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4 - 184화 - 아카데미(23)
184화 - 아카데미(23)
이혜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현아니? 엄마 서울 왔어!”
수화기 너머에서 딸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 서울? 오늘 온 거야?
“그럼.”
-말이라도 하고 오지. 바로 집으로 오는 거야?
“응..?”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화가 살짝 엇나간 느낌이었다.
“애는.. 오늘 같이 밥 먹기로 했잖니.”
-으응..? 어, 언제?
당혹스런 목소리에 미간이 팍 찡그려졌다.
“설마.. 아빠가 또 말 안했니?”
-응. 어쩌지. 오늘은 이미 약속 있는데.
“하아.. 이 인간은 정말.. 연애 때도 그러더니. 아직도 그러네. 도대체 누굴닮은 건지 몰라.”
-엄마. 오랜만에 왔는데 미안. 내일은 같이 쇼핑가자.
“알았으니까. 일단 끊어봐. 너희 아빠 혼 좀 내야겠다.”
-응. 최대한 일찍 들어갈게. 밤에.. 아, 아니다. 엄마 나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갈게. 내일 아침에 봐.
전화가 끊겼다.
이혜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들♥♥♥]
뚜르르.. 뚜르르..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얘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리무진 시트에 등을 기댔다.
습관처럼 다리를 꼬았다. 타이트한 치마가 말려 올라갔다. 스타킹에 감싸인 매끈한 허벅지가 드러났다.
눈치 보며 운전하던 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사모님. 어떻게 할까요? 예약하신 식당으로 바로 갈까요?”
“···아니요. 애 아빠 연구소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기분이 언짢아진 것을 알았는지 기사가 입을 꾹 다물었다.
미세한 진동도 조심하며 신중하게 운전했다.
그 모습마저 짜증 났지만 참았다.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 하는 건 자존심 상했으니까.
스마트폰 화면을 툭툭 두드렸다.
[남편♥]
잠시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뚜르르.. 뚜르르..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하아.. 부자가 똑같네. 정말.”
*
또각또각.
이혜진이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며 10층짜리 빌딩에 다가섰다.
[패스파인더]
이곳은 남편이 차린 연구소였다.
균열에서 발견된 유물급 아티팩트의 과거를 추적하는 곳. 고고학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아티팩트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다면 다양한 마법진을 얻을 수 있다. 그것들을 파는 것이 이 연구소의 목적이다.
3층으로 시작한 건물이 어느새 10층으로 커졌다.
이제는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라 회사라 불려도 무방했다.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한숨이 푹푹 나왔다.
‘너무 바빠.’
부부가 모두 바쁘니 만날 시간이 없었다. 얼굴도 못 본지 벌써 반년. 조금은 외로웠다.
또각또각.
1층 데스크 직원이 화들짝 놀랐다.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했다.
“어엇! 사, 사모님?”
“됐어요. 앉아 있어요. 그이. 아니, 소장님은 위에 계시죠?”
“예. 곧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말리려다 말았다. 직원은 그저 본인의 일을 할뿐이니까.
띠잉!
운 좋게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열렸다. 곧장 꼭대기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다급한 표정의 여비서가 보였다.
“네에?! 사모님이 오셨다구요? 벌써 엘리베이터면···. 아!”
여비서가 어색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놨다. 곧장 다가와 꾸벅 인사했다.
“오, 오셨어요. 사모님.”
“남편.. 아니, 소장님 안에 계시죠?”
“자, 잠시만요!”
남편이 있는 소장실에 바로 들어가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소장님은 회의.. 중이셔서요. 응접실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비서의 간절한 표정에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반쯤 이성을 잃어서 민폐를 부렸다.
“하아..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그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아니에요. 사모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괜찮아요. 회의는 얼마나 남았어요?”
멈칫한 여비서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으음.. 5분.. 아니, 10분 정도면 끝날 거예요. 소장님께 연락 넣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푹신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늘씬한 다리를 까딱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반년 만에 만난 남편이 약속을 펑크냈다.
‘으.. 다시 생각해도 열 받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소중한 약속이다. 그걸 잊어버리다니.
