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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0화 (10/342)

Chapter 10 - 해피 엔딩.(10)

'또 따먹히는 줄 알고 식겁했네...'

용사를 볼 때마다 쑤셔오는 고간과 복부에 신음을 흘린다.

이미 이 신체는 상대가 지닌 자지의 파괴력을 절실히 깨닫고는 용사가 시야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덜덜 떨 정도였다.

...백만 명이나 낳으려면 대체 이딴 짓을 얼마나 더 해야 할까.

바로 임신한다고 해도 아이가 태어나는데까지 최소한 1년이다.

그렇게 숫자를 세면 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텐데, 진짜 백만 년 동안이나 용사와 섹스를 해야 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주범이 그 쓰레기 여신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자, 자 그렇게 알몸으로 있으면 감기 걸린답니다?"

"...옷 정도는 알아서 입을 수 있다."

천천히 나를 일으키는 성녀의 손길이 묘하게 끈적거린다면 거짓말일까.

이제 하다 못해 같은 성별까지 노리는 듯한 행동에 절로 소름이 돋아났다.

심지어 눈앞에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용사까지.

내가 허튼 짓을 하나 안 하나 단 1초도 눈을 떼지 않겠다는 엄청난 의지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무슨 짓을 하기는 개뿔, 할 힘도 없는데.'

입을 만한 옷이 없나 옷장을 뒤지는데, 그곳에 있는 건 오로지 사용인의 옷 뿐이었다.

하필이면 방도 이딴 방을 잡아서는.

신경질적으로 눈앞의 메이드복을 집어들고는 이를 득득 갈았다.

천 면적이 대체 왜 이래, 이거 옷 맞아?

야겜의 옷들은 전부 다 이런 꼴인 건가?

"..."

"..."

씨발, 눈 마주쳤다.

기이한 열기가 느껴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용사에 서둘러 눈을 내리깔았다.

가슴부터 시작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시선에 강렬한 수치심과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이러다 또 범해지는 건 아니겠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겨우 몸을 가릴 걸 찾았는데 또 그런 꼴이 될 수는 없었다.

상대가 내 몸을 보고 꼴린다면 일단 그 몸을 가리는게 우선이겠지.

철퍽...

"아."

"..."

"..."

하지만 치마를 입으려고 다리를 들어올리는 순간, 압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 다 빠져나가지 못한 정액 덩어리가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아무리 조명이 있다고는 해도 허여멀건 정액이 어찌나 잘 보이던지.

다시 바닥을 물들인 체액에 용사와 성녀, 그리고 그 당사자인 나까지 순간적으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뒤지고 싶다. 뒤질 정도로 뒤지고 싶다. 지금 당장 뒤져버리고 싶다.

속으로 눈물을 짜내면서도, 덜덜 떨리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치마 사이로 양 다리를 집어넣었다.

'치마가 무슨...'

최대한 내려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흔들리면 보지가 보일 것 같은 천박함에 절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마족이라는 종족은 개방적이다 못해 제 몸뚱아리를 개같이 따먹어 달라고 전신으로 외치는 습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상의도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파여있고, 소매 부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지, 진짜로 이딴 걸 입고 생활한단 말이야?

아무리 야겜이라고 하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거지? 계속 여기에 남아 나를 범... 할 생각인가? 내가 아이 백만을 낳을 때까지?"

"..."

나의 질문에 용사가 미간을 좁혔다.

아무래도 이런 질문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는지, 꽤나 고민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든 끔찍할 뿐이었지만, 일단 목적지를 알아야 마음의 준비라도 할 터였다.

...제발 고블린 군락이나 해파리 호수 같은 곳만 아니면 좋겠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장면에 몸를 부르르 떨며 허리춤에서 살랑거리는 치맛자락을 꾹꾹 내리눌렀다.

"일단은 왕도로 갈까."

"...나를 데리고?"

마왕을 데리고 왕도로 간다니 제정신인 건가?

물론 용사의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나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뒷골목에서 튀어나오는 불량배부터 시작해 음심 가득한 눈을 가진 경비대장, 배불뚝이 귀족에 대머리 국왕까지.

게임 상의 이야기였지만, 마왕을 따먹은 인간의 수만 따져도 최소 십만인 곳이 바로 왕도였다.

"인간들의 왕에게 나를 바칠 생각이라면 차라리 죽겠다. 나는 전리품 따위가 아니야."

왕궁에 넘쳐나는 미약들로 절여져, 대머리 국왕의 육노예가 되는 엔딩은 내가 당할 수 있는 미래 중 가장 끔찍한 미래였다.

고블린 군락이나 해파리 호수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마왕의 몸이 멀쩡하게 그려지기라도 하지, 대머리 국왕의 육노예 엔딩 같은 경우에는... 윽.

