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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속으로 들어간다-230화 (230/241)

Chapter 230 - 230화 - 무협지구(25)

230화 - 무협지구(25)

“도망을 왜 가나. 내가 널 찾아온 것이다.”

남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존댓말도 집어치우고 혀를 찼다.

“···초절정 따위가 날 찾아와? 이제 보니 정신 나간 놈이었구나.”

놈을 향해 천천히 걸으며 말했다.

“그런데 네놈 이름이 뭐냐? 네 덕분에 화경에 오를텐데 이름은 알고 죽이고 싶은데.”

“···허허.”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양손에 맺힌 극양과 극음. 두 기운의 균형을 맞춰가며 내공을 끊임없이 밀어 넣었다.

치이이익!

얼어붙은 대기와 뜨거운 공기가 뒤섞였다. 짙은 수증기가 피어올라 주변을 맴돌았다.

양손을 느릿하게 돌리자 안개가 태극을 그렸다.

남자의 안색이 굳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눈가를 좁히며 경계했다.

“···그딴 느려터진 기술을 누가 맞는다고?”

“글쎄.. 그래서 네놈 이름은?”

녀석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돋았다.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눈동자에 희미한 살기가 맴돌았다.

“어린놈 말투가 듣기 거슬리군. 내 이름은 묘일해다. 들어 보았느냐?”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든 그에게 피식 웃었다.

“묘일해? 잡배였군.”

“···잡배? 크하하하하! 겨우 백년 만에 내 이름이 잊혀질 줄이야. 어이가 없군.”

사실 누군지 알고 있었다. 전생체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전대 마두였다.

남녀노소 정사를 가리지 않고 천 명을 넘게 죽였다. 단지 재미로. 그가 멸문시킨 중소문파만 열다섯이 넘었다.

결국 무림 공적으로 지정받고 쫓기다 죽었다 들었는데 눈앞에 살아 있었다. 그것도 화경의 고수가 되어서.

‘이제 됐다.’

그 대화를 끝으로. 일월합벽 준비가 끝났다.

우우웅!

양손에 응집된 음양이기가 불안 하게 흔들렸다.

내공의 삼할.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더 이상은 통제할 수 없었다.

웅웅거리는 기파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기술을 대놓고 준비했다.

상대가 전각을 지키려 가만히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건..”

묘일해의 안색이 굳었다.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맴돌았다.

반구형 호신강기가 흩어짐과 동시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위험!’

눈 한 번 깜박일 만큼 짧은 시간.

쇄애액!

흐릿한 잔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순간이동하듯 나타난 묘일해가 손바닥을 내질렀다.

희미하게 아른 거리는 붉은 기운에 뒷덜미가 섬뜩했다.

파앗!

손바닥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옷깃이 말라비틀어져 가루로 변했다.

“죽어라!”

꺾여진 손바닥이 손날로 변했다. 칼날 보다 날카로운 수강이 목을 향해 다가왔다.

가까스로 상체를 비틀어 피했다. 이어 심장을 향해 손을 찔러왔다. 강기를 머금은 손톱이 가슴을 가르기 직전.

눈을 빛냈다. 드디어 전각을 감싸던 호신강기가 풀렸다.

‘점멸.’

묘일해의 손톱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뭣..!”

놈이 눈을 부릅뜬 순간. 찰나만에 공간을 도약했다. 아티팩트를 이용한 점멸이라 아무런 집중도 필요 없었다.

“안 돼!”

묘일해가 땅을 박찼다. 순간이동에 버금가는 속도로 따라붙었다.

손을 뻗어 왔지만 늦었다.

손바닥 닿는 것이 더 빨랐다. 양 극단의 기운이 하나 된 순간.

번쩍!

태양처럼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상반된 두 기운이 섞이며 정체 모를 기운이 생겨났다.

‘이건..’

지금까지와 다르게 무언가 느껴졌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할 새는 없었다.

꾸우웅!

괴상한 소리와 함께 주변 공기가 사라졌다. 강력한 흡입력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전신을 탈력시키고 충격에 대비했다.

콰아아앙!

강렬한 열기가 온 사방을 휩쓸었다. 이어진 충격에 거스르지 않았다. 힘의 흐름을 타고 튕겨 날아갔다.

내공의 삼할이나 때려 넣은 일월합벽. 평소와 격이 달랐다. 강렬한 폭발이 사방을 초토화시켰다.

“커허억..!”

묘일해가 피를 토했다.

