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1 - 191화 - 아카데미(30)
191화 - 아카데미(30)
시우가 개구리처럼 가랑이를 벌린 이혜진을 감상했다.
[수신감도 : 273%]
마지막으로 찍힌 감도를 보니 흡족했다.
“흐으읏...”
절정에 절여져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이 강현아와 비슷했다.
울컥거리며 흐르는 애액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미 마법진은 빛을 잃은지 오래.
선명해진 연결에 좌표까지 찍혔다.
지도에 대입하면 강수호 위치가 바로 나올 것이다.
“수, 수호야..”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벌려진 다리 사이. 흠뻑 젖은 팬티는 안 입은 것만 못했다.
옷 더럽히는 걸 싫어한다던 그녀는, 자신이 싸지른 보짓물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고 싶은 장면이었다.
*
이혜진이 뜨거워진 숨결을 내뱉었다.
“하으..”
머리가 멍했다. 뇌가 녹아내린 느낌이었다.
‘이게 도대체···?’
난생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쾌감이 연속으로 들이닥쳤다. 처음엔 억지로 버텼다. 하지만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쾌락에 무너져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불분명했다.
‘으으..’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축축하게 젖은 침대가 찝찝했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하아.. 하아..”
그저 가만히 누워 숨 쉬는 것에만 집중했다.
울컥.
허벅지 사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읏..”
눈을 떴으나 초점이 잡히질 않았다. 흐릿한 시야를 돌렸다. 마법진의 빛이 사라졌다.
몽롱한 정신을 억지로 붙잡으며 웅얼거렸다.
“수, 수호느은..?”
그녀를 내려다보던 딸의 애인.
최시우란 남자가 손을 뻗었다.
움찔!
반사적으로 몸이 떨렸다. 하복부 깊숙한 곳이 지잉거렸다. 방금 전까지 지독하게 느낀 쾌락이 떠올랐다.
‘아읏..’
허벅지를 바짝 조이고 다가올 쾌락에 대비했다.
허나 이번엔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지조없이 벌려진 가랑이를 오므려 주고, 말려 올라간 정장 치마까지 내려주는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상의까지 정리해준 그가 다가왔다.
아직도 가만히 누워 있는 그녀를 껴안았다.
‘아..’
소중한 것을 안듯 부드럽게.
따뜻했다. 몽실몽실한 느낌.
단단한 가슴팍에 멍하니 기댔다. 빈틈 하나 없이 꽉 끌어안는 바람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으으.. 뭐, 뭐 하는 거예요.”
품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외간 남자에게 안겨서 쾌감의 여운을 즐기다니.
유부녀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위였다.
“이, 이제 놔줘요..”
불편한 몸으로 억지로 밀었다. 하지만 단단한 팔은 풀어지질 않았다. 그녀를 껴안으며 가만히 내려다봤다.
힘을 줘서라도 벗어나려던 순간.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가 뜨거워졌다.
이마에 닿은 입술에 몸이 저릿거렸다. 심장 소리가 커진 기분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머님 가버린 모습이 너무 예뻐서요.”
뻔뻔한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화는 나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줘 밀어냈다. 거짓말처럼 남자가 멀어졌다.
‘아..’
손끝이 잘게 떨렸다. 순간적으로 느껴진 아쉬움에 화들짝 놀랐다.
“···됐어요. 수호 위치는 잡혔나요?”
“네. 좌표 나왔습니다. 지도에 대입하면 끝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외간 남자에게 다리 벌린 보람은 있었다.
“···늦기 전에 빨리 가요.”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침대에서 일어난 순간 후들거린 다리 때문에 넘어질뻔했다.
“조심.”
딸의 애인이 기다렸다는 듯 부축했다.
“..감사해요. 이제 됐어요.”
더 이상은 곤란했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억지로 시선을 피하고 몸을 단정히 했다.
호텔 방을 나서고 멈칫했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딸. 불안한 얼굴로 복도를 서성이던 그녀가 쪼르르 달려왔다.
“..엄마. 끝났어?”
“응.”
“수호는..?”
“다행히 찾았어.”
“아..”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딸과 눈이 마주쳤다.
미안함도 잠깐이었다. 딸아이 눈빛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애가..’
경계심이 가득했다. 눈썹을 모으고 째려보는 게, 마치 연적을 보는 눈빛이었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뒤따라 나온 최시우. 그가 성큼성큼 걷더니 딸에게 다가 갔다.
