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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15화 (215/241)

Chapter 215 - 215화 - 무협지구(10)

215화 - 무협지구(10)

사혈방주.

그가 양손에 기녀를 끼고 주물럭거렸다.

“하하하!”

호탕하게 웃더니 독한 화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크하! 좋구나! 이게 인생 아니겠는가!”

얍실한 콧수염을 가진 늙은이가 손바닥을 비볐다.

“헤헤. 방주님 참으로 호탕하십니다!”

“흐. 그나저나 총관. 데려오라던 년은 어떻게 됐나.”

“아! 당연히 준비했습죠. 원하신다면 지금 바로 데려오겠습니다.”

“음.”

방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히히덕거리던 총관이 누군가 데려왔다.

“···방주님을 뵙습니다.”

궁장차림의 여인이었는데. 입을 열자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 고개를 들거라.”

죽은 눈을 하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곱게 치장했으나 아직 어린아이였다.

많이 쳐줘도 열두 살쯤으로 밖에 안 보였다.

“오오..!”

그러나 사혈방주 입꼬리는 찢어질 듯 올라갔다. 아주 흡족한지 헤벌쭉 웃었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총관이 고생 좀 했겠어.”

“헤헤헤. 아닙니다요. 사혈방주님이 원하신다면 누구라도 데려와 대령 해야지요.”

다시 한번 술잔을 들이킨 방주가 소리쳤다.

“좋은 날이니 풍악을 울려라!”

“예이!”

흥겨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가야금 소리에 취해 있던 사혈방주가 벌떡 일어났다.

계집아이에게 다가가다 멈칫했다.

“잠깐.”

돌연 정색한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연주가 씻은 듯 멈췄다.

“으아아악! 이놈들! 내 딸을 내놓아라!”

어디선가 희미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방주의 입꼬리가 쭈욱 내려갔다.

“이거 마음에 안 드는군.”

“죄송합니다! 바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서둘러 바깥을 살피고 온 총관이 속삭였다.

“저 계집년 아비가 찾아왔나 봅니다.”

“호오..? 재밌겠군. 이리 데려와라.”

곧 얼굴이 팅팅 부은 남자가 질질 끌려왔다.

죽은 눈을 하고 있던 계집아이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아, 아버지..?”

바닥에 꿇려진 남자가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조아렸다.

“바, 방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네놈은 뭐 하는 놈인데 여기서 소란이냐.”

“으득.. 저, 저기 있는 제 딸년을 찾으러 온 겁니다. 괴한에게 납치당해 걱정했는데. 명망 높은 방주께서 보호해 주고 계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납치..? 허참.”

무언가 고민하던 사혈방주가 히죽 웃더니 말했다.

“총관. 저자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분명 길 잃은 아이를 데려왔다지 않았느냐.”

“헤헤. 맞습니다. 제가 직접 길잃은 아이를 데려왔습죠.”

얼굴이 퉁퉁 부은 남자가 이를 빠득 깨물었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제 딸을 보살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허나 제가 왔으니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흐음.. 네놈이 아비라고..”

사혈방주가 인상을 찡그렸다. 웅혼한 내공이 사방을 내리눌렀다.

무릎 꿇은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부, 부디 자비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고개를 처박지 않았다.

“허참.. 이거 기분이 영 별론데.”

스윽.

방주가 거대한 박도를 쓰다듬자 계집아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를 보며 느긋하게 물었다.

“이년아. 저 남자가 네 아비가 맞느냐? 정말로 돌아가고 싶냐 이 말이다.”

“그, 그..”

스릉.

아예 박도를 뽑아 들더니 허공에 붕붕 휘저었다. 그 장난스러운 동작에 계집아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저는 여기 있고 싶습니다. 그, 그러니 저 괴한은 어서 쫓아내시지요.”

“그래..?”

“청하야!”

경악한 남자가 제 딸에게 달려들려 했으나 곧 제압당했다.

“끄으윽.. 이놈들 하늘이 두렵지도 않느냐!”

“크하하. 내가 하늘인데 두려울게 무엇이냐! 여봐라 저 쓸모없는 놈을 당장 쫓아내라. 다신 찾아오지 못하도록 팔다리 근맥도 썰어버려라.”

기겁한 아이가 무릎 꿇고 빌었다.

“대, 대인 아, 안 됩니다. 제발 모, 목숨만은.. 제가 앞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흐음.. 좋다. 적당히하고 쫓아내라.”

“예!”

“그리고 네년은 이리 와서 옆자리에 앉거라.”

“예.. 대인.”

“청하야 안 된다! 아악!”

끌려가던 아이 아버지가 발버둥칠 때. 누군가 다급히 달려왔다.

“바, 방주님! 큰일 났습니다!”

“또 웬 소란이냐.”

방주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벌써 몇 번이나 방해받아 짜증이 치민 것이다.

인상 쓰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절한 누군가가 들 것에 실려왔는데 얼굴이 익숙했다.

“뭣..?”

누군지 알아챈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경악해 소리쳤다.

“화, 화교야!”

적화교. 그의 아들이 다 죽어 가는 꼴로 실려 온 것이다.

휘익!

한걸음에 뛰어가 살폈다. 깨진 단전에서 내공이 질질 흘러나왔다. 폐인이 되기 직전이었다.

“마, 망할! 의원! 당장 의원을 데려와!”

“예!”

초절정 고수의 분노에 내공이 들끓었다. 분위기가 단번에 험악해졌다.

