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99화 (199/342)

Chapter 199 - 마신.(7)

"우, 우에에에엑...♥"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뱃속을 가득 채웠던 백탁액이 바닥을 엉망으로 물들였다.

끈적거리고, 고약한 냄새가 나고, 심지어ㅡ

"...흐♥"

차라리 피부의 겉면만 달아올랐다면 또 몰랐다.

하지만 이 감촉.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살덩이가 훑고 지나간 목구멍이 쾌락에 젖은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마치 목구멍 속의 세포 하나 하나가 강간 당하는 듯한 감각에, 여신은 반사적으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 숨만 쉬어도, 범해지는 것, 같아...♥'

양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는 몸을 웅크린다.

숨 쉬지 마.

절대 쉬지 마.

숨을 쉬게 되면ㅡ

"스읍ㅡ 흡?! 흐?!♥ 으?♥ 으?!♥ 으, 오♥ 오, 오오♥ 오오오오오오옥♥♥♥♥♥"

'가, 가버려엇♥♥♥'

발가락 끝부터 정수리까지.

뜨겁게 달궈진 꼬챙이가 몸 전체를 관통하는 것 같은 쾌감이 전신을 물들였다.

싫어.

이런 것 따위, 더 이상 싫어.

괴로워.

숨을 쉬지 못해서ㅡ

숨을 쉬게 되면 찾아오는 쾌락이ㅡ

"사려, 켁♥ 사려져...♥ 케헥♥"

숨을 멈추면 머릿속이 검게 물들고, 숨을 들이쉬면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

안 돼.

더 이상은,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마수에게 죽은 마왕을 되살리는데 한 번, 그리고 육신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한 번.

마왕의 뿔이 세 개 이상이라면 모를까, 겨우 두 개인 이상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한 가지 있기는 하지만ㅡ'

그랬다가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복수가 코앞인데, 전부 버리고 돌아가라고?

그 어두운 공간 속으로?

그럴 수는 없었다.

대체 몇 년 만에 되찾은 육신인데, 그 육신을 감히 어떻게 버리겠는가.

"마왕님♥ 이것 보세요♥"

"..거짓, 말."

분명 진한 백탁액을 싸지른 주제에, 남성기를 닮은 성기는 여전히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아니, 처음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커져있었다.

'이건 마치ㅡ'

"ㅡ저를, 범하려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촉수가 위 아래로 거칠게 까딱였다.

아직 남아있는 희어멀건 찌꺼기가 그 휘두름에 맞춰 여신의 뺨을 향해 튀어올랐다.

싫어. 역겨워. 더러워. 꺼져!!

"정~답♥"

"힉..."

언제나 자존심을 잃지 않아, 오만하게 빚어져 있던 표정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얀 것을 넘어서 창백해진 얼굴 위에 절망으로 재탄생한 표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질퍽♥

"히약♥"

거대한 고깃덩이의 끄트머리가 여신의 보지를 짓눌렀다.

최대한 내려올대로 내려온 자궁과 더불어, 자신을 임신시킬 남성기를 유혹하기 위해 구애의 춤을 시작한 질구가 천박한 모양새로 달큰한 즙을 질질 흘려대기 시작했다.

뻐끔♥ 뻐끔♥

"그러지, 그러지마♥ 그러지, 마아♥ 졔뱔♥ 부타기에여♥"

마신이자 여신인 존재가, 한 평생 버러지 이하로만 보던 존재에게 손바닥을 맞대고는 싹싹 빌기 시작했다.

어쩌면 반사적으로 느낀 것일지도 몰랐다.

이대로라면 분명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다는 것을.

다시는 복수 따위 생각하지 못하는 몸뚱이가 되어, 오로지 쾌락만을 쫒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도망쳐야 하나? 이 몸을 버리고, 훗날을 도모해야 하나?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했는데!'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이제 자신이 부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오직 하나.

마왕이 백만ㅡ 혹은 백만을 넘어가는 이들을 낳은 뒤에 낳은 아이가 그녀를 쏙 빼닮아서 차기 마왕이 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마왕이 된 아이의 뿔을 이용해 누군가가 다시금 마신 강림의 의식을 시도하는 것 뿐이었다.

'그딴거,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지금까지 견뎌오면서 마모된 영혼과 더불어, 성공 앞에서 무너진 것에 대한 조급함이 여신에게 망설임을 불러왔다.

그 긴 시간 동안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

그런 경우의 수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 기인한 자포자기까지.

그렇게 유일한 기회가 되었던 현재의 시간을 전부 소모해버린 여신에게, 하나의 선고가 떨어져 내렸다.

푸욱♥♥

"...아?"

처음은 그저 당황 섞인 한 마디였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무런 느낌조차 들지 않았으니까.

뭐야,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설마 마법사 녀석이 뿌린 액체의 효력이 전부 떨어진 걸까?

아니면 촉수가 토해낸 백탁액이 그것을 중화시켰다던지?

