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3 - 193화 - 아카데미(32)
193화 - 아카데미(32)
시우가 흑사탑 정문을 자르기 얼마 전.
쇠창살 감옥에 갇힌 강수호가 허공을 멍하니 바라봤다.
눈앞에 떠오른 환영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츄릅, 하읍.. 츄으읍..
단아한 얼굴의 미녀가 키스하는 모습이 보였다.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혀를 섞었다. 숨쉬기 힘든지 뽀얗던 피부가 달아올랐다.
남자라면 흥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엄마..!’
그녀가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분하게도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 네모 박스로 가려져 있었다.
환상 주제에 모자이크가 쳐져 있었다.
‘개자식이!’
적어도 아빠가 아니란 것은 확실했다. 학사 타입인 아빠와는 체격부터 달랐으니까.
주먹을 꽉 쥐며 환영을 노려봤다. 어떤 놈인지 만나면 두들겨 패버릴 생각이었다.
빠득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런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며칠 전부터였다.
-가호가 진화했습니다.
-[엿듣기(B)] → [유모 엿보기(A-)]
[유모 엿보기(A-)]
-보기 불가능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 자동 발동합니다.
-사용자의 역량이 부족합니다. 강제 진화 부작용으로 일부 시야가 흐려집니다.
-때때로 환상이 뒤섞입니다. 현실과 구분할 수 없습니다.
환영을 억지로 무시했다. 눈을 질끈 감고 끝나길 기다렸다.
“으으..”
남녀가 혀를 섞어대던 소리가 사라지자 정적이 찾아왔다.
하지만 고요함도 잠깐이었다.
눈앞에 환영이 또 떠올랐다.
‘그만해!’
조금 전에 봤던 장면이 다시 처음부터 재생됐다.
어두운 오두막에 서 있는 두 남녀가 보였다.
엄마가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서, 설마··· 여기서 하자는 거예요? 바로 옆에 남편.. 흡.
검은색 네모가 엄마의 얼굴을 덥쳤다. 곧 질척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츄릅, 츄으읍..
“안 돼! 하지 마!”
허공에 손을 휘적였으나 의미 없었다. 무력하게 통과할 뿐이었다. 아무런 방해도 할 수 없었다.
“큭..!”
이를 악물고 환영을 노려봤다. 남자의 체형이라도 기억해둘 생각이었다. 지금까진 충격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까.
‘개자식! 감히 엄마를···!’
저항하듯 몸부림치는 엄마가 보였다. 자꾸만 다가오려는 검은네모를 피해 고개를 돌리고, 가슴팍을 밀어냈다.
적어도 그녀가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 사실에 뒤늦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 그만.. 아읍.. 츄으읍..
하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턱을 붙잡아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하고, 끈질기게 엄마를 탐했다.
게다가 엄마의 저항이 너무 약했다.
‘도대체 왜..?’
마력도 사용하지 않다니···. 형식적인 저항으로 보였다.
사내의 품에서 바동거리는 엄마를 보다가 퍼뜩 깨달았다.
‘서, 설마.. 나 때문에..?’
이 환영이 처음 떠올랐을 때. 충격 때문에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했던 말은 떠올랐다.
-어, 엄마.. 고, 곧 갈..테니까앗..! 아윽.. 조, 조금마안.. 버텨어엇!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자신을 찾기 위해 사내에게 몸을 허락한 것이다.
“으으.. 제기랄!”
절로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떴다. 엄마가 저렇게 고생하는데 눈돌릴 순 없었다. 환영을 보고 단서라도 찾아야 했다.
이를 악물고 혀를 섞는 남녀를 노려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어..?”
완강히 거부하던 엄마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새하얗던 목덜미가 점점 빨개졌다. 새어 나오는 숨소리에서 촉촉한 물기가 느껴졌다.
‘꿀꺽.’
가슴팍을 밀어내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스르륵 내려가더니 사내의 허리에서 멈췄다.