진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릎을 툭툭 두드리며 심호흡했다.
‘차라리 내가 일을 그만둘까.’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주름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
집에서 놀기엔 너무 젊었다.
‘후우..’
5분 후.
벌컥.
문이 열리고 잘생긴 남자가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여보! 언제 온 거야!”
양팔을 벌리고 포옹하려는 걸 밀어냈다. 아닌 척 귀를 쫑긋 세운 여비서가 보였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어어.. 그, 그럴까?”
소장실로 들어갔다.
“클린. 클린.”
부산스럽게 청소하는 어린 여비서가 보였다. 지팡이를 휘두르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당황하던 그녀가 빙긋 웃었다. 눈웃음치며 말했다.
“어머? 사모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그래요.”
옆에 있던 남편이 앞으로 나섰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박비서. 미안한데 잠깐 나가줄 수 있을까? 아.. 청소는 다 했지?”
아주 잠깐.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여비서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요. 소장님 청소는 다 했으니 걱정 마세요.”
딸깍.
문이 닫히고 남편에게 말했다.
“청소를 왜 비서한테 시켜요?”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내가 괜히 연구소에서 숙식하는 게 아니야. 흠흠..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하아.. 연락 했거든요.”
“그, 그래..?”
“그리고 갑자기가 아니라. 오늘 저녁 먹기로 약속했잖아요.”
“어..?”
눈치 보던 남편이 뒤집어져 있던 달력을 살폈다.
[여보 오는 날☆]
별표에 동그라미까지 쳐진 일정이 보였다.
“지, 진짜 미안! 요즘 정신이 없어서 깜박했어!”
“하아.. 바쁜 거 같은데. 저녁 먹을 시간은 있는 거예요?”
“그럼 당연히 괜찮지! 여보가 왔는데 겨우 저녁이 문제겠어? 지금 바로 퇴근할게.”
***
시우가 침대에 느긋하게 누웠다. 눈을 감은 채 양팔을 머리 뒤로 받쳤다.
“하윽.. 아앙!”
찌걱찌걱.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쾌감을 즐겼다. 촉촉하고 미끈거리는 속살이 자지를 조여댔다.
쾌감을 만끽하다가 눈을 떴다. 허리위에 올라탄 강현아가 보였다.
자지 위에 쪼그려 앉아 엉덩이를 들썩였다.
찔꺽. 찌거억!
“흐으읏.. 하으.. 하아악..!”
탄력적인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핑크빛 꼭지가 원을 그리며 땀방울이 튀었다.
파르르..
“읏!”
허리를 찔꺽이던 그녀가 동작을 멈췄다. 경련과 함께 자세가 무너졌다. 눈까지 질끈 감았다.
“하아.. 하아..”
가슴팍에 얼굴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곧바로 허리를 튕겨올렸다.
“누가 쉬래?”
“하윽.. 죄, 죄송해요..”
찌거억.. 찌걱..
물기 어린 신음과 함께 엉덩이가 들썩였다. 경련하는 질벽이 자지를 조여댔다.
“흐읏.. 하아.. 하우읏♥”
누구나 부러워할 미녀의 정성 어린 봉사. 절정 하는 도중에도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으읏..”
쾌락에 젖어 움찔거리면서 최선을 다했다.
쯔걱, 찌걱! 찌걱찌걱!
강현아의 골반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대여섯 번이나 흔들었을까. 보지가 또 수축했다.
“하으..읏..!”
벌써 세 번째 절정.
미세하게 움직이던 허리가 결국 멈췄다.
“아으..”
보짓살이 수축하며 자지를 오물거렸다. 척추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쾌락을 만끽했다.
강현아의 입가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제, 제성해여.. 쥬인니임..”
“그 정도면 됐어.”
움찔움찔 떨리는 골반을 붙잡았다.
허리를 거칠게 튕겼다.
“하아아악!”
멈춰가던 경련이 점점 커졌다.
“흐읏!”
네 번째 연속 절정. 가슴팍에 쓰러져 아무것도 못 하는 강현아를 꽉 끌어안았다.
