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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46화 (46/342)

Chapter 46 - 눈먼 자들.(8)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정하는 것이 곧 마왕의 이름을 정하는게 맞다면, 아리엘이라는 이름은 마왕의 이름이 맞았다.

그야, 내가 마지막으로 플레이 했던 마왕의 이름이 바로 아리엘이었으니까.

이 빌어먹을 게임은 마왕의 이름에 따라서도 스토리 라인이 조금씩 달라졌기에, 사람들이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닉네임들을 기를 쓰고 찾아냈더랬다.

"왜, 무언가 문제라도 있는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둘에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행동이 둘에게, 특히 용사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을 한껏 일그러뜨린 걸 보니 꽤나 속이 쓰린 듯 싶었다.

'마지막 양심 때문에 어떻게든 참고 있었지만...'

용사의 소꿉친구가 얼마나 처절하게 죽었는지는 모든 플레이어가 알고, 내가 알고 있었다.

절대 불변의 스토리.

절대로 살릴 수 없는 용사의 히로인.

백 번을 플레이 했다면 백 번, 천 번을 플레이 했가면 천 번, 만 번을 플레이 했다면 그 만 번 전부 능욕 당한 끝에 죽어버리는게 그녀의 운명이었으니까.

"...거짓말, 하지 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울린다.

겨우 이름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분노하다니.

아무래도 제 소꿉친구가 더럽혀졌다느니, 모욕 당했다느니 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용사, 나는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단 한 순간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

"..."

담담하게 선고한다.

여신에게 비는 소원 따위로는 절대 사람들의 부활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도, 지금 회차의 마왕이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도.

전부 다 진실이야.

"...지랄하지 마."

그건 곧 용사의 역린이었다.

무고한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검을 뽑아든 그가, 다른 무고한 이를 이토록 무참히 짓밟았다는 것.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자기 세뇌를 하게 될 일이겠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감히 그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올라다니... 미친 년."

용사가 제 분을 못이겨 턱을 덜덜 떨며 말하니, 발음이 반쯤 새어나갔다.

한껏 격앙된 목소리와 말투 속에는 격한 분노가 용솟음 치고 있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용사의 고간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싶었다.

"...왜, 마왕군에게 희생된 이들 중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인간이 있었나?"

"...하."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묻는다.

헛웃음을 짓는 용사의 표정이 우스워 마음속으로 실소를 멈추지 못했다.

왜, 때리고 싶어? 죽이고 싶어? 아니면, 범하고 싶어?

"레이나."

"...왜 그러지, 마왕."

처연하게 웃어보인다.

차마 나를 아리엘이라 칭하지 못하는 엘프에게 내 품에 안겨 있던 아기를 건넸다.

아기를 부탁해.

"흐앙, 흐앙, 흐아아앙..."

엘프의 품에 안겨들자마자 울기 시작하는 아기의 울음 소리가 이토록 슬플 수 있을까.

당황한 듯 나와 용사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엘프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눈을 꾹 감았다.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가.

선택에 기로에 선 채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용사를 저울질 하고 있는 듯 싶었다.

"...미안하다."

"아니, 아기를 맡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어차피 세계수를 낳는다는 가능성을 보려면, 내가 용사에게 범해져 아기를 낳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차라리 그녀가 아기를 맡아주는 편이 더 났겠지.

제 자식을 품에 안고 억지로 범해진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너도, 적당히 해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용사의 어깨를 툭 치고 방 밖으로 빠져나가는 엘프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은 녀석들이구나.

멀어지는 아기의 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내 앞으로 다가온 용사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왜, 죽은 줄 알았던 아기가 살아있으니 죄책감이 덜어졌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라면, 얼마 전에 저지른 일 때문에라도 이런 짓 따위는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기를 죽일 뻔 했으면서 어떻게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수 있는지.

"흣..."

"닥쳐."

밀쳐지듯이 바닥에 눕혀지자, 차가운 바닥의 한기가 등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처음과 같네.

침대가 아닌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강제로 범해졌을 때가 떠올랐다.

"똑같은 전개인데, 질리지도 않나 보구나."

언제나 그랬다.

용사는 하루도 빠짐 없이 나에게 화가 난 상태였고, 화가 나면 제 좆을 발기시키고는 엉망으로 범해댔었지.

사람이란 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토록 와닿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 이제는 질릴 때도 됐지."

"흣?!?!!"

가슴을 움켜쥔다.

용사가 쥐는대로 짓눌린 가슴에서, 크림색의 액체가 슬슬 흘러나왔다.

상상 이상의 고통에 눈물을 찔끔 뽑아내자, 용사가 표정을 굳혔다.

"흐,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언제나처럼 범하려던 것 아니었나?"

속삭인다.

제 소꿉친구와 같은 이름을 가진 마왕이, 일그러진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속삭인다.