슬며시 사내를 끌어안는 손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아..?”
손이 덜덜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 마치 허락하듯 눈을 감은 엄마가 보였다.
-하읍.. 쮸읍.. 츄으읍..
겨우 3분. 키스 좀 했다고 엄마의 얼굴이 흐물흐물하게 변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리는 그녀를 사내가 부축했다. 단단하게 지탱하더니 뻣뻣하게 발기된 물건으로 엄마의 하복부를 찔러댔다.
‘이, 이게..?’
터무니 없는 행위였다. 허나 엄마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내에게 기대더니 서로의 배꼽을 맞췄다. 조금이라도 더 밀착하기 위해 사내의 등을 꽉 끌어당겼다.
침을 삼키며 그 장면을 쳐다 봤다.
츄릅.. 츄읍 하는 물기 어린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아..
점점 달콤해지는 여인의 숨소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정체 모를 감정이 심장을 가득 채웠다.
-음.. 됐네요.
안 그래도 빨갛던 엄마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읏..
부끄럼 많은 첫날밤 신부처럼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띡.
환영이 사라지고 고개가 툭 떨어졌다.
‘뭐..?’
뻣뻣하게 솟아오른 아랫도리가 보였다. 도대체 언제부터 서 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아악! 아니야!”
가슴속에 맴도는 흥분을 억지로 무시했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분노를 불태우며 다짐했다.
‘개같은 놈! 만나기만 하면..!’
두들겨 패줄 생각에 전의를 다졌다.
그때. 또다시 환영이 시작됐다.
어제 본 환상이 다시 떠올랐다.
침대맡에 앉은 고고한 표정의 엄마가 보였다. 허리를 꼿꼿이 편채 남자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누가 봐도 당찼다.
하지만.
엄마의 가랑이가 쩍 벌려졌다. 속살은 보이지 않았다. 사내의 얼굴처럼 검은 네모로 가려져 있었으니까.
-푸슈슛!
모자이크로 가려진 가랑이 사이에서 거센 물줄기가 뿜어졌다.
-아으으..읏! 수, 수호야아.. 어, 엄마..
-하으, 읏..! 어, 엄마.. 고, 곧 갈..테니까앗..!
-아윽.. 조, 조금마안.. 버텨어엇!
짐승처럼 울부짖던 엄마가 침대에 쓰러졌다.
“큭..!”
-히이이잇! 흐오오옷!
-푸슈우웃! 푸슛!
엄마가 지쳐 쓰러졌음에도 검은 네모는 만족할 줄 몰랐다. 가랑이를 벌린 엄마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검은 네모에게 범해지는 것을 무력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푸슈우웃!
무언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됐다.
눈이 충혈된 것도 느끼지 못하고 환영을 노려봤다. 그럴수록 정체 모를 흥분이 아른 거렸으나 억지로 무시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뻐근한 느낌에 고개를 숙였다.
“윽..”
아랫도리에 피가 쏠려 아플 지경이었다.
바지를 보며 머뭇거리던 강수호가 화들짝 놀랐다.
끼익.
강철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강수호의 바지를 보더니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여기서?”
주변엔 수술대처럼 보이는 의자와 수술 도구가 담긴 선반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흥분할 만한 배경은 아니었다.
“대단한 놈이군. 감탄했다.”
미친놈마냥 바라보는 눈빛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수치심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주먹을 꽉 쥐고 놈을 노려봤다. 남자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흐음.. 나는 르카도. 6성급 흑마법사다. 그리고.. 내 전공은 생체연성과 키메라다.”
“히익..!”
옆에서 뾰족한 비명이 울렸다. 겁먹은 앤의 몸뚱이가 덜덜 떨렸다.
그 반응을 즐기듯 비릿하게 웃은 르카도가 말했다.
“너희를 산 이유는··· 당연히 키메라로 만들기 위해서지.”
키메라! 그 단어에 뒷덜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도 모르게 손끝이 쉴 새 없이 떨렸다.
