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 해피 엔딩(11)
동성에게 성적인 무언가를 느꼈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랑이 사이, 질내가 들어차 있는 진한 냄새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저 안에 용사님의 물건이 들어갔다고...
멍하니 마왕의 하반신을 응시하던 엘리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주무세요?"
"..."
"...주무시네."
콕, 하고 새하얀 볼을 찌른 손가락이 외부의 자극에도 미동 하나 없는 몸뚱아리에 파르르 떨려왔다.
그러고 보면, 그런 엄청난 것을 몸에 받아들이고도 고통에 찬 표정이나 신음을 흘렸었지.
용사의 상대가 만약 자신이었다면 개처럼 헐떡일 자신이 있었기에, 엘리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용사님의 자지를...'
용사의 동정을 먹은게 마왕이라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정을 먹었다기보다는 강제로 그 안에 처넣어졌다는게 옳겠지만 말이다.
여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새삼스럽게도 눈앞의 마왕이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지켜보면서 자위를 하는 것으로 끝났는데 누구는 개처럼 박히면서도 만족하지 못한 얼굴과 태도라니, 이건 불공평했다.
"용사님의 정액을 처음으로 맛보는 건 저라고 생각했는데."
아랫입으로 먹은 것도 먹은거라고 본다면 처음은 빼앗긴 셈이지만, 아직 윗입이 남아있기는 했다.
그러면, 이쪽의 처음이라도 가져가는 편이 좋을까.
절대 정상적인 생각이 아니었음에도,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야한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한, 수컷 냄새..."
평생 동안 자위만 하며 쌓인 정액의 향기.
그 커다란 물건에 얼마나 거칠고, 막무가내로 박혔는지 완전히 다물어지지 못한 보지에서 정액 한 방울이 슬쩍 흘러내렸다.
잠드는 것과 동시에 몸의 긴장이 풀려서 질의 조임이 느슨해진 모양이라고, 성녀가 생각했다.
'대, 대단해요... 이 정도라면 한 방울로도 충분히 임신할지도...'
단 한 방울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펄떡펄떡 꼬리짓하는 정자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분명 저 폭력적일 정도로 건강한 정자가 자궁으로 향하게 된다면, 그곳에 마중 나온 난자를 무자비하게 범해버릴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임신 종료.
그런 정자를 거의 항아리 채우듯이 자궁에 들이부어진 이상, 마왕의 임신은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었다.
"치사하네요. 마왕 주제에 용사님의 처음도, 정자도, 심지어 아기까지 다 가져가다니..."
심술이 난 손가락이 작은 둔덕을 넘어서는 백탁액을 천천히 쓸어올렸다.
끈적끈적하게 묻어나는 정액.
한참 동안 제 손에 묻어난 용사의 좆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녀가 멍하니 그것의 냄새를 맡았다.
"이건, 이건, 그러니까... 수컷의 향기네요."
언젠가 맡아봤던 향.
고블린이었나, 아니면 오크였던가.
마을의 여성들을 납치해 범하던 이들이 풀풀 풍기던 냄새가 바로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물론 용사의 것이 훨씬 진하고 지독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생각을 하니 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읏, 하...♥"
코를 들이미니, 손가락 끝에 묻은 끈적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음란한 실선 하나가 오똑하게 솟아오른 콧대와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주욱 연결하는 걸 본 성녀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츄읍, 츱, 츠읍♥
혀로 핥고, 손가락을 입 안으로 주욱 집어넣어 목구멍을 쿡쿡 두드린다.
겨우 한 방울의 정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깊은 풍미에 머리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런 걸, 이런 걸 자기 혼자만 받다니 이 욕심쟁이!
"흣?!"
"앗, 실수..."
축축하게 젖은 제 손을 신경질적으로 휘두르니 곤히 잠들어 있던 마왕의 몸이 순간 덜컹거렸다.
순간 잠에서 깼나, 싶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아무래도 그리 잘 깨는 건 아닌 듯 싶어서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손을 휘둘렀는데 하필 거기에 닿아... 아니, '박혀' 버릴 줄이야.
"...제 보지랑은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용사의 정액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그런 건지, 무언가 더 집요하게 달라붙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자신의 것보다 더 조임이 좋다고 해야 할지, 뭐랄지...
마왕의 보지 안에 손가락을 넣고는 천천히 감평을 넣던 성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모르겠으니까 비교하면서 천천히 알아가는 걸로 할까요."
제 보지에 손가락 하나, 마왕의 보지에 손가락 하나.
뭐가 좋은지 두 검지 손가락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보지들의 모습에 성녀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마치 어머니의 젖을 빠는 아기의 모습 같네요... 아, 여기에서 아기가 나와서 그런가?
천천히 집어넣을수록 더욱 쫀득쫀득해지는 감촉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마왕이면서 보지는 갓 사용한 유사 신품이라니, 불공평해요."
