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 - 죄와 벌.(4)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팔로 얼굴을 가린다.
부, 분명 엉망진창인 얼굴을 하고 있을게 분명해.
절대 사람이 보여서는 안되는 엄청난 표정을 하고 있을거라고...
전신을 휘감는 쾌락의 파도에 몇 번이고 몸을 경련하고 있자니, 성녀가 다시 한 번 손을 뻗어왔다.
정말 빌어먹게도, 보지 안을 쿡 찔러대는 손가락에 내 몸이 멋대로 들썩여댔다.
"그, 그먀아안..♥"
"그치만, 한 번으로는 부족하구요♥"
누가. 내가? 아니면, 너?
제 손에 묻은 내 애액을 핥짝이던 성녀가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한 무지막지한 기세에 반사적으로 울상이 지어져, 훌쩍이기 시작했지만 상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시, 싫어. 또 이상해지기 싫다고...'
이대로라면 암컷이 되어버린다.
앙앙거리면서, 보지에 뭐든 넣어주길 원하는 빌어먹을 암컷이 되어버린다...
변태 성녀에게 개같이 따먹혀서 손가락만 넣어도 조수를 뿜어내며 앙앙거리는 암캐가 되어버린다고!
"누, 누군가 도와줘..."
"안타깝게도, 당분간 이곳에 올 사람은 없답니다."
찌릿거리는 감각에 목소리가 잠겨, 모기가 날아다니는 듯한 크기의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허무히 흩어진다.
그에, 용케도 그 작은 외침을 들었는지 방긋 웃어보인 성녀가 양 손가락을 마구 꼼지락거렸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역동적인 움직이었지만, 저 역동적인 손이 나를 따먹으려고 한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졌다.
"제발 도와ㅡ"
"아무도 안 온다고 말씀 드렸는데도 계속 그러시네."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지 몰라 멍하니 상대를 쳐다보자, 우후후 웃으며 아주 친절하게 답변을 해줬다.
그러니까, 음.
최근의 용사는 성 안보다는 바깥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에 당장은 방으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고르돌은 앞으로 몇 시간 정도는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본인이 언질을 주었단다.
"원래라면 마왕 씨가 용사님이랑 섹스를 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오...
그런데, 요 이틀간의 둘은 완전 섹스리스라구요, 섹스리스!"
"...흐."
"상상하면서 자위하는 거랑, 직접 보면서 자위하는 건 또 느낌이 다르, 아, 아, 아읏, 아그앙아아앗♥♥♥"
별 미친 또라이 년을 다 보겠네.
무슨 상상을 했는지 손가락으로 제 보지를 쑤심과 동시에, 저 가느다란 목덜미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거친 신음을 마음껏 토해낸 성녀가 그대로 자지러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물들어갔다.
상대의 보지에서 뿜어져 나온 조수가 얼굴에 잔뜩 묻은 것도 그렇고, 저런 정신 나간 여자에게 지금껏 휘둘려 왔다는 사실도 그렇고.
무엇 하나 가릴거 없이 내 자존심을 긁어내리는 것들 뿐이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아, 에, 아?"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하지 않겠나, 성녀."
단 한 방에 넉다운 된 성녀를 내려다보며 스산하게 웃어보인다.
그런 내 모습에 무언가 불안감을 느꼈는지 상대가 몸을 마구 떨어댔지만, 그것 유의미한 저항이 되어 돌아오는 일 따의는 벌어지지 않았다.
나를 따먹으려다가 자기도 엉망으로 가버리다니,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개변태인 성녀구나.
"아, 하하... 당하는 건 처음, 인데요..."
"괜찮다. 천장의 얼룩의 수를 세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갈 테니까 "
자신 있게 말하기는 했지만, 뭘 어떻게 할지는 나 스스로도 몰랐다.
진짜 뭐 하지.
멍하니 생각을 해봤지만, 뭔가 딱 떠오르거나 번뜩이는게 없었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딱히 이 년을 따먹고 싶다거나 그러지는 않은데.
용사에게 개같이 강간 당한게 있어서 그런지, 딱히 다른 사람을 억지로 손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분명 야한 풍경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금발 청안을 가진 나이스 바디의 여자가 침대 위에서 헐떡이며 조수를 뿜어내고 있다?
이건 따먹지 않는다면, 최소한 딸이라도 치지 않으면 사내 새끼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나, 이미 몸뚱이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심지어 자위를 하기도 전에 애를 먼저 낳아버린 과속까지 해버렸지.
...그것도 강간을 당해서.
"아얏?!"
"...앞으로는 자제하거라."
주먹을 꾹 말아쥐고는 탐스러운 금색을 띄는 정수리를 전력으로 내려친다.
내가 너한테 주는 벌은 여기까지야.
단순이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오히려 여기에서 끝낸다면 더더욱 벌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상대는 무려 그 변태 성녀니 말이지...
그런 의미를 담아 상대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 가지에 성녀의 옷자락을 확 잡아챘다.