"어떻게 할까요, 용사님?"

"...일단은, 다른 동료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는 편이 좋겠어. 나 혼자 정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대놓고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간 시선에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몸을 가렸다.

씨, 씨팔 진짜! 저게 이제는 진짜 강간만 하는게 아니라 시선으로까지 강간을 하네...

앞에는 강간 용사, 옆에는 변태 성녀, 이쪽은 씨받이 마왕이라니.

이런 골때리는 조합이 과연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내 처우와 그들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내용은 일단 다른 용사 일행들이 깨어난 다음에 정하기로 하고 흐지부지 마무리 되었다.

"그러면 내일 봬요, 용사님!"

"...정말 마왕과 같이 자려고?"

"에이, 안 위험하다니까요. 자, 봐요! 하나도 안 위험하죠?"

내 볼을 죽죽 늘이는 성녀의 행동에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린다.

마치 사나운 맹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꼬리나 뺨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맹수가 아니었고, 위험하다면 성녀 쪽이 더 위험했지만.

'...그냥 둘 다 꺼지면 안 되나?'

마음 같아서는 혼자 방을 쓰고 싶었지만, 내가 도망치는지 감시할 사람이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며 성녀가 나와 함께 자기를 자청했다.

용사나 성녀가 거기서 거기인 인선이었지만, 혼자가 될 수 없다면 그나마 성녀 쪽이 같이 있는게 더욱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녀석과 단 둘이 있다가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같이 있어, 같이 있기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소리 질러."

"네!"

...무슨 일이 있으면 소리 지를 사람은 다름 아닌 나라고, 나.

끝까지 나를 노려보다 머뭇머뭇 방 밖으로 나가는 용사의 모습에 속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잔뜩 먹여준다.

될 수 있으면 다신 보지 말자, 이 개 같은 새끼야!

...물론 내일이 오면 다시 보게 되겠지만.

"자아, 그러면 슬슬 잘까요?"

성녀가 손바닥으로 침대를 토닥이며 빙긋 미소지었다.

분명 시골 처녀 같은 순박한 미소였지만 이토록 불안감이 드는 건 왜일까...

마음 같아서는 바닥에서 자고 싶었지만, 저런 식으로 거리감 없이 다가오면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부디 이상한 짓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뭔가 내가 잘 때까지 기다린 다음 혼자 학학거리며 자위할 것 같은 이미지라 같이 자는게 상당히 꺼려졌다.

'뭐, 별 일 있겠어?'

용사와 단 둘이 있다가 좆에 꿰뚫리는 것보다는 성녀와 한 침대에서 자는 편이 억만 번 더 나았다.

그래, 더러운 남정네보다는 차라리 머리 이상한 미녀가 더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두 사람이 누워도 약간 여유가 남을 정도로 큰 침대라서 그런지, 다행히 비좁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한낱 사용인의 방에 왜 이런 커다란 침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게 좋은 거겠거니ㅡ 하며 대충 넘어갔다.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가기에는 몸이 너무도 아팠고, 동시에 너무 피곤했다.

...물론, 스스로의 안일한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성녀, 엘리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기이한 열망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여신께서 직접 내려주신 신비로운 파편 하나.

신성력이 잔뜩 깃든 작은 혼 조각 하나는 이미 그녀와 하나가 된지 오래였다.

이 가슴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뜨거움 또한 분명 여신님과 관련이 있을게 분명했다.

'여신이시여, 대체 저에게 어떤 것을 원하시는 겁니까.'

굳게 눈을 감은 마왕의 옆에서 경건히 기도를 올리고 있자니, 무언가 배덕감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마왕과 성녀가 한 침대를 쓰고, 심지어는 잠든 마왕 옆에서 신께 기도까지 올리고 있다니!

아랫배를 쿡쿡 쑤시는 기묘한 자극에 집중이 끊길 것만 같았지만, 어떻게든 기도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신께 올리는 기도는 하나의 신성한 의식이었기에, 완전히 끝마치기 전에 마음이 흐트러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따랐다.

예를 들자면 미쳐버린다던지, 혼수상태에 빠진다던지 하는 것들.

"부디 저희들의 앞길을 밝혀줄 빛을 내려주시길 바라옵고..."

자는 자세가 불편한지 몸을 뒤척이는 마왕의 움직임이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산만함 정도야 얼마든지 겼어봤기에 능숙히 대처해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보이는 새하얀 살결에 시선을 빼앗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변태적일 정도로 짧은 스커트가 잠결에 흔들릴 때마다 보이는 둔덕 하나.

"...앞으로 저희들이 가는 길에 오로지 여신의 축복만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

그 광경에 엘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쉴 틈 없이 흔들리는 마음에 당장에라도 기도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거칠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요, 제가 성녀인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요?'

서로 마주 쥐고 있던 손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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