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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12화 (112/342)

Chapter 112 - 탈출.(13)

언제나 강제로 범해져 오거나, 체액의 힘을 빌어 하던 섹스 뿐이었기에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시선을 피한다.

목에 들러붙은 부적의 감촉만 아니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저, 음..."

"자."

머뭇거리는 용사의 손을 붙잡아, 천천히 내 고간 사이로 가져다 댔다.

제 손가락이 내 몸에 닿을까 움찔거리는게 꽤나 우스웠다.

언제는 잘만 만지더니 지금은 또 부끄러워 하는구나.

"여기, 흣, 야..."

"..."

"나도 방금 알았는데, 여기를 만지면 기분이 좋아져서... 읏♥"

용사의 손가락이 공알을 스칠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떨려왔다.

스스로가 만지는 것도 충분히 자극적이었지만, 타인의 손길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뭐라고 할까.

더 끈적하고 할지, 아니면 야하다고 할지...

덜덜 경련하는 몸뚱이에 용사가 손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양팔로 꼭 붙들었다.

"봐."

"..."

그렇게 몇 분, 투명한 액체로 범벅이 된 손을 내밀어 보인다.

이렇게 될 수도 있었구나.

처음부터 이런 감각을 느꼈다면 진즉 함락 당했을게 분명했다.

상대가 정신 동정이라서 이렇게 오래 걸렸을 뿐이지.

"네가 지금까지 했던게, 뭐라고 생각해?"

"...미안."

"지금은 됐어. 어차피 그것도 여신이 한 짓이니까."

전부 털어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을 여신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입은 상처가 너무도 컸다.

무엇보다, 여신이란 존재는 현재의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으니까.

원망할 상대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용사를 원망했지만, 원망하면 원망할 수록 스스로가 더 힘들어져 결국 관뒀더랬다.

속에서 곪아가는 이 어두운 감정을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하면 되는 거야."

쾌락이란 건, 특히 자신이 원하지 않는 쾌락이란 건 고문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차라리 나을 터였다.

증오로 지울 수 없으니 쾌락으로 지워보지, 뭐.

대충 그런 생각이었다.

'사실 머릿속이 멍해서 잘 모르겠지만...'

몸이 땅에 붙어있는데도 둥실둥실 떠있다는게 이런 느낌일지도 몰랐다.

남자의 오르가즘은 단발성이지만, 여자의 오르가즘은 지속성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어라, 그러면 나 지금 가고 있는 건가?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으응, 어떻게 해야 할까."

옷을 벗는 것 까지는 쉽게 했는데, 그 뒤가 문제였다.

서로 알몸인 채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부끄러웠다.

마주 본 상태에서 시선이 맞으면 누구 하나가 슬쩍쓸쩍 시선을 돌려댔다.

분명 몇 번이도 몸을 섞었던 사이일 텐데, 이번 만큼은 특히 더 이상했다.

"...내가 하기에는 조금."

"...나도."

용사는 지금까지 날 강제로 범해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그리고 나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머뭇거리고 있다가는 기껏 달아오른 몸이 식을 것만 같았다.

...이러면 어쩔 수 없나.

입술을 꾹 깨물고는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용사와 함께 가슴을 마주대니 둥그런 과실이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일단은, 내가 먼저 할게."

그런 식으로 말은 했지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모르겠다.

할리벨의 체액을 마셨을 때는 몸이 반쯤 제멋대로 움직였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피부와 피부가 닿으니 느낌이 이상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조금 야한 기분이 들었다.

"...넣어볼게."

가만히 있어봐.

그런 말을 하며 눈앞의 가슴팍을 살짝 밀쳤다.

얼마 되지 않는 힘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는지 용사가 바닥에 누웠다.

분명 등을 대고 있는데 단 하나만 우뚝 솟아오른 채였다.

"오, 아..."

...역시 다시 봐도 말도 안 되는 크기잖아.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사이즈의 물건에 기가 질렸다.

지금까지 이런 걸 어떻게 몸 속에 넣었던 거지?

'찌, 찢어지지 않을까.'

평소보다 더 화가 난 듯한 자지 위에 슬쩍 몸을 가져다대니 불에 달궈진 것 마냥 홧홧 달아올랐다.

뜨거워.

무슨 불기둥도 아니고, 뭐야 이게.

뭔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어떻게든 억지로 넣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겁을 집어먹어서 그런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안 되겠어..."

