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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8화 (28/342)

Chapter 28 - 죄와 벌.(6)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젖가슴에 용사가 머리를 거칠게 훑어내렸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 무엇보다 육감적인 몸.

그리고 그 몸을 짐승처럼 탐하던 스스로의 모습까지.

끓러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자위를 해댔지만, 자위를 하면 할 수록 그의 성욕은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더 끓어오를 뿐이었다.

"제길, 제길, 이런, 씨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손을 흔들자, 길게 솟아오른 육봉이 진한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냈다.

제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끈적한 액체에 기분이 나쁠 법 한데도, 용사는 목 끝까지 솟아나는 사정감에 좆에서 손을 떼어낼 수 없었다.

...마왕, 마왕, 마왕.

계속해서 떠오르는 두 글자에 쿵, 하고 벽에 머리를 처박는다.

"또, 여기네."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리자, 거대하게 붙여진 마왕의 그림이 눈앞에 들어왔다.

몇 번이고 정액을 싸질러서 조금 흐려진 마왕의 얼굴이 그의 마음을 마구잡이로 덧칠해내기 시작했다.

왜 그림만 보고 있어?

왜 자위만 하는 거야?

'바로 범할 수 있는 진짜가 있잖아.'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다시 한 번 머리통을 벽에 처박는다.

둔탁한 울림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저 너머까지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그저 일종의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동정이던 자신이 마왕을 범할 때의 쾌락을 잊지 못해 발현되는 성욕이라고,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었지.

'하지만, 이건 이상해...'

뇌가 녹아내릴 정도로 터져나오는 성욕은 평범하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는 수준이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 마왕을 범하라고 외치는 제 좆에 몸이 저절로 움직일 것만 같았다.

그래, 지금도.

마음을 비운다면서 점점 더 마왕이 지내는 방으로 가까워지고 있지 않은가.

"아서."

그렇게 길게 이어진 복도를 걷던 용사의 앞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분홍에 가까운 붉은 머리를 가지고 그 위에 커다린 고깔모자를 쓴 여인, 에밀리였다.

분명 에밀리가 정신을 잃고 며칠 지나지 않았건만 용사는 그녀를 보며 묘한 향수를 느꼈다.

하지만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건 왜일까.

"무슨 생각이야?"

"갑자기 무슨 소리를ㅡ"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분노하고 있는 그녀의 기에 눌려서?

아니면, 그 눈동자 속에 깃든 공허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마왕을, 왜 살려둔건데?"

"..."

목소리를 완전히 물들인, 진한 증오 때문일까.

"웃기지도 않아. 용사가 마왕을 살려둔다고? 하, 어이가 없어서 정말."

짙은 경멸이 들어찬 목소리에 용사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용사가 마왕을 살려두고, 강제로 범해 애를 낳게 한다.

그 누가 들어도 폭소를 멈추지 못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였다.

"거기에 죽인 만큼 낳게 해? 누가 뭘 낳아? 하, 웃기지도 않아. 웃기지도 않는다고!"

"에밀리."

"닥쳐, 아서! 죽인 만큼 낳던 말던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 있는데?!

죽인 만큼 낳지 않아도 되니까 그딴 년은 그냥 죽여버리라고!"

그녀의 말이 옳았다.

백 번 생각해도 마왕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면 왜, 장난감으로 쓰고 싶었어? 하긴, 마왕이라면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의 장난감이긴 하겠네."

뾰족하게 내뱉어진 빈정거림에 용사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어째서 상대가 이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분노하는지 또한, 완벽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만약 이틀 전, 마왕을 간살하기 전의 용사였다면 그때라도 에밀리에 말에 동의해 마왕을 죽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차마 동의할 수 없었다.

희생된 사람들과 마왕의 얼굴이 겹쳐진 순간, 이미 그는 마왕을 죽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처신 잘 해. 그거랑 같은 꼴 나기 싫으면."

제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싸늘함에도 용사는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거대한 혐오가 제 팔뚝에 덕지덕지 달라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떼어낼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야하는가.

갈피를 잃은 방향감이 멍하니 복도를 따라 걷던 용사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마왕이 지내고 있는 방이었다.

"어쩌자고 여기를..."

이 문 너머에 마왕이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그의 고간이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분명 며칠을 걸쳐 속에 담긴 정액을 뽑아냈을 텐데도 변함없이 거대한 크기였다.

아니, 본래의 크기보다 더더욱 거대해졌다.

"마왕, 혹시 에밀리를 만났ㅡ"

존재감을 발하는 자지를 애써 무시하며 문고리를 돌린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경첩이 비명을 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어두운 방 안.

넓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의 그림자에 용사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용사."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두 귀를 꿰뚫는 순간, 침대 위에 누운 마왕의 처참한 몰골이 그의 두 눈에 생생히 틀어박혔다.

전신을 골고루 두들겨 맞았는지 울긋불긋하게 피어오른 피부하며, 퉁퉁 부어오른 얼굴까지.

