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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96화 (196/342)

Chapter 196 - 마신.(4)

"게임 속 세계에 빙의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첫 번째 영혼은 생각보다 태연했다.

물론 그 끝은 고블린에게 윤간 당해 죽어버린 채였지만.

비참한 몸뚱이를 비웃으며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제, 너와 나 뿐이구나."

두 번째 영혼은 세계의 전부를 죽이는 걸 택했다.

결국 용사와 단 둘이 남게 된 그녀는 죽을 때까지 용사에게 범해지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의식 한 조각 찾을 수 없게 되어서야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건, 이건 안, 돼...♥"

세 번째 영혼은 바로니스 국왕에게 붙잡혀 마족들을 낳는 실험체로 사용되었다.

소꿉친구를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용사는 미쳐버렸고, 그런 용사를 처리한 뒤 가져온 전리품이었다.

지속적인 연구 끝에 바로니스 국왕이 진실을 향해 손을 뻗기 직전이 되어서야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 . .

그리고 정확히 백만 번째 영혼.

"..."

"아름다운 이야기이지 않나요? 당신을 위해 대체 몇 번이고 시간을 되감고, 되돌리고, 또 되돌렸는지 몰라요."

그도 그럴게, 당신은 다른 영혼들과는 달랐으니까.

어쩌면 마왕의 혼이 그만큼 희미해졌다는 뜻일지도 몰랐지만, 다른 건 다른거였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 귀여운 마수들에게서 당신을 되살린 건 참 좋은 선택이었어요."

그 대가로 당신의 뿔 하나를 사용 해버렸지만 말이죠.

여신이 자신의 귀여운 마왕을 보며 후후 웃어보였다.

그래요, 그런 얼굴을 바라고 있었어요.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절망으로 가득 찬 그 표정을!

"아아, 나의 귀여운 마왕님. 당신의 그 표정이 저를 미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흣."

신성력이 반응한다.

지금껏 진득하게 섞어왔던 힘이 마왕의 신체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살풋 찡그려지는 표정과 동시에 보이는 눈물을 보니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거였어요.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지금까지 꾹꾹 참아왔었다구요?

"신성수가 어째서 최음의 효과가 있는지 생각 해보셨나요?"

핥짝, 하고 피처럼 붉은 혓바닥이 마왕의 뺨을 훑어내렸다.

주욱 흘러내리는 투명한 액체가 피부와 닿음과 동시에, 제 손 안의 어린 양이 바들바들 떨어댔다.

이건 과연 두려움 때문에 그런 걸까요, 아니면 분노 때문에 그런 걸까요.

둘 다 아니라면 쾌락 때문에?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지금은 그저 눈앞의 존재를 마구 괴롭히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흣, 그, 그만..."

"싫어요♥"

애처롭게 떨려오는 목솔리가 조금 가엾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을 벼려온 복수의 칼날은 겨우 그 정도로 무뎌지지 않았다.

당신을 낳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죽었어요.

당신이 저를 닮고, 그 아이를 닮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죽었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을 닮은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마음껏 낳다가 결국 죽어버리세요.

"용사님이 근처에 계시지 않은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때까지 즐기는 편도 나쁘지 않겠네요."

"...사, 살려..."

"응? 제가 당신을 왜 죽이겠어요? 이렇게나 사랑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네?"

그 아이를 닮은 흑색의 머리카락.

그 아이를 닮은 황금빛의 눈동자.

창백한 피부와 아름다운 얼굴,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커다란 골반까지.

무엇 하나 닮지 않은게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증오할 정도로.

"나, 나는 마왕이 아니다. 네가 증오하던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흑."

"당신이 아니라고 한들, 그 몸뚱이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마왕의 혼이랍니다. 물론 다른 영혼으로 희석되고 희석되어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뚝뚝 눈물을 흘려대는게 꼭 어린 아이와도 같았다.

내가 보던 당신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존재가 아니었는데.

키득키득 웃으며 손가락 끝으로 차가운 물기를 쓸어내렸다.

"자, 그러면 이제 기분 좋아질 시간이랍니다. 제 귀여운 마왕님♥"

"읍, 후읏?! 흐으으읏?!?!?!"

츕, 츄릅♥ 츄읍♥

혀와 혀가 얽힌다.

진한 타액이, 닿기만 해도 생명체를 발정시키는 액체가 마왕의 몸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공포로 질린 눈동자가 흐리멍텅하게 변하고, 잔뜩 저항하던 혀가 힘을 잃고 축 늘어져서야 혀를 빼냈다.

"으♥ 으아, 흐♥ 흐으으...♥"

"녹아내린 표정이 참 보기 좋네요."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곳으로 찾아온 용사가 마왕을 보고 발정해 짐승 같이 범하는 걸 보는 것 뿐.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터였다.

"그, 그만...♥ 괴로, 괴로워...♥ 몸이, 흣♥ 뜨거워서, 견딜 수가ㅡ"

"이렇게 하면, 어떠신가요?"

"?!?!!?!"

프싯♥ 프읏♥ 픗♥

아랫배를 살짝 찌르니 득달 같이 조수를 뿜어댄다.