"......내 얼굴에 조수를 뿜는 건 특히 더 자제하고."
생각해보니 이 개 같은 년, 내 얼굴에다가 애액을 질질 싸댄거야?
순결의 상징인 성의의 끝자락을 음탕한 액체로 질척하게 물들이며 마구 얼굴을 닦아낸다.
얼굴에 다른 사람의 체액을 잔뜩 묻히고 좋아할 사람은 마조히스트 밖에 없겠지.
흥, 하고 혀를 차내며 잔뜩 흐트러져 있던 옷을 정리하자, 성녀가 실망했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보느냐? 한 대 얻어맞은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게냐?"
"아니, 그게 아니라..."
주먹을 들어올려 눈 앞에서 흔들어 보이니,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울상을 짓는다.
대체 내 말과 행동 어디에 저런 표정을 지을 껀덕지가 있는지 모르겠네.
...울고 싶은 건 오히려 이쪽인데 말이야.
"덮쳐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
"이 망나니 성녀가!!!"
"꺄항♥"
성녀의 머리통을 두드리니 깡깡거리며 골 빈 듯한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대가리에 야한 짓 말고는 든게 없으니 요 모양 요 꼴이지, 응?!
마왕이 성녀를 덮친다는 시츄에이션은 조금 끌렸지만, 그 당사자가 내가 되어서는 의미가 없었다.
나는 내가 마왕이 되어서 성녀를 덮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성녀를 덮치는 마왕이 보고 싶은 것 뿐이라고...
"그런데ㅡ"
"응?"
"방심하셨군요!"
"히약?!"
고자를 넘어 여자가 되어버린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하며 울적한 분위기에 빠져있자, 어느새 정신을 차린 성녀가 자리를 박차며 순식간에 뛰어들었다.
...이대로라면 그냥 처음으로 돌아간거나 다름없잖아.
내 손목을 붙잡고 하악하악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성녀에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제는 저항할 힘도 없는데. 진짜로 망했네.'
이 변태 성녀가 만족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될까.
한 시간? 두 시간? 그것도 아니라면 하루 종일?
절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고,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몸소 체험 해봤기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
...이러다가 용사라도 방에 들어오는 날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렇게 몸이 민감해져, 성녀의 손길에 절정에 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보지를 잔뜩 적시고는ㅡ
그러고는, 용사의 그 흉악한 자지에 거침없이 처박힌다.
'...또, 죽을 거야. 분명, 또 죽어버릴게 분명해.'
고통이 이닌 쾌락으로 죽는다는 건 과연 어떤 감각일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정에 입술을 짓이기며 성녀를 노려본다.
이거, 놔!
전력으로 팔을 비틀었지만, 약해진 힘으로는 상대의 손에 깃든 7배의 힘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런 씹...
"자아, 마왕 씨."
온다.
점점 가까워지는 성녀의 얼굴에 눈을 질끈 감는다.
온다.
무엇이 오는지 따위는 직접 겪어봤기에 진즉 다 알고 있었다.
자비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짙은 쾌락.
하필이면 성녀가 여자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남성으로서의 자아가 상대를 이성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야.'
몸뚱이는 여자인데 정신이 남자라서 여자를 보고 꼴리는 꼴이라니.
자괴감이 들 법도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내 이성을 붙잡고 있는 마지막 끈이기도 했다.
남자를 보며 성적 흥분을 느끼고, 흥미를 가진다면 그것으로 끝.
그렇게 된다면 이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남아 있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증발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몰라.
여기에 익숙해진다면, 분명 용사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ㅡ
"제가 질척질척하게 녹여드릴게요♥"
ㅡ 겠지만, 이대로 있을 수 있겠냐고?!
귓가에 속삭여 오는 야릇한 음성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남성성을 너무 의식해서 그런지 목소리만 들었는데도 잔뜩 들뜬 기분이 되어버렸다.
성녀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팔과 다리를 마구 휘적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다, 다리로 휘감아진다...'
내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의 관절을 제 다리로 빙 둘러 감싸 꽉 잡아놓고는, 츄릅츄릅 입맛을 다셔대는 꼴이란.
이거, 사실 인간이 아니라 뱀인거 아니야? 인간의 몸이 이럴게 유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그리고 이 정신 나간 듯한 혀놀림까지...
지척까지 다가온 선홍빛의 혓바닥에 최대한 고개를 돌려봤지만,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어버린 꼴이라 그런지 별 의미 없는 움직임에 불과했다.
점점 다가오는 변태 성녀의 면상에 눈을 꾹 감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을 상상한다.
아니, 상상하려가다 상상하게 된다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아 생각을 포기한다.
"자아, 그러면 잘 먹겠습니ㅡ"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구원은 있다는 걸까.
끼익ㅡ
"뭐야 이게?"
"..."
"..."
침으로 번들거리는 혀를 코 앞에 두고, 방문이 활짝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