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4 - 폴리네시안.(1)
"마마~"
"그래, 그래."
하루가 다르게 크길래 순식간에 커질 줄 알았건만.
딱 걸어다닐 정도의 크기가 되어서야 멈춰버린 크기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혹시 나를 배려해서 자라는 시간을 조절하고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감동할지도 몰랐다.
응, 지금까지 내가 낳은 아이들은 순식간에 크고는 했으니 말이지.
"아리엘, 나한테도 신경 좀 써주면 안 돼?"
"응, 안 된다."
옆에서 아서가 들러붙었지만, 단호하게 떼어냈다.
지금은 네가 중요한게 아니야.
봐, 엄청 귀엽지 않아?
나에게 달라붙어오는 아이를 품에 안아,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봐, 엄청 예쁘지 않나?"
"나한테 그런 말을 해도..."
아무래도 전부 컸을 때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러는 거겠지.
나와 자신 사이에서 나온 아이라고 하기에는 하나도 닮지 않은 것도 있었고.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걸까.
물론 아서는 직접 낳는 입장이 아니니 그이런 반응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아기를 낳는 건 아프니까, 으응.
"그나저나, 레이나 씨도 어렸을 때는 엄청 어린아이 같았구나."
"그 편이 더 좋지 않느냐? 어렸을 때부터 어른 같이 행동했다면 더 위화감이 들었을 텐데."
그런 것 치고는 린이나 에밀리, 케이 같은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서도.
내 뺨에 마구 뽀뽀를 하는 아이의 온기가 너무 좋았다.
귀여워, 귀여워.
아무래도 이런 행동을 한 아이는 레이나가 처음이니까 말이지.
다시 태어나기 전의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 괴리감이 있기는 했지만서도.
"마마,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한단다."
"얼만큼? 아서보다 더?"
"응응, 옆에 있는 용사님보다 더."
기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네.
내가 아서라고 불러서 아서의 이름이 아서인 걸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기억이 있어서 아서라고 부르는 건지...
지금의 모습이 몇 살 때의 나이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엘프는 장수종이다 보니 자라는 데에도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진짜야?"
"진짜야."
이번 질문은 아이가 아니라 아서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무슨 애 질투하는 것도 아니고.
심통난 것 같은 표정에 장난기를 담아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애한테 질투해? 그리고, 남자가 그런 표정을 지어봤자 징그럽기만 하거든?"
"마마, 말투 달라졌어~"
"큼, 아무튼."
분명 처음에는 가벼운 말투를 구사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이제는 종종 튀어나오는 가벼운 말투를 억누르기 위해서 열심히였다.
뭐랄까, 그때는 당시 상황에 대한 반항이라거나 그런 느낌으로 접근 했었으니까 말이지...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무 행복해서, 가벼운 말투로 했다가는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몰라서 그런 것이었다.
"뭐, 너만 행복하다면야 상관 없지만."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표정이 아니다만."
누가 봐도 실망하고 있는 표정이잖아, 바보.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세상을 구하신 용사님이 잔뜩 비질 수도 있었다.
남자가 삐진 모습을 보는 것만큼 안쓰러운 일도 없었으니까, 뭐어ㅡ
쪽ㅡ
"당분간은 이걸로 참아. 같이 자는 건 금지, 알겠지?"
"왜 같이 자는게 금지야? 마마랑 나는 같이 자는데?"
"아빠가 엄마를 막 괴롭혀서 그래."
아서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한 번 붙잡으면 내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올 때까지 괴롭히면서.
최근 들어서는 잘 먹고 잘 자서 그런지 정력이 훨씬 더 강해진 상태였다.
'더 강해질 정력이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였지만...'
산후 조리의 일환으로 삽입은 하지 않고 손 정도로 처리해주고 있었는데, 아서가 만족할 때까지 하려면 거의 반나절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그마저도 참고 있다는게 눈에 보여도 공포스러울 지경이었지만.
"아리엘."
"응? 왜 그러느냐?"
"...나도, 오래는 못 참으니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나지막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쿵, 하고 심장이 뛰었다.
동시에 다른 곳도.
'위험한데...'
아이를 낳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반응이 오는 걸까.
어쩌면 이 몸뚱이, 이제는 자기가 먼저 원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하기 싫다고 난리를 치더니만, 이제는 또 하고 싶다고 야단이었다.
물론 지금은 안 되지만.
"아, 그러고 보니 말이야."
"응?"
"엘리가 알려준 방법이 있는데, 한 번 해볼래? 우리에게 딱 맞는 방법일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엘리가 알려준 방법이라니ㅡ
아,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엘리가 교단에 지내며 배운 것들은 부부의 사이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과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방법들이었으니까.
뭐어, 말을 부드럽게 해서 이런 느낌이지 실제로는 몸을 섞는 팁, 같은 것이겠지.
"말해보거라. 이상한 것만 아니라면 상관 없으니."
아주 옛날이었다면 바로 아서의 뺨을 올려붙였겠지만, 지금은 꽤 관심이 있었으니까 말이지.
