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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07화 (207/241)

Chapter 207 - 207화 - 무협지구(2)

207화 - 무협지구(2)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혼원보주를 이용하면 내공 수련 속도가 몇 배는 빨라질 것이다.

남들이 몇십 년에 걸쳐 돌아갈 길을 단번에 가로지르는 것이다.

즈즈즉.

“어?”

기쁨도 잠시. 혼원보주의 실금이 스스로 회복됐다. 뿜어져 나오던 혼원기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손가락으로 문질러보니 매끈했다. 마치 새것처럼 원상 복구됐다.

미간이 팍 찡그려졌다.

뒤늦게 사일을 사용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

휴식을 취하고 사일을 다시 사용했다.

혼원보주에 실금이 생겨나고, 갈라진 틈으로 농밀한 혼원기가 뿜어져 나왔다.

우웅!

손끝에 검기를 피워올렸다. 몸 안에 흐르는 내력을 자세히 관찰했다.

아직 자연지기를 그대로 다룰순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전보단 정순해졌다.

혼원보주를 이용한 수련은 효과가 있었다.

한 번 더 사일을 쏠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영혼의 피로가 문제였다.

사일을 다시 쓸 만큼 회복되는데 적어도 하루는 필요했다.

‘하루에 한 번은 조금 아쉬운데···. 아! 그렇지.’

상점에 들어가 영혼관련 비약을 검색했다.

[혼령정련단(魂靈精鍊丹)] 100,000 카르마

-복용시 영혼의 내구성과 회복력을 약간 높인다.

심플한 설명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다른 비약과 다르게 부작용도 없었다.

모든 전생체에 적용된다는 말은 없었지만. 영혼이니 다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었다.

이 단약을 먹으면 사일을 두 번 연속 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공이 정순해지는 속도가 배로 빨라지는 것이다.

‘사고 싶긴 한데···.’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사실 10만 카르마가 모이면 최상급 육체 강화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육체와 내공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싫었으니까.

그가 남들보다 강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급 육체 강화 덕분이었다.

지구력부터 근육의 탄력, 순간 반응속도까지.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와서 내공에만 집중하긴 싫었다.

‘어떻게 한다···.’

청월선자는 내공과 육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하라 했다. 어지간한 재능으로 둘 모두 극에 이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가장 좋은 건 최상급 육체 강화도 사는 건데.’

카르마가 모자란 게 아쉬웠다.

그렇다고 직접 단련하긴 곤란했다. 단순히 귀찮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수련장에 비치된 묵빛 철봉을 들어 올렸다. 통짜 묵철로 만들어져 무게만 1톤이 훌쩍 넘는다.

후웅! 후우웅!

나무 막대기처럼 허공을 휘적였다. 너무 가벼웠다.

쿠웅!

바닥에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전혀 운동이 안 됐다. 근육에 부하가 걸리질 않았다.

어찌 육체를 단련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당화린이 해결책을 내놓았다.

“독?”

“응. 당문에서 배웠던 거야. 독으로 육체를 파괴한 다음 회복하는 거지. 반복할수록 근육이 질겨지고 독내성도 늘어나.”

“딱 봐도 비전같은데 나한테 알려 줘도 돼?”

그녀가 히 하고 웃더니 말했다.

“뭐 어때. 아무도 모를 텐데. 그런데 문제가 없는 건 아니야. 애초에 시우 너처럼 단단.. 흠흠.. 강인한 몸에 통하는 독은 흔치 않아. 구하기 어려울 걸?”

확실히 그랬다. 어지간한 독은 그저 따가울 뿐이었다.

“독이라···.”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검은 수정을 빼 들었다. 수정에 달라붙은 큼직한 살덩이가 출렁거렸다.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가 확 풍겼다.

흑마법사들이 천완사라 불렀던, 키메라 구렁이의 독낭이었다.

“이거면 돼?”

“읏..”

당화린이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냄새만으로 어지러운지 머리를 흔들었다.

“으.. 머리아파. 엄청 지독하네. 이게 도대체 무슨 독이야?”

“무슨 구렁이였는데. 나도 정확한 건 몰라.”

“구렁이..?”

코를 가린 채 독낭을 유심히 살피던 그녀가 말했다.

“응.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이제 하나만 더 있으면 돼.”

독낭에서 멀리 떨어진 그녀가 말했다.

“산황초(山黃草). 그것만 있으면 돼.”

“산황초?”

“응. 독곡에만 자라는 약초인데···.”

***

독곡(毒谷).

그곳은 거대한 협곡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누구도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

독곡의 바닥을 볼 수 있다면. 그자가 바로 천하제일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깎아지르는 듯한 가파른 지형은 문제도 아니었다.

독곡이란 이름답게 온갖 독물이 가득했다. 수천수만종이 넘는 기괴한 생명체들.

길가에 놓인 잡초마저 치명적인 극독을 가진 곳이다.

하지만 이 독물도 진짜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뿐이라면 강인한 내공을 가진 무림인들이 독곡을 정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실혼무?”

고개를 끄덕인 당화린이 설명을 이었다.

“실혼무는 독곡에 퍼져 있는 이상한 안개야. 피부에 닿기만 해도 내공이 흩어져. 초절정 고수도 일각을 못 버틸 정도로 지독해.”

“산공독 같은 거야?”

“응. 해약도 없어서 독곡에선 내공을 쓸 수 없어. 가뜩이나 독물 때문에 위험한 곳인데 내공도 못 쓰니까···.”

당화린의 설명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곡이 위험한 곳임은 충분히 알았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심했다.

