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2 - 182화 - 아카데미(21)
182화 - 아카데미(21)
-오.. 가는 모습도 귀여워. 얼굴 숨기지 마. 여기가 기분 좋아?
강수호가 입을 쩍 벌렸다.
-찔꺽!
-이렇게 하면.. 오! 또 갔어.
-하으읏! 아, 안대..앳♥! 자, 잠깐만.. 쉬, 쉬고옷?!
-쯔거억..
-천천히 해 줄까?
-응.. 가, 가는 거.. 힘드러..
보험삼아 데리고 다니던 제나. 그녀를 어처구니없게 빼앗겼다.
“미, 미친.. 누, 누구야!”
어이없게도 남자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음성변조로 들렸다. 가호 주제에 제멋대로였다.
“이익!”
황급히 스마트폰을 집었다.
[제나]
뚜르르.. 뚜르르..
-하우, 흐으읏..! 거, 거기느은.. 하아..♥
-찌거억.. 찌거억..
-어때. 막상 해 보니까 기분 좋지?
-···응.
뚜르르.. 뚜르르..
-제나야 전화 왔는데?
-하으..? 읏! 어, 어쩌지? 수, 수호한테 전화 왔어. 빠, 빨리 이거 빼!
-그냥 받아.
-찔걱찔걱!
-응앗..♥ 우, 움직이면 안 돼.
딸깍.
-..여보세요?
미세하게 떨리는 숨결. 엿듣기와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들렸다. 뒤통수를 망치로 한대 후려맞은 것 같았다.
“제나..? 지, 지금 뭐 해?”
-으응.. 지금 집에 와서 쉬는 중이야.
툭.
마이크 덮는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 소리가 멎었다.
허나 엿듣기는 여전히 작동했다.
-츄릅.. 츄읍.. 츄아압.. 하으..♥ 뭐, 뭐 하는 거야! 지, 지금은 안 돼.
-이렇게 보지 조이면서 안 돼?
-헤윽.. 안대애..♥ 넌.. 그냥 단순한 연습 상대라구..!
멍하니 듣다가 정신 차렸다.
떨리는 손으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제나?! 집에 호, 혼자 있는 거 맞지?”
-..그럼. 당연하지.
입이 쩍 벌어졌다. 순진한줄만 알았던 그녀가 태연하게 거짓말했다.
분노는 없었다.
오히려··· 그녀에게서 부족하던 하나의 조각이 채워진 기분.
침을 꿀꺽 삼켰다.
“제나야. 오늘 여, 영화 보기로 한 거.. 그냥 지금 보자.”
-흐읏! 미, 미안해서 어쩌지. 이미 다른 약속을.. 하아.. 잡아버렸거든.
*
시우가 제나의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흔들었다.
160정도 되는 작은 체구. 귀염상이면서 육덕진 가슴과 둔부가 매력적이다.
삐걱삐걱삐걱.
최고급 침대에서 거친 소리가 울렸다.
“응아앗.. 아읏!”
제나. 말도 제대로 나눠보지 못했던 여생도였다.
한 시간 전. 고개를 팍 숙이고 걷던 그녀와 몸을 부딪쳤다. 정확히는 그녀가 혼자서 부딪쳤다.
그런데 행동이 이상했다.
새빨개진 눈으로 사과하라며 계속 소리쳤다.
“사과해! 사과하라구!!”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까지 글썽였다.
말없이 받아줬더니 곧 사과해 왔다.
“흐윽.. 미안.. 오늘 일진이 사나워서.. 괜히 너한테 화풀이 했네.. 훌쩍.”
그 뒤론 일사천리였다.
적당히 위로해주며 꼬셨다. 짜증을 받아주며 수호놈을 욕해주니 끝이었다.
“이번엔 뭐라고 한줄 알아? 토요일에 만나재. 토요일엔 그 영화 하지도 않는데!”
수호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손쉬웠다.
자연스럽게 호텔에서 몸까지 섞었다.
‘처녀인 줄은 몰랐네.’
침대 시트에 고인 붉은 자국이 보였다.
“아아앙♥ 이거엇.. 조아앗♥!”
찌걱찌걱.
그녀의 자궁구를 문지르다가 입을 덮쳤다.
츄릅.. 츄우웁.
1분이 넘도록 질척하게 혀를 섞었다.
흐릿하게 눈을 뜬 제나가 갑자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에읏.. 키, 키스 안대앳..”
“이제 와서?”
“처, 첫 키스는.. 수, 수호 건데.. 앙♥”
꽉 끌어안았다. 자궁구를 문지르며 혀를 뒤섞었다.
순간. 시선이 짙어졌다.
‘음..’
강수호 놈의 정찰계 특성으로 보이는 시선.
호기심에 연결을 허락해줬다.
“키스 안대애.. 안댄다구우.. 하으읏..! 가, 간다아..!”
앙탈 부리는 제나를 깔아뭉개며 입을 맞췄다.
절정중에 이어진 자궁구 마사지.
“흐읍..! 하우, 응아앗..♥”
귀두를 이용해 찌뽑찌뽑 휘저었다.
들썩이던 허리가 튕겨올랐다. 푸슈슛! 보짓물이 세차게 뿜어졌다.
“히이이잇!”
제나가 짐승 같은 교성을 내뱉는 순간. 강수호의 시선이 짙어졌다.
연결을 허락 해주고 한 가지 특징을 알아냈다.
‘섹스 수위가 높아질수록 연결이 선명해지는 느낌?’
정찰계 특성이면서 남의 섹스를 엿보는데 특화된 스킬이라니.
주인닮아 변태 같은 특성이었다.