제대로 된 방비도 없이 맨몸으로 받았다. 뼛속 깊이 스며든 충격에 손끝이 바르르 떨렸다.

“씹어먹을 불신자가..!”

깔끔하던 장포가 걸레짝으로 변했다. 지키던 전각은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하하..”

놈의 얼굴이 구겨지자 왠지 웃음이 났다.

물론 그도 멀쩡하진 못했다. 전신에 화상이라도 입은 듯 욱신거렸다.

몸을 추스르며 박살 난 전각을 훑었다. 지상엔 별게 없었지만 무너진 바닥을 통해 지하가 드러났다.

핏물이 가득 고인 구덩이가 보였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진법 문양이 붉은색으로 빛났다.

‘아직도 멀쩡하다니.’

문양에서 일어난 장막이 웅웅거렸다. 마치 호신강기처럼 진법을 보호했다.

충격이 없는 건 아닌지 사라질듯 흐릿했다.

한 번해서 안 되면 여러 번 하면 그만.

“이놈! 멈춰라!!”

차앙!

묘일해가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무시하고 검을 뽑았다.

채찍처럼 길어진 강기로 사방을 휩쓸었다.

쿠웅!

장막에 닿은 강기가 튕겨 나갔다. 탄력 넘치는 장막이 강기를 받아 넘겼다.

우우웅!

하지만 효과 없진 않았다. 불안 하게 흔들리며 깜박거렸다. 몇 번만 더 두들기면 깨질 것 같았다.

“멈추라지 않았느냐!”

묘일해가 손바닥을 내질렀다. 붉은 기운이 일더니 거대한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쿠쿠궁!

땅을 박차려 했으나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깨를 짓누르던 대기의 압력이 배로 늘었다.

검에 검강을 두르고 내질렀다.

콰아앙!

검강과 손바닥 형상이 격돌했다. 둘 다 산산조각 나 허공에 스며들었다.

쿠웅!

어깨를 짓누르던 압력이 또 늘었다. 조금 전에 흩어진 기운 때문이었다.

혼원기를 끌어올려 속박을 털어냈다.

‘이게 화경의 힘인가.’

막대한 기운이 그를 내리눌렀다. 중력이 몇십 배로 늘어난 것 같았다. 자연지기를 그대로 이용하니 공격의 규모 자체가 달랐다.

그러면서도 내공 소모량은 적으니 전투가 지속될수록 불리했다.

주변을 빠르게 훑자 놈이 고함쳤다.

“어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묘일해가 양손바닥을 모았다. 사방에서 기운이 치솟았다. 하늘을 가득 채울듯 막대한 내공이 회오리쳤다.

구웅!

방대한 내공이 하나의 점으로 응축됐다. 새빨간 진주처럼 동그란 구슬로 변했다.

찰나만에 생성된 붉은 구슬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겼다. 딱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위력이 느껴졌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봐라!”

강환. 동그랗게 뭉쳐진 강기가 쏘아졌다. 일순 무거워진 대기 때문에 발 하나 뗄수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피할 생각도 없었다.

‘기회다.’

오히려 무게 중심을 앞으로 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우웅!

찰나의 찰나. 섬전처럼 다가온 구슬에 온 정신을 쏟았다.

혼원기를 두른 손등과 구슬이 맞닿은 순간.

쩍 하고 피부가 갈라졌다. 구슬에 담긴 흉폭한 힘에 혼원기가 흩어질 듯 흔들렸다.

고통을 참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저 기운일 뿐이다.’

손등을 미세하게 회전시켰다. 혼원기로 만들어 낸 길을 따라, 구슬이 팔을 타고 또르륵 굴러 갔다.

팔뚝을 넘어 어깨에 도달한 순간. 구슬의 궤적을 조금씩 뒤틀었다.

행운유수(行雲流水) : 반탄(反彈).

비틀린 강기 구슬을 지하로 던져 버렸다.

“뭣!”

묘일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고.

콰아앙!

일월합벽에 뒤지지 않는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진법 장막이 단숨에 무너지고 피 웅덩이가 사방에 튀었다.

“안 돼!!”

찢어질 듯한 괴성과 함께. 심장을 향해 손날이 날아들었다. 손에 맺힌 강기에서 맹렬한 분노가 느껴졌다.

“네놈..! 산 채로 강시로 만들어 평생 죽지도 못하게 만들겠다!!”

촤악!

손톱이 가슴팍을 가르고 지나갔다. 독에 당한 듯 저릿거렸지만 웃으며 말했다.

