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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19화 (219/241)

Chapter 219 - 219화 - 무협지구(14)

219화 - 무협지구(14)

요녕에 가기로 결정한 뒤.

소향이와 당화린. 그녀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향했다.

채앵!

가까워질수록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커졌다.

‘대련중인가.’

곧 서로를 보며 대치하는 그녀들이 보였다. 수련실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구경했다.

돌연 당화린의 소매가 부풀었다. 양손을 휘두르자 온갖 암기가 폭발하듯 쏟아졌다.

나비 모양 암기부터 단순한 쇠침까지.

쉬쉬식!

사오십개의 날카로운 쇳덩어리가 바람을 갈랐다.

그 모든 암기들이 소향이에게 쇄도했다.

우웅!

소향이의 검붉은 검신이 진동하더니 허상처럼 분열했다. 열 개가 넘는 검기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티티티팅!

검기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암기를 쳐 냈다.

쇠끼리 부딪치는 충격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고, 곧 정적이 흘렀다.

수련실 바닥에 꽂힌 수백 개의 암기가 보였다. 마치 가시가 돋아난 선인장 같았다.

소향이가 옷깃이 잘려 나간 어깨를 보더니 끄덕였다.

“···이번 건 나쁘지 않았어.”

“그래?”

서로에게 반말하는 그녀들을 보고 살짝 놀랐다. 아무래도 사혈방 일을 겪으며 나름 친해진 듯했다.

일부러 기척을 내고 다가갔다.

“아! 시우 왔어?”

숨을 고르던 당화린이 고개를 홱 돌렸다. 땀방울에 젖은 머릿결이 찰랑거렸다.

“응.”

성큼성큼 걸어 가까이 갔다.

“어어.. 저, 젖었는데.. 읏!”

땀에 젖었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꽉 껴안고 가볍게 키스까지 했다.

옆에서 입술을 삐쭉이는 소향이까지 안아준 다음 용건을 꺼냈다.

“조만간 요녕 좀 갔다 오려고.”

“요녕?”

그녀들에게 모용세가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 나도 갈래.”

“···저도 갈래요.”

당연하다는 듯 따라붙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래. 같이 가자. 내일쯤 출발하려는데 괜찮겠어?”

“응.”

여기까지 은근슬쩍 따라온 마일영이 눈치 보다가 앞으로 나섰다.

“험험.. 소, 소저들 오랜만입니다.”

“···누구?”

“마, 마일영입니다! 점창파에서 만났는데 기억 안 나십니까.”

“점창파?”

당화린은 물론이고 소향이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가를 찌푸리고 한참을 고민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

돌연 당화린의 두 눈이 커졌다.

“시우한테 졌던 사람!”

***

어느 산골짜기 조그마한 마을.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곳에 삼남 이녀가 들어섰다.

요녕을 향해 이동중인 시우와 명장로 일행이었다.

당화린이 시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와! 이런 외진 산골에 마을이 다 있네?”

“그러게. 객잔은 있으려나?”

“없을 것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찾아보자.”

팔짱 낀 손을 노려보던 소향이가 은근슬쩍 반대쪽에 자리 잡았다.

몇 번이나 망설이더니 옷깃을 살짝 붙잡았다.

“히..”

겨우 그것으로 만족했는지 소향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시우가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녀를 끌어당겨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으엣!?”

“아직도 그리 부끄러워?”

“뭐, 뭐 하는 거예요! 주변에 사람도 많은데!”

“괜찮아.”

소향이가 밀어냈지만 앙탈에 불과했다. 움찔거리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머뭇거리던 그녀도 은근히 몸을 기댔다.

“으..”

고개를 팍 숙이고 빨개진 얼굴을 감추는 게 귀여웠다.

“허허..”

그들을 보던 명장로가 속으로 감탄했다.

반나절 내내 경공을 펼쳤는데 멀쩡했다. 내공의 양과 정순함이 상상 이상이란 뜻이었다.

“흐어억.. 허어억..”

내공이 바닥나 꺽꺽대는 마일영과는 천지 차이였다.

명장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소협만 대단한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소저들도 참으로 대단합니다. 어린 나이에 내공이 그리 정순하다니···.”

남몰래 투닥거리던 소향이와 당화린이 멈칫했다.

“아하하..”

얼굴이 살짝 빨개지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내공이 정순한 이유에 대해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

작은 산골 마을이었으나 다행히 객잔이 있었다.

객잔에 들어서니 향긋한 음식 냄새가 그들을 반겼다.

“생각보다 괜찮을 거 같은데?”

당화린이 감탄하며 하는 말에 소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마음에 드는 듯했다.

시우가 객잔을 쭈욱 둘러봤다.

“···그러게 숙수가 실력 좀 있나 보네.”

낭인으로 보이는 사람부터 평범한 촌민까지. 10개 있는 탁자가 대부분 차 있었다.

몇몇 이들이 이쪽을 힐끔 쳐다 봤다. 그러곤 다시 자기들끼리 먹고 떠들었다.

묘한 이질감에 눈가를 좁혔다.

이유를 고민하고 있을 때. 점소이가 웃으며 다가왔다.

“어서 옵셔. 식사나 방 어떤 걸 도와 드릴깝쇼?”

“일단 식사부터.”

“예!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앉을 자리는 하나뿐이었다. 다른 자리는 너무 좁아 일행이 함께 앉을 수 없었다.

객잔 중앙에 있는 넓은 자리에 앉고 점소이를 불렀다.

“이보게 점소이.”

“예이! 주문하시겠습니까?”

