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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198화 (198/241)

Chapter 198 - 198화 - 아카데미(37)

198화 - 아카데미(37)

침대에 누워 있던 강수호가 꿈틀거렸다.

“으으..”

찌르르한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그를 반겼다.

‘여긴..?’

두 눈을 끔벅이며 눈동자를 굴렸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깨끗하고 듣기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수호야. 일어났니?”

“어, 엄마..?”

흐릿하던 초점이 잡혔다. 제대로 살펴보니 이곳은 병원이었다.

“아..”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납치된 이후로 구조받았다.

“수호야 몸은 좀 어떠니?”

“어.. 괜찮아요.”

누운 상태로 눈동자만 돌렸다. 침대 옆에서 걱정스레 바라보는 엄마가 보였다.

기쁨도 잠깐이었다.

환상속 그녀가 내뱉던 달콤한 교성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 엄마. 저, 저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

“으응..?”

순간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엄마가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수호야.. 그러니까.. 으음..”

차마 말을 잇지 못 하는 그녀를 보니 심장이 울렁거렸다. 미약하게 붉어진 목덜미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저는! 마력이 제한 돼서 아무것도 못 했거든요.”

“아.. 그, 그랬니? 마력이 제한 돼 있었어?”

어색함이 살짝 사라졌다.

“네.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있었는데.. 구해줘서 고마워요.”

“그랬구나..? 혹시 뭐 본 건 없고..?”

“어.. 뭘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표정을 관리했다. 마력 없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호는 흔치 않다.

무언가 고민하던 엄마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니야 신경 쓰지마렴. 수호 너를 찾은 건.. 유능한 추적자가 도와 줬단다.”

“아..”

“정말 고생 많았어. 몸은 괜찮아?”

“네. 이렇게 멀쩡.. 억!”

과장스레 일어나려다 눈앞이 새하얘졌다. 전신 근육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

“아! 의사불러 올 테니까 가만있어! ”

“어윽..!”

머리가 어지러웠다.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의사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움직여서 근육이 놀란 것 같군요. 약간의 통증이 느껴질 수 있으나 곧 회복될 겁니다.”

“끄으..”

이게 약간의 통증이라니.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머리를 최대한 흔들었다.

“음.. 많이 아프신가보군요. 수면제라도 처방해 드릴까요? 내일까지 푹 자고 일어나시면 일상생활은 문제없을 겁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다. 곧 먹먹한 느낌과 함께 통증이 사라졌다. 마취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졌다.

“수호야 푹 자.”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을 즐기며 정신을 놓았다.

그 후. 기억이 띄엄띄엄 이어졌다.

의사가 무어라 말하기도 하고, 간호사가 체온을 재기도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무렵.

비몽사몽간에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딱 한 번만···.”

“···안 돼요.”

엄마가 무언가 거부했다.

남자가 뭘 요구한 건진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 안 돼..!’

팔이라도 뻗어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위라도 눌린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약 기운 때문인지 도저히 잠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

‘크흑.’

밀려오는 수마에 저항했다. 정신 차리려 노력했지만 의미 없었다.

‘으으..’

들려오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

“···이러지 말아요. 절대 안 돼요.”

단호하게 거절하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역시!’

자신도 이미 구했는데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리 없었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깐이었다.

남자는 포기할 줄 몰랐다. 끈질기게 엄마에게 치근덕거렸다.

“······수호도 구해줬는데···.”

“그런···.”

그 순간 엄마의 저항이 약해졌다. 목소리만으로도 그녀가 망설이고 있음이 느껴졌다.

‘안 돼! 엄마 그러지 마!’

결국.

“···딱 한 번만이에요.”

“그럼요.”

허락의 말이 떨어지고 말았다.

부스럭.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 여기선.. 흐읏..!”

믿기지 않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기억이 끊겼다.

***

이곳은 강수호가 입원한 병실.

병문안 핑계로 이곳에 온 시우가 이혜진에게 졸라댔다.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돼요?”

“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처음엔 당연히 거절당했다. 차가운 눈으로 째려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졸랐다.

“···안 된다니까요.”

아주 조금씩 저항이 약해졌다. 목소리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 순간 손을 붙잡았다.

흠칫한 그녀가 손을 빼려 했지만 놔주지 않았다.

꽉 붙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 봤다.

“네? 수호도 구해줬는데 한 번만요. 딱 한 번만.”

“아, 안 되는데···.”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 하얗던 목덜미가 살짝 붉어졌다.

머뭇거리는 그녀의 손등을 살살 문질렀다. 도망가려던 손도 결국 얌전히 자리 잡았다.

“딱 한 번만. 네?”

애무하듯 손등을 굴리며 애처럼 졸라댔다.

결국.

힐끗. 잠든 강수호 눈치를 살피던 이혜진이 고개를 팍 숙였다.

귓불이 붉어진 채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딱 한 번만이에요.”

“그럼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곳이 좋았다.

“여, 여기선.. 흐읏..!”

강수호 바로 옆에서 꽉 껴안았다. 소리 죽여 버둥거리는 그녀를 풀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엉덩이라도 꽉 움켜쥐고 싶었으나 참았다.

육체적 교류보단 감정에 집중했다. 쿵쿵거리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즐기며 포옹했다.

“읏..”