조금 진정하고 나중에.

일단 나중에!

덜덜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엉거주춤 앉아있던 몸뚱이를 그대로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었다.

했었는데.

미끌ㅡ

"아?"

거짓말.

"흐아아으으으으아?!?!♥♥♥"

순간적으로 시야가 희게 물들었다.

시간로 따지자면 2초 정도일까.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떨구니,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가 눈에 들어왔다.

안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안에 있는게 바깥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서, 설마... 흐헥♥"

서둘러 빼내려고 했지만,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빠져나오지를 않았다.

내, 내가 잡고 있는거 아니야!

아니, 잡고 있는 건 맞지만 그런 종류의 상황이 아니라고?!

"...아서."

"으, 응..."

용사는 사정을 참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치는 모양이었다.

질내를 가득 채우다 못해 넘치는 크기의 좆에 그의 귀두가 어디까지 침범했는지 깨닫고 말았다.

"자, 자궁까지, 들어왔...어♥"

쾌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몸이 절로 움직였지만, 용사의 자지에 꿰여져 있는 상태라 완전히 숙여지지는 않았다.

...움직일 수 있을까.

아니, 굳이 움직여야 할까.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조금만 삐끗한다면, 완전히 떨어질 것만 같았다.

"무리하지마."

"..."

짙은 쾌감에 몸을 덜덜 떨고 있으니, 용사가 천천히 내 몸을 안아왔다.

인간들보다 차가운 몸을 가진 나와, 평범한 사람보다 뜨거운 몸을 가진 용사.

마치 불에 데인 듯이 뜨거웠지만, 왜인지 모르게 안심할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이라는게, 이렇게 따뜻했구나.'

전의 세계에서도 가지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그 상대가 용사라는게 조금 아이러니한 사실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그냥 이대로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내가 소중하다고 했었, 지?"

"...응."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한 거야?

하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필요했다.

소중하다는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것에 대한 정답을 듣고 싶었다.

소꿉친구를 부활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향한 소중함인지, 아니면 나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건지.

그런, 간단한 확신이.

"너를,"

"...나를?"

마른침을 삼켰다.

어째서 내가 긴장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대답이었다.

어쩌면 이 대답 하나에 모든 것이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나, 용사나,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둘의 관계라던지 그런 것들.

"사랑, 하고 있어."

"..."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들었던 말이 맞나 싶어 몸을 움직이려고 하니, 속에 가득 들어찬 뜨거움이 머리를 향해 퍼져나갔다.

진짜네.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니었구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언제는, 나를 싫어한다면서."

증오한다면서. 죽여버리고 싶다면서.

용사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결 같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유가 뭘까."

질문 같은게 아니었다.

그냥 순수한 궁금증에 터져나온 의문이었다.

용사가 나를 사랑한다고? 어째서?

무언가 목적이라도 있는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여신의 저주에 당해서?

아니면 다른 무언가로 인해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겠지.

"나를 사랑하면, 여신이 네 소꿉친구를 되살려준데?"

용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한테 했던 짓들의 속죄를 위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정이었다.

아직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었지만, 용사가 나에게 미안해 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만약 그렇게 만들어진 사랑이라면 굳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용사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잠기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확신한 부정의 표시였다.

"너를, 마음에 담아둬서 그래."

아이들을 바라볼 때의 미소가 예뻐서.

잠을 잘 때 보여주는 그 무방비한 표정이 귀여워서.

가끔씩 보여주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이 너무도 아득해서.

엘리와 할리벨을 향하는 눈빛이 너무나 따뜻해서.

레이나의 묘에 갈때마다 보여주는 그 울적함이 너무나 아려와서.

그리고, 나를 볼 때마다 슬픔으로 젖어드는 입꼬리가 너무 아파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런 이유 때문에.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나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

잠시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시야가 뿌옇게 물들어 있었다.

어라, 눈앞이 왜 이러지.

눈을 감았다 뜨니, 뜨거운 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못 말하겠어.

너 따위는 아직도 혐오스러워 죽을 것 같다고 말해야 하는데, 못 말하겠어.

"...좋아."

"..."

"한 번만, 넘어가 줄게."

그대로 용사의 몸을 꼭 껴안았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서로 얽혀, 이내 하나의 박자를 만들어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리듬 속에서, 용사의 물건이 점점 부풀기 시작했다.

"간, 닷...♥♥"

자궁을 가득 채우는 뜨거움과 함께,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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