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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23화 (223/241)

Chapter 223 - 223화 - 무협지구(18)

223화 - 무협지구(18)

“대사님. 직접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낙화신녀가 고개 숙이자 제갈미령이 화들짝 놀라 손을 저었다.

“으악! 그러지 마세요. 저는 그냥 놀고먹는 사람인데요. 편하게 부르셔도 돼요. 그런데 이분은..?”

그녀는 동그란 눈으로 시우를 힐끗힐끗 쳐다 봤다. 커다란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남편 있는 낙화신녀가 젊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저는 최시우라고 합니다.”

“최시우..? 아! 사일검수!?”

제갈미령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와아!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는데 훤칠하시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다다다 쏘듯이 말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예. 반갑습니다. 소저도 참 아름답습니다.”

“엣?! 칭찬해도 뭐 안 나오는데!”

폴짝폴짝 뛰는 게 마치 활기찬 여고생같았다.

‘스무 살 넘었다던데 동안이네.’

텐션자체가 높은 여인이었다.

그런데 제갈세가 차기 가주가 모용세가에 잡혀 있는데 너무 밝아 이상했다.

적당히 돌려 물었는데 눈치가 빠른지 알아먹었다.

“아하하.. 사실 저는 그분.. 아니, 오라버니는 얼굴도 몇 번 못 봤거든요. 남이나 다름없.. 흠흠! 그래도 슬픈 티는 냈어야 했는데. 다른 사람한텐 비밀로 부탁드릴게요!”

“그건 걱정 마시지요.”

무슨 사정일까 궁금했는데 낙화신녀가 전음을 보냈다.

-그녀는 제갈영과 어머니가 다릅니다. 소문에 곡절이 많다 들었습니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 세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다.

낙화신녀가 헛기침하더니 진법 도안을 내밀었다.

“대사. 이것 좀 봐주시겠습니까? 혈교가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진법입니다.”

“아, 네!”

제갈미령이 도안을 받아 들었다.

“으음..”

발랄하던 여인이 순간 차분해졌다. 동글동글한 눈으로 진법도안을 빤히 살폈다.

“죽은자의 원념뿐만 아니라 혈원, 그러니까 피에 담긴 진원을 추출하는 진법이네요.”

“···진법 근처에서 죽으면 그 혈원이란 것이 흡수된다는 겁니까?”

“조금 투박하긴 한데.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할 거예요.”

독곡 구덩이에서 독물들이 죽을 때마다 진법이 빛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때 혈원을 흡수한 듯했다.

“보통 혈원을 흡수해 어디다 씁니까?”

“글쎄요. 마공이나 사술을 익힐 땐 도움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들에게 원념섞인 진원은 영약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곰곰이 생각하던 제갈미령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추출 효율이 극악해서 거의 의미 없을 텐데요. ···그런데 규모가 조금 이상해요. 마치 거대한 진법의 일부같아요.”

“일부요? 그러고 보니 한쪽이 훼손되긴 했습니다.”

제갈미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제가 보기에 이 진법은 정말 작은 조각이예요. 전체의 백분의 일도 안 될 거예요.”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 근처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만?”

독곡 중심부에서 다른 구조물은 발견하지 못했다. 백 배는 커다란 규모라면 발견하지 못 했을리 없었다.

“용맥과 연결된 진이니 근처에 없었을 수도 있어요. 으음.. 이런 비슷한 걸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던 그녀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 모용상단! 거기서 봤어요!”

제갈미령의 안색이 점점 심각해졌다.

“모용상단 지하에 있던 것도 조각처럼 보였어요. 이 진법은 어디서 발견한 거죠?”

“···독곡 중심부였습니다.”

“낙양하고 천리 넘게 떨어져 있는데 둘 다 전체의 일부면···.”

그녀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제 예상대로라면 중원 전역에 이런 비슷한 진이 깔려 있을 거예요.”

