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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12화 (212/241)

Chapter 212 - 212화 - 무협지구(7)

212화 - 무협지구(7)

시우가 독곡에 있던 그 시각.

모용세가가 있는 요녕에 수많은 무림인들이 모였다.

재물과 명성을 바라는 낭인부터, 거대 세가에서 심혈을 다해 키운 무인까지.

무림 공적으로 지정받은 모용세가를 토벌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게 뭐요!”

근육질 거한이 식탁을 쾅! 내리쳤다. 탁자에 가득하던 음식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얍실한 인상의 청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가 손을 휘젓자 쏟아지던 음식들이 그릇에 되돌아갔다. 놀라운 기예였다.

“어이 곰탱이. 형님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

“윽..!”

거한은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함께 술 마시던 네 명의 젊은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시작이군.”

청년들은 하나 같이 고급스러운 무복을 입은 것이 부잣집 자제 같았다.

히죽거리던 얍실한 남자가 말을 이었다.

“황보씨답게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득 차서 예의가 뭔지 모르나 보군.”

“뭐라! 제갈영! 네놈이 감히 내 가문을 모욕해!”

근육질 거한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빨개진 게 당장에라도 한대 칠 기세였다.

훤칠하게 생긴 미청년이 손을 휘저었다.

“둘 다 진정하게. 적들을 앞에 두고 우리끼리 싸워서야 쓰겠는가.”

근육질 거한이 머뭇거렸다. 차마 청년에게까지 뭐라 할 수 없었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술잔을 단번에 들이키곤 소리쳤다

“크으..! 남궁형!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마두 놈들이 뻔히 코앞에 있는데. 이게 지금 뭐란 말입니까! 며칠이 지났는데 포위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남궁형이라 불린 남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동생 진정하게. 이미 천라지망을 펼쳤으니 놈들은 도망가지 못할걸세.”

“에잉!”

얍실한 남자가 눈알을 슬쩍 굴리더니 말했다.

“하긴. 답답하긴 합니다. 우리끼리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응?”

근육질 거한의 귀가 쫑긋했다. 혹하는지 입맛을 다셨다.

“제갈 놈이 웬일로 쓸 만한 소릴 하는군. 그거 좋습니다! 이렇게 포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모용세가로 쳐들어 가는 게 어떻습니까!”

“동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우리가 나이에 비해 뛰어나긴 하지만 모용세가 노괴들을 어찌 이긴단 말인가. 그리고 어르신들이 이유 없이 가만있겠는가. 다 생각이 있으실 것이네.”

거한이 씩씩거렸다.

“생각은 무슨! 저라고 바보인 줄 아십니까! 모용세가를 토벌하고 이 땅을 어찌 갈라먹을지 다투고 있는 거 아닙니까! 다들 재물에 눈이 멀어서!”

“크흠..”

남궁형이 눈살을 찌푸렸으나 딱히 반박하진 않았다. 그도 모용세가를 포위만 하는 현 상황이 답답했다.

“···그래도 오대세가 중 하나를 도려내는 것인데. 아무리 신중해도 부족하지 않네. 정파의 원기가 크게 상했다간 사파나 마교놈들이 득세할 것 아닌가.”

“끄응..! 내 답답해서 그러오!”

제갈영이라 불린 남자가 부채를 탁 펼쳤다.

“은밀히 정찰이라도 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모용세가 놈들이 조용한 것이 수상하기 그지없습니다.”

“정찰..?”

“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정보 아니겠습니까. 저흰 훤히 드러나 있는데 적들은 꽁꽁 숨어 있으니···. 이건 저희가 손해 보고 있는 겁니다.”

“음..”

“이런 상황에서 모용세가가 뭘 하는지 알아내면 아주 큰 공을 세우는 겁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모용세가 태상장로는 화경의 고수일세.”

제갈영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 노괴는 분명 세가에서 가장 중요한 곳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야.. 가주전이나 장경각 같이 중요한 곳을 지키고 있겠지.”

