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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05화 (205/342)

Chapter 205 - 폴리네시안.(2)

"...그래서, 아서."

"응, 아리엘."

"...언제까지 조물거릴 생각인 게냐?"

첫날에는 어깨를 주무르고, 그 다음 날에는 팔을 주물렀지.

그 뒤에는 발.

그리고 오늘은 다리.

내 몸 근육 곳곳이 뭉쳐있다며 지극정성으로 안마를 해주는데, 내가 상상하던 전개와는 하늘과 땅 수준으로 차이가 있어서 잔뜩 김이 빠질 정도였다.

'...느낌이 조금 묘하기는 하지만.'

진득하니 주무를 때마다 몸이 풀리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늘어진다고 해야 할지, 뭐랄지... 으응.

"읏♥"

그리고 잠시 뒤.

조금씩 올라온 아서의 손이 무릎 살짝 위쪽을 주무르는 순간, 내 입에서 자그마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뭐야, 이거. 분명 방금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ㅡ'

"읏♥ 으흣♥ 잠, 깐♥ 너무 주무르는거 아니야?!"

딱히 힘을 더 주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 몸이 생각 이상으로 예민해져 있던 것일 뿐.

그래, 최근 들어 아서가 계속해서 몸 이곳저곳을 주물러댄 덕분에 조금이지만 감도가 늘어나 있었다.

너무 익숙해져서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이었지.

"자, 오늘은 여기까지."

"...왜?"

간절한 물음에도 아서는 그저 짖궃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지.

마치 이 이상 하려면 내일을 기대해야 한다는 듯이.

'...짜증나.'

무슨 다음 챕터를 진행하려면 하루를 기다려야 하는 스토리 게임이냐구.

속으로 잔뜩 투덜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았다.

아서가 노리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굴복하지는 않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태연하게 받아쳐서 오히려 아서를 안달나게 만드는 거라고!

"마마~ 오늘도 아서랑 사이좋게 놀고 왔어?"

"응. 혼자서 잘 지내고 있었느냐?"

"으응, 엘리 언니가 놀아줬어!"

엘리가 언니라니.

레이나가, 엘리보고 언니라고 불렀다니.

만약 나중에 시간이 지난 다음 기억을 되찾게 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그 기다란 귀를 총총 흔들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끄러워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꽤 즐거운 볼거리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엘리는?"

"마마가 오기 전에 먼저 가버렸어. 뭐라고 그랬더라... '훗날의 즐거움을 위해서 비밀로 해야할게 있다구요.'라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훗날의 즐거움?"

무슨 훗날의 즐거움?

지금까지 이렇게 고생 했으니까 그냥 매일매일 즐거우면 되는게 아닐까.

몸 상태라던지 그런 건 어차피 세계수가 치료해줄 테니까.

'그래, 애초에 이렇게 몸을 추스르고 있는 것부터 이상했어.'

세계수가 있으니까 마구 섹스해서 임신하고 애들을 낳으면 되는게 아닐까.

어차피 산후 조리는 필요 없으니까!

생각하고 보니 괜히 화가 났다.

'이건 전부 엘리랑 아서가 나를 놀리려고 꾸민 짓이 분명해...'

씩씩거리며 분을 이기지 못하다가도, 나를 빤히 올려다 보는 시선에 화를 가라앉혔다.

애가 앞에 있는데 화를 낼 수는 없지.

이러다가 삐뚫어진 어른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마마아~"

"그래, 그ㅡ 흐읏♥"

나를 향해 달려든 아이의 손이 윗가슴을 짓누르는 순간, 신음이 터져나왔다.

"? 응? 아??"

뭐였지, 방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무슨 소리를 낸 거야, 방금.

혹시라도 아기가 들었나 싶었지만, 딱히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앞으로는 주의해야겠어.

숨을 고르며 아이를 안아들어, 그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규칙적인 숨소리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서..."

먼저 안달나서 덮치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거야.

반드시!

***

"읏♥ 흐읏♥ 흐으으읏♥♥"

"...괜찮아?"

"아, 아무러치, 안커드으은?!♥"

다시 며칠이 지나.

아서의 손이 머리에 닿는 순간 몸이 움츠러 들었다.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복부.

몇몇의 부위를 제외하고 잔뜩 주물러진 결과가 바로 이거였다.

'만져줘♥ 만져줘♥ 더 만져줘♥'

"큭..."

머릿속을 잔뜩 물들이는 분홍빛 격류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았다.

이래서야 잔뜩 발정해버린 짐승과 다를 바가 무엇이라는 걸까.

마치 조교를 당하는 것 같았다.

고통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고통스러운 빌어먹을 조교.

"아리엘, 혹시 가슴 만져도 될까?"

빌어먹을 야겜 주인공 새끼.

속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터져나왔다.

그래, 원래 이렇게 혐오스러운 녀석이었지.

"처음부터 만지란 말이야! 어, 얼마나 참고 있었는데!"

...말을 잘못한 건 아니었다.

응,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 해준 아서의 잘못이니까.

이렇게나 커다란 가슴을 두고 팔이나 다리를 만지작거린 야겜 주인공의 잘못이 가장 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아서는 바보에 멍청이인게 틀림 없었다.

"그러면, 만진다?"

"그러니까 얼마는지 만지라고ㅡ 꺄흐읏?!♥♥"

전기가 달렸다.

그저 가볍게 움켜쥐었을 뿐인데도, 번쩍번쩍 괘락의 전류가 흘러들었다.

