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 - 가고 싶지 않아.(2)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지 않아...'
"악, 흐악, 흐으♥"
침을 질질 흘리며 덜덜 떤다.
끝나지 않는 오르가즘에 심장이 덜컹거렸다.
"역시 좋은 물건이야. 인간 뿐만이 아니라, 같은 마족에게도 이렇게나 잘 듣다니."
"...아아아아흐, 흣?!♥"
보지를 타고 흐른 전기가 하복불 쿡 찌르더니 제멋대로 몸 속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숨을 참고 움직임을 멈춰야 겨우 버틸 수 있을 정도였지만, 버티다 못해 숨을 들이쉬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쾌락이 내 몸을 마구 때려댔다.
'이, 이대로 더 가버리면 머리가, 망가, 져어엇♥♥'
거대한 좆이 뇌를 보지 삼아 마구 찌르는 듯한 감각이었다.
아무리 정신이 남자라고 한들, 이 정도의 쾌락을 쉴 틈 없이 느껴버리면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대체 뭔데. 대체 뭘 먹인 건데... 흣?!
"졔, 졔바, 샤려쥬셔허... 뎌, 뎌 이샹 갸면 쥬거버려어..."
"죽지 않아."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마법사에게 간절히 애원했지만, 상대는 이 미칠 듯한 오르가즘을 멈춰 줄 생각이 없는 듯 싶었다.
...싫어.
그저 숨을 쉬기만 해도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강간 당하는 것만 같았다.
"네가 먹은게 뭔지 알아?"
"...흣♥"
상대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울렁거리며 뇌를 녹여대는 뜨거운 열기에 전신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대답."
"모, 모르게쎠혀..."
고압적인 목소리에 절레절레 도리질을 쳤다.
대답하지 않으면 더한 짓을 해주겠다는 듯한 느낌의 음성에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너무 가버려서 그런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끝임 없이 이어지는 쾌락은 아직 끝이 아니라고 외치며 내 전신을 범하고 있었다.
"단탈리온의 체액. 그것을 수백 배 고농축해서 만든 발정제야."
"...무슨, 하아으♥"
쪼르르르ㅡ
"그, 그먄, 그먄, 아하아아악♥♥♥"
마법사의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액체가 복부에 닿지마자 짐승과도 같은 신음 소리를 내지른다.
방울 하나하나가 자그마한 딜도가 되어, 전신이 보지가 된 내 몸뚱이를 마구잡이로 쑤셔대는 듯한 감각이었다.
"갸, 갼댜♥ 갸앗♥ 갸아, 앗♥ 갸아아오오으으으윽?!?!?!♥♥♥♥♥"
깜빡, 하고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순간적으로 멈춰선 심장에 거칠게 숨을 토해내기도 잠시, 다시 한 번 느껴지는 거친 쾌락에 양 다리가 제멋대로 개다리춤을 추기 시작했다.
'암캐야♥ 나, 이미 암캐가 되어버렸어♥♥'
오직 가는 법 밖에 모르게 된 몸뚱이가 내 등을 마구잡이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걸린 낭떠러지의 끝.
그곳에 서서, 발가락 하나로 버티는 곡예를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해야 이 지옥과도 같은 쾌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시, 싫어어어엇♥♥♥"
새된 비명이, 어두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잠시 자기가 지내는 방으로 와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일까.'
쥐의 모습을 한 사역마가 전해준 쪽지의 내용을 읽은 용사가 천천히 한숨을 토해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늘어나는 자괴감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제가 잘못해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가 제발 살려, 흑, 주세요...'
대체 무엇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기절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의연하게 받아들였었다.
한 번은 쾌락에 빠져 정신을 잃기도 했고, 고통에 허덕이며 살려달라고 빌기도 했었으며,
마지막으로 제 성기를 벌리며 전부 포기한 듯이 음울한 목소리로 섹스를 제안했더랬지.
...결국 살려달라며 빌기는 했지만.
"...설마 또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피투성이가 된 마왕의 모습을 떠올린 용사가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다시 한 번 그런 모습이 되어있다면, 그리고 그 모습을 만든 것이 에밀리라면, 나는 대체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까.
화를 내야 하나? 왜 그녀를 이런 꼴로 만들었냐고?
그것도 아니라면 잘 했다며 박수라도 쳐야 할까.
"하, 내가 마왕을 걱정하고 있다니."
헛웃음을 내뱉은 용사가 손에 쥐여진 자그마한 쪽지를 구겼다.
무슨 용무인지는 몰라도, 일단 직접 찾아가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을 터였다.
에밀리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걸 거칠게 범한 내가 마왕을 걱정한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니까..."
