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8 - 겨울의 끝은...(3)
"바보."
"응."
"멍청이야, 진짜."
쪽, 하고 입술이 닿았다.
이번에는 복부였다.
용사의 정수리를 탁탁 두들기니 기다란 팔이 내 허리를 슬그머니 감싸왔다.
"정말, 그 여자랑 결혼 안 하는거 맞지?"
의심이 들었다.
원하는 건 가지고야 만다는 그 북부 여왕이, 이대로 용사를 쉽게 놓아줄까?
그럴 리가 없는데.
어쩌면 다른 것을 조건으로 나를 풀어줬을지도 몰랐지만,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그렇구나."
용사가 답했다.
그 올곧은 대답에 어떠한 문제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꽉 채워댔다.
이 신뢰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신뢰일까.
내 허리를 감싸안고 있는 아서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갓 수확한 곡물 같은 냄새가 났다.
"너에게 주고 싶은게 있어."
"..."
"...잠시만 놓아주지 않을래?"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용사가 나를 껴안고 있었는데, 어느새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힘으로 떼어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 건 나에 대한 배려이겠지.
...뭔가 부끄러운데.
"아리엘."
"...응."
용사의 손이 제 품 안으로 들어갔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뻗어지는 무언가.
자그마한 상자의 뚜껑이 열리자, 황금색의 보석이 박혀 있는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랑, 결혼해주지 않을래?"
"하."
역시 정신 동정 아니랄까봐, 고백을 하는 타이밍도 아주 쓰레기 같았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네.
왼팔이 아니라 오른팔이 망가진게 어쩌면 행운일지도 몰랐다.
불행 중에도 행운은 온다더니, 딱 그런 꼴이구나.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좋다고 할 때까지 노력해야지."
진지한 대답에 피식거리며 웃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뺨이라도 잡아당길까 싶었는데, 더 좋은 생각이 났다.
"어떻게 노력할 건데?"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용사가 하겠다는 노력은 말 그대로 전부 노력하겠다는 뜻일 테니까.
그럼에도 심술이 나서 불퉁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성의 없는 대답이잖아.'
누구는 자기 때문에 몸 고생도 하고 마음 고생도 했는데, 저 한 마디로 달랑 끝내버린다고?
조금 억지기는 했지만, 이런 억지 정도는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억지를 부리기로 했다.
"이렇게."
쪽, 하고 뺨에 입술이 닿았다.
진한 온기를 머금은 붉은색이 내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겨우 그런 걸로 될 줄 알아?
그 짜증날 정도로 태연한 얼굴을 흘겨보자 다시 한 번 입맞춤을 해댄다.
"히약?!"
이번에는 윗가슴.
뜨거운 숨결에 순간 새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서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느꼈는지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
"...아니지?"
거대하게 부푼 고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점점 달라붙는 아서의 가슴팍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두 손으로도 안 밀리던 것이 한 손으로 밀릴 리가 없었다.
점점 압박해오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뚱이에 눈을 꾹 감았다.
이대로라면 바로 범해져ㅡ
"싫으면, 그만 둘게."
"..."
몸이 떨어져 나간다.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한 건 왜일까.
그 사실이 쪽팔려서 고개를 돌리니, 아서의 손길이 천천히 내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손길에 저항하는 일 또한 하지 않았다.
"...오,"
"응?"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살살 해줘."
섹스를 시작하기 전에 고통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어떨까 싶으면서도, 결국에는 기대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더라.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서 기억도 나지 않았다.
"흐읏..."
하복부를 지그시 쓰다듬는 아서에 다리가 달달 떨려왔다.
내가 젖을 때까지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배려?
그 사실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렸다.
'분명 엉망진창인 표정을 하고 있을게 분명해.'
그런 얼굴 따위,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절대로.
"왜 예쁜 얼굴을 가리고 그래."
"...예쁘다고, 하지, 마ㅡ 흣♥"
입을 가린다.
방금 신음, 들렸겠지?
얼굴에 열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 달뜬 신음 소리를 들었는지, 아서의 좆이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마치 나를 죽여버릴 듯한 기세로.
"저, 전보다 훨씬 커진거 아니야?!"
아니, 확실하게 커졌어.
이제는 아주 나를 뚫어 죽일 기세인 육봉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끄러움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경악이 내 속에 꽉 들어차 있었다.
"...여, 역시 무리야."
저런게 들어갔다가는 망가질 거야.
분명, 엉망진창으로 부서질거라고...
"그렇지만 눈을 못 떼고 있잖아, 아리엘."
"이건 불가항력이야. 알겠어? 히약?!"
끄트머리가 하복부에 닿았다.
마치 뜨겁게 달궈진 쇠몽둥이 같은 느낌에 반사적으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그만. 멈춰, 멈추라고! 멈춰?!
투닥거리며 어깨를 두드려 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대신! 처, 천천히 넣어!"
가까워진 얼굴에 최대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눈까지 마주치면 정말 큰일날 것만 같았으니까.
간질간질한 기분에 허벅지를 비비니 미끌거리고 끈적한 느낌이 하반신을 채웠다.