예를 들자면 몸을 하는 대화라던지 그런 것들.
"...레이나 씨는 내려두고."
"네가 레이나 씨하고 생각하니 아이를 대해는게 어색하지 않나. 그냥 아이라고 생각하거라."
아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지?
조심스럽게 묻자 밝게 웃으며 당연하다고 대답해왔다.
착하지, 착해.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거지?"
"음, 완벽하게는 듣지 못했는데ㅡ"
촉, 하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혀를 집어넣지 않는 가벼운 버드 키스에 순간 표정이 찌푸려졌다.
설마 애라도 태우려는 걸까.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의도에 넘어갈 줄 알고?
쪽ㅡ
"버틸 수 있겠어? 이렇게 하면 안달 나는 건 너일 텐데, 아서."
"..."
나야 아이를 보면 된다고 하지만, 아서가 성욕을 억누를만 행위는 그저 검을 휘두르는 것 밖에 없었다.
몸에서 힘을 빼는 걸로 정력을 약화시킨다는 느낌이려나.
내 입술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아서에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구 뽀뽀 당해서 복수 당하기는 했지만서도.
"정말, 얼굴에 입술의 감촉이 가득이구나..."
"나도 마찬가지야."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푸스스, 웃어보였다.
겨우 키스 정도로 이렇게나 행복해 할 수 있다니.
첫 날은 그 정도로 끝났다.
***
"...오늘도 뽀뽀로 끝인 건가?"
"왜, 조금 더 하고 싶어?"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하지만, 둘째 날도 셋째 날도 그저 뽀뽀 정도로 끝내기에는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지 뭐랄지...
아서도 안달난 것이 눈에 보이기는 했지만, 정작 나를 덮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게 설마 엘리가 알려준 방법이라는 걸까.
나를 안달나게 해서 내가 덮치도록 유도하는거?
"그러면, 조금 더 할까?"
"...마음대로."
쪽ㅡ
"츕♥ 츄으♥ 츕♥"
이번에는 혀가 섞여들었다.
내 입 천장을 무슨 달콤한 아이스크림 핥아먹듯이 마구 훑어오는데, 너무 간지러워서 몇 번이고 몸을 움찔거릴 정도였다.
...너무 입 천장만 노리는거 아니야? 변태도 아니고.
"자, 잠깐ㅡ♥ 으, 으흣...♥"
"왜, 지쳤어?"
"그, 그렇게 한 곳만 노리는게 어디 있으냐! 정말이지, 짖궃은 남자라니까..."
턱을 타고 흘러내린 침이 투명한 실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잠시 뿐이었지만, 농밀한 키스로 인해서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버렸달까, 으응.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참아뒀던 것을 풀고자 손을 뻗었다.
"잠깐."
물론 바로 막혀버렸지만.
"? 왜?"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어째서?! 아니, 물론 아쉬워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네가 너무 아쉬워 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정말, 로..."
살짝 치켜뜬 눈으로 아서를 바라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나쁜 놈. 자기만 만족하면 다야?
애매하게 식어버린 열기에 조금이지만 짜증이 났다.
물론 겉으로 토해내지는 않았지만서도.
"알아서 하거라, 흥."
붙잡지도 않잖아, 바보.
오랜만의 키스였는데 겨우 이 정도로 끝내다니.
설마 나한테 질려버린 걸까?
아니면ㅡ
***
"츕♥ 츄흐♥ 그, 그래서... 오늘도, 키스로만 끝낼 생각인가?"
"아니."
여섯째 날이었나, 일곱째 날이었나.
이번에는 아서가 고개를 저었다.
드디어 인내심이 다 떨어졌구나, 아서.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어째 나만 안달난 것 같지만서도.'
그래도 뭐,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니 다행인게 아닐까.
천천히 나를 향해 뻗어지는 아서의 손길에, 몸에 담겨있던 힘을 슬쩍 풀어냈다.
"...응?"
"어깨가 많이 뭉쳤네. 그렇게 계속 어리광 받아준다고 안아들고 있으니까 그런거 아니야."
"아, 아니..."
조물조물, 하고 내 어깨를 주무르는 손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건.
뭘까, 대체.
분명 방금 전까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잖아?
농밀한 키스를 하고, 그것만으로 아쉬워서 나한테 손을 뻗는 그런 전개였잖아?!
"어때, 시원해?"
"시, 시원하기는 하지만ㅡ"
"그렇다면 다행이네."
꾹꾹 눌러오는 어깨에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겨우 안마가 끝이라니.
아니, 안마가 기분 나쁘다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바란 건 이런게ㅡ
...아니야. 이건 전부 아서의 수작이니까.
내가 먼저 안달나게 해서 자기를 덮치게 만드려는, 그런 수작이니까!
"자, 오늘은 여기서 끝."
"...겨우."
겨우 이 정도로 끝낸다고?
안마만 하고, 이렇게 끝?
다른 짓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왜?!
김 빠지는 결과에 눈을 치켜떴지만, 아서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응? 왜 그래?"
"...딱히. 아무것도 아니다."
별꼴이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