‘뭐.. 가호일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아니니 신경 껐다.
제나에게 집중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응아아아앗♥!”
***
한편.
강수호를 협박하다 벽돌을 맞고 한 달간 기억이 지워졌던 앤.
그녀가 퇴원했다.
앤의 걸음걸이에 따라 후덕한 살집이 흔들렸다. 쿵쿵거리며 병원을 빠져나왔다.
“푸후..”
막 입구를 통과한 앤이 얼굴을 찡그렸다. 에어컨 없는 바깥 공기는 최악이었다.
후덥지근한 열기에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은 여름이 끝나가는 초가을. 그런데도 땀이 줄줄 흘렀다. 몸을 둘러싼 지방 때문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등허리가 땀으로 축축해졌다.
“으.. 짜증 나! 더워 죽겠네!”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했더니 가슴이 답답했다. 스트레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깡!
길가에 버려진 황도 통조림을 걷어찼다.
“꺄악!”
“악! 뭐야!”
휘리릭 날아간 깡통이 커플에게 명중했다. 통조림에 남아 있던 끈적한 액체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여자가 치마에 묻은 얼룩을 노려봤다.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소리쳤다.
“윽··· 이봐요! 이 깡통 당신이 찬 거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히죽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쿵쿵.
펄떡거리는 사냥감에 입맛이 돌았다.
순간.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란 그가 곧바로 물러났다. 여자를 등 뒤에 숨기며 다급하게 말했다.
“자, 자기야 그만해! 각성자시잖아!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수했습니다!”
눈치 빠른 남자가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땀까지 삐질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쳇.”
알아서 수그리니 김이 샜다.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흠칫 몸을 떤 그녀도 뒤늦게 고개 숙였다.
“죄, 죄송해요..”
“하..”
여우같이 생긴년을 노려보며 자리를 떴다.
귀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혹시 뒷담이라도 까면 되돌아가서 혼내주려고. 하지만 커플은 입을 꾹 다물고 자리를 떴다.
“운 좋은 년.”
기분을 잡쳤다.
집까지 돌아가며 온갖 시비를 걸었다.
“뭐야.. 헉! 죄,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사냥감이 없었다. 모두 그녀의 눈빛에 기가 죽어 고개를 숙여댔다.
“짜증 나.”
집에 도착하니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일진 더러운 하루였다.
스마트폰을 빼 들었다.
[아카데미 행정부에서 알립니다. 먼저 불행한 사고에 유감을 표합니다.
···의사의 소견서 대로라면 후유증은 없다 하나···
···기억이 없으니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 것입니다.
···때문에 유급을 권하는 바이니. 신중하게 고민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아카데미에서 온 통지문자.
“이익..!”
입학 이후 기억이 없으니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은 당연했다.
권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유급 명령이었다.
이를 악물고 치워 버렸다.
사실 이것보다 짜증 나는 일은 따로 있었다.
강수호.
그에게 온 연락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전화는커녕 문자메시지 하나 안 왔다.
‘어떻게 병문안 한 번 안 오지?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를 갈던 앤이 입원하기 전 기억을 떠올렸다.
어느 날.
두통과 함께 일어난 순간 기겁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마법적인 기억 삭제는 아닙니다. 음··· 약간의 뇌진탕 증세가 있긴 한데. 곧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르니 경과를 지켜보죠.
시간이 흐르자 의사 말이 달라졌다.
-머리에 손상된 부위는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군요. 일단 최면 치료부터 해 보죠.
간단한 시술부터 약물 치료까지. 온갖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스트레스만 제대로 쌓였다.
-죄송합니다. 현재로선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그녀의 눈빛에 지레 겁먹은 의사가 변명을 떠벌렸다.
-기억이란 게 원래 무의식 깊숙한 곳에 남아 있기 마련인데···. 마치 원래 없는 것처럼 흔적도 없습니다. 저희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군요. 죄송합니다.
의사의 말을 떠올리다 이를 갈았다.
‘돌팔이 같으니!’
머리를 굴렸다. 사라진 기억을 되찾아야 했다.
“끄응..”
두통을 무시하고 기억을 뒤졌으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답답해 미칠노릇이었다.
“짜증 나.”
결국 포기했다.
냉장고를 열었다. 시원한 냉기에 기분이 진정됐다.
눈앞에 보이는 소시지 빵을 반사적으로 집어 들었다.
‘잠깐. 이게 얼마나 됐더라? 한 달 넘었는데 괜찮나?’
아주 잠깐. 유통기한이 걱정됐다. 하지만 우물거리는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꿀꺽.
손을 뻗어 다른 빵을 깠다.
소시지 빵부터 초코빵까지. 빵가루를 묻혀가며 허겁지겁 해치웠다.
병원에 오래 있었더니 자극적인 맛이 그리웠다.
“꺼억..! 아차.”
머리를 뒤흔들었다. 냉장고를 연 이유는 이게 아니었다.
냉장고 구석을 뒤져 열쇠를 발견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열쇠.
동그란 원판과 연결된 구릿빛 열쇠를 보며 히죽 웃었다.
곧장 집을 나서려다 멈칫했다.
마지막으로 피자빵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도시 외곽.
복잡한 골목길을 지났다. 노숙자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거침없이 걸었다.
허름한 건물에 도착했다.
입구에 서 있던 경비원이 그녀를 보곤 고개 숙였다.
“앤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어. 내 창고는 무사하지?”
“그럼요. 본인이 아니면 절대 못 엽니다.”
“후우.. 좋아.”
이곳은 아카데미 입학 전부터 애용하던 창고였다.
챙겨 온 피자빵을 까먹으며 건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