“하지만··· 너희들은 운이 좋다.”
르카도가 마치 자비를 베풀듯 느긋하게 말했다.
“원래 둘 다 키메라로 만들어 버릴 계획이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검지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다.
“둘 중 한 명. 내 제자가 되겠다고 맹세한 녀석은 살려주마. 다른 한 명은··· 말 안 해도 알테지?”
강수호가 순간적으로 머뭇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흑마법사의 제자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여기서 살아나가려면..’
아주 잠깐 망설인 사이. 옆에 있던 앤이 곧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저요! 제가, 제가 제자 될래요!”
“흐음··· 정말 괜찮겠느냐? 나는 제자를 험하게 다루는 편인데.”
“사, 상관없어요!”
턱을 쓰다듬던 르카도가 밝게 웃었다.
“좋다.”
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쇠창살에 가져다 댔다.
띡.
쇠창살이 가볍게 열렸다. 아무래도 저 카드가 열쇠인 것 같았다.
책상 위에 카드를 대충 던져두곤 말했다.
“제자야 이리 나오거라.”
“네, 네!”
허겁지겁 감옥밖으로 튀어 나가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앤이 제자가 되면 그의 미래는 뻔했다. 그런데도 그녀의 얼굴에 미안함은 없었다. 느껴지는 감정이라곤 아쉬움이 전부였다.
그를 무시하곤 르카도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스승님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앤이라고 합니다.”
머리가 땅에 닿을 듯 인사하는 앤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주변을 둘러봤다.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해야 했다.
“오..! 인사성이 밝은 아이구나. 마음에 들어. 이리 와서 앉거라.”
그가 가리킨 곳은 마치 수술대처럼 생긴 의자였다.
주변에 주사기나 칼 같은 도구가 널려 있는 곳이라 앤이 머뭇거렸다.
르카도가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걱정 말거라. 형제단에게 듣기로 감옥에 있는 저 녀석과 마력 계약을 했다 들었다. 그걸 제거해주려는 것이다.”
“아..! 정말요?!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는 건가요?”
앤의 얼굴이 확 밝아졌을 때. 르카도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쉽지 않지만 나는 가능하다. 어떤 계약인진 몰라도 내 제자가 그딴 거추장스러운걸 달고 살게 할 순 없지. 어서 이리 와서 앉거라.”
신난 얼굴로 수술대에 앉은 앤이 말했다.
“스승님 그러면 저.. 수호는 저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호오.. 저 녀석이 마음에 드나 보구나. 내 적당히 개조한 다음 네 호위로 붙여주마.”
“아..! 정말 감사해요!”
철컹!
수술대에서 단단한 강철이 튀어나오더니 손발을 구속했다. 히죽거리던 앤이 당황했다.
“어, 어..?”
그녀가 르카도를 쳐다봤으나, 그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스, 스승님..?”
“너무 걱정 말거라.”
무심한 얼굴로 수술 도구가 있는 탁자를 뒤적거렸다. 조그마한 네모 상자를 집어들더니 조심스럽게 열었다.
비릿한 냄새가 확 풍겼다.
지렁이같이 생긴 촉수가 꾸물거리는 모습이 역겨웠다.
그것을 들고 다가오는 르카도에게 앤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이건..?”
아무리 봐도 마력 계약을 해제하려는 게 아니었다.
르카도가 그녀를 비웃더니 상자를 코밑에 들이댔다.
“하, 하지 마!”
앤이 기겁하며 도망치려했지만 이미 사지가 묶여 저항할 수 없었다.
츄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렁이가 앤의 콧속에 파고들었다.
“아아아아악!”
전신에 힘줄이 돋아났다. 고통스러운지 이를 악물었다.
이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앤이 르카도를 노려봤다.
“크흐흐. 멍청한년. 내가 너 따위를 제자로 받아줄 것 같으냐.”
우르릉..
앤을 비웃던 르카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음..?”
건물 전체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