에밀리가 무슨 이유 때문에 자신를 불렀는지, 바로 그것을 알고 싶어서 향하는 것 뿐이었다.
용사가 마왕을 걱정해서 제 동료의 방으로 향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상대를 그 꼴로 만들기까지 했는데 걱정을 한다?
그건, 위선이나 마찬가지겠지.
"..."
저번과 같이 길게 이어진 복도를 걷는다.
여전히 기괴할 정도로 괴악한 그림들이 걸린 통로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침내 보이는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선택한 용사가 제 눈앞으로 난 풍경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깨진 유리창과 떨어진 액자들.
누군가가 신경질적으로 망가뜨린 듯한 풍경이었다.
"여긴가?"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조각이 걸음을 멈춘 용사의 발에 밟혀 으드득, 하는 소리를 냈다.
에밀리의 쪽지 적혀 있던 방은 바로 이곳.
다른 방들의 것보다 더 어두운 색으로 물들어 있는 문에, 용사가 잠시 숨을 골랐다.
똑, 똑.
"에밀리, 나야."
"들어와."
마법이라도 쏟아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여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맞이한 에밀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평소와 같이 묻는다.
얼마 전에 들었던 매도와 경멸이 아직까지 귓가에 맴돌고 있었지만, 용사는 최대한 태연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응, 엄청나게 좋은 일이 있었지."
주욱 찢어지는 입가가 순간적으로 기괴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듯, 에밀리의 얼굴에 담긴 것이 사랑에 빠진 소녀와도 같은 풋풋함으로 바뀌었다.
마치, 제 스승의 이야기를 할 때와 같은 표정을.
"아서 너도 좋아할 거야. 왜냐하면, 스승님을 되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거든."
"뭐?"
"물론 네 소꿉친구 또한, 말이지."
에밀리의 말에 용사의 눈동자가 덜덜 떨려왔다.
되살릴 수 있다.
누구를? 아리엘을?
"어떻, 게?"
"그것 때문에 너를 부른 거야. 스승님을 살려내려면 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거든."
"도움이라니 무슨ㅡ"
몇 걸음 옆으로 이동한 에밀리가 방 안에 나 있는 작은 쪽문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저 너머에 그 방법이라는게 있는 건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자그마한 쪽문이 열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큭?!"
그러다가 순간, 코를 찌르는 달큰한 향기에 용사가 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폭력적일 정도로 달콤한 냄새.
아주 잠시 동안만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를 찌르다 못해 뇌까지 침범해오는 체취에 심장이 제멋대로 덜컥였다.
"뎌, 뎌 이샹은 갸기 시려어어엇♥♥♥♥"
작은 다락방 안을 가득 채운 기묘한 열기.
후끈후근 하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차오른 페로몬이 용사의 좆을 뻣뻣하게 만들었다.
'당장 달려가서 저 보지에 좆을 처박아. 지금 바로!'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튀어나갈 뻔 했지만, 이를 악물고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마왕이 왜 저런 꼴이 되어 있지?
방금 전에 본 천박한 꼴에 바지춤에 숨겨진 귀두가 끈적한 쿠퍼액을 울컥울컥 토해냈다.
"이게, 아리엘을 살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고?"
"갸, 갸하♥ 흐아, 흐...♥"
사방을 가득 채우는 야릇한 교성에 용사가 에밀리에게 물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왕이 저렇게 비참할 정도로 망가진 것과 제 소꿉친구를 살리는 것에 대체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당연히 상관이 있지."
마왕이 네 소꿉친구랑, 내 스승님을 낳을 테니까.
불현듯 던져진 폭탄에 용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뭐라고?
방금 들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가,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문장들을 천천히 해체하기 시작했다.
'마왕이, 아리엘을, 낳는다고?'
미친 소리였다.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로, 정신 나간 소리였다.
"...설마 미치기라도 한 거야?"
반사적으로 튀어나간 말에 아차 싶었지만, 상대는 그다지 신경 쓰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그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것 마냥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처음에는 나도 너랑 똑같은 의견이었으니까."
이야기는 고르돌이 품에 안긴 아기를 제 딸이라고 말한 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기의 외형과 영혼이 마왕과 용사보다는 고르돌과 비슷하다는 내용으로 끝난 설명에 용사가 제 머리를 움켜쥐었다.
'마왕이, 고르돌 씨의 딸을 낳았다고?'
이미 그것부터 어지러웠는데, 마왕이 제 소꿉친구를 낳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되새길 때 즈음에는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거야, 아서."
멈추어 선 용사의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지금 이곳에서 마왕을 임신시킬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으니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