다짜고짜 양손으로 꽉 끌어안았다. 곧바로 입을 덮쳤다.
‘뭐..?’
츄릅! 쮸으읍. 츄웁.
질척한 소리가 났다. 밖으로 삐져나온 혓바닥이 음란하게 얽혔다.
그녀가 보고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를 꽉 껴안으며 설육을 섞었다.
상상도 못 한 광경에 생각이 멈췄다.
질척한 키스가 1분가량 이어졌다. 그제야 두 입이 떨어지며 은빛 실선이 늘어졌다.
“하으..”
달아오른 딸의 뺨을 쓰다듬던 남자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으응..”
단번에 온순해진 딸아이의 눈매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불쾌한 느낌과 함께 가슴이 저릿했다.
다시 한번 딸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 근육이 제어가 안 됐다.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일지 알 수 없었다.
“이제 가죠.”
시우가 두 여자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모녀 아니랄까 봐.
표정부터 시작해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까지.
아주 똑같았다.
***
위치를 알아냈다는 소식에 강씨 일가가 집에 모였다.
추적자에게 강수호 위치 좌표를 넘겼다.
중년의 대머리 사내. 그가 지도를 보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이곳은 검은 모래 형제단 구역입니다.”
강찬성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말했다.
“형제단? 그것들은 뭐 하는 놈들입니까.”
“도시밖에서 개조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무법자들입니다. 지저분한 놈들이죠.”
잠시 망설이던 추적자가 말을 이었다.
“인신매매를 주로 하는 놈들인데···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두목은 황지필이란 6성급 전사인데. 눈치도 빠르고 독한놈입니다.”
“하.. 놈이 독해봤자 뭐 얼마나 독하다고! 용병들 끌고 가서 싹 쓸어 버리면 그만 아닙니까!”
추적자가 다급히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네?”
“놈들이 있는 지형이 문제입니다. 거대한 바위가 지천에 깔린 곳인데···. 샛길처럼 갈라진 틈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개미굴처럼 복잡한 곳입니다.”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눈치 보던 추적자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감당할 수 없는 강자가 오면 숨어 버리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 버리면 찾기 힘듭니다.”
“그럼..?”
“차라리 소규모로 가서 협상하시죠. 너무 약하면 저희를 습격할 테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도망갈 테니 적당한 무력이 필요합니다.”
“개 같은.. 내 아들을 납치한 놈들하고 협상하라는 겁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전권을 주시면 제가 가서 협상하겠습니다.”
“···차라리 나도 같이 가겠소.”
남몰래 남편을 째려보던 이혜진이 한숨 쉬며 말했다.
“저도 갈게요.”
잠시 고민하던 추적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성님은 5성이고 이혜진님은 6성이니, 두 분에 저까지 하면 딱 맞겠군요. 이렇게 세 명이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추적자의 무력은 6성. 형제단 두목이 6성이니 수하까지 생각하면 딱 적당한 무력이었다.
시우가 앞으로 나섰다. 그런 양아치들에게 이혜진만 보낼 생각은 없었다.
“저도 가죠.”
추적자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자넨.. 겨우 3성 아닌가?”
“그러니 상관없지 않습니까? 딱히 경계하지도 않을 텐데.”
“으음..”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결국 동행하기로 결정됐다.
“지금까지 시우..씨 도움 많이 받았잖아요. 그는 냉정하니 협상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혜진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럼 나도 갈래!”
강현아의 외침에 추적자가 고개 저었다.
“따님은 안 됩니다.”
강현아. 그녀는 6성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시우와 몸을 섞어댄 결과였다.
“너무 과합니다. 저까지 하면 6성만 총 3명 입니다. 그럼 놈들은 절대 튀어나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도망가겠죠.”
결국 최종 인원이 정해졌다.
이혜진 부부와 추적자, 그리고 시우.
총 4명이 형제단을 향해 출발했다.
*
이혜진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공중에 떠올랐다.
순식간에 부풀더니 헬리콥터로 변했다.
유물급 아티팩트인 손목시계를 기계군주 가호로 조작한 결과였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마력이 늘었어.’
손목 시계가 조작, 변형에 특화된 아티팩트라지만 오늘따라 더 수월했다.
의심 가는 거라곤 딱 하나. 그녀를 빤히 보고 있는 최시우와 눈이 마주쳤다.
‘읏..’
