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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70화 (170/342)

Chapter 170 - 미끼.(2)

마왕님, 마왕님, 마왕님, 마왕, 님...

"더러운 마족을 정화해야만 한다."

"교단의 심층부에 발을 디디려면, 그 수밖에 없지."

"정화하라."

"정화하라."

정화하라.

"으, 으으으으으으..."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들에 아이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마왕님, 당신이 절 구해주셔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당신을 구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그러니까ㅡ

그런데ㅡ

"아파, 아파아파아파아아아아앗?!?!?!!??!!"

갈라진 살갗 사이로, 불에 달군 꼬챙이가 들어섰다.

살아있는 살덩이를 태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역겨운 냄새가 풀풀 풍겨져 나갔다.

교단이 말하는 정화 작업이란 더러운 마족의 몸뚱이를 불에 달군 인장으로 지지고, 신성수에 버무리는 것을 뜻했다.

"갸, 갸흣, 갸하아아아악!!!!??"

치이이익ㅡ

한껏 달궈진 몸뚱이 위로 신성수가 뿌려지자,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가 갓 잡은 활어처럼 펄떡이기 시작했다.

싫어, 아파! 그만, 그만, 그만그만그만그만그만!!!!

익어버리다 못해 검게 타들어간 피부 사이로 스며드는 신성수의 감촉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흐, 흐으, 흐가, 으..."

하지만 그녀에게 던져지는 건 고통 뿐만이 아니었다.

그 어떤 것보다 끔찍한 고통 뒤에 찾아오는 자극이, 제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갉아먹고 있었다.

처음 닿았을 때는 그저 간지러울 뿐이었는데, 그것이 두 번, 세 번 이어지니 뭐랄까ㅡ

"갸, 갸으... 흣♥"

달콤한 신음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바닥을 흥건히 적신 것이 신성수인지, 아니면 그 외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 무엇보다 절망에 가깝다는 것 쯤은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그만, 그마아아아안!!!! 으, 아아아아악!!!!!"

차라리 뿔이 잘렸다면 죽어버릴 수라도 있었을 텐데.

처음 느껴보는 격통에,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죽고 싶어. 차라리,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

버러지처럼 바르작거리지만, 제 몸뚱이를 만져오는 인간들의 손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채찍을 휘둘러 등을 내려치고, 저항한다 싶으면 머리를 발로 짓밟고는 그 위로 신성수를 뿌려댄다.

매 순간순간이 고통과 고문의 연속이나 마찬가지였다.

"...흐, 흐윽, 그엑..."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사실은, 그런 짓을 하면서도 말 한마디 없다는 점이었다.

방 안에 울리는 건 오직 마족 하나의 비명 뿐, 나머지는 가끔씩 울리는 숨소리 정도가 전부였다.

"아, 아아아아아아?!?!?!?!!!"

꺾이고 싶지 않아.

꺾이지 않을래.

꺾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 으, 으아..."

음식은 커녕, 물조차 마실 수 없었다.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에 혀를 낼름거리면, 인간들은 그 안으로 신성수를 쳐넣었다.

무언가 액체가 들어오니 꿀꺽꿀꺽 삼키기는 했는데,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갈증만 심해질 뿐이었다.

"...흐, 아아아악?!?!!"

고통을 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했던가.

손톱을 뽑아내고, 손톱이 뽑혀나간 그 자리를 인두로 지지는 행위에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

이대로 정신을 놓아버린다면 분명 쉴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이 인간들이 원하는게 아니었다.

"정화 작업이 끝났다. 이제 교화실로 옮기도록."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그 무미건조한 한 마디만큼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인간들이 제게 다가와 안대를 씌우고, 목줄을 거는 와중에도 아이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저항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이미 신체를 넘어 영혼 깊숙한 곳에 각인된 공포가, 더 이상 그들을 거스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으, 으흐, 으흐으으으으..."

차라리 그때 구해지지 않았다면.

그냥, 그 인간 남자에게 뿔이 잘려 죽어버리는 편이 너 나았을 텐데.

아니, 전부 불경한 생각들이잖아.

마왕님의 얼굴을 떠올리자.

나를 구하시던 그때의 얼굴을.

나를 두고 떠나시던 그때의 슬픔 가득한 얼굴을ㅡ

"으흑?!"

거칠게 목줄을 잡아당기자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넘어진 몸은 다시 일어닐 생각을 하지 않아서,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네 발로 기어야만 했다.

잠시라도 멈춰서면 몸 위로 채찍질이 사정 없이 휘몰아쳤기에, 이를 악물고 팔다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헉, 흐아, 흑ㅡ"

그렇게 얼마나 기었을까.

무릎과 손바닥이 전부 까질 지경이 되어서야 멈춰선 인간들에, 결국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도착이니까, 조금 정도는 쉬어도 되겠지ㅡ 하는 생각에서 튀어나온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실제로도 몸 상태가 한계에 가깝기도 했으니.

