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6 - 186화 - 아카데미(25)
186화 - 아카데미(25)
시우가 정중하게 고개 숙였다.
막 화내려던 이혜진이 입을 다물었다. 찡그려지던 얼굴이 풀렸다.
“현아.. 친구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초절정에 오른 경지를 여기서 써먹었다. 의식의 사각을 파고들었다.
그녀가 반응도 못 한 사이. 손목을 붙잡았다.
“뭐, 뭐예요!”
진맥하듯 잡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음··· 몸에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치료해드리겠습니다.”
마력코어를 개방했다. 혼원기에 재생의 힘을 담아서 쭈욱 밀어 넣었다.
“하앙..!?”
이혜진 입에서 달콤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물기 어린 교성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뒤늦게 강수호 아버지가 소리쳤다.
“뭐, 뭐야 이 자식아! 그 손 당장 떼!”
그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혜진의 눈동자만 바라보며 친절하게 웃었다. 잡고 있던 손목을 부드럽게 놔줬다.
그녀의 눈썹이 한껏 오므려졌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치료해드린 겁니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네..?”
제몸을 살피던 이혜진이 멈칫했다.
날로 발전한 마력코어의 재생력. 어지간한 신체 부상은 모두 멀쩡해질 만큼 강력했다.
그때 장인어른이 어깨를 붙잡았다.
“내 아내한테 당장 떨어져!”
밀어 내려 낑낑거렸다. 당연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열 받았는지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하아.. 당신 그만해요.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어요. 고마워요.”
“음. 별말씀을.”
강현아가 옆구리를 꼬집었다. 째려보는 게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눈치챈것 같았다.
장인어른이 혀를 찼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내를 살피며 말했다.
“그런데 여보.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수, 수호가..! 이 문자 좀 봐요.”
문자를 읽던 강찬성이 스마트폰을 툭 떨어뜨렸다. 뒷목을 붙잡곤 비틀거렸다.
“어억..!”
당연히 잡아주지 않았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그에게 관심을 껐다.
장모님을 바라보며 가호를 발동했다.
‘관찰.’
- 대상의 메인 기질은 ‘모성’입니다.
뒤늦게 문자를 읽은 강현아도 마찬가지였다. 핼쑥해진 얼굴로 손끝을 덜덜 떨었다.
“수, 수호가 도시밖으로 나갔다고..?”
패닉에 빠진 강씨 일가를 보다가 머리를 굴렸다.
‘모성이라···.’
다른 말로 하면 좋은 엄마. 다시 생각해도 장모로 남긴 아까웠다.
*
강수호가 남긴 문자.
그것을 본 모두가 놀랐다. 특히 강찬성이 가장 심하게 놀랐다.
“어억..! 뭐, 뭐야! 이거 진짜야? 나, 납치라도 된 거 아냐?! 이 앤이라는 년은 도대체 뭐야!”
이혜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허둥지둥 소리 지르는 남편을 보니 더 불안해졌다. 의지라곤 전혀 안 되는 모습이었다.
“서, 설마.. 크게 다친 건 아니겠지. 으으.. 멍청한 놈이 도시밖을 나가!”
하지만 그녀도 패닉에 빠지기 직전인 건 마찬가지였다.
‘어, 어쩌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입안이 바싹바싹 말랐다.
다리를 덜덜 떠는 남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찌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
“다들 진정하시고 일단 신고부터 하시죠. 진짜로 도시밖으로 나간 건지 기록조회도 하시고요.”
현아 친구라는 최시우. 그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마, 맞아 신고! 그래 신고해야지!”
남편의 호들갑스런 목소리와 대조됐다.
“음.. 그리고 혹시 아는 추적자라도 있으십니까? 현상금 걸고 의뢰하시죠.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습니다.”
“아..!”
추적자.
추적술을 갈고닦은 전문가들. 관련 가호나 특성을 지닌 그들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아들을 찾아줄 수 있을 터였다.
차분한 얼굴로 대책을 말하는 최시우란 남자 덕분일까. 조금 진정됐다.
하얗게 질렸던 머리가 뒤늦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보. 유물 탐색하면서 알게 된 추적자들 많죠? 그들한테 연락 좀 해요.”
“어어. 그렇지. 나만 믿어!”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남편을 보다가 최시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딸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현아의 붉어진 얼굴을 보니 어떤 사이인지 예상갔다.
‘보는 눈은 있네.’
사윗감이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실종된 위급한 상황. 냉정하게 대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듬직하네.’
의지라곤 전혀 안 되는 남편과 대조되는 모습.
넓은 어깨와 탄탄한 복근에 쏠리려는 시선을 억지로 올렸다.
‘얼굴도 저만하면 나쁘지 않고···.’
오랜 결혼생활 후.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얼굴만이 아님을 알았지만 잘생겨서 나쁠 건 없었다.
5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첫인상은 합격이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머리를 휘저었다.
딸의 남편감이란 생각에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잠시 잊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거실 구석에서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님은.. 안색이 안 좋으신데 잠시 쉬시죠?”
“아니요. 그럴 순 없죠.”
억지로 기운 차렸다. 만약 납치 된 거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위험했다.
