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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71화 (71/342)

Chapter 71 -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6)

주사기의 내용물이 전부 빨려들어간 직후, 할리벨은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늘어져 버렸다.

마치 눈을 뜨고 죽은 것처럼 보이는 그 광경에, 나는 쏟아지려는 비명을 억누르기 위해서 입을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죽은 거야?'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시체처럼 늘어진 할리벨을 들어올린 남자가, 그대로 내가 들어있는 장롱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들켰나 싶어 잔뜩 긴장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다, 다 보이잖아.'

할리벨의 양 허벅지에 팔을 끼워넣어 그대로 들어올리고는, 머리 위의 뿔을 붙잡는다.

천박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희어멀건 액체가 거침 없이 떨어져 내렸다.

설마.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이 다음에 이뤄질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일어, 나라고!"

"오, 옥...♥"

남자의 자지가, 그대로 꽂혀 들어간다.

힘 없이 떨궈져 있던 팔이 일순간 펄떡임과 동시에, 초점을 잃었던 눈동자가 각성했다.

쾌락이 한계치를 뚫어냈는지, 그녀의 콧구멍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기분이, 이상해.'

"오, 오옥, 오오오옥♥♥♥"

그 뒤에 이어진 건 짐승보다 더 격한, 천박하고도 저열한 교미쇼의 시작이었다.

사지를 완전히 결박 당한 상태로, 마치 오나홀을 다루는 것처럼 할리벨의 보지를 쑤셔댄다.

주먹을 두들겨 맞아 붉게 올라온 복부가 남자의 좆으로 인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이게 좋냐? 이게 좋아?! 이 섹스에 미친 서큐버스 같으니!!"

"오고, 오흑?! 아, 으헤... 오으...♥♥"

바로 코 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이 아래로 내려가서는 반사적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둔덕을 스쳐내려갔다.

"힉..."

순간 느껴지는 찌릿한 감각에, 나는 신음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거친 신음 소리 덕분이 내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남자의 좆을 바라며 부불어오른 보지 위를, 천천히 쓸어내리자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쾌락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안 돼.

"머, 멈춰야, 해."

멈춰야, 하는데...

"읏, 으흣♥"

멈출 수가 없어.

만지면 만질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바로 앞에서 짐승처럼 교미하고 있는 둘의 모습과 함께, 체내를 물들인 할리벨의 체액이 내 정신을 순식간에 녹여내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멈춰 줘..."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또다른 자아가 있다는 것처럼 멋대로 손가락이 움직여,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검지 손가락 하나를 내 보지 안쪽으로 들이밀었다.

"히얏♥"

기분, 좋아.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

당장에라도 그만두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추잡한 섹스에 손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쑤시고, 쑤시고, 또 쑤신다.

"힉, 흑, 흐♥"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지를 만지는 이 상황이 왜 이렇게 비참하게만 느껴질까.

쾌락을 절제하지 못해 터져나오는 신음이, 부디 저 남자에게 닿지 않기를 빌며 계속해서 검지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지만.

'...부족해.'

검지 손가락 하나만으로는 부족해.

굵기가, 부족해.

내 안을 쑤시던 좆은 이런 크기가 아니었어.

아프다 못해 죽을 정도로 크고, 더 크고, 엄청나게 컸는데.

프샤아아앗♥♥♥

"읏?!"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내 앞에 들이밀어져 있던 보지에서 엄청난 양의 조수가 뿜어져 나왔다.

바깥과 안쪽을 나누는 문을 전부 적시는 걸로 모자라서, 희미하게 난 문 틈을 뚫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나, 나도..."

저런 식으로, 천박했을까?

단탈리온의 체액을 먹고, 용사에게 섹스를 요구했을 때도 저런 느낌이었을까.

자괴감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겨우 자괴감 한 조각 따위로, 내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질꺽♥ 질꺽♥

"아, 안쪽까지 안, 닿아..."

하나가 아니라 둘, 둘이 아니라 셋.

하물며 손 전체를 집어넣는다는 느낌으로 손가락들을 쑤셔넣어도, 안쪽 깊숙한 곳까지 닿지가 않았다.

더 크고 길다란 무언가가 필요해.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용사의 좆.'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숨을 집어삼켰다.

미친 새끼.

떠올릴게 없어서 그딴 걸 떠올려?

"갸아아아아아아?!?!!♥♥♥♥"

"헉, 허억, 이 씨발 년... 대체 얼마나 쥐어짤 생각인 거냐고..."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체액의 위로 할리벨이 떨어져 내렸다.

철퍽거리는 소리를 흘리며 얼굴을 처박고는, 완전히 망가진 얼굴로 천박한 소리를 흘려댄다.

