이던 그녀가 양손을 활짝 펼쳤다.
“안아줘! 빨리이..!”
거대한 가슴을 흔들며 보채는 그녀를 도저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꽈악.
원하는 대로 당장 끌어안아 줬다. 뭉클거리는 감촉이 끝내줬다.
“흐흐흥.. 조아아!”
아멜리아가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비비적거렸다. 말랑한 볼살이 꾸욱 눌렸다.
헤실거리던 그녀가 까치발을 들었다. 눈까지 감더니 볼을 내밀었다.
“키스해줘!”
쪽.
“흐흥! 여기도!”
욕심쟁이였다. 반대쪽 볼까지 키스해줬다. 그제야 만족했는지 아멜리아가 한걸음 물러났다.
“헤헤..”
“아멜리아. 뭐하고 있었어?”
“요리! 아앗..?! 푸딩! 그건 안 돼!”
어느새 푸딩이 싱크대 위로 올라갔다. 도마 위에 올려진 새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푸딩은 기운이 주식인 영물이다. 먹으려는 건 아니고 호기심 때문인 것 같았다.
-삐이잇..!
“안 된다니까!”
도마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푸딩과 막으려는 아멜리아가 사투를 벌였다.
-삐잇?
장난치는 푸딩을 집어 들어 품에 안았다.
“무슨 요리야?”
그제야 안심한 아멜리아가 말했다.
“휴우.. 새우볼 샐러드!”
“새우볼 샐러드?”
도마에 깨끗하게 손질된 새우들이 보였다.
“응. 거의 다 끝났으니까 앉아서 기다려.”
품에서 삣삣거리는 푸딩에게 장난감을 흔들어 주며 아멜리아를 구경했다.
앞치마를 두른 말랑한 몸매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중간중간 레시피를 살피는 게 요리에 능숙해 보이진 않았다.
또각또각.
“흥흥..!”
그래도 콧노래를 부르며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작은 동물 같았다.
‘도토리 먹는 다람쥐 같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으응..”
새우를 잘게 다지더니 완자로 뭉쳐 튀김옷을 입혔다.
차르르..
기름속에 빠진 새우볼이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튀김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콧노래와 함께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아멜리아를 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잘 튀겨진 새우볼이 널찍한 그릇에 담겼다. 그위를 파릇파릇한 야채가 뒤덮었다.
마지막으로 드레싱까지. 상큼한 향이 물씬 풍기는 접시를 든 아멜리아가 식탁으로 왔다.
“새우볼 샐러드 완성!”
“오..?”
생각보다 그럴싸했다. 싱싱한 야채와 뒤섞인 황금빛 새우 완자 튀김이 먹음직스러웠다.
“아멜리아 대단한데?”
“그지..!? 헤헹!”
말랑한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자랑스러워하다니. 당장 만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디..”
“빨리 먹어봐!”
그녀의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웃으며 말했다.
“알겠으니까 이리 와. 같이 먹자.”
“그럴까?”
옆자리에 앉으려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거기말고 여기.”
허벅지 위에 앉혔다. 발그레해진 아멜리아가 몸을 기대왔다.
“으응.. 헤헤.”
새우볼부터 포크로 찍었다.
입에 집어 넣기 직전. 아멜리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 도저히 맛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삭.
“오..? 진짜 맛있는데?”
맛있었다. 다행히 거짓말할 필요도 없었다.
육체를 단련한 무인이 아니더라도 마력을 각성한 초인. 감각 자체가 다르다.
그런 그녀가 정성 들여 요리하니 맛없을 수가 없었다.
“정말?!”
기분이 좋은지 헤실거리는 그녀에게 말했다.
“응. 아멜리아도 먹어봐. 자.”
새우볼을 절반 갈라서 양상추와 같이 찍어서 먹여줬다.
“으음..! 맛있어!”
“그지?”
“응! 상큼해!”
부르르 떤 아멜리아가 허벅지 위에서 폴짝거렸다.
자연스럽게 엉덩이골 사이에 자지가 들어갔다. 딱딱해진 그곳을 느꼈는지 아멜리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읏..?”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눈치 보는 아멜리아가 보였다. 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누가 잡아갈까 걱정됐다.
“안 되겠다. 아멜리아 우리 마력 수련하자.”
