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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36화 (36/342)

Chapter 36 - 가고 싶지 않아.(4)

바보가 되어버렸다.

분명 바로 앞에 낭떠러지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더 기분 좋아지고 싶어.

기분 좋아진 끝에 뇌가 폭발해서, 그냥 기분 좋은 채로 죽어버리고 싶어.

그래, 그랬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큭, 하..."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용사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왜 그렇게 힘들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그냥 범하면 되잖아.

내가 싫다고 외쳤을 때처럼 무자비하게, 짐승처럼 범하면 되잖아!

"...나쁜 넘."

"..."

"녀는, 셰상에서 가장 나쁜 넘이야... 흐헷?!♥"

내 보지가 집어삼킨 용사의 손가락이, 꾸물거리며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내부의 신경들이 상대의 피부와 닿을 때마다 오싹오싹 저려왔다.

'아니, 이건 이 녀석이 손가락을 더 집어넣는게 아니라...'

내 질이, 용사의 손가락을 삼키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사의 자지를 밀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여댔던 질이었는데, 이제는 손가락이라도 좋으니 더 들어와 달라고 애원해대는 꼴이라니.

이 몸뚱아리의 천박함에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격이 다른 쾌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피가 나니까, 하지 마."

"...흣?!"

용사의 면상을 보면 볼수록 구역질이 솟아올랐다.

전신은 쾌락을 부르짖으며 눈앞에 있는 거대한 자지로 범해지라고 외치고 있는데, 희미하게 남아있는 정신이 상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잠시 미쳤었지.

아무리 그 흉악한 발정제를 먹었다고 해도, 스스로 좆을 넣어달라며 보지를 벌리다니.

"치, 친졀한 쳑, 하지 먀라..."

입술에 닿는 손가락이 혐오스러웠다.

당장에라도 그의 손을 쳐내고 싶었지만, 지금은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흣♥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머릿속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꾸물거리며 움직이던 질내가 마침내 용사의 손가락을 꺾어냈다.

그렇게 그 길고 두꺼운 손가락이 제멋대로 가장 예민한 골짜기를 두들길 때 쯤에는 허리가 활처럼 튕겨져 올랐다.

"가학, 가흐...♥"

거의 끝까지 차오른 절정.

참아내지 못하고 엉덩이를 마구 흔들다가, 제 풀에 지쳐서는 축 늘어진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더 이상은 못 가겠어.

'목 말라, 배고파, 힘들어. 너무 기분 좋아서, 오히려 아파.'

심장이, 고통스러워.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질이 마치 내 몸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마왕 씨!"

귓가를 때리는 외침에 반쯤 감겨있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열린 문 틈 사이로 달려오는 성녀의 실루엣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냈다.

"...도와줘."

어째서 저 변태 성녀에게 도와달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정말 싫고, 또 싫지만, 용사보다는 덜 쓰레기인 성녀 쪽이 차라리 더 나았다.

***

마족의 체액으로 인해 발정하게 된 마왕이 성녀에게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다니.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허허로이 웃다가도,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자식은 대체 왜 따라 온 거야?'

고개를 숙여서인지 보이는 건 발과 다리 뿐.

내 애액으로 인해 축축하게 젖어든 무릎을 봤을 때는 얼굴이 절로 뜨거워졌다.

...저렇게 많은 양의 액체가 내 몸에서 나왔다니.

"마왕 씨, 또 안 좋은 곳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으응, 지금은 괜찮다."

사실 괜찮지 않았다.

저 용사 새끼와 같은 방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간을 당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래. 용사가 있는 건 조금 불편하군."

"너ㅡ"

"용사님, 잠시 나가주실래요?"

꾸믈꾸물 움직여 성녀의 등 뒤에 숨어서는, 작게 중얼거린다.

그 읊조림이 멀뚱히 서 있는 용사 녀석에게도 들렸는지, 상대가 대번 표정을 굳히며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다.

물론 성녀의 단호한 말에 다시 입을 다물었지만.

"마왕 씨는 용사님을 무서워 하시니까, 잠시 마음을 고를 시간을 주세요."

"...그래."

무서워 해? 누가 누구를?

내가, 용사를 무서워 한다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지만, 딱히 그녀의 말을 정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야한 냄새가 나네요."

"...윽."

용사가 방 밖으로 나가자마자 들러붙는 성녀에 표정을 찡그렸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게 마치 변태의 그것과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녀석 밖에 없다면, 인생을 잘못 산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뭔가 우울해졌다.

"그나저나, 용사 님도 애쓰셨네요."

"그 녀석이 뭘 애썼단 말이냐."

"이런 야한 냄새를 풍기는 마왕 씨를 따먹지, 큼. 범하지 않은 거요."

확실히 그 점 만큼은 인정할 법 했다.