'머, 머야 이거어♥'

큥, 하고 하복부가 저려왔다.

덮쳐지는구나, 나.

뒤이어 이어질 행위에 마음의 준비를 하며 슬쩍 옷가지를 들췄다.

"아?"

"..."

"잠ㅡ 흣♥"

그리고 바로 막혔다.

내가 옷을 벗으려고 하자, 아서가 손목을 붙잡아 막았다.

왜?

왜 그러는데?

하고 싶은거 아니었어? 그래서 가슴 만진거 아니었냐구?!

"자, 장난감 만지듯이, 흣♥ 하지마♥"

조물조물거리며 가슴을 집요하게 만져댄다.

거친 움켜쥠도 없이, 부드러운 터치나 쓸어내림만으로도 어깨가 들썩거렸다.

뭐야, 진짜 내가 먼저 덮치기를 바라고 있었단 말이야?

진짜로?

'...조금 자존심 상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ㅡ'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에."

어째서?

***

"....으으으응."

잠에 들려고 침대에 누웠는지 제대로 잠이 오지 않았다.

요 며칠간의 일 때문에 숙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전신이 애매한 열기를 품은 상태가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점점 정신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바보 아서."

불퉁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딱딱한 말투는 전부 집어던진, 날 것 그대로의 말투였다.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의 배를 토닥이며, 잠시 시선을 돌렸다.

하늘 높이 뜬 보름달 때문에 방 안이 환하게 밝혀졌다.

"평소에는 매일 자기가 먼저 덮쳤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덮쳐달라는 뜻일까..."

언제나 아서가 깔아뭉개는 쪽이고 내가 깔아뭉개지는 쪽이었으니까 말이지.

뭐랄까, 역할을 반대로 하고 싶었나?

내가 아서 위에 올라타서 주도적으로 섹스를 한다던지.

...별로 상상이 되지는 않았지만서도.

"...읏?"

슬쩍 몸을 웅크리니, 다리 사이에서 조금 불쾌한 감각이 느껴졌다.

무언가 싶어서 슬쩍 손을 뻗어보니, 손가락 끝에 미끈하고 끈적한 액체가 조금 묻어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젖었잖아.'

계속해서 쌓여진 열기 때문인지 가랑이 사이가 멋대로 젖어댔다.

그 사실이 짜증나 다리를 쭉 뻗고는 그대로 눈을 꾹 감아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손가락을 집어넣고 싶었지만, 뭔가 그렇게 하면 져버리는 것만 같았기에 가까스로 참아냈다.

"응웃, 흣...♥"

물론, 눈을 감는다고 그 묘한 감각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다."

결국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아서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답해줬다.

내가 이 꼴이 된게 대체 누구 때문인데.

몸조리 때문에 그러는 거라며.

그런데 지금 이건 몸조리를 하는 것 같지가 않은데?

"피곤하니까, 오늘은 넘어가자꾸나."

자리에 앉으려다가, 그대로 누워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저 바보 멍청이 용사님 때문에.

"그러면, 쉬고 있어."

"...그래."

오늘따라 말을 잘 듣는구나.

그래, 누구 때문인데.

이런 때야말로 말을 잘 들어야 내 화가 풀리지 않겠어?

"...읏♥"

"..."

"뭐, 뭐 하는 게냐. 갑자기 배는 왜ㅡ"

"푹 쉬고 있어. 나는 신경쓰지 말고."

그러니까, 신경 안 쓸 수가 있겠냐구?!

충격이 올 정도의 접촉은 아니었지만, 조심스러워 한다는게 느껴져서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가슴 바로 밑부분의 배를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고, 손바닥 전체로 쓰다듬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ㅡ

"흐앙♥"

"아리엘?"

"아, 아무것도 아니다!"

입을 틀어막았다.

분명 배였는데.

가랑이 사이가,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그런 목소리가ㅡ

톡, 톡톡, 톡ㅡ

"읏♥ 으후♥ 후으으읏ㅡ♥"

은밀한 입구보다 더 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를 마치 노크하듯 두들긴다.

그저 손가락을 위 아래로 움직일 뿐인 행동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머, 머야 이게에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그 자그마한 충격이 뱃속으로 파고들어 자궁을 두드린다.

별 것 아닌 자그마한 자극임이 분명했지만, 잔뜩 흥분한 몸뚱이는 겨우 그 정도의 자극에도 잔뜩 아우성을 쳐댔다.

어서 덮쳐.

이제 포기하고 덮쳐.

당장 덮쳐서 아기를 가지는 거야!

하고.

"시, 시러어어...♥"

몸을 잔뜩 움츠렸다.

다리를 모아, 무릎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리고는 팔로 꾹 안았다.

둥그런 가슴이 마치 찰흙저럼 뭉개졌지만, 지금은 내 배를 보호하는게 우선이었다.

이런 거, 더 당했다가는 이상해질게 분명했으니까.

대신.

"끄, 끝까지 해주면, 허락, 해줄지도♥"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아서를 마구 올려다봤다.

봐, 지금 유혹하고 있잖아.

너랑 하고 싶어서 유혹하고 있다고.

이게 내 최고이자 최선의 항복이야.

"아리엘."

"응♥"

아서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드디어구나.

잔뜩 기대한 몸뚱이에 심장이 쾅쾅 뛰어대기 시작ㅡ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에."

ㅡ하다가 그대로 멈췄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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