저도 모르게 손끝이 떨렸다. 아직도 그에게 안겨 있는 느낌이었다.
“여보 마력은 괜찮아?”
남편의 목소리에 짜증이 치밀었다. 여비서와 알몸으로 뒹군 주제에 걱정하는 척이라니.
“···이 정도는 괜찮아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얼굴도 보기 싫었으니까. 남편의 불륜은 수호를 찾고 나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우우웅!
헬리콥터가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곧 집채만 한 바위가 가득한 지형에 도착했다. 커다란 암석 사이로 서너 명이 걸을 만한 길이 보였다.
그런 길이 수십, 수백 개가 넘었다. 개미굴처럼 복잡한 이곳이 검은모래 형제단의 본거지였다.
지형을 살피던 추적자가 말했다.
“여기서부턴 지상으로 이동하죠.”
우우웅.
헬리콥터에서 모두가 내렸다. 헬리콥터가 구겨지더니 작은 손목시계로 변했다.
그것이 그대로 이혜진 손목에 휘감겼다.
추적자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모두 조심하십시오. 이제부턴 형제단 영역입니다.”
얼마 걷지 않아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났다. 양아치처럼 생긴 남자가 멀리서 이쪽을 지켜봤다.
강찬성이 얼굴을 굳히며 그를 노려봤다.
“저놈 맞소?”
“예. 지금은 간 보는 겁니다.”
부우우웅.
오토바이 탄 양아치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주변을 떠돌았다.
한 대 두대. 오토바이 숫자가 점점 늘었다.
허름한 오두막이 있는 널찍한 공터에 도착했을 때는 수십 대가 주변을 감쌌다.
마력을 꿈틀거리던 추적자가 속삭였다. 특성이라도 발동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여기 맞습니다. 아드님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새 옮겨졌군요. 이 근방엔 없습니다.”
부우우웅!
빠라바라 빠라밤!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위협하듯 울렸다.
오토바이 한쪽이 갈라지더니 모히칸 머리가 나타났다.
“어이어이. 뭐하는 놈들이냐!”
강찬성이 앞으로 나섰다.
“최근에 20대 초반 남자 한 명 납치했지?”
강찬성 얼굴을 유심히 보던 모히칸 머리가 히죽 웃었다. 무언가 눈치챈 것 같았다.
“납치? 흐으음.. 우릴 뭘로 보고. 우린 그딴 짓 안 해.”
“말 장난할 생각 없다. 몸값은 낼 테니 풀어다오. 통상 시세에 두 배를 내지.”
단호한 강찬성의 말에 정적이 흘렀다.
그것도 잠시. 사방에서 폭소가 들렸다.
“크하하하하하!”
과장스레 배까지 잡고 웃어대던 모히칸 머리가 말했다.
“푸하핫! 어이 예쁜이. 우리가 무슨 동네 양아치인 줄 알아. 우리가 아무 하고나 거래 할 것 같아?”
“윽.”
“뭐.. 정 거래하고 싶으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끝을 흐린 그가 히죽 웃었다.
“방법은 간단해. 우리와 형제가 되는 거야. 어때 생각 있어?”
인상을 찡그린 강찬성이 망설이다 말했다.
“···좋다.”
“그럼.. 형제. 저 여자 좀 빌려주지 않겠어? 적당히 맛보다 곱게 돌려줄 테니까.”
“크하하하핫!”
“와하하하!”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야 놀림당한 것을 깨달은 강찬성이 이를 갈았다.
이혜진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역겨워.’
피어싱을 한 남자들이 쳐다보는 시선에 소름이 돋았다.
혀를 날름거리며 노골적으로 가슴을 훑어봤다. 눈빛만으로 희롱당하는 기분이었다.
‘윽..’
억지로 참았다. 아들 생각에 화도 못 냈다.
답답함에 습관적으로 남편을 살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못 했다.
입을 꾹 다물며 놈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양아치들의 눈빛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한 순간.
한 남자가 앞을 막아섰다. 커다란 등에 불쾌한 시선이 가려졌다.
‘아..?’
딸의 애인이었다.
“싸가지 없는 놈들··· 여긴 제가 해결하죠.”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쥔 순간.
희끗 하고 무언가 움직였다.
“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낄낄대던 양아치들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하나같이 무릎 아래가 잘려 있었다.
“아..”
이혜진이 멍해진 얼굴로 앞을 막아선 등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