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 해피 엔딩.(8)
변태적인 자세를 하고 있다가, 바닥 대부분을 가득 채운 액체에 신경질적으로 침대보를 내던진다.
상상 이상으로 많이 싸질러 놓은 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달까.
호스를 보지에 꽂고 정액을 들이 부어도 이 정도는 아닐 터였다.
손으로 닦을까 했지만, 허리를 숙이는 것도 고통스러워 발로 침대보를 움직였다.
그렇게 바닥을 닦아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가락 사이로 듬뿍 묻어나는 끈적한 정액에 저절로 표정이 찌푸려졌다.
'우웩, 씨이발, 진짜......'
"...역겹군."
뒷간에서 볼일이 보다 똥물이 튄 것 마냥 퍼드득 떨며 발을 휘적인다.
떨어져, 떨어져, 씹, 떨어져!
이미 머리카락도, 얼굴도 정액 투성이였지만 더 이상 용사의 것을 몸에 두지 않겠다는 작은 의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내 발가락을 강간하고 있는 좆물과 씨름을 하고 있자니, 문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용사에게 강제로 따먹히고 있던 입장이라서 그런지 몸뚱아리가 아주 제대로 반응을 해주었다.
"용사님, 혹시 방에 계세ㅡ"
"..."
"ㅡ 마, 마왕!"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행히도 용사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신성함과 순결함을 강조하기 위한 새하얀 옷자락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시야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붉게 물든 얼굴과 축축하게 젖은 하반신.
딱히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태에 절로 표정이 썩어갔다.
'가, 가버렷...♥ 보, 보지 만지면서 마구 가버려어어엇!!!!'
'아윽... 또, 또 간다아앗...♥ 아흔 여덟번 째로 가으아흐하아아아악?!?!!!'
...안 좋은 추억이다.
따지고 보면 내 자지를 달래주던 좋은 딸감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게임에 나오난 모든 등장인물들과 스크립트들이 트라우마가 될 지경이었다.
마족화 약을 먹고는 무한 절정 자위를 하다 쇼크사 한 성녀라니, 그게 성녀야?
성녀는 무슨, 창녀지, 창녀.
"보, 보지 마라."
"..."
그래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였다.
상대가 아무리 자위를 하다 뒤진 전적이 있는 변태 년이었어도, 본판은 미친 듯이 예쁜 미녀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여, 여자에 대한 면역은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알몸을 보여주는 건 엄청나게 부끄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여자한테, 그것도 내가 남자에게 따먹힌 뒤의 몰골을 보여주는 건 평범한 알몸을 보여주는 것보다 제곱 이상 수치스러웠다.
"부탁하마. 제발, 시선을 좀 돌려다오..."
방금 전까지 정액 투성이가 되었다며 혐오스러워하던 침대보가 지금은 내 헐벗은 몸뚱이를 가려주는 유일한 가림막이 되어주었다.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딱 그 꼴이네.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으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거두지 않는 성녀에 시선을 떨꾼다.
자궁 속에 담겨 있던 정액을 바닥에 붓고, 그걸 침대보로 닦아낸 다음 몸에 두르고 있는 꼴이라니...
지금 당장 혀라도 깨물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자, 잠깐만요! 잠깐!"
"읍, 으읍, 읍?!?!!"
"지금 뭐 하려고 한 건가요?! 자, 자살은 나쁜거라고요!"
하지만 내 시도는 순식간에 무위로 돌아갔다.
입 속을 파고든 가느다란 손가락에 이빨이 혀를 짓이기지 못했고, 결국에는 성녀의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요상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짭짤해? 손에 소금이라도 뿌렸나?
지금 보니 미끌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끈적거리는 것 같기도 한...
"푸하! 대, 대체 나한테 뭘 먹이려는 것이냐?!"
"뭘 먹이다니... 핫?!?!"
이, 이 씨발년, 하는 행동거지랑 꼬라지가 수상하다 싶었는데 설마... 설마!
설마 용사가 나를 따먹는 걸 딸감으로 쓴 건 아니겠지?!
갑자기 고개를 들어올리는 의심에 눈꼬리가 샐쭉 찢어진다.
변태 같은 년.
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양새도 그러고, 자세히 보면 중지 손가락만 쭈글쭈글하게 변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개처럼 박히는 걸 반찬으로 실컷 제 보지를 쑤신 모양이었다.
씨발, 진짜. 하다못해 게임 캐릭터가 나를 가지고 자위를 하다니, 씨발!
...이딴게 성녀니까 게임 스토리가 이 꼬라지로 개판이 나지.
"제, 제가 절대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라... 으, 원래는 보지 안 만진 손으로 막으려고 했는데..."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해라."
"죄, 죄송합니다!"
싸늘하게 말하니 곧바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해온다.
오, 90도로 인사하는 법을 알다니, 사과 좀 해본 녀석인가?
마음속으로 웃기지도 않는 드립을 치다가도, 지끈거리며 쑤셔오는 복부에 저절로 눈물이 솟아났다.
시팔, 진짜. 어쩌다가 이딴 세계에, 이딴 몸뚱아리가 되어서는...
심지어 여기 인터넷도 없잖아.