‘혼령정련단은 카르마로 구매하고, 육체는 직접 단련한다.’

***

“이랴!”

고용된 마부의 채찍질과 함께. 마차가 독곡을 향해 출발했다.

마차 안엔 일남 이녀가 있었다.

시우와 당화린. 그리고 소향이었다.

황금이 넘쳐나는데 산황초를 구하러 직접 가는 이유가 있었다.

“약효가 닷새밖에 안 간다고?”

“응. 땅에서 캐면 약성이 빠르게 줄어들어. 그래서 얼마 못 써.”

산황초는 독곡에서만 자라는데. 땅에서 뽑고 5일 쯤 지나면 평범한 잡초로 변한다는 것이다.

당화린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독곡 근처에서만 사고팔아. 밖으로 나도는 것도 소량 있겠지만.. 며칠이 지나서 약효가 많이 떨어진 것들이야. 직접 가서 최대한 신선한 거로 사야 돼.”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선을 돌렸다. 대화에 끼지 못하고 옆에서 기웃거리는 소향이가 보였다.

은림에서 온 은발. 아니, 흑발의 적안 소녀.

소향이가 입술을 삐죽였다. 관심을 주지 않자 삐진 것 같았다. 마치 아기고양이 같았다.

“으엣..? 가, 갑자기 뭐예요.”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니 움찔거렸다.

“왜? 오라버니가 머리 좀 쓰다듬어 줄 수도 있지.”

“누, 누구 맘대로 오라버니..! 히윽?!”

그녀의 약점인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허리를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팍 숙였다.

뽀얗던 목덜미가 점점 붉어졌다. 마차에 앉은 채로 허벅지를 비비적거렸다.

“으으..”

칠흑 같던 머릿결이 조금씩 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성적으로 흥분하면 머리가 하얗게 물든다. 귀엽기 그지없었다.

왼쪽에 앉아 있던 당화린이 옆구리를 꼬집었다.

“너 지금.. 읏?!”

찔꺽!

그녀를 바짝 끌어안고 은밀한 부위로 손을 뻗었다.

까슬거리는 수풀을 헤치고, 도톰한 균열을 쓰다듬었다. 말랑거리는 그곳을 꾹꾹 눌러 주다가 찔꺽 하고 집어넣었다.

“응으읏..”

달콤한 소리와 함께 습기가 차올랐다. 삼류 보지답게 누를 때마다 움찔거렸다.

이번엔 오른손에 집중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말캉거리는 상체로 향했다.

“히약!”

어느새 딱딱해진 첨단을 꾸욱 누르자 귀여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양손에 미녀를 껴안고 희롱했다. 양쪽 다 말랑하고 따뜻하면서 촉촉했다.

“하읏..”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마차가 소리 죽인 신음으로 가득 찼다. 찔꺽 물튀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이랴!”

마차밖.

아무것도 모르는 마부가 채찍을 휘둘렀다. 진동도 없는 마차가 빠르게 달렸다.

*

낙평촌(落坪村).

독곡 근처에서 가장 커다란 마을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시우 일행이 인상을 찌푸렸다.

배가 볼록 튀어나온 상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산황초는 없습니다. 요즘 씨가 말랐어요.”

몇몇 약방을 돌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하나 얻었다.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인 누런 풀이었다. 얼핏 보기에 마른 잔디처럼 생긴 이것이 바로 산황초였다.

코를 들이대니 박하 냄새가 났다. 청아한 향기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거야?”

“응. 산황초 맞아. 딱 보니까 캔지 사흘 넘었네. 내일쯤이면 약성이 모두 사라지겠어.”

눈치 보던 상인에게 손톱만 한 금조각을 던져 주자 헤벌쭉 웃었다.

“감사합니다요!”

상인과 멀어진 뒤. 노란 풀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당화린이 알려 준 육체 단련법은 산황초가 필수였다. 당연히 독이 강할수록 필요한 산황초 양도 늘었다.

키메라 구렁이 수준의 독이면 한 두 개로는 어림도 없었다.

적어도 수십 개가 필요했다.

결국 독곡에 직접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

시우가 수풀이 우거진 협곡 입구를 살폈다. 잿빛 안개가 가득한 저곳이 바로 독곡 입구였다.

“음..”

두 미녀가 비슷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들의 시선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금방 다녀올게.”

“응..”

당화린이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독곡에서는 내공을 사용할 수 없다. 그곳에 들어가기엔 당화린과 소향이의 외공 수준은 턱없이 모자랐다.

때문에 혼자 다녀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여자를 가볍게 안아줬다. 머뭇거리던 소향이도 못 이긴 척 품에 안겼다.

가슴팍에 얼굴을 기댄 소향이가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빠, 빨리 돌아와요. 사일검법도 알려 줘야 되고.. 수, 수련도 해야 하니까..”

“수련? 밤에 같이 하는 거?”

“읏..”

어느새 머리카락 끝자락이 은색으로 변한 그녀에게 말했다.

“소향아 오라버니라 불러 주라. 그럼 빨리 다녀올게.”

“시, 시러엇.”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도망치듯 품에서 벗어났다.

피식 웃고 협곡 입구로 향했다. 잿빛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버니.”

등 뒤에서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도도도 도망가는 소향이가 보였다. 목덜미가 새빨개진 채였다.

“하하.”

미간을 찡그린 당화린이 그녀를 째려봤다.

“···저 여우 같은 계집애.”

한숨을 내뱉더니 말을 이었다.

“하아..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다녀와. 시우 네 몸이 대단하긴 해도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그녀와 한 번 더 포옹하고 독곡을 향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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