한시라도 빨리 수호를 찾아야 했다.
아들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가호를 발동하기 전. 아주 잠깐 망설였다.
[기계군주(A+)]
-기계로 인식한 대상을 조작, 조종한다.
-대상의 복잡도에 비례해 마력 소모량이 늘어난다.
활용방법이 무궁무진한 가호. 이 능력만 사용하면 해킹은 너무나 쉽다.
‘가족한테는 안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스스로와 했던 약속을 깼다. 이런 비상 상황에 이것저것 따질 여유는 없었다.
결심을 굳히고 명령했다.
“최근 사용 기록 역순으로 보여줘.”
마력 일부가 컴퓨터로 스며들었다.
-명령 수행합니다.
머릿속에서 텔레파시가 들렸다. 무감정한 기계음.
애당초 평범한 컴퓨터에 이런 인공 지능따윈 없었다. 모두 가호의 힘이었다.
-삭제된 인터넷 검색 기록 복구합니다.
[남몰래 시체 처리하는 방법]
[악질 스토커 해결법]
[각성자간 사적 결투 처벌]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수호가 어떤 이유로 도시밖으로 나간 건지 예상갔다.
쓰잘데기 없는 기록을 빠르게 넘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수호가 향했을 위치였다.
“아!”
드디어 찾았다.
[서울 근교 지도]
암석지대부터 늪지대까지. 차원 침식 때문에 복잡해진 지도가 나타났다.
“이 기록. 더 자세히 보여줘. 마우스 움직임까지.”
-명령 수행합니다.
아들이 컴퓨터를 사용했던 기록이 그대로 재생됐다.
지도가 확대됐다. 한 지점에서 마우스 커서가 빙글빙글 돌았다.
[서울 북서쪽 평야 지대]
그곳을 자세히 살핀 기록이 재생됐다.
‘여기다.’
수호가 향한 곳을 알아냈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남편에게 알려야 했다. 추적자들이 낭비할 시간을 줄여야 했다.
자리를 뜨려던 순간.
역순으로 재생된 다음 기록이 튀어나왔다.
[명예의 전당]
숨겨진 폴더였다. 암호가 걸렸지만 그녀의 능력 앞에서 의미 없었다.
혹시나 싶어 자세히 살폈다.
“이건..?”
동영상 파일 하나를 재생했다.
“읏..”
야동이었다. 그것도 허접한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천박한 야동.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아.. 수호야. 이런 걸 보면...”
당장 끄려다 멈칫했다. 영상 속 남자의 성기가 너무 컸다.
말도 안 되는 크기에 어이가 없었다.
여자가 경련하더니 투명한 물방울을 뿜어냈다. 이것도 과장된 연출이었다.
‘연기가 너무 심하잖아..’
당장 삭제하려다 참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잘못된 성 지식으로 가득 찬 영상이었다.
*
강현아 집에서 나온 시우가 머리를 굴렸다.
추적은 전문가에게 맡겼다. 허나 그들만 믿고 있을 순 없었다.
‘놈을 꼭 구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용사라는 존재가 이런 일로 죽을 것 같지도 않았다.
용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 용사만큼 명줄 질긴 존재가 또 있을까.
‘개고생 좀 하다가 돌아오겠지.’
이 정도 일로 죽을 거라면 애초에 용사 자격도 없었다.
‘그래도 구해야지.’
장모. 아니, 내 여자인 이혜진의 호감도를 듬뿍 쌓을 기회였다.
곧장 강현아를 호텔로 불렀다.
“수호를 찾을 방법이 있다고?”
“응. 가능성도 제법 높아.”
방에 들어온 강현아가 주변을 둘러봤다. 평소 자주오던 호텔이지만 한 가지 달랐다.
사방에 마법진이 가득했다.
“이건..?”
“정찰계 특성을 역추적하는 마법진이야.”
계획을 설명했다. 강수호가 이곳을 엿보면 그 시선을 타고 위치를 역추적할 생각이었다.
“수호한테 그런 특성이 있었어?”
“어. 몰랐어?”
강현아가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아픈지 인상까지 썼다.
“···정확히 어떤 특성인데?”
“거기까진 나도 몰라. 그냥 몰래 엿보는 느낌이었어.”
“윽..”
“좀 변태같긴 하지?”
그녀가 망설였다. 친동생에게 섹스 장면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얼굴 가리고 해보자.”
*
허리를 흔들던 시우가 강현아를 꽉 껴안았다.
단번에 뿌리까지 삽입했다.
“아아아앙!”
그녀의 다리가 허리를 감쌌다. 짜릿한 사정이 끝날 때까지 풀어 주지 않았다.
움찔! 움찔!
전신을 경련하던 강현아가 축 늘어졌다.
양쪽으로 벌어진 가랑이 사이. 애액과 뒤섞인 하얀 액체가 꿀렁꿀렁 튀어나왔다.
“하윽..”
그런데 시선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변태 같은 놈의 시선이 느껴지질 않았다.
‘하여간..’
잠시 고민하다 대책을 떠올렸다.
저번에 알아낸 놈의 특성.
분명 수위가 높아질수록 시선이 선명해졌었다.
“이거로 부족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