'이러면 결국, 제 선택이 옳았ㅡ'

주륵ㅡ

자신 있게 치켜올리려던 고개가, 돌연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와 동시에 붉은 색의 핏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려 바닥에 새빨간 꽃을 피워냈다.

피.

피가, 왜?

손을 들어올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건, 오직 코에서 쏟아지는 피가 새하얀 대리석 바닥을 두들길 때의 소리 뿐이었다.

"...아.♥"

그렇게 잠시 뒤.

10분이었는지, 1분이었는지, 혹은 1초였는지ㅡ

마치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난 끝에, 여신은 깨달았다.

아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뇌가, 강간 당ㅡ'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말 그대로, 뇌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성체로서의 이성과 더불어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증오와 분노를 장작 삼아, 쾌락의 불꽃이 그 몸집을 거대하게 부풀렸다.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기분, 좋아아아아♥♥♥'

쿵, 하고 몸이 펄떡였다.

순간적으로 멈춰버린 심장에 여신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새하얀색으로 물들였다.

"겍♥ 게겍♥ 게흐♥"

더 이상 지성체의 말을 할 이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믹서기처럼 뇌를 갈아버리는 쾌락의 폭풍에 눈에서 받아들인 것들이 머릿속을 향해 갈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눈 뜬 장님이 된 채로, 짐승ㅡ 혹은 짐승 이하의 생명체가 낼 법한 처참한 소리를 흘려대는 여신의 머리 위로 천천히 그림자가 드리웠다.

"...처참한 꼴이구나."

나지막한 목소리가 주변으로 내려앉았지만, 그 음성이 여신에게 전해지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

"설마 마신을ㅡ 여신을 이런 식으로 쓰러뜨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짐승 같은 움직임으로 여신을 범하는 촉수를 보며, 아리엘이 표정을 찡그렸다.

마음 같아서는 떼어내고 싶었지만, 저 정도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고깃덩어리를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다.

이건 쓰러졌다기보다는 인격적으로 살해 당했다는게 옳은 표현이겠지.

"...대체 뭘 얼마나 뿌렸길래 여신이 저 꼴이 된 게냐."

이제 비명 소리는 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여신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생명체로서 절대 지으면 안 되는 표정으로 범해지는 여인을 보는 건 상상 이상으로 매스꺼운 일이었다.

"단탈리온의 체액. 그냥,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것들 전부 던졌는데?"

"에밀리?!"

그저 혼잣말이었을 뿐인데, 예상 외로 대답이 돌아왔다.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리니,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린 에밀리가 겨우 상체만 일으킨 채로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고?! 너무 무리한 건 아니지?!"

"...너, 말투."

"그런 건 상관 없잖아!"

그렇지 않아도 몸이 망가진 상태였는데, 무리해서 아공간을 여느라 각혈까지 했더랬지.

쾌락에 정신이 헤롱헤롱 하면서도 그 모습은 확실히 눈에 담았었다.

피라는 건, 보고 싶지 않아도 눈길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괜찮아. 대신 앞으로 평생 동안 마법을 쓸 일은 없겠지만."

"에밀리..."

무언가 슬퍼 보이는 얼굴에 괜히 울적해졌다.

천천히 손을 뻗어 에밀리의 정수리를 쓰다듬었지만, 반항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냥 힘이 빠져서 그런 걸지도 몰랐지만.

"그리고 말이지, 나보다는 네 상태를 더 걱정해야 하는거 아니야? 우리가 뭐 때문에 너를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건데?"

"..."

뾰족한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였지.

곧 있으면 사라져버릴 내 목숨을 어떻게든 부지하기 위해서 시작한 무모한 작전.

마신을 부활시켜ㅡ 어떻게든 몸 상태를 회복한다.

...전부 쓸모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심장은, 아직 뛰고 있어.'

하지만 이건 몸을 회복한 것이 아닌, 여신의 신성력으로 인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여신이 죽게 된다면 나 또한 마찬가지로 죽어버리고 말겠지.

마신의 강림이니 뭐니 해서 뿔까지 사용했기에, 여지 따위는 전혀 없을 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여신을 살려둘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서도.

"에밀리."

"...왜?"

"죽을 거면, 아서 앞에서 죽는 편이 나을까?"

"..."

죽어있는 쪽의 나를 보고 받는 상처가 클까, 아니면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쪽의 나를 보고 받는 상처가 클까.

결국 남은 결말이 죽음 뿐이라니, 웃기지도 않았다.

"분명, 해피 엔딩이라고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눌렀던 선택지에서는, 분명, 그랬는데...

"흐, 흐윽......"

"..."

"죽기,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단 말이야.

린도, 하물며 레이나조차 되살리지 못했어.

랴뇨리나 미코에게 작별 인사도 못 했고, 할리벨의 묘지에 꽃을 갈아주지도 못했어.

그리고, 그리고ㅡ

"ㅡ아서에게, 더 사랑 받고 싶어."

후드득, 하고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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