몇 번의 경련으로 바닥을 물들인 음액에 여신이 깔깔 웃었다.

정말 변태적인 몸이네요.

물론 반 이상은 제 체액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 천박하게 애액을 흘려댈 줄이야.

"자, 핥으세요. 당신이 더럽혔으니까, 당신이 깨끗하게 해야죠?"

"으♥ 으흣, 흐...♥"

허벅지에 묻은 액체를 가리키며 빙긋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성이 반쯤 날아간 채로 숨을 헐떡이는 마왕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러게 왜 마신을 부활시킬 생각을 하신 건가요? 그것만 아니었다면 조금 정도는 더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츕, 츄읍♥ 츄으♥"

"결국 당신이 전부 발로 차버린 거랍니다. 처음부터 저를 향해 칼날을 겨누지만 않았아도, 그런 비참한 꼴이 되지는 않았겠죠."

허벅지에 닿는 혀가 말랑했다.

침은 축축했고.

'분명 깨끗하게 만들라고 했는데 이래서는 더 더러워질 뿐이잖아요. 뭐어, 상관 없으려나.'

천천히 손을 뻗어, 정수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발정난 암캐가 하는 짓인데, 이 정도 쯤은 너그러이 넘어가기로 했다.

앞으로 견뎌야 할 일이 산더미일 존재에게 자그마한 자비 정도는 간단히 내어줄 수 있었으니까.

"...흐응?"

살짝이지만, 허벅지가 오므려졌다.

고간을 아슬아슬할 정도로 훑어오는 혀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오랜만에 느끼는 감촉으로 인해 조금 당황했을 뿐이었지.

"...역시 그만두게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기분이 이상해진다고 해야 할지, 처음으로 수컷과 관계를 나누던 때가 생각 나버렸다.

물론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었지만, 그 상대가 본인이 가장 사랑하던 존재와 쏙 닮아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다.

...역시 안 되겠네요.

"자, 이제 그만 두세요. 그만 두고 다가올 절망을 받아들ㅡ"

"츄읍♥"

"ㅡ히약?!♥"

뭐야, 방금?

홧, 하고 달아오른 고간에 깜짝 놀라서는 허벅지를 오므렸다.

여전히 자신을 향해 숨을 헐떡이는 마왕을 보며, 여신이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죠?'

딱히 무슨 짓을 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어쩌면 그저 단순히 수백, 혹은 수천 년 만에 되찾은 신체라서 너무 예민해져 있던 걸지도 몰랐다.

겨우 혀로 핥아대는 것으로 이 정도의 자극을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서도.

"건방지게 기어오르지 마세요, 알겠어요?"

"하아♥ 하아♥ 하으♥"

"저리, 꺼지라구요!"

머리통을 밀어내다 못해 반쯤 내동댕이치듯 떨쳐내서야 겨우 숨을 돌릴 정도가 되었다.

저걸 이성이 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제 체액을 들이마신 존재가 제정신을 유지할 리가 없었는데.

혀를 차내며 허벅지와 고간 사이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침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냈다.

"하악♥ 하으, 아♥"

"...암캐년."

다른 마족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겨우 체액 조금 들이마셨다고 저런 꼴이라니.

뭐, 마족의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을 테지만서도.

'아, 그러고 보니 분명 하나가 더 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에밀리, 라고 했었나.

거의 대부분의 회차에서 사망했던 존재였기에 이름이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튼, 그런 이름의 잔챙이가 마왕에게 들러붙어 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슬쩍 고개를 돌려 마왕이 있는 곳을 바라봤지만, 딱히 인간의 모습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흐응, 설마 도망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역시 비열한 마족들의 혼을 빚어서 만든 존재들답게 역겹기 짝이 없네요."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게 있다면.

"누가 그래? 도망쳤다고."

이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우습게 본 것이었다.

"무슨ㅡ"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신성력이 튀어나오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떨어져 있던 영혼과 신체가 완전히 맞물리지 못해, 혼 속에 담긴 힘을 신체가 뽑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분홍빛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함과 동시에, 여신의 머리 위로 투명한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콜록, 콜록, 큭, 겨우 아공간을 열었다고 이런, 씨발..."

"..."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마법사에, 잠시 몸을 굳혔다.

방금 무슨 짓을 했지?

그래, 물을 뿌렸었지.

겨우, 물을, 뿌렸다.

"...하."

"..."

"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기척을 숨기고 기회를 본 끝에 꺼내든 한 수가 겨우, 겨우 물 뿌리기라니!

뭔가요, 그건? 냉수 마찰을 해서 정신이라도 차리라는 뜻인가요?

웃기지도 않았다.

이미 제정신인 존재를 어떻게 제정신으로 만든단 말인가.

차라리 칼날을 꺼내들어 심장을 찔렀다면 달랐을지도 모르지.

그래, 그랬다면 최소한 고통 정도는 줄 수 있었을 테니까.

"멍청한 인ㅡ"

"..."

"ㅡ간?!"

...분명, 그랬을 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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