“···혈원을 빨아들이는 진법이라 했지 않습니까? 그게 중원 전역에 설치돼 있을 거라고요?”

제갈미령이 입을 벌렸다.

“맞아요. 이 정도 규모면.. 혈원을 얼마나 빨아들였을지 상상이 안 가요. 이건 당장 보고해야겠어요!”

잘됐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가 설치해 놓은 진을 찾으려면 중원 전체를 구석구석 뒤져야 할 것이다.

그런 귀찮은 일은 무림맹에 맡기는 것이 좋았다.

*

그녀들과 헤어진 뒤.

일단 청봉현으로 돌아갔다. 워프 도장을 사용했기에 한순간이었다.

번쩍.

“어머? 서방님!”

풍만한 몸매를 지닌 미녀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뛰듯이 걸을 때마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였다.

언제나처럼 마중 나온 청월선자가 안겨들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폭유가 짓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앞섶이 젖어 들기 시작했다.

가슴팍이 축축해지고 달짝지근한 모유냄새가 코끝에 맴돌았다.

바짝 끌어안은 채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해준 뒤 장난치듯 물었다.

“나 참.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발정 난 거야.”

“하아.. 죄, 죄송해요..”

품에 안긴 그녀가 육덕진 몸을 비비적거렸다. 죄송하다는 말과 달리 음탕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흐응.. 으응..”

귓가에 촉촉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까치발을 들더니 어느새 딱딱해진 그곳을 양허벅지로 감쌌다. 허벅지를 바짝 조이더니 애무하듯 앞뒤로 흔들었다.

기분 좋은 압박감에 등골이 서늘했다.

그녀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유혹하듯 눈웃음 치며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어쩔 수없네.”

*

질펀한 시간을 보낸 뒤.

인벤토리에서 3미터 길이의 원기둥을 꺼냈다. 마치 토템처럼 생긴 그것을 청봉밀사 뒤뜰에 박아 넣었다.

“서방님 이게 뭐예요?”

“통신탑.”

“통신탑이요?”

“응. 내가 저번에 준 반지 있지?”

청월선자의 볼에 홍조가 깃들었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쓰다듬었다.

“네. 엄청 신기한 반지잖아요.”

“거기에 텔레파시 기능도 있거든. 출력이 부족해서 통신탑이 필요하지만.”

그녀가 두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끼고 있던 반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아아 들려?

“아?”

청월선자의 눈이 동그레졌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바, 방금.. 머릿속에서?”

“응. 이게 텔레파시야. 한번 해볼래?

사용법을 알려 줬다. 그녀가 조심스런 태도로 반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서방님 들리세요?

-어, 잘 들린다.

-와! 이거 신기하네요!

-요녕에도 통신탑 설치해 놓을 테니까.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꼭 연락해.

두 눈을 깜박거린 그녀가 확 안겨들었다.

“서방님! 이제 보니 제가 걱정되셨나 보네요? 제가 화경의 고수란 걸 잊으신 거예요?”

“나도 혹시 몰라서 해 놓는 거야. 수상하거나 이상한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알았지?”

“흐흥.. 걱정 마세요. 매일매일 할 테니까!”

“···안 되겠다.”

“네? 하읍?!”

츄릅, 츄으읍.

질척한 키스와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실로 뛰어들었다.

***

번쩍.

청봉밀사에서 요녕으로 한순간에 이동했다.

“후우..”

다섯 번이나 싸지르고 왔더니 상쾌했다.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었다.

흡족하게 웃다가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쿵쿵!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최소협! 사일검수님! 안에 계십니까? 망할! 으..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들어가야 되나 이거..”

마법진 위에 침상을 올려놓고 대충 가렸다. 어차피 남들은 마법진을 발동하지도 못한다.

철컹.

문을 여니 구시렁거리던 무사가 화들짝 놀랐다.

“헙! 아, 안에 계셨군요. 그런데 왜 이제야..?”