“큭..! 죄, 죄송합니다. 방주님.”

호위대주가 죄를 청하듯 무릎 꿇었다. 그를 노려보던 사혈방주가 고함쳤다.

“닥치고 누가 그랬는지나 설명해라!”

“그, 그러니까..”

호위의 설명에 방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개 같은 계집년이 감히..”

부들거리던 그가 한쪽을 획 노려봤다.

강대한 기파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설마..”

콰아앙!

두꺼운 담벼락이 터져 나갔다. 두 개의 덩어리가 쏘아지듯 날아들었다.

“갈!”

사혈방주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박도를 휘둘렀다.

날아든 덩어리와 박도가 맞닿은 순간.

쩌엉!

“끄윽..!”

덩어리에 실린 거력에 박도가 튕겨 나갔다. 스며든 내력에 양손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어 날아온 또 하나의 덩어리는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콰아앙!

“커헉!”

공성추에 치인 듯 날아갔다.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흙범벅된 채 피를 토했다.

“우웨엑..!”

어질거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빠득 이를 깨물었다.

“어떤 놈이..!”

욕지거리를 내뱉다가 눈을 부릅떴다. 날아온 덩어리가 무엇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턱에서 뚝 소리가 났다.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 장로..?”

“으으.. 주, 죽여 줘..”

덩어리는 사람 몸통이었는데. 사지가 잘려 나간 자혈독마였다.

다른 한 덩어리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사혈방으로 영입하기 위해 대접하던 초절정 고수였다.

거기까지 깨달았을 때.

한 청년이 하늘에서 툭 떨어져 내렸다.

*

시우가 엉망으로 변한 사혈방을 주욱 둘러봤다.

“여기 있었군. 적화교.”

바닥에 기절한 청년을 보더니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웨, 웬 놈이냐! 정체를 밝혀라!”

“곧 죽을놈이 그게 궁금한가?”

“건방진! 모두 쳐라!”

방주로 보이는 남자의 명령에 녹의 무사들이 달려들었다.

“죽어라!!”

“와아아아!”

딱 절반만.

눈치가 없는 건지 충성스러운 건지 절반의 무사들만 달려들었다.

다른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방으로 도망쳤다.

“웃기는 놈들이군.”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가장 선두에서 도망치는 사람이 바로 방주였다.

우웅!

은빛 장검에서 검기가 자라났다. 순식간에 10미터가 넘게 길어졌다.

짜아악!

길어진 검기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아아악!”

달려들던 녹의인들이 일 검에 반토막 났다. 비명 사이로 땅을 박찼다.

월광형(月光炯).

무영신투가 남긴 절기를 펼쳤다. 도망가던 녹의 무사와의 거리가 단번에 좁혀졌다.

막 담벼락을 뛰어넘던 녹의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사, 살려..!”

촤악!

이름 모를 무사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이, 이형환위!”

기겁한 사혈방 제자들이 죽어라 달아났으나 의미 없었다.

월광형을 다섯 번 사용했을 때. 멀쩡히 서 있는 녹의인은 단 한 명이 유일했다.

사혈방주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비, 빌어먹을 괴물 새끼.. 도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것이냐!”

“저승가서 네 아들한테 물어봐라. 곧 보내줄 테니까.”

무어라 말하려던 모습 그대로. 사혈방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강에 잘려 나갔다.

철퍼덕.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혹시나 도망가는 이들을 대비하던 당화린과 소향이가 다가왔다.

“이자가 마지막이야?”

“아니. 저 안에 몇놈 남았겠지.”

“다 죽이게?”

“사혈방 놈들은 다 죽여야지. 어차피 원한을 맺었는데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낫지 않겠어?”

잠시 고민하던 당화린이 끄덕였다.

“응. 그게 맞겠네.”

담벼락 안에 들어가 사혈방 내부를 살폈다.

몇몇 늙은이들과 벌벌 떠는 기녀들. 그리고 부녀 사이로 보이는 남녀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들을 일일이 살폈다. 모두 내공을 익히지 않은 범인들이었다.

벌벌 떨고 있는 늙은이를 찍어 물었다.

“당신. 사혈방과는 무슨 사이지?”

눈알을 굴리던 노인이 다급히 말했다.

“대, 대협! 저는 악독한 사혈방 놈들에게 시달리던 늙은이입니다! 계산하는 재주가 있어 총관으로 부림받았습죠! 부,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털썩 무릎 꿇은 그를 빤히 보고 있을 때.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자는 사혈방주랑 20년 넘게 함께한 사이예요! 저 자가 저를 납치해 사혈방주에게 가져다 바쳤어요!”

“뭐, 뭣! 아닙니다! 이년! 네년이야말로 사혈방주의 시첩 아니더냐!”

“네, 네?! 제, 제가 왜 시첩..”

“하! 그렇게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으면서 발뺌이냐! 누가 봐도 시첩 아니더냐!”

늙은이가 침을 튀어가며 소리치는 게 듣기 거슬렸다.

“시끄럽다.”

“꺼흡-“

손가락을 튕겨 지풍을 쏘았다. 소리 없이 날아든 지풍이 이마를 꿰뚫었다.

털썩! 총관이라 불린 늙은이가 쓰러졌다.

거짓간파 능력이 있는데 누구 말이 사실인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다음 사람을 찍고 물었다.

“네놈은 사혈방과 무슨 사이지?”

“저, 저는 가, 강제로 끌려온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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