"올려라."

"흐, 악?!"

하지만, 휴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쓰러진 마족을 들어올린 교단의 인간들이 요상한 물체 위에 그녀를 올려두었다.

고간을 짓누르는 날카로운 모서리에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팔 다리는 밧줄로 인해 단단히 고정된 뒤였다.

"흐♥ 흐으, 앗♥"

헐벗은 둔덕을 점점 파고들어, 그 안의 여린 살덩이를 엉망으로 뭉개뜨린다.

신성수로 인한 발정 작용과 함께 눅진하게 녹아내린 뇌가, 가랑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창백한 번개를 탁탁 튀겨댔다.

"오♥ 오흐♥ 오흐윽♥♥"

츠으, 츠으으읏♥♥

아파, 아파... 가랑이 사이가 너무 아파...

그런데, 아픈 만큼 기분, 좋아...♥

상반된 두 가지의 감각에 머릿속을 진창으로 만들었다.

차가운 불꽃에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

흠뻑 젖은 균열이 움찔거릴 즈음에는, 이미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뒤였다.

"오오오오오흑♥♥♥♥"

프샤아아아앗♥♥

뭉치고 뭉치고 뭉쳐진 쾌락이 하복부를 강타하자, 지금껏 마셨던 신성수가 조수의 형태로 마음껏 뿜어져 나왔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몸뚱이가 거칠게 펄떡이다가, 이내 죽은 듯이 잠잠해졌다.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와 힘 없어 벌어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체액이 색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왕, 님.'

무너지기 직전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머릿속으로 은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족들의 왕이자, 내 목숨을 구해주신, 위대하신 분...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그 모습 하나 만큼은 절대 잊지 않기 위해 끝까지 붙잡고, 또 붙잡았다.

"...마왕, 님."

저, 여기 있어요.

***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에 들린 수정구가 떨어져 내렸다.

"...헉, 흐윽..."

거칠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자, 언젠가의 기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강제적인 발정.

고통.

억지로 파고드는 고깃덩이와 그 뒤를 잇는 끔찍한 감각까지.

"괜찮나?"

"괜찮, 괜... 우에에에엑..."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나와 함께했던 아이가 그런 꼴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껏 봉합해 두었던 상처가 길게 찢어져 내렸다.

미친 놈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이제, 누가 인간이고 누가 마족인지도 모르겠구나."

인간이 선이라고 누가 정의했지?

마족이 악이라는 건 대체 정의했느냐고.

전부 인간들이었지.

혐오감이 끓어올랐다.

몸 속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그 검고 칙칙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점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여왕."

"말해라."

"...나를, 나 좀, 붙잡아다오."

으르렁거리는 듯항 음성과 함께, 주먹이 쥐여졌다.

끓어오른다.

증오가, 분노가, 살의가 계속ㅡ 계속해서ㅡ

"아, 아아아아아아!!!"

"큭?!"

파공성과 함께, 탁자가 허공을 날았다.

창문을 깨고 날아간 파편의 틈 사이로 차가운 바깥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워내기 시작했다.

내 몸에서 튀어나온 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괴력이었다.

"흑, 흐윽......"

하지만 과한 힘에는 그 정도에 맞는 반동이 찾아오는 법.

심장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그대로 주저앉아서는 그대로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평소보다 수백 배는 더 빠르고, 거칠게 뛰는 듯한 심장에 몸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괜찮나? 정신이 들면 고개 좀 들어보거라."

"..."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희게 질려있겠지.

겨우겨우 이 정도까지 회복했는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이걸 노렸다면 참, 똑똑한 짓을 했네.

"조금만 참거라. 의사에게 데려다 줄 터이니."

"...고, 맙... 흐윽..."

나를 들쳐업는 여왕에게 감사하기도 잠시.

쿵쾅거리며 내달리는 혈액이 온몸을 뜨겁게 물들이다 못해 활활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이를 저런 꼴을 만든 건 분명 교단의 녀석들이겠지.

동시에, 교단의 녀석들이 한 짓은 곧 여신이 한 짓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결국 또 여신이었다.

"여, 신..."

어쩌면 전부 잊고, 행복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 안에 자리를 잡아버린 증오와 분노가 내 정신을 천천히 잡아먹고 있었다.

그래, 무의식적으로 깨달아 버린 것이었다.

여신이 존재하는 한, 나는 물론이고 내 아이들까지 절대 무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서. 분명 너에게는 복수 따위 잊으라고 말했었지.'

못할 말을 해버렸다.

나 따위의 증오조차 이 정도로 커다랬는데, 그가 가지고 있던 건 얼마나 더 무겁고 거대했을까.

그리고 그 증오를 내버리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많은 고뇌의 순간을 감내했을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서..."

보고 싶어, 아서.

오늘따라, 그의 모습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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