“수련에 집중하느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왜 찾으신 겁니까?”

“아! 군사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저랑 같이 회의실로 가시죠.”

다급히 말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장에 가면 넓은 중원에서 손에 꼽히는 이들이 가득할 것이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

전령의 안내에 따라 천막에 도착했다.

회의장에 들어서자 시선이 확 쏠렸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부터 무관심한 태도까지. 스무 명가량 되는 이들이 그를 평가하듯 쳐다봤다.

‘흠..’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노골적이었으나 주눅들 이유가 없었다.

고개를 빤히 들었다. 오히려 관찰하듯 주욱 둘러봤다.

가장 먼저 구석에 자리한 낙화신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꾸벅 고개 숙였다. 눈인사 한 뒤 다음 사람을 훑었다.

암녹색 옷을 입은 중년인과 눈이 마주쳤다.

‘저 옷은··· 당문?’

당화린의 가문인 당문의 장로였다.

그가 복잡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린이 소문 들었나 보네.’

어제 몽산패도를 교육시킨 후 소문이 쫙 퍼졌다. 특히 옆에 있는 두 미녀에 대한 소문이 요녕에 들끓었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두 여인이 한 남자의 애인. 게다가 경지도 예사롭지 않으니 소문나지 않는 게 더 힘들었다.

‘당문이라..’

사실 당문에는 유감도 친밀감도 없었다.

당화린을 쫓아냈다곤 하지만 덕분에 그와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온갖 비전을 알고 있는 그녀를 밖으로 내보낸 것도 지금 생각하니 이상했다.

‘아마 암묵적으로 허락 했겠지. 자유롭게 살란 뜻이었나.’

무어라 입을 달싹이던 당문 장로가 결국 시선을 돌렸다.

이어 점창파 명장로와 가볍게 눈인사 한 뒤.

왠지 모르게 노려보는 근육질 거한을 마지막으로 관찰이 끝났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라 해 봐야 겨우 3초 남짓.

‘인사는 해야지.’

적당히 포권하려다 멈칫했다.

우연히 한 청년을 본 순간.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언제부터 있었지?’

문득 청년의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마치 칼날 앞에 놓인 느낌이었다.

어느새 뻣뻣하게 굳은 몸에 혼원기를 휘돌렸다.

반사적으로 물러나려는 몸을 제어했다. 오히려 눈가를 좁히고 청년을 직시했다.

“호오..”

그가 작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압박감이 환상처럼 사라졌다.

뒤늦게 검자루에 손을 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전신이 칼에 베인 듯 화끈거렸다.

그때 즈음. 회의장 구석에 있던 근육질 거한이 투덜거렸다.

“젊은이가 예의가 없군.”

인사도 안 하고 빤히 서 있는 그를 나무라는 것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명성 좀 얻었다고 너무 기고만장 한 거 아닌가?”

얍실한 수염을 가진 중년인이 다급히 눈짓 했다.

“험험! 다, 다들 그만하게.”

눈치 없이 떠들어 대던 이들이 흠칫했다.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하나둘 입을 다물고 눈을 굴렸다.

“헛..?”

이제야 검왕과 서로를 빤히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침묵하던 검왕이 흐릿하게 웃더니 말했다.

“과연.. 무림의 홍복이로다.”

사방에서 헛바람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뒤늦게 검왕이 그를 시험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미묘한 침묵이 흐른 뒤. 땀을 삐질 흘린 근육질 거한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자네는 부른 지가 언젠데 이제 오는 건가.”

잠시 머리를 굴린 시우가 포권하며 말했다.

“최시우가 여러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내공 수련을 좀 깊게 하느라 늦었습니다.”

애초에 지시받는 입장도 아니니 사과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확 풀렸다. 몇몇 이들은 호의 섞인 시선으로 감탄까지 했다.

“과연.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에 매진하다니. 젊은 나이에 경지에 오른 이유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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