'젖었구나...'
이제는 싫다고 해도 소용 없을 정도의 몸뚱이가 되어버린 듯 싶었다.
그래, 이제 받아들일 때도 됐지.
속으로 쓰게 웃으면서도 소심하게 다리를 벌렸다.
이 녀석에게 복수라고 싶을 때는 창녀처럼 벌리기를 망설이지 않았는데, 정작 이런 상황이 되니 수치스러워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으, 흣...♥"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겨우 귀두 부분만 들어갔을 뿐인데, 하반신을 쭉 벌려내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쾌락 덕인지 엉엉 우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쾌락이 가장 좋은 마취라더니, 딱 그 꼴이었다.
"자, 잠깐... 흣♥ 느, 느낌이 이상한데.....♥"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평소와는 느낌이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다.
내 몸 전체가 아서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상했다.
마치 지금까지 꽁해져 있던 마음을 풀라는 듯, 내 몸이 아서의 좆에 잔뜩 느껴대고 있었다.
"흐, 흐엑... 흣♥"
점점 들어가 마침내 끄트머리까지.
자궁을 쿵쿵 두드리는 귀두에 심장이 두방망이 치기 시작했다.
어라, 어라?
원래, 이렇게 기분이 좋았었나?
"쟈, 쟘꺈... 머, 먼가 이샹 ㅡ 흐에에엣♥♥"
쾌락으로 축 늘어져 있던 신체가 다시 쾌락으로 인헤 뻣뻣하게 변했다.
활처럼 휘어진 허리를 타고 진한 오르가즘이 피어올랐다.
겨우 한 번 움직였을 뿐인데, 이 정도라고?
"쟈, 쟐못해써... 못대게 군거 사과햘 테니까... 흐갹?!"
다시 한 번 자궁을 두드리는 좆에 딸꾹질이 터져나왔다.
나가면서 히익, 들어가면서 딸꾹.
버텨내기는 커녕 바보 멍청이처럼 망가진 횡경막과 함께 아서의 허리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처,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천천ㅡ 히♥ 히에, 아아아아아흐♥♥♥♥"
가, 간다...♥
가버, 렷...♥
"흐, 흐에, 흐......♥"
아서는 아직 싸지도 않았는데, 내 몸뚱이는 이미 마구 가버린 채였다.
뭐야.
왜 아직도 안 싸는 건데?! 원래는 넣자마자 싸던 놈이었잖아, 너?!
"바, 바주세여... 바져... 흑..."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오히려 너무 무서웠다.
오랜만이면 오랜만일수록 더 많이 할 수 있기는 개뿔이.
몇 번 박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팔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왔다.
"히약...♥"
"...귀여워, 아리엘."
"괴, 괴롭히지마아..."
아서가 슬쩍 허리를 들어올리자 내 몸뚱이가 주욱 딸려 올라갔다.
내장을 압박함과 툭 튀어나온 하복부까지.
아서가 마치 생명을 잉태한 것처럼 부풀은 배를 쓰다듬으며 연신 칭찬을 읊조렸다.
'뭐야, 왜 이래. 진짜 미친 거야? 왜 갑자기 안 하던 소리를 하고ㅡ'
"아기, 낳고 싶잖아."
"..."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면, 사실이니까.
어쩌면 출산 중독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지.
대답을 히려고 입을 벌리면 천박한 신음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아서 최대한 꾹 억눌렀다.
'이 체위, 점점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어서... 읏♥ 또, 간다앗♥'
자궁이 짓눌린다.
분명 끝까지 들어간 줄 알고 있었는데, 아서의 육봉은 아직도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아직도 여유가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나는 이미 한계인데...
"흐♥ 흐야♥ 흐우♥ 흐이.. 흣...♥"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는 쾌락이.
절대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ㅡ 아니, 그 배로 느껴대라는 듯 마구잡이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또, 간... 다♥'
"흐으으으으으으...♥"
분명 용사는 아직 싸지도 않았는데 이불보가 질척질척하게 젖어들었다.
마를 틈도 없이 쏟아지는 애액의 홍수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야해.
엄청나게 야해.
분명 내 몸에서 나온 것들인데, 냄새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아...
'그냥, 그냥 빨리 끝내줘... 흣♥'
분명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어느새부턴가 입을 다무는 걸 까먹었다는 듯 혀를 죽 빼물고는 헐떡이고 있었다.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아서가 움직여서 그런 건가?
"아리, 엘..."
"에, 에흐? 아?"
아니, 아니야. 이간 아서가 움직이는게 아니라ㅡ
'내가, 내가 움직이고 있잖아...♥'
허리를 들어올려, 아래로 곤두박질 칠때마다 머릿속에 폭죽이 터져댔다.
움직이지마.
더 이상 움직이면 돌이킬 수 없어.
아서의 자지에 매달려서, 쾌락의 노예가 되버릴 거라고!
철퍽, 철퍽, 철척ㅡ
"가기 시러...♥ 거기 시러...♥ 가기, 시, 러어어어어어♥♥♥"
아.
이제, 돌이킬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