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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88화 (188/241)

Chapter 188 - 188화 - 아카데미(27)

188화 - 아카데미(27)

시우와 강현아가 이혜진을 찾아갔다.

겨우 하루 만에 장모님의 얼굴이 수척해졌다. 아들이 실종 혹은 납치됐단 사실에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심각한 얼굴로 통화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최소 3일은 걸릴 거라니. 그게 말이 돼요?! 당신들 최고의 전문가라면서요!”

이혜진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러다 피라도 날까 걱정될 정도로 세게.

“···살아 있는 건 확실하다니 다행이네요. 하아.. 화내서 미안해요. 제발 우리 아들 좀 부탁해요. 네.. 진전 있으면 연락 주세요.”

전화를 끊은 그녀의 얼굴이 확연히 어두워졌다.

“혹시 추적자들한테 전화온 겁니까?”

“네.. 납치됐다는 건 알아냈는데··· 행방이 묘연하다네요. 아무래도 인신매매 전문가한테 걸린 것 같다고..”

“음.. 그렇군요.”

“하아..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어찌 말할까 고민했다. 침울해진 그녀를 보니 어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장모님은 소중히 대해야 할 가족.

마조 성녀와는 달랐다. 리디아는 기질부터 노예니 냅다 지르고 굴복시켰지만 장모님한테 그럴 순 없었다.

‘좋아 결정했다.’

급하게 먹었다간 체한다. 일단 씨앗부터 심기로 했다.

“음.. 수호를 찾을 다른 방법이 있긴 합니다.”

“네?!”

그녀가 바짝 다가왔다. 거대한 가슴이 출렁였다. 억지로 시선을 올렸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마력 계약서 입니다.”

“이걸 왜..?”

“앞으로 나올 이야기가 믿기 어려운 내용이거든요. 믿지 못하면 대화 진행이 안 될 테니 확실히 하죠.”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를 살피던 이혜진이 말했다.

“···진품 맞네요.”

계약서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대화에 거짓없이 말할 것을 제 모든 마력을 걸고 맹세합니다.”

마력 계약서가 푸른 가루가 되어 몸에 스며들었다.

*

설명이 이어질수록 이혜진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그러니까···.”

“네. 수호는 엿보기···. 그러니까 다른 사람 성관계를 훔쳐보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박제된 것처럼 굳어 버린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가호인지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엿보는 것에 특화된 정찰계 능력이죠.”

마력 계약서에 반응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모두 진실이니까.

이혜진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제가 알아낸 바로는 성관계 수위가 높을수록. 그러니까 변태 같아질수록 연결이 선명해집니다.”

“자, 잠시만요..”

이혜진이 한동안 눈을 감고 파르르 떨었다.

“그러니까.. 저 하고.. 그걸 해 보고 싶다고요..?”

“네. 어머님과 함께라면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을 거라 예상합니다.”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듯 소파에 등을 파묻었다.

축 늘어져 있던 그녀가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설마..”

이혜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1분 만에 표정이 수십 차례 변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녀가 머리를 휘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네요. 확실한 방법도 아니죠?”

“음.. 100프로는 장담 못합니다. 제 생각에는 한 50퍼센트 정도 된다고 봅니다.”

“···그럼 안 돼요. 남편을 배신할 수 없어요. ···하물며 대상이 딸의 애인이라뇨.”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강현아가 화들짝 놀랐다.

“어, 엄마! 시우랑 나는..”

변명하려는 현아에게 고개를 저었다.

“예. 힘 써 봤지만 아슬아슬하게 연결을 실패했습니다. 아무래도 수호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지 제대로 엿보질 못하더군요. 그래서 더 높은 수위가 필요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라는 말에 이혜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건 안 돼요..”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지만 단호했다.

***

강현아와 단둘이 남게 된 시우가 고민했다.

메인 기질이 모성이라 찔러봤는데 실패했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꽤 단호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거절한 것이겠지만 생각보다 정조 관념이 강했다.

강현아가 안도와 불안이 뒤섞인 얼굴로 말했다.

“으.. 이제 어쩌지.”

어떤 생각일진 예상갔다. 애인이 엄마와 섹스하지 않는다는 안도. 그리고 동생이 실종된 데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글쎄. 추적자를 믿고 기다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좀 그렇지?”

“응.”

“그럼 어머님을 어떻게든 설득해야지.”

강현아의 얼굴이 다시 불안으로 물들었다.

“으으.. 강수호! 진짜 돌아오기만 해 봐..!”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를 뒤로하고 고민에 잠겼다.

이번엔 이혜진에게 씨앗을 뿌리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만약 강수호가 구출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다면 불안감은 점점 커질 것이다.

예상컨데 일주일만 시간이 지나도 직접 찾아와 안길 것이다.

‘일주일..’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릴 순 없었다.

추적자가 강수호를 찾을 수도 있고, 녀석이 스스로 돌아올 수도 있었으니까.