더 이상 지성체라고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저열한, 그냥 좆을 받아들인 뿐인 암컷 구멍.

'...그 때 용사가 좆을 박아넣었더라면.'

그랬다면, 나도 저런 꼴이 되었었겠지.

욕짓거리를 내뱉은 남자가 방 밖으로 나갈 때까지, 나는 하복부를 타고 흐르는 끔찍한 감각에 파묻혀 허우적거렸다.

나도 이렇게 되버릴지도 몰라.

그런 불안감에 휩싸여, 몸을 바짝 웅크렸다.

'차라리 계속 여기 안에 숨어있는다면.'

아무도 찾지 못하지 않을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쳐서 죽은 듯이 지내면, 이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을거 아니야.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할리벨."

"헤, 흐헤, 헤...♥"

그녀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이대로 방 밖으로 나가서 여관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꿈처럼 없던 일이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래, 그냥 가자.

'그런데, 그냥 가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해?

나를 강간해댄 용사와, 여신이 몸에 깃드는 성녀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엘프에 내 아기를 빼앗아간 드워프.

그리고 미친 마법사까지.

그 단순한 사실 하나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전신을 뜨겁게 달구는 암컷의 향기와 함께, 내 마음이 할리벨에게로 향했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을까."

나도, 그리고 너도.

다리를 팔딱이며 보지 안에서 정액을 꿀럭꿀럭 토해내는 할리벨의 옆에 주저앉는다.

그녀의 안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내 몸을 적셨지만, 신경쓰지 않고 무릎을 끌어모아 그 위로 턱을 괴었다.

죽인 만큼 낳아라.

혹시 그녀도 그것 때문에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서큐버스이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는 너처럼 변하게 될까."

용사의 좆에 엉망으로 절정하여, 하나의 암컷으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을 상상하자 눈앞이 희게 물들었다.

싫어. 그렇게 되기 싫어.

그런데, 아기를 낳으려면 그렇게 되어야 하잖아.

애초부터, 나에게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으, 으으?"

"...정신이 조금 드나?"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던 할리벨이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였다.

마치 오래된 컴퓨터를 부팅시킬 때와 같이 괴상한 신음을 흘린 그녀가, 흐려진 눈동자를 선명하게 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왕님."

"..."

"어땠어요?"

단순한 질문이었다.

어땠냐고?

그에 대한 답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끔찍했다."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더러웠어.

몸서리가 쳐질 정도 폭력적인 섹스였다.

아니, 그걸 과연 섹스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냥 제 성욕을 처리하기 위해서 그녀의 몸뚱이를 사용하는 자위 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네요, 네."

아직까지도 제 몸을 맴도는 절정 때문인지, 혹은 약기운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상대의 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미소에서, 짙은 슬픔이 느껴진다면 그건 거짓말일까.

"그런데, 이런 쾌락이라도 없으면 더 끔찍해서요."

"..."

"처음에는 강제로 가버리는게 무서웠는데, 이제는 아무런 쾌락도 없이 고통만 있는 섹스가 더 무서워요."

쾌락은 정신의 희미하게 만들어주지만, 고통은 정신을 각성시킨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괜히 제정신을 유지했다가는 결국 미쳐버리고 말거라며, 할리벨이 쓴 웃음과 함께 말했다.

"차라리 죽으면,"

나아질까.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몇 번이고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었고.

"이거 보이세요?"

"...그래."

그런 내 질문에 할리벨이 제 목에 걸린 초커를 가리켜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악세사리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이제는 그녀의 모든 것을 억압하는 하나의 구속구로만 보였다.

심지어 죽음을 선택할 권리조차도 빼앗긴 그녀를 과연 인격체라고 볼 수 있을까.

...전혀.

"죽으려고도 했는데, 안 되더라구요. 하, 인간에게 강간을 당하는 서큐버스라니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

물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상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모든 설움이 집약된 그 한 줄기의 눈물에, 심장이 먹먹해졌다.

"그래도, 뭐. 죽는 것보다는 사는게 낫더라구요."

옆 방에 있는 인간도 잘해주고, 가끔씩 오는 친절한 남자들도 있고요.

서큐버스 입장에서 이 정도로 편하게 정기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또 없잖아요?

약을 집어넣거나, 줄톱으로 뿔을 자르려고 하거나, 날개나 꼬리를 잡아당기는 건 조금 그렇지만...

으응, 그러니까...

괜찮아요, 저는.

"...정말,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건가? 이런 생활을 하면서, 잘 지낼 수가 있다고?"

변명하듯이 횡설수설 내뱉어진 말에, 반사적으로 묻고 말았다.

그런 내 질문을 들은 할리벨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질문이었는데.

대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절망으로 가득 채워진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필사적인 긍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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