"아니, 제가 어째서 마왕에게 사과를..."
"..."
"설마 우, 울어요? 마왕이? 겨우 그거가지고?!"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그' 용사 파티의 성녀님 아니랄까봐 마왕 신경에 거슬리는 말만 마구 내뱉어댄다.
차라리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마왕이었다면, 좋아라 하면서 용사의 자지에 실컷 파묻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설정상ㅡ 이제는 설정이라고 말하기에도 뭐하지만, 어쨌든.
적중에서 그려지는 성녀의 모습은 완전히 변태 그 자체였으니까.
도적이 용사를 꼬시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분노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을 붉히며 훔쳐보기 시작했었지.
그러다가 마침내 성욕을 참지 못한 용사가 혼자 자기 위로 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 자리에서 실금하기까지.
과연 그게 소변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개발자들만이 알고 있을 터였다.
나는 애액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린애들은 몰라도 마왕을 달래는 건 처음인데..."
"...더러운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지 마라, 성녀."
"앗."
네 보지 쑤신 손으로 눈물 닦지 마! 얼굴 만지지 마! 아니, 그냥 가까이 오지도 말라고!
야한 암컷 냄새가 코 끝에 맴도는게 상당히 거슬렸다.
누가 그 변태 여신의 성녀 아니랄까봐, 변태인 점 까지 쏙 닮아서는 아주 그 여신에 그 성녀였다.
"그리고, 이건 눈물이 아니다."
"그러면 애액인가요?"
"..."
"앗, 실수..."
미친년인가, 진짜.
방금 내가 들은 이야기가 진짜 현실이 맞는지 몇 번이고 되새겼지만 안타깝게도 저 입에서 '애액인가요?' 같은 소리가 나온게 맞았다.
만약 내가 과학자였다면 지금 당당 저 머리통을 갈라서 그 구조를 살펴보려고 했겠지.
분명 이 년의 뇌는 야한 상상 반에, 자위 생각 반으로 들어찬 쓰레기 같은 조합으로 이루어졌을게 분명해..
이딴게 성녀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절망했다.
"..."
"..."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상대쪽이 나에게 여러 실수를 연속적으로 했다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애초에 성녀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인물이었으니까.
앞서 이루어졌던 일련의 대화도 우연에 우연이 겹치지 않았다면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가라.
문 닫고 조용히 나가면 비명만큼은 안 지를 테니까, 그냥 나가라고.
"혹시 질문 하나 해도 되나요?"
"...질문에 답해주면, 방에서 나갈 건가?"
양 손의 검지를 맞대고는 꾹꾹 눌러대는 성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다.
슬쩍 숙인 고개에, 올려다보는 눈동자. 그리고 붉에 달아오른 뺨까지.
분명 남자를 죽이기에 적절한 표정이었고, 나에게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지만 상대가 그 성녀여서야 그저 기분이 가라앉을 뿐이었다.
이건 여자가 아니라 성녀다. 그냥 대가리에 야한 생각만 가득 들어찬 짐승 새끼다.
그보다 대체 무슨 질문을 하려고 그딴 표정을 짓는 건데?
아니, 예상이 가기는 하는데 시팔 진짜...
"네."
"그렇다면 질문해도 좋다."
몸에 두르고 있는 이불보의 감촉이 끔찍했다.
끈적거리고, 미끈거리는 것이 마치 야한 느낌 나는 촉수를 전신에 두른 것만 같았다.
심지어 이 냄새. 밤꽃 냄새나 마른 오징어 냄새 따위로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수컷의 향기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숨만 쉬어도 뇌가 강간 당하는 것 같다는게 아무래도 이런 느낌을 말하는거겠지.
...그냥 버리자.
이대로 가다가는 정액 냄새에 질식사 할 것만 같았기에, 몸에 두른 정액더미를 방바닥을 향해 던져버렸다.
뒤지는 것보다 알몸을 보이는 편이 더 나은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슨 질문을 하려고 그렇게 더듬거리는 건데?
겉으로 드러난 알몸을 최대한 가리며 고개를 숙이는 그 순간, 성녀의 입이 열렸다.
"섹스는 기분 좋았나요?"
"...뭐?"
"교미 말이에요, 교미! 아기를 만들 때 하는 행위 말이에요!"
"..."
그러면 그렇지.
잠시라도 성녀의 입에서 정상적인 질문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다.
섹스가 기분 좋았냐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떠한 딜레이도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 전혀.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하자면, 배를 가르고 뜨거운 오물덩어리를 뱃속에 쳐넣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경험이었다.
애정도, 사랑도, 심지어 성욕조차 동반하지 않은 일방적인 교미가 과연 기분 좋을 수 있을까.
절대로, 기분 좋을 수 없겠지.
"...전혀 기분 좋지 않았다. 오히려 끔찍했지. 죽고 싶을 만큼 절망스럽고, 공포스러웠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한 가지 깨달은게 있다면 용사는 그 이름값에 걸맞을 정도로 쓰레기라는 것ㅡ"
"아, 용사님! 언제부터 와계셨던 거에요? 소리도 없이 오시다니 깜짝 놀랐잖아요!"
"ㅡ이랄까."
...이 씨발년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