“그전에 잠깐 물을 말이 있네. 여기 마을 위치가 어디쯤인가? 하북 맞는가?”

“어.. 하남과 하북 사이이긴 한데.. 굳이 따지자면 하북 맞습니다.”

“오.. 고맙네. 음식은 잘하는 거로 골고루 내오게.”

“예!”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마일영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하북이면.. 이제 겨우 절반 왔다는 겁니까?”

명장로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지금까지 온 만큼만 달리면 요녕에 도착할게다.”

“으으.. 그래도 길을 잘못 들진 않아서 다행입니다.”

“허참. 같은 경지인 당소저도 멀쩡한데 네놈은 죽으려 드는구나. 체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

점창파에서 나름 기대받던 제자였는데. 지금 보니 부족하기 그지없었다.

점소이가 내온 물을 들이킨 마일영이 변명을 내뱉었다.

“제가 약한 게 아니라 당소저 내공이 정순한겁니다. ···그나저나 당소저. 저랑 나이 차이도 안 나고 경지도 비슷한데. 어떻게 그리 내공이 깊으신 겁니까?”

“네..? 내, 내공이요?”

“예. 실례가 안 된다면 비결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화린의 목덜미가 붉어졌다. 화끈거리는지 얼굴에 손을 부치며 말했다.

“비, 비결 같은 게 있을 리가요. 열심히 수련..하는 거죠. 영약도 도움이 됐구요.”

명장로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일영아 나약한 소리 하지말고 운기조식이나 부지런히 하거라. 어릴 때부터 네놈이 먹은 영약이 얼마인데. 아직도 지름길이나 찾으려 드느냐.”

“으.. 죄송합니다.”

그때쯤 점소이가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부터 고기를 볶고 튀긴 것까지. 다양한 요리가 탁자를 가득 채웠다.

“와.. 맛있겠다.”

입맛을 다신 일행이 요리를 먹으려 할 때.

“잠깐만.”

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응? 왜 그래?”

음식 냄새는 향기로웠으나 뭔가 거슬렸다. 염화비술로 민감해진 감각이 무언가 경고했다.

느낌이 이상한 음식만 따로 모았다.

겉보기엔 아무 이상 없었다. 음식 향도 좋았고 독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최소협 왜 그러십니까? 설마 독이라도 들었습니까?”

“글쎄.. 묘한 느낌이라.”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점소이가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음식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새로 내올까요?”

마일영이 접시를 툭 치며 말했다.

“됐고 이거나 먹어봐라.”

“예? 가, 갑자기요?”

일행이 말없이 쳐다보자 점소이가 땀을 삐질 흘렸다.

“에이.. 설마 뭐라도 탔을까봐요.”

점소이가 따로 모아둔 음식을 하나씩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음.. 잘 익었고.. 간도 괜찮은데요?”

쩝쩝거리면서 하는 말에 일행의 분위기가 풀어졌다.

눈가를 좁힌 당화린이 말했다.

“거기 육전은 왜 안 먹어?”

“네..?”

“다른 건 몇 번씩 집어먹었는데 육전은 한 번도 안 먹던데?”

“아..”

정말 아주 찰나. 멈칫한 점소이가 육전을 날름 집어먹었다.

우물거리더니 꿀꺽 삼켰다.

“이것도 이상없네요.”

“어이 만득아 요리 나왔다!”

“아 예! 저는 숙수님이 불러서 이만.”

점소이가 주방으로 사라지자 마일영이 입맛을 다셨다.

“흠흠.. 별거 아니었나 봅니다. 먹을까요?”

“죽었군.”

“..네?”

“방금 주방으로 들어간 점소이. 죽었다.”

예민해진 감각덕에 느껴졌다. 뱃속으로 들어간 여러 음식들이 하나로 뒤섞인 순간.

강렬한 독기가 생겨났다. 주방에 들어간 점소이는 비틀거리더니 피를 토하고 절명했다.

우웅.

요리에 손을 뻗고 흡력을 발휘했다.

조미료로 보이는 가루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형형색색 가루들을 하나로 합친 순간. 비릿한 냄새가 확 풍겼다.

“독!”

놀란 마일영의 외침과 동시에. 근처에 앉아 있던 낭인들이 쇄도했다.

후우웅!

휘둘러진 박도가 바람을 갈랐고 사방에서 비도가 쏟아졌다.

이 모든 게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객잔의 모든 이들이 암살자였다.

난데없는 기습이었으나 곧바로 대응했다.

콰아앙!

검기를 폭발시키며 횡으로 그었다. 달려들던 낭인들이 비도와 함께 튕겨 날아갔다.

그들이 죽어 가며 시간을 번 사이.

남은 암살자들이 동그란 환약을 삼켰다. 그들의 기운이 치솟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괴성에서 절절한 고통이 느껴졌다.

내공 한 줌 없던 범인이 일류 경지를 돌파했다. 어찌 기운을 숨겼는지 절정도 몇 있었는데 초절정에 한 발 걸쳤다.

‘저 환약이 뭐길래?’

한순간에 경지를 뛰어넘어 강해졌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본능적으로 한 명에게 시선이 쏠렸다.

‘저놈이 우두머리다.’

막 주방에서 튀어나온 숙수. 그의 경지는 초절정이었다. 곧바로 정신을 집중했다.

미간 사이에서 정염위사가 쏘아졌고.

“읍?!”

숙수는 석상이라도 된 듯 굳어 버렸다.

막 손가락을 튕겨 환약을 삼키려던 자세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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