머뭇거리던 이혜진이 결국 저항을 멈췄다. 몇 번이나 망설이더니 등을 껴안았다. 미약하게 떨리는 손이 느껴졌다.

‘귀엽네.’

자연스레 발기된 자지가 그녀의 배꼽을 쿡쿡 찔렀다.

마치 불이라도 닿은 듯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밀어내려는 그녀를 꽉 껴안고 몸을 밀착했다.

“이, 이제 그만 해요..!”

그녀의 반응을 슬쩍 살폈다. 형식적인 거절은 아니었다. 더 이상 했다간 화낼것 같았다.

‘흠..’

느낌상 지금 끝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다. 허리를 감싸던 손을 풀고 한 걸음 물러났다.

“아..”

막상 진짜로 떨어지자 그녀의 눈빛에 묘한 감정이 맺혔다.

바로 아쉬움.

머뭇거리는 이혜진을 보고 눈을 빛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 입술을 덮쳤다.

“읍..?!”

살짝 벌려진 입술 사이로 혓바닥을 집어넣었다. 따뜻하고 말캉한 살덩이를 휘감았다.

츄릅, 츄으읍 쥬릇..

놀란 듯 바짝 굳어 버린 틈을 타, 1분이 넘도록 키스했다.

자지로 그녀의 아랫배를 비비적거리며 문질렀다.

“흐읏..!”

미세한 혼원기를 은밀하게 침투시켰다.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지더니 등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가볍게 가버린 것이다.

한동안 움찔거리던 이혜진이 가슴팍을 거칠게 밀어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손길이 제법 매서웠다. 빨개진 얼굴로 노려봤지만 귀여울 뿐이었다. 날카롭던 눈매가 풀려 있었으니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귀, 귀엽..?”

어이가 없는지 입만 뻐끔거렸다. 뻔뻔스런 말에 화도 못냈다.

계속해서 사과하자 결국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됐어요.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요.”

그 후. 적당히 대화를 주고받다가 민감한 주제를 꺼냈다.

“그런데 남편분은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녀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건..”

한참 동안 입술을 잘근거리다 힘없이 말했다.

“하아.. 모르겠어요. 애들도 있고..”

복잡한 얼굴로 강수호를 내려다보는 이혜진에게 말했다.

“그럼 시험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시험이요···?”

***

강찬성이 메일을 전송하고 기지개를 켰다.

“후우.. 드디어 끝났네.”

아들이 납치된 동안 쌓였던 급한 업무들을 방금 막 끝냈다.

이제 남은 것은 연구소에 출근해 천천히 해결해도 됐다.

“음..”

문득 책상 위에 올려진 가족사진이 보였다.

아름다운 아내인 이혜진과 딸 강현아, 그리고 강수호가 한데 모인 사진.

그것을 멍하니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한 일도 처리했으니 아들 병문안이나 갈 생각이었다.

지이잉.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박비서 : 소장님 내일은 출근하세요?

문자를 읽은 강찬성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하.. 폰으로 연락하지 말라니까.”

아내의 기계군주 가호라면 해킹은 손쉬웠다.

그녀가 가족을 대상으로 가호를 사용하진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에휴..”

지이잉.

- 박비서 : 아직도 바쁘세요..? 소장님 보고 싶은데.. 히잉..

무어라 대답할지 망설였다.

사실 이번에 아들이 납치당하면서 느낀점이 많았다. 특히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절절히 깨달았다.

‘박비서도 슬슬 정리해야겠어.’

사실 아내인 이혜진 앞에 있으면 기가 죽었다. 그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아내 앞에선 작아졌다.

그에 반해 박효진. 이 여비서는 쉬운 맛이 있었다. 그가 하는 거라면 무슨 행동이든 받아주니까.

하지만 불장난은 여기까지. 이제 그만둘 생각이었다.

- 강찬성 : 내일 점심에 자주가던 거기서 봐. 할 말 있으니까.

- 박비서 : 점심부터 호텔이요? 응큼하셔라♡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살짝 동했으니까.

“음..”

하지만 정신 차리고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 강찬성 : 카페 말하는 거야.

- 박비서 : 아.. 거기요? 알겠어요. 내일봬요~ 사랑해요♡

“후..”

사랑한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아내에게선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말이니까.

“이렇게 갑자기 헤어지는 건 좀 그런가···. 하 씨. 어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님♡♡♡]

딸각.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흠흠.. 여보세요?”

-···

“여보?”

-아, 미안 해요. 지금 어디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잠긴 느낌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아직 집이지. 연구소 급한 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잖아?”

-그래요···? 내일은 시간 있어요? 수호 병문안 갔다가 같이 밥이나 먹어요.

“어.. 내일?”

-네. 내일.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입을 열었다.

“음.. 어쩌지. 내일도 연구소 일이 바쁠 거 같은데. 다음에 먹자. 이번 주말은 어때?”

-···그래요?

“그동안 밀린 업무가 제법 많더라고. 내일은 힘들 거 같아.”

잠시 침묵하던 이혜진이 말했다.

-알았어요.

뚝.

“음..?”

통화가 종료됐다. 전화기를 보며 갸웃거렸다. 끊기는 타이밍이 뭔가 이상했다.

“에이.. 됐다.”

내일 박비서에게 어떻게 말할지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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