“좋지. 할 수만 있다면.”

“캬악!”

놈의 손바닥에서 핏빛 기운이 일었다. 뒤로 물러나려 땅을 박찬 순간.

강렬한 흡입력에 몸이 끌려갔다.

묘일해의 손바닥이 급격히 가까워졌다.

퍼억!

상체를 뒤틀어 어깨로 받았다. 어깨에 닿은 손바닥을 통해 기운이 빨려 들어갔다.

‘흡기공?’

기운을 흡수하는 무공을 익힌 듯했다. 하지만 기운의 통제력이라면 그도 자신 있었다.

혼원기를 이용해 어깨를 보호하며 양 손바닥을 부딪쳤다.

짝!

가벼운 박수 소리에 묘일해가 움찔했다. 일월합벽을 경계한 것이다.

“개같은 놈이..”

묘일해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초근접 거리에서 붕권을 날렸다. 명치를 향해 쏘아진 주먹이 파공성을 냈다. 내공은 담기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초극에 달하기 직전인 육체의 힘을 온전히 담았다.

콰아아앙!

“크윽..!”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묘일해가 십 미터 넘게 밀려났다. 내공으로 막았기에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덕분에 검 휘두를 시간이 생겼다.

채찍같은 검강으로 사방을 휩쓸었다. 그나마 반쯤 남아 있던 진법이 완전히 박살 났다.

“아아..”

묘일해가 박제된 것처럼 멈춰버렸다. 허망한 얼굴로 두 눈을 감았다.

몇 초가량 가만히 서 있던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네놈..”

희번덕 떠진 눈알에 광기가 차올랐다.

구구궁!

대기가 진동했다. 사방에 있는 기운이 묘일해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리 살기 싫다면 소원대로 해 주마.”

막대한 기운이 하나둘 응집됐다.

허공에 붉은 구슬이 수없이 떠올랐다. 그 수가 수십 개. 전부 강기 덩어리였다.

지킬 것이 없어지자 공격의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솜털까지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죽음.

생사의 기로에 잠들었던 감각이 모조리 깨어났다. 극한의 집중에 시간마저 느려졌다.

“죽어라!”

묘일해가 손을 뻗자 사방에서 강환이 비처럼 쏟아졌다.

단전의 내공을 총동원했다. 혼원기가 경맥을 따라 전신을 휘돌았다.

증폭된 신체 능력으로 겨우 반응했다. 귓가를 스쳐 지나간 강기가 땅에 닿아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등 뒤에서 느껴지는 충격을 거스르지 않았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힘의 흐름에 집중했다.

유리잔을 다루듯 섬세하게. 강환에 손끝을 댔다.

손가락을 타고 굴러가는 구슬을 살짝 튕겼다. 궤도가 뒤틀려 다른 강환을 향해 날아갔다. 허공에서 충돌한 강환이 폭발했다.

‘아..’

정신이 고양됐다.

생사의 기로에서 달궈진 집중력이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었다.

주변 모든 흐름이 느껴졌다.

쉴 새 없이 손을 휘저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강환 사이를 다섯 걸음 걸었을 때.

빗나간 강환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뒤이어 강렬한 폭발이 천지를 휩쓸었다. 여파만으로 지진난 듯 땅이 흔들렸다.

“하하하!”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공이 바닥나기 직전인데도 유쾌했다. 한순간이지만 한계를 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감각이 예민했다. 저 멀리 어디선가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들릴 만큼.

취할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목이도가 행운유수만 잘 익히면 적어도 맞아 죽진 않을 것이라 했던가.

과연 그 말이 맞았다.

손등은 물론이고 상체 곳곳이 걸레가 됐지만 산도 무너뜨릴 강환 다발에서 살아남았다.

“···위험한 놈이로군. 살려 둬선 안 되겠어.”

착 가라앉은 묘일해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고양된 정신을 즐기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뻗어 나간 푸른 참격이 바닥을 갈랐다.

묘일해와는 전혀 다른 방향. 흠칫한 그가 눈가를 좁혔다.

“지금 뭐 하자는···.”

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였다. 십만.”

“뭐..?”

- 보유 카르마 : 100,011

방금 파괴한 진법을 마지막으로 10만 카르마가 모였다.

망설임 없이 혼령정련단(魂靈精鍊丹)을 구매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전투로 달궈진 직감이 이것이 옳다고 말했으니까.

허공에서 튀어나온 보랏빛 단약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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