“그러니 외곽까진 괜찮습니다. 그곳을 경계하는 모용세가 제자들을 납치해 정보를 캐는 겁니다. 저희 실력에 그 노괴한테만 들키지 않는다면 무사히 돌아오는 건 일도 아닙니다.”

남궁형이라 불린 남자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그도 젊은 나이에 명성을 날리고 싶었다.

“···허나 진법은 어떻게 뚫고 잠입한단 말인가?”

“제가 제갈세가 사람인 것을 잊었습니까? 모용세가 핵심부면 몰라도 외곽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습니다.”

듣고만 있던 거한이 소리쳤다.

“남궁형! 저 자식 말이 맞습니다! 경계 서는 놈들을 잡아다 주리를 틀지요! 답답한 어르신들은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공을 세웠는데 뭐라고 하겠습니까!”

훤칠한 미청년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꺾었다.

***

한편 독곡.

시우가 바실리스크 시체를 갈무리했다.

“후아!”

바실리스크의 몸체를 쭉 늘어뜨리면 20미터가 훌쩍 넘었다. 어지간한 소형 빌딩 수준.

그런 거구를 인벤토리에 통째로 넣을 순 없었다. 시체를 토막 내 쓸 만해 보이는 부위를 골라 담았다.

‘마정석이랑 독낭도 챙기고··· 아! 눈도 챙겨야지.’

마비 권능이 담긴 마안을 챙겼다. 아티팩트를 만들 때 유용한 재료였다.

“후아!”

찌뿌둥한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했다.

인벤토리에 있는 산황초 개수를 셌다. 얼추 백 개.

‘혼자쓰긴 충분한데···.’

입구 쪽을 보며 고민했다. 이 정도로 만족하고 복귀할지 더 깊숙이 들어가 볼지.

“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곧 발걸음을 옮겼다.

*

시우가 미간을 찡그리며 땅을 박찼다.

-꾸어어어억! 꿔어억!

듣기 싫은 괴성이 귓청을 때렸다.

닭머리를 가진 거대한 조류 요수. 3미터가 넘는 녀석이 날개를 휘적이자 날카로운 깃털이 쏟아졌다.

발검과 동시에 휘둘렀다.

티잉!

은빛 검날과 깃털이 만났다. 가장 앞에서 날아오던 깃털의 궤도가 뒤틀렸다.

티티티팅!

깃털끼리 부딪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산탄총처럼 쏟아지던 깃털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가까이 파고들자 기다렸다는 듯 발톱을 휘둘렀다. 미간 사이에서 남색 실을 쏘았다.

-쿠억!?

괴조가 멈칫한 순간 아껴놨던 마력코어를 연결했다.

촤악!

광채를 머금은 검날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거대한 머리통이 스르륵 떨어져 나갔다.

“후우..”

검을 납도한 뒤 도축용 단검을 빼 들었다.

파악!

녀석의 부산물을 챙긴 뒤 인벤토리를 살폈다.

어느새 인벤토리가 가득 찼다. 산황초만 거의 200개 가까이 모았고 독물들의 부산물은 셀 수도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드디어 독곡에서 볼일이 끝났다.

이제 청봉현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당화린이 알려 준 비전으로 육체를 단련하면 화경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다.

‘좋다.’

협곡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주변 지형을 관찰했다.

‘으음..?’

짙은 안개 너머. 인공적인 건축물이 보였다.

호기심에 조심스레 접근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형태가 드러났다. 커다란 원형 울타리였다.

울타리 한쪽이 무너져 있었는데. 바닥에 쓸린 자국이 보였다. 거대한 무언가가 기어간 듯했다.

기척을 죽이고 안쪽을 살폈다.

-크라아악!

-쉬리릭! 쉬익! 쉭!

움푹 파인 구덩이가 보였다. 꿈틀거리는 수백 마리의 독물들이 가득했다.

-키아아악!

이름 모를 독사가 지네를 물어뜯고, 두꺼비가 혓바닥을 쏘아 사마귀를 꿰뚫었다.

온갖 독물들이 서로를 죽여댔다. 그들이 흘린 피가 구덩이에 고였다.

우웅!