바지춤에서 제 육봉을 꺼낸 용사가 전혀 젖어들지 않은 마왕의 음문에 그 흉악한 물건을 삽입하려는 찰나였다.

"아서."

멈춰선다.

제 좆을 바라보던 시선이 내 얼굴을 향했다.

거칠게 요동치는 눈동자 너머로, 울며 웃는 내 얼굴이 한가득 비춰지고 있었다.

나를 통해서 무얼 보고 있는 걸까.

겨우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 정도로 동요하다니, 유쾌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를, 또 범해서 죽이려는 거야?"

애처로운 목소리로, 평소와는 다른 말투를 사용해 용사의 정신을 뒤흔든다.

내 말을 들으며 무얼 떠올리고 있어?

분명 단탈리온에게 강간당해 죽어가던 소꿉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겠지?

그렇지?

"...닥쳐."

언재나 내뱉는 말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깊이가 달랐다.

마치 심장을 긁어내리는 듯한 목소리로, 제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마를 향한 분노로 가득 채워진 채 내질러진다.

"너무하구나. 조금은 변할 줄 알았는데 또 이런ㅡ"

"닥치라고!!!"

"우프흡?!?!!!"

계속해서 속을 긁을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푸켁, 푸엑, 켁?!?!!!"

"마왕 주제에, 그녀를 따라하지 마. 그 더러운 입으로, 아리엘을 모욕하지 말라고!"

입 속에 용사의 자지가 쳐박힌다.

그 어떠한 자비도, 조절도 없이 처박아진 좆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수, 숨이, 숨이, 숨...'

"우흡.. 흡?! 흐읍?!?!!"

그 거대한 좆이 입을 넘어서 목구멍 너머까지 뚫어댔다.

목젖에 닿는 걸로도 모자라 목젖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폭력에, 구역질이 치솟았다.

"우엑, 엑, 에엑... 우엑..."

"망할 년, 씨발 년이... 씨발 년아!!!"

숨 막혀, 숨 막혀, 숨, 막...

"켁..."

물건의 크기가 상상 이상이라, 턱이 아팠다.

하지만 가장 문제인 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잔뜩 뒤로 빼려고 했지만, 내 뒤통수를 붙잡는 거친 손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주거, 주거, 진짜 주거어엇......'

고통스러워, 숨이, 안 쉬어져...

퍽, 퍽, 퍽!!!

살벌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용사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목구멍이 파열되는 것만 같았다.

아래쪽으로 받아들일 때도 죽을 만큼 괴로웠는데, 이건...

뷰르르르르릇!!!

"케헤, 케학, 켁..."

용사의 사정과 함께 내 목구멍에 처박혀 있던 거대한 좆이 쑤욱, 하고 뽑혀져 나갔다.

얼마나 커다란지, 내 목구멍 전체를 뒤집어 엎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엑, 우웨에에엑......"

구역질을 해대니 목구멍을 통해서 새하얀 백탁액이 쏟아져 내렸다.

그 끔찍한 광경에 벌벌 떨며 몸을 웅크리자, 목젖에 들러붙은 정액 덩어리가 그만 쉬라는 듯 강제로 토악질을 시켜댔다.

'더러워, 더럽다고... 더러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위장에 용사의 정액이 가득 찬 것이 느껴졌다.

단 한 번의 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속이 더부룩해질 정도로 배가 차올랐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속을 게워낸다.

내 위장을 채운 정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토해내기 위해, 그렇게.

억지로 토해내려고 하니 입으로도 모자라, 코를 통해서도 정액이 흘러나왔다.

뇌를 마비시킬 정도로 진한 수컷의 향기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의미 없는 짓을, 켁, 하는구나..."

차라리 질내에 싸질렀다면 아기가 생겼겠지.

지금 용사가 한 짓은 그저 제 화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흣, 하아, 켁... 흡..."

한참 동안 막혀 있던 숨구멍이 트이자 세상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언제 했는지도 모를 실금에 대리석 바닥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이러다가는 오줌싸개라고 놀림 받을지도 모르겠는걸.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청히 웃다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하아, 하, 흐..."

그저 목구멍 안에 좆을 처박는 행위일 뿐이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진이 빠졌다.

미친 새끼. 진짜 죽이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씨발...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멍하니 천장의 얼룩을 세며, 다음에는 또 어떤 끔찍한 짓을 당할지 떠올려댔다.

"..."

하지만 용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나를 범해, 텅 빈 자궁을 다시 한 번 임신시킬 기세로 달려들던 녀석이 갑자기 우뚝 굳어버렸다.

고장난 기계처럼 제 좆과 내 얼굴을 바라보던 용사가, 돌연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큭..."

마치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모습에, 심장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역겨운 새끼.

왜 네가 고통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내 얼굴에 남은 건, 비릿한 미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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