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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77화 (177/342)

Chapter 177 - 다시 그곳으로.(5)

"벗으니까 조금 낫ㅡ 읏..."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더위를 피해 옷을 벗었는데, 옷을 벗으니 추위가 찾아왔다.

얼마 안 벗은 것 같은데 이런 추위라니,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벗어놨던 망토를 몸에 두르고는 옆의 온기에 딱 달라붙었다.

"따뜻하네..."

"..."

"...응? 왜 그렇게 봐?"

마족보다 따뜻한 인간인 것에 더불어, 근육이 많아서 그런지 훨씬 더 따뜻했다.

너는 이제부터 내 전용 난로야, 아서.

듬직하니 바람도 잘 막아줘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몸뚱이였다.

"후회하지는 않아?"

"..."

후회, 후회라.

아서의 말에 슬쩍 고개를 숙였다.

발이 보이기 먼저 흉부에 달린 거대한 언덕이 눈에 띄었지만, 이제는 이런게 내 몸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후회하지.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이고, 용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물론 불가능 했겠지만.

이것마저도 엄청 빠른 편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일까.

더 일찍 용서했다고 하더라도 망가진 정신으로는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을 터였다.

누더기처럼 이어붙이기라도 했으니까 이 정도라도 됐지, 그 전이라면ㅡ

"물론, 나는 지금이 더 좋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네."

분명 한숨을 쉬지 않았지만, 뭔가 내 눈에는 아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은 내가 물어봤어야 하는 말이었는데 말이야.

소꿉친구인 아리엘이 아닌, 마왕인 아리엘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들었으니 또 물어볼 생각 따위는 없지만서도.

"가자, 아서. 설마 내가 걸리적거리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전혀. 원한다면 들고 갈 수도 있어."

"들고 가는 건 추우니까 싫어. 그냥 옆에 있을래."

휭,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아서의 뒤로 숨었다.

여전히 춥기는 했지만, 바람을 정면에서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역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니까.

성능 좋은 용사님이네.

"? 엘리, 왜?"

아서의 옆에 붙어 빙글빙글 웃고 있자니 심각한 표정의 엘리가 내 옆에 딱 달라붙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으니 주변을 둘러보는게, 꼭 주변에 위험한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냥, 다들 아리엘 씨만 바라보고 있어서요."

작게 속삭이는 말에 시선을 돌려보면,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전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이야.

이 정도로 많은 시선을 받는 건 또 처음이라서 그런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왜 저러는 걸까, 다들.

머리카락 색이 나만 검정색이라서 그런 건가?

"정말이지, 아리엘 씨는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서 자각을 할 필요가 있어요."

알고 있지, 이 몸뚱이가 남자를 유혹하는 것에는 가히 최고에 가깝다는 걸.

그런데 말이야, 보기만 해도 호의를 갖게 된다던지 그런 수준은 아니지 않아?

만약 그랬다면 아서가ㅡ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

...응, 그렇네.

***

과거에 있던 세상과는 다르게, 이곳은 밤이 되면 멈춰서야만 했다.

언제 어디에서 덮칠지 모르는 들짐승들과, 드문드문 나타나는 마수들까지.

그런 것들을 낮에 만나도 골치 아픈데, 밤에 만나면 과연 어느 정도로 곤란해질지는 직접 겪어봐야만 알 터였다.

"따뜻하다아..."

불이란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차갑게 얼어붙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열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모닥불을 만들기 위해 고생한 아서에게 박수.

아니, 박수가 아니라ㅡ

촉.

"아리엘?"

"상이야."

역시 이곳저곳, 이런 상황 저런 상황 다 겪어봐서 그런지 재주가 다양하구나.

그에 반해 나는 추우면 떨고 더우면 늘어지는, 그런 아무런 능력도 없는 사람인데.

내가 고생을 하고 있는 건, 멍청할 정도로 연약한 몸뚱이 때문에 당연히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서는?

아서는 굳이 겪어도 되지 않는 고생을 나 때문에 겪고 있는 거잖아.

내 고집으로 마족 아이를 구하러 가는 여정에 함께하게 된 거니까.

'차라리 같이 가는 것보다는 나를 가둬두는 편이 훨씬 쉬었을 텐데.'

어쩌면 평생 동안 방 안에만 가둬둘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건, 그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아서. 지금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은 아니지?"

"..."

"다른 일행이라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엘리도 따로 자리를 잡았고, 으응..."

손가락을 쭉 뻗어, 기다란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쑤시고 있는 커다란 손등을 콕 찔렀다.

피부에 닿자마자 무슨 벌에 쏘인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데, 그 모습이 재밌어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속이 뻔히 보이는게 웃기네.

딱히 타박할 생각은 없지만서도.

"임신한 채로 왕도에 갈 수는 없잖아, 아서. 응?"