눈앞에 발정제를 마시고 자위를 해대는 여자가 있는데 곧바로 덮치지 않다니.

심지어 제 좆을 넣어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하는데 겨우 손가락으로 만족했더랬다.

아니, 만족은 용사가 아닌 내가 한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 바 아니다."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린다.

순간적으로 내 보지를 침범했던 두꺼운 손가락이 떠올랐지만, 머리를 털어내는 것으로 겨우 떨쳐낼 수 있었다.

'...대체 왜 그 새끼가 계속 생각나는 건데.'

그 고간.

가랑이 사이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좆.

내가 엉망으로 가고 있는 것을 보며 쿠퍼액으로 제 바지를 엉망으로 적시고 있었더랬지.

씨발 놈.

속으로 이유 없는 욕설을 내뱉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면, 마왕. 조금 쉬고 계세요."

"...어디 가느냐?"

"잠시 산책 좀 다녀올게요."

붉어진 얼굴을 가린 성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더니, 이내 문 너머로 사라졌다.

불러 세울까, 하는 생각을 잠시 동안 하기는 했지만 결국 그러지는 않았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정적이 내 머릿속을 엉망으로 어지럽혔다.

"갑자기 그런 배려라니, 웃기는구나."

차라리 개처럼 따먹었다면 이런 복잡한 심정이 들지도 않았을 터였다.

제 소꿉친구를 강제로 범해 죽인 마족과, 그 마족의 체액으로 만들어진 발정제를 먹고 절정하는 마왕.

그 둘 사이의 공통점에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용사와는 꽤나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일까.

"...흣♥"

손가락으로 살짝, 보지 근처의 살덩이를 짓누르자 작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단탈리온의 독을 몰아내기는 했지만, 뇌를 녹일 정도의 쾌락으로 인해 몸은 아직까지 잔뜩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런 짓, 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흣, 흐앙♥"

두툼하게 부툴어 오른 보지는 마치 발정기에 오른 암캐의 그것처럼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당장 임신하고 싶다는 듯이 쿵쿵 울려대는 하복부에 정신이 흐물흐물해졌다.

"...분명, 단탈리온의 독은 해독했는데."

멍하니 중얼거리며 침대 위에 몸을 뉘인다.

보지에서 애액이 질질 새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다리를 오므리고는 균열 사이로 슬며시 손가락을 집어넣자 자궁이 쿵쿵 울렸다.

"히야아아악...♥"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기분 좋아...

질내를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자궁이 점점 내려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기를 임신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듯한 신체에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가고 있어.'

"오, 온, 다아아아아앗...♥ 흐으으으으으읏♥♥♥"

파도치듯 몰려오는 오르가즘에 두 눈을 꾹 감았다.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이 이러저리 흔들리는 시야에 머리가 망가질 것만 같았다.

무서워.

이런 쾌락 따위, 느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이미 여자의 기쁨을 알아버린 신체는 내 생각과는 정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아."

절정의 여운으로 게슴츠레 뜬 눈 너머로, 커다란 거울이 보였다.

그 깔끔한 단면에 보이는 여자의 얼굴은 이미 글러먹을 대로 글러먹은 하나의 암컷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런 건, 이런 건..."

뒷목이 싸늘하게 내려앉는다.

최후의 최후, 그 마지막 한 조각에 붙어있던 이성이 더 이상 추해지지 말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아니, 분노하고 있었다.

"이런 건, 내가 아니야!!!!!!"

쨍끄랑!!!!!

"하아, 하아, 하..."

방금 전까지 누워있던 것이 거짓말이라는 듯, 순식간에 튕겨져 일어난 몸이 그대로 거울을 뒤집어 엎었다.

이딴 건 내가 아니야.

이딴 창녀의 모습을 나한테 보여주지 마.

내가 이 정도로 망가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지말라고!!

"싫어... 이제는, 흑, 싫단 말이야..."

분함이 한계를 맞이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눈물이 터져나왔다.

깨져버린 거울 조각 하나하나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울고 있는 마왕의 얼굴이 비쳤다.

마왕, 용사, 섹스, 아기, 절정, 성녀, 마법사, 단탈리온, 발정, 다시 마왕.

그리고, 나.

내게 얽혀있는 여러 생각들이 검은 손아귀가 되어 심장을 움켜쥐었다.

"..."

그 모든 것들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 따위야 얼마든지 있었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자, 깨진 거울 조각들이 연약한 발바닥의 피부를 뚫어냈다.

"...이대로 죽으면, 더 이상 망가지지 않을 수 있어."

내가 나로 있을 수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대로 팔을 뻗어 바닥에 흩어진 파편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을 손에 쥐었다.

어찌나 힘을 줘서 잡았던지 손아귀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아파.'

하지만, 이대로 끝을 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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