“음..”

어떻게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강현아가 말했다.

“저기.. 시우야.”

“응?”

“···엄마를 설득할 방법이 있긴 해.”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1년쯤 전에.. 아빠 티셔츠에서 발견한 게 있어..”

“티셔츠?”

“응. 목 뒤쪽에 립스틱 자국이 나 있더라구···. 엄마는 모르게 내가 지웠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장모님이 한 거 아니야?”

강현아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엄마는 그런 성격 아냐. 옷 더럽히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

철가면을 쓴 시우가 10층짜리 빌딩 앞에 섰다.

[패스파인더]

말만 연구소였다. 어지간한 중견 기업보다 컸다. 알짜배기 회사나 다름없었다.

‘꽤 크네?’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최신식 건물. 이 건물 통째로 강씨 가족 소유였다.

그렇다고 강찬성 소유는 아니었다.

지분의 대부분은 이혜진 소유였다. 사업 초창기에 자금을 댄 사람이 그녀였으니까.

입구로 들어가는 직원의 뒤를 따랐다. 자동문이 열린 틈을 타 자연스럽게 침투했다.

데스크 직원이 입구 쪽을 살폈다. 직원 뒤를 누군가 따라오는 수상한 상황.

그러나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팀장님 오셨어요?”

인사하는 그들을 지나쳤다. 1층 로비를 당당히 가로질러 계단으로 향했다.

‘은신술 효과 좋네.’

지금 그는 무영신투의 비전. 월영신을 극한으로 운용한 상태였다.

CCTV를 힐끔 보고 그냥 지나쳤다.

오기 전에 이미 실험을 마쳤다. 월영신을 제대로 운용하면 카메라에도 찍히지 않는다.

-세상의 경계를 따라 걸어라.

무영신투가 남긴 구결을 떠올리며 집중했다.

계단을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강현아에게 강찬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가 평소 생활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여기서 먹고 자고 하면···.’

불륜을 저질렀다면 이곳에서 저질렀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마침 옹기종기 모여 수다떠는 세 명의 여비서가 보였다.

“소장님은 오늘도 안 오시려나?”

“그러게.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 급한 일정도 전부 캔슬하셨어.”

“설마.. 사모님한테 걸린 거 아니야?”

순간 그녀들의 시선이 한쪽에 쏠렸다.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 앳된 얼굴의 여비서가 보였다. 커다란 소파에 누워 느긋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비서들의 목소리가 확 낮아졌다.

“설마.. 어제 사모님 오셨을 때?”

“에이.. 그럼 저년이 저렇게 조용할까? 진작 도망갔겠지.”

“아니야. 저년은 그럴 수도 있어. 사모님한테 눈웃음까지 치더라니까?”

“어머 어머! 대박이다. 진짜로?”

“응응. 보는 내가 다 살 떨리더라.”

여비서 한 명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세상에··· 도대체 무슨 깡인지 몰라. 저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으면 어쩌려고.”

“멍청한 거지. 어휴.. 소장님은 언제까지 저년한테 휘둘리려나.”

한 여비서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사모님한테 걸리면.. 우리한테도 불똥 튀는 거 아냐? 알면서 모른척 했다고···.”

“에이 설마. 우리야 잘릴까봐 걱정돼서.. 이크. 온다.”

순간 모든 대화가 끊겼다.

어색한 침묵 사이로 앳된 여비서가 다가왔다.

“선배님들? 다들 무슨 이야기하고 계셨어요?”

“어어..? 그으..”

모두가 눈치 볼 때 한 여비서가 잽싸게 말했다.

“저기 1층에서 근무하던 수미씨 알지?”

“당연하죠. 그런데 왜요?”

“인사팀 박 과장님하고 불륜하다 걸렸대.”

“···정말요? 어떻게 됐대요?”

“뭘 어떻게 돼. 사모님 오셔서 머리채 잡고 난리 났지. 회사도 그만뒀어. 곧 감옥 갈껄?”

“..감옥은 왜 가요?”

“박 과장님 아내분이 의원님 손녀였대. 괘씸죄에 걸린 거지.”

앳된 여비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 난 소장님 일정 다시 짜야돼서. 이만 가 봐야겠다.”

“어.. 나, 나도.”

순식간에 혼자 남은 앳된 여비서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짜증 나.. 싸가지 없는 년들. 찬성씨한테 말해서 확 잘라버릴까 보다.”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던 그녀가 자리를 떴다.

벽에 등을 기대고 지켜보던 시우가 눈을 빛냈다.

‘딱 봐도 저년이네.’

한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살폈다. 그녀들의 대화가 아주 잘 찍혔다.

대놓고 촬영 중인데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장모님께 드릴 선물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것만 봐도 강찬성의 불륜을 알 수 있지만 약했다.

앳된 여비서의 뒤를 쫓았다.

‘어디.. 뭐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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