“으응···? 곧 수업인데..?”
“좀 늦으면 어때. 한 번만 하자.”
허리를 천천히 밀어올렸다. 말랑한 도끼자국을 살살 문질렀다.
“흐읏..! 그, 그럴까..?”
***
마력의 효율적인 제어.
아멜리아와 처음 손 잡았던 수업의 다음 단계가 진행됐다.
한정 마력 대련.
마력 제한 팔찌를 차고 1성급 마력만으로 대련하는 수업이었다.
긴장된 눈으로 서 있는 아멜리아에게 손가락을 뻗었다.
티잉!
미세한 마력을 머금은 지풍이 쏘아졌다.
“으앗..!”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랐다. 의식의 사각. 초절정이 되니 보이는 빈틈 자체가 달랐다.
자세와 관계없이 그녀가 인지하지 못한 곳이 느껴졌다.
생각도 못한 곳을 공격받은 아멜리아의 동작이 커졌다.
핏!
또다시 쏘아진 지풍이 왼쪽 손등에 툭 닿았다.
“아아앗..!?”
허둥거린 탓에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렸다.
피하거나 막아내려는 그녀에게 계속 지풍을 쐈다.
평소 운동과 거리가 먼 아멜리아답게 순식간에 지쳤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으으..”
힘들어하는 아멜리아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호신을 위해 지도 대련을 해주는 중인데 곤란했다.
‘음···.’
생도복이 땀에 젖어 착 달라붙었다. 덕분에 그녀의 육덕진 몸매가 일부 드러났다.
시선이 느껴졌다.
아멜리아를 훔쳐보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침까지 삼켜대며 뚫어져라 쳐다보는 근육질 놈도 보였다.
‘이것들이 감히···?’
건방지게 아멜리아를 탐내는 눈빛들. 그녀의 물오른 미모에 어쩔 수 없었다.
밤마다 혼원기를 듬뿍 먹은 아멜리아는 피부에 윤이 났다. 도저히 눈 뗄 수 없는 해맑은 미소까지.
아무래도 수련은 단둘이 해야 할 것 같았다.
지풍을 쏘던 손가락을 내리려다가 멈칫했다.
‘저건 또 뭐야.’
강수호. 녀석이 슬금슬금 눈치 보며 다가왔다. 아멜리아를 보며 눈을 빛냈다.
비틀비틀 걷더니 손을 허우적거렸다.
“어어? 너, 넘어진다..”
강수호가 몸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아멜리아가 있는 방향으로.
‘미친놈이?’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제대로 지풍을 쐈다.
쏘아진 지풍이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피잇!
“악!”
빛살처럼 날아간 지풍이 놈의 새끼 발가락을 찍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넘어졌다. 제대로 균형 잃은 강수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콰앙!
낙법도 못 쳤다. 안면으로 착지한 놈을 보니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끄으으..!”
아멜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뒤를 돌아보려는 그녀에게 손짓 했다.
“아멜리아 이리 와.”
“응?”
쪼르르 달려온 아멜리아를 품에 안았다.
“으엣..?”
잠시 멈칫한 그녀가 속삭였다.
“여, 여기선 부끄러운데.. 땀도 흘렸고..”
“괜찮아.”
“그래애..?”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와락 안겨들었다. 이제 주변 눈치도 안 보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멀리서 손끝을 파르르 떠는 헬레나는 잠시 모른 척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훔쳐보던 남생도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아까 근육질 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기까지 했다.
‘건방진 놈들.’
과시하듯 아멜리아를 꽉 끌어당겼다.
바닥에 쓰러졌던 강수호가 고개를 들었다. 코피가 주르륵 흘렀다. 퉁퉁 붓기 시작한 볼이 아주 잘 어울렸다.
“이익..!”
놈이 눈을 부릅떴다. 품에 안겨 있는 아멜리아를 보더니 어금니를 악물었다. 눈에서 불똥까지 쏟아낼 기세였다.
강수호가 벌떡 일어났다.
곧장 달려들 것 같던 놈이 멈칫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수호는 그의 실력을 대충이나마 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허 참..”
되려 화를 내다니. 어이가 없었다. 가만히 쳐다봤더니 놈이 겁먹은 듯 주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소란이 일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 시선에 용기라도 얻은 것인지 목소리가 커졌다.