바닥에 그려진 기괴한 문양이 붉은빛을 냈다. 눈에 익은 진법이었다.

‘이런걸 어디서 봤더라···. 아! 모용세가?’

옛날 모용상단을 털 때. 지하에서 발견한 진법과 유사한 형태였다.

-쩌적!

그 순간 허공이 일렁거렸다. 깨진 유리처럼 금이 가더니 사람이 통과할 만한 구멍이 생겨났다.

툭.

무언가 튀어나왔다. 새하얀 털을 가진 족제비였다.

-키잇?

A급 몬스터인 환영 족제비였다. 녀석은 주변을 경계하더니 눈동자를 빛냈다.

족제비에게 달려들던 독물들이 멈칫했다. 서로를 죽여대며 족제비를 지켰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키이잇?!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안개의 영향으로 마력을 잃은 것이다.

촤아악!

족제비가 독물들에게 파묻혔다. 마력에 의존하는 몬스터라 육체는 허약했다. 순식간에 뼈만 남아 녹아내렸다.

그 광경을 보다가 흠칫 놀랐다. 구덩이 주위에 사람 형체가 있었다.

‘석상?’

대여섯 개의 석상을 자세히 살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경악과 공포에 질린 표정이 생생했다.

미간을 좁히며 관찰하다 깨달았다.

‘석화된 건가.’

바실리스크의 석화 마안에 걸리면 저런 석상으로 변한다.

녀석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구덩이에서 생긴 균열을 타고 넘어온 듯했다.

넘어온 순간에는 마력이 있었을 테니. 제대로 난동을 부렸을 테고, 구덩이를 관리하던 저놈들이 통제를 잃은 것이다.

그런 추측을 하며 혀를 찼다.

‘여기서 나온 몬스터들 때문에 독곡이 더 위험해진 건가.’

무너진 울타리를 통해 몇몇 독물들이 기어나가고 있었다.

최근 들어 채집꾼들 실종이 잦아진 이유가 바로 이것인 듯했다.

석상으로 굳어버린 놈들을 보다가 혀를 찼다.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건진 몰라도 유쾌한 짓거리는 절대로 아니리라.

인벤토리에서 스마트폰을 빼 들었다.

찰칵! 찰칵!

주변에 그려진 진법을 자세히 찍었다. 약간 망가졌지만 어떤 진법인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울타리도 찍다가 멈칫했다.

이제 보니 울타리도 평범하지 않았다. 은은하게 빛나는 철근이 보였다.

‘운철?’

딱 봐도 평범한 금속이 아니었다. 미스릴과 비견될 정도로 귀한 금속이었다.

독곡 중심부에 이런 건축물을 세우다니. 지을 때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훤했다.

‘내 알바는 아니지.’

인벤토리에서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수류탄의 매끈한 표면을 만지작거리다 피식 웃었다.

구덩으로 휙 던졌다. 손에 잡히는 대로 수십 개를 털어냈다.

파앗!

곧바로 땅을 박찼다. 울타리에서 최대한 멀어졌다.

몇 초가 흘렀을까.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강력한 폭발에 한순간 안개가 걷힐 정도였다. 저 멀리 완전히 무너져 내린 울타리가 보였다.

“와우!”

뒤이어 소이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장난치듯 휙휙 던졌다.

화르르륵!

불꽃이 치솟았다. 코를 찌르는 탄내와 강렬한 열기가 확 풍겼다.

화염이 점점 거세졌다.

불장난하는 느낌이 유쾌했다. 독곡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

호숫가에 돌멩이 던지듯 각종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콰앙! 콰아아앙!

“잠깐..”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 보유 카르마 : 85,231

“오!”

카르마를 획득하는 정확한 원리는 몰랐지만. 대략적인 경향은 알고 있었다.

바로 균열을 막는 것. 혈교가 세워 놓은 것으로 추측되는 건축물을 무너뜨리자 거의 1만에 가까운 카르마를 획득했다.

‘만 오천 카르마만 더 모으면 혼령정련단이다.’

인벤토리에 가득한 산황초와 각종 독물들을 보니 배가 불렀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가자.’

독곡에서 나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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