어쩌면 성녀 본인보다 더 성녀의 자질이 뛰어날지도 몰랐다.
으음, 그러니까, 음...
제 손가락을 둘러싸는 질육의 움직임이 상당히 어색했다.
지금까지의 여정 도중 꽤나 자위를 해본 입장에서 감히 평가하자면, 마왕의 보지는 지금까지 자위 한 번 해보지 않은 새것일 확률이 매우 높달까.
마족이면서 순수하다니.
그 모순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두 개의 질육의 감촉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 하나로는 조으금... 애매한 것 같은데..."
한쪽은 몇 번이고 자위를 해왔던 입장이고, 다른 한 쪽은 용사의 거근에 엉망으로 당했던 입장.
겨우 손가락 하나로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꿀꺽, 하고 뜨거운 침을 목구멍 너머로 넘긴 성녀가 천천히 양손의 중지 손가락을 고깃구멍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흐응, 흣, 하앙...♥"
"..."
"마왕이라는 이름답지, 흣, 않게. 귀여우시, 하흐, 네요."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듯이 제 손목을 꽉 조이고 있는 허벅지에 입꼬리가 절로 치솟았다.
이런 귀여운 면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을 죽여온 존재답지 않게 이런 쪽의 경험은 하나도 겪어보지 못한 듯 싶었다.
하지만, 깨어나지 않는 이상은 절대 저항할 수 없다구요?
허벅지 사이의 좁은 틈새에서 어떻게든 팔을 움직인다.
질내의 돌기들이 내부에 침입한 손가락들을 바깥으로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그런 노력은 성녀의 음심을 더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흣...♥"
"그래요, 바로 그런 신음이에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마왕이 신음을 내뱉자, 성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칭찬했다.
남자와의 관계에서는 이런 신음이 필요하다구요, 아까의 그 비명 같은 신음이 아니라!
물론 스스로가 직접 용사와 교미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았지만, 일단 둘의 관계에 진전을 주는 것도 본인의 일이었다.
죽인 만큼 낳는다니, 그것만큼 아름다운 처벌이 있을까.
역시 제 여신은 마음씨도 고우시다며 한껏 추켜세운 성녀가 어느새 달뜬 숨을 내뱉고 있는 마왕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둥글게 휘었다.
"그러니까, 제가 온 힘을 다해서 도와드릴게요."
"흐헥♥"
마왕의 질에 꽉 조여져 곧게 뻗어져 있던 손가락을 억지로 굽히자, 말랑말랑한 돌기하나가 손톱 사이에 걸쳐졌다.
바로 그것을 마치 긁어내리듯이 움직이자마자 튀어오르는 가느라단 허리에 성녀가 속으로 짝짝짝 박수를 쳤다.
혹시 불감증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네요!
활처럼 허리를 휜 상태로 다리를 뻣뻣하게 뻗어낸 자세가 어찌나 음탕한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 보지가 젖어들 정도였다.
"...역시 마왕. 아주 사악할 정도로 음란하네요."
"하아, 하읏, 흐..."
"제가 남자였다면 지체 없이 따먹, 큼. 교미했을 텐데, 정말 안타까워요."
가랑이 사이에서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
용사가 혼자 자기 위로를 하는 걸 몰래 지켜보거나, 용사가 마왕을 개처럼 따먹는 걸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꼴림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운명 아니겠는가.
마왕과 성녀가 이런 식으로, 여성과 여성의 몸으로 만난 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신의 인도가 있었음이 틀림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성녀가 마왕의 보지에 손가락을 넣어, 민감한 부분을 실컷 긁어내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저희 여신님께서는 자애와 다산의 여신이라고 불리시지만, 실제로는 다산의 역할이 더 크시다는거 알고 계세요?"
"..."
"죽인 만큼 낳으셔야 하니, 당신도 아픈 것 보다는 기분 좋은 편이 좋겠죠."
다산.
그 단어가 뜻하는게 꼭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게 해주는 축복 같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남성과 여성의 사이가 좋아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남성과 여성의 교미가 더욱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기를 많이 낳을 수 있을 정도로 교미에 집중할 수 있는지, 등등등.
비록 신혼 시절의 부부에게만 내리는 가르침이기는 했지만, 성녀는 이 귀여운 마왕에게도 여신의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자, 그러면 저희 같이 기분 좋ㅡ"
"엘리, 자고 있어?"
"우왓?!"
하지만, 갑작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용사에 그녀의 바램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누, 눈치 없게 지금 이 타이밍에 들어오시면 어떻게 해요, 용사님!'
서둘러 양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낸 성녀가 눈을 꼭 감고는 어떻게든 자는 척을 했다.
애액에 푹 젖어 쭈글쭈글해진 손가락 끝이,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