"...그런게 아니야."

"아니면? 그냥 순수하게 나랑 둘만 있고 싶었다는 거야?"

"..."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둘 다 정답인 것 같았다.

나랑 단 둘이 있음과 동시에 무언가를 하고 싶은ㅡ

응,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밖에 없잖아.

"아서."

"...응."

"나랑, 야한 짓 하고 싶어?"

바짝 다가붙어, 귓가에 속살거렸다.

귀가 붉어진 걸 보면 얼굴은 더 심하겠네.

우스갯소리로 정신 동정이라고 놀리기는 했지만, 꽤 경험이 쌓였는데도 이 정도로 쑥맥일 줄이야.

이러니까 순수한 청년을 꼬시는 변태 요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정작 더 변태인 건 아서인데...'

아무튼,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아서를 유혹하는 건 전부 이유가 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나도 조금 정도는 참을 수 없어졌다고나 할까.

허벅지를 서로 비비적거리며 은근히 표현을 해봤지만, 바보 용사님은 부끄러워 하느라 결국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나도 하고 싶다구, 바보야."

"그러면ㅡ"

"대신, 삽입은 안 돼."

혹여 사정이라도 당하면 바로 아기가 생겨버릴게 뻔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이런 곳에서 아기를 낳는 건 여러모로 안 좋을 테니까 말이지.

물론 아기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런게 가장 크기는 했지만서도.

"천막 때문에 저쪽에서는 여기가 안 보이겠지?"

"아리엘, 대체 뭘ㅡ"

천천히 손을 움직여, 아서의 고간에 슬쩍 가져다댔다.

내 손길이 닿자마자 움찔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자지에 심장이 쾅쾅 뛰어댔다.

...어쩌면, 이미 암컷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두근거리는 가슴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바지춤 안에 숨겨져 있던 물건을 밖으로 꺼냈다.

"...흐얏?!"

아니, 꺼내려고 했는데 상상 이상의 반발력에 자기가 알아서 튀어나와 버렸다.

그 거대한 물건의 반동이 내 이마를 두들길 때면, 무슨 주먹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뭐야, 이게.'

내 안에 삽입되어 있을 때외는 느낌이 또 달랐다.

코앞에서 보니까 뭔가 훨씬 더 커보이는데, 기분 탓이려나.

...분명 기분 탓 만은 아니겠지, 응.

"벼, 변태야 진짜아...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부풀려대고..."

"이, 이건 불가항력이야."

"불가항력은 무슨."

어떻게든 변명하려는 아서에 치,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입으로는 뭐라도 계속 말해보려고 하지만, 좆 만큼은 솔직한데 어떻게 생각해?

슬쩍 손가락을 가져다대니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펄떡펄떡 맥동하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내가 자위했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역시 야겜 주인공이라는 걸까.

나를 가리키듯 거대하게 솟아오른 육봉에게서 시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저런게 대체 어떻게 내 안으로 들어왔던 거지.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기가 내 뱃속에서 나온 것에 놀라던데, 나는 아서의 자지가 내 안에 들어왔던 것이 더 신기했다.

'이번에 넣어서 어떻게 들어갔는지 확인 할ㅡ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삽입은 안 돼, 삽입은!'

순간 정신을 놓을 뻔한 걸 어떻게든 붙잡았다.

...다행이다. 앞뒤 없이 달려들 정도로 이성을 놓아버리지는 않아서.

"아리엘ㅡ 큭?!"

"...괴로워?"

더 이상 부풀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커져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워 보이던지 어떻게든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확실히, 발기가 되면 싸기 전까지는 가라앉기 힘드니까ㅡ

"크흑?!"

"아프면 말해줘."

한 손으로 전부 감싸지지 않는 크기를 어떻게든 양손으로 쥐어, 움직이지 않게 꼭 붙잡았다.

단순히 내가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는지, 아서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아무리 욕구불만이었다고 하더라도 겨우 이 정도에 엄살 부린 건 조금 아니리고 생각하는데.

"하아, 하으, 아, 서."

"..."

"어, 때? 흣, 기분, 좋아?"

손을 모은 상태로 열심히 위아래로 흔들었다.

분명 금방 쌀 줄 알았는데, 뭔가 참아내는 훈련이라도 했는지 도통 사정할 생각을 않았다.

슬슬 팔이 저려와 물으니, 아서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러게,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빨리 싸래도?

조금씩 쿠퍼액이 흘러나오고 있는 귀두를 마구 노려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나 이제 팔 아프단 말이ㅡ"

뷰릇♥ 뷰르르릇♥♥

"ㅡ꺄아?!?!!!"

생각하기가 무섭게 정액이 흘러나왔다.

아니, 정확하기 말하자면 '쏟아져' 나왔다.

그것도 내 얼굴을 향해, 정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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