“박진.. 최시우! 갑자기 기습하다니! 아프잖아!”
“기습?”
당당히 펴진 어깨가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마치 믿는 뒷배라도 있는 것 같았다.
‘겨우 시선 좀 쏠렸다고 이런다고?’
앤이 입원해서 그런지 태도가 불량했다. 재교육시킬 필요가 있었다.
“수호야. 정말 괜찮겠어?”
강수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다짜고짜 마탄 날려서 기습한 주제에! 이유라도 들어 보자. 나한테 도대체 왜 이래!”
억울함이 절절히 담긴 목소리에 감탄마저 나올지경이었다.
시선이 점점 쏠리며 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강수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순간에 사라진 그 표정은 이내 억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연기에 대한 재능이 대단했다.
‘제법인데?’
기세등등한 강수호를 보니 입맛이 돌았다.
저 멀리서 생도들을 지도하는 릴리네 교수가 보였다. 시간은 충분했다.
잠시 놀아주기로 했다.
한숨을 푹 쉰 다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아.. 수호. 네가 쟤 엉덩이 만지려 했잖아.”
“뭐..?”
구경하던 생도 한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린 모두가 멈칫했다. 그곳엔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 생도가 어벙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를 본 강수호가 기겁했다.
“뭐, 뭣?! 무슨 개 같..! 읍읍!”
놈의 턱을 허공섭물로 붙잡았다. 순간 머리가 아팠다. 이 육체는 초절정에 오르지 않았다.
통증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수호야. 같은 성별이라도 강제로 만지는 건 성추행이라고. 게다가 마력 다루는 대련중에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
“으읍..!”
대상으로 지목된 턱수염남이 제 엉덩이를 가리며 주춤 물러났다.
“그래. 수호야 할 말 있으면 해 봐. 변명이라도 해 보라고.”
“으으읍..!!”
새빨개진 얼굴로 입을 벌리려 했지만 어림없었다. 입을 꽉 다물린 채로 목에 힘줄만 가득 생겼다.
내공을 머금은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박혀 들었다.
“후우.. 변명도 못하네. 하긴 사실이니까.”
구경하던 생도가 중얼거렸다.
“으.. 톰슨을..? 앤부터 느꼈지만 수호 쟨 취향이 특이한 거 같아.”
“그러게..”
생도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강수호가 눈을 부릅떴다.
황급히 고개를 저으려하길래 그것마저 붙잡았다.
“저 친구 이름이 톰슨이야? 수호야 톰슨한테 사과라도 하는 게 어때. 몰래 엉덩이를 만지려하다니. 당사자는 아니지만 보기 좀 그렇더라고. 그래서 막은 거야.”
“으읍!!”
얼굴이 새빨개져 터질 것 같은 수호에게 말했다. 처남에게 주는 마지막 자비였다.
“여기서 사과하고 끝내자. 어때?”
어찌나 억울했는지 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으아아아악!”
사과는 없었다. 입을 풀어 주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처남이라 적당히 봐주려 했는데···. 안 되겠네.’
***
호텔방.
시우가 한껏 차려입고 나온 강현아를 살폈다. 그녀가 얇은 코트를 벗었다. 허리까지 깊게 파인 과감한 드레스가 드러났다.
또각또각.
새빨간 하이힐과 검은 팬티스타킹이 매끈한 각선미를 자랑했다.
“현아 왔어?”
그녀가 호텔방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면 인식 방해 선글라스를 벗으며 톡 쏘듯 말했다.
“하아..! 짜증나게. 뭐 이런 곳으로 오래?”
평소 다니던 호텔이 아니었다. 인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문 거리. 도시 외곽지역이었다.
“가끔 색다른 플레이도 좋잖아?”
들고 있던 리모컨을 눌렀다.
지이잉.
벽이 열렸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거울이 드러났다.
“이, 이게 뭐야..?”
“어때. 마음에 들어?”
거울에 강현아의 떨리는 눈동자가 선명히 비췄다.
감각을 곤두세웠다. 거울 벽 너머 공간이 느껴졌다. 특수 제작된 거울로 인해 이쪽을 보는 게 가능한 장소.
처남을 위한 특별 관람석이었다.
그의 실력으론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 결계까지 완비된 장소. 흡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