침대보는 이미 마왕의 피로 잔뜩 물들어 반쯤 붉은색이 되어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니, 설마..."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물들인 자국에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한 용사가 작은 경악성을 참아내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에밀리가 이런 짓을 했다고?

대체 왜?

물론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빠르게 내려졌다.

언제나 제 스승 자랑을 하고, 스승을 되살리겠다며 노래를 부르던 이가 가장 사랑하던 이가 되살아나지 않았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분노하고, 증오한 끝에 원수를 죽이려 들었겠지.

"마왕."

죽이지 않은 것이 그녀가 발휘한 최대의 인내였다.

아니, 이건 차라리 죽이지 않은게 더욱 악질이었다.

에밀리가 마왕을 죽이지 않았다는 건, 질릴 때까지 죽이지 않고 괴롭혀 주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마왕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용사의 심장이 덜컥였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게, 마치 죽기 직전의 사람을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너 정말 괜찮ㅡ"

"...용사."

다급하게 상태를 묻는 용사가 들은 건 다시 한 번 자신을 부르는 두 글자 뿐이었다.

영문 모를 감정으로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이끌고 마왕에 앞에 선 그가 천천히 팔을 움직이는 마왕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이 마치 죽어가며 저를 부르던 희생자들의 목소리인 것 같아, 심장이 먹먹해졌다.

일어날테니 손이라도 잡아달라는 건가?

그런 것 쯤이라면 쉽게 해줄 의향이 있었다.

그래, 그런 거였다면 분명 쉽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범할테면, 마음껏 범해라..."

"...뭐?"

하지만 마왕의 손은 용사를 향해 뻗어지지 않았다.

여러 상처가 새겨진 손가락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왕 자신의 보지였다.

양 손을 이용해 굳게 닫혀 있던 둔덕을 열어 젖힌 그녀가 검게 물든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나는 그걸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었나?"

"...지금 무슨 말을ㅡ"

하는 거야.

주먹을 그러쥔 그가 무어라 소리치려 했지만, 숙여진 고개 너머로 보이는 건 잔뜩 솟아오른 자신의 양물과 제 보지를 벌리고 그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마왕 뿐이었다.

얼굴이 뒤덮힌다.

아니, 덮혀져 있던 가면이 순식간에 벗겨진다.

희생자의 눈물 어린 얼굴을 쓴 범인은, 다름 아닌 극악무도한 살인마이자 창녀였다.

그래,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

그리고, 그제서야 용사는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고.

쓸데없는 짓을 해버릴 뻔 했다고.

"이, 이, 이, 씨발 년이!!!!"

"꺄흑?!"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이던 자지가 순식간에 마왕의 분홍빛 보지 안으로 처박혔다.

마치 제게 맞는 칼집을 찾은 것처럼 쑥 들어간 성검이 마왕의 새하얀 복부를 부풀려 그 존재감을 발했다.

"이 씨발 년, 씨발, 씨발, 씨발!!"

"흑, 하흑?! 핫?! 으흑..."

처박는다, 처박는다, 또 처박는다!

이건 배신이었다. 암, 배신이고 말고.

누구 때문에 며칠간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아내고 자위로 만족했는데.

누구 때문에 에밀리와의 대화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누구 때문에 죄책감에 빠져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는데!

누구 때문에, 누구 때문에ㅡ

"조, 조금만 살살ㅡ"

"닥쳐, 이 창녀야."

심란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제 보지를 벌리며 범해달라고 말하는 년 따위의 말 따위는 절대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한 허리를 꽉 부여잡자 커다랗게 난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마왕 따위는 그저, 그저ㅡ

'아니면 왜, 장난감으로 쓰고 싶었어? 하긴, 마왕이라면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의 장난감이긴 하겠네.'

ㅡ장난감에, 불과했으니까.

"칵, 캬학, 학, 흑?!?!!"

"이딴 식으로 보지를 벌릴 거면, 왜 지금까지 불쌍한 척을 한 건데?!"

"흐, 흐으..."

엉망진창으로 움직이는 용사에 마왕의 몸이 뒤틀렸다.

전신에 쌓이는 고통의 총량을 이겨내지 못해, 본능적으로 제 몸에 처박힌 자지에게서 도망치려는 애처로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허리를 붙잡힌 마왕에게 도망친다는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제 스스로 여성기를 벌린 순간부터 이미 전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빌어먹을 창녀가, 왜, 왜! 왜 내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거냐고!!"

"아흐, 아아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신음이, 결국 한계를 맞이해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로 변화하였다.

"아파! 아파! 아파아!! 살려줘살려줘살려, 살려, 아아아아아아악?!?!!!!!!!"

"그냥, 죽어! 죽어버려! 죽어버리라고 이 썅년아!!!"

제 어깨를 긁어내리는 손톱에도, 목이 터져라 토해내는 고통의 비명에도 용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비명에 더더욱 힘을 얻었다는 듯 펄떡이는 자지를 마음껏 상대의 보지 안에 꽂아넣을 뿐이었다.

그래, 단지 그 뿐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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