계속해서 허리를 튕겼다.
철썩철썩!
그녀가 다섯 번째 절정에 오른 순간. 뿌리까지 삽입했다.
쫀득한 자궁구에 귀두를 밀어 넣고 사정했다.
“후우..”
시선을 내렸다. 품에 안긴 미녀를 살폈다.
고양이 같은 눈매가 헤실헤실 풀렸다.
강현아. 그녀는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
*
또각또각.
허리를 꼿꼿이 편채 당당히 걷는 강현아가 보였다.
방금 전까지 주인님 주인님거리던 여자라곤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레스토랑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정중히 고개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예약하신 분 성함이..?”
“강현아요.”
“예. 확인됐습니다. 두 분 자리 안내드리겠습니다.”
시우가 자리에 앉아 그녀에게 물었다.
“그냥 룸서비스 시키지.”
“싫어. 가끔은 여기 와서 먹고 싶단 말이야. 여기서 먹는 게 더 맛있기도 하고.”
“그건 그렇지. 뭐 먹고 싶어?”
강현아가 신중한 눈으로 메뉴판을 살폈다.
“우웅··· 양 갈비 어때? 아니다. 오늘은 해산물도 땡기는데.”
“그냥 둘 다 시켜.”
“안 돼. 그럼 너무 많단말이야.”
“아니. 돈도 많으면서···.”
강현아가 단호하게 고개저었다.
“이런 건 원래 시키는 재미야. 조금만 기다려.”
푹신한 의자에 느긋하게 기댔다. 메뉴판을 노려보는 그녀의 자태를 감상했다.
반짝이는 크리스탈 귀걸이가 보였다. 목선을 타고 시선을 내렸다.
풍만한 가슴골 사이. 붉은색 보석이 빛났다. 새하얀 피부에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장신구가 가득했다. 허나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따로 있었다.
목덜미에 붙여진 수수한 밴드.
반짝이는 보석들 사이에서 유독 튀었다. 민무늬 밴드를 보고 있으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키스 마크를 가린 밴드. 저건 그녀가 그의 것이라는 증표였다.
“음.. 좋아. 결정했어.”
강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고민을 마친 것 같았다.
막 주문벨을 누르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지이잉.. 지이잉..
스마트폰을 살핀 그녀의 눈이 커졌다.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말했다.
“자, 잠깐만.. 쉿! 엄마한테 전화왔어.”
침을 꼴깍 삼킨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니! 엄마 걱정되게!
“윽.. 미안. 조금 바빴어 그런데 왜?”
-지금 어디야? 별일 없는 거 맞지?
“응..? 다, 당연하지. 친구랑 만나고 있다 했잖아?”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아! 엄마가 열 번을 넘게 했는데!
강현아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방금 전까지 한참 섹스했다. 휴대폰이 울리는 것도 모를 만큼 끈적하게.
“미안. 진동이라 몰랐어.”
힐끔 눈치 보던 강현아가 통화 소리를 줄였다.
단아한 느낌이던 장모님 목소리가 사라졌다. 조금 아쉬웠지만 억지로 엿듣진 않았다.
“응. 괜찮다니까. 지금..? 나 밥도 못 먹었는데?”
강현아가 미간을 찡그렸다.
“갑자기 웬 호위? 됐어. 걱정 하지마.”
그녀가 이쪽을 힐끔 봤다.
“나 지금 엄청 안전해. 응.. 괜찮으니까 걱정 마. 뭐..? 하아.. 알았어. 지금 들어갈게.”
한숨을 푹 내쉰 그녀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우야 어쩌지? 나 이만 가 봐야겠는데?”
“뭔 일 있어?”
“응. 집에 무슨 일 생겼나 본데··· 빨리 돌아오래.”
잠시 고민하다 끄덕였다.
“내가 데려다줄게.”
“으응?”
“아까 무슨 호위 이야기하던데. 위험한 거 아냐?”
“어..”
“찝찝하니까 데려다줄게.”
겸사겸사. 장모님 얼굴도 보